E-클러치가 가져올 변화, 혼다 CB/CBR650R

    모터바이크 편집부가 혼다의 새로운 기술이 탑재된 두 모델을 시승하고 경험해 본 E-클러치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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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용(이하 양) 2025년은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자동화’라는 키워드가 가장 핫한 주제인 것 같아요. 지난달 모터바이크 기사로 다뤘지만, 혼다, 야마하, KTM, BMW 등에서 선보이는 뉴 모델들이 자동화 클러치 혹은 자동화 미션을 대거 출시했죠. 지금까지의 이륜차 시장에는 자동화 매뉴얼 바이크 아니면 스쿠터, 두 가지로 양분돼 있었는데 매뉴얼 기반의 오토메틱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윤연수(이하 윤) 개인적으로 이런 자동화 변속 시스템을 왜 갑자기 잔뜩 출시하는 거지? 저게 꼭 필요한 기능인가? 그런 저항감이 있었는데 실제로 테스트를 하면서 점점 긍정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어요.

    기존에 오토매틱 미션 모터사이클이라는 게 없던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면 아프릴리아에서 출시했던 마나 850이라든지, DN-01 같은 다양한 콘셉트의 모델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당시 모델들을 탄다는 것은 패배자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수동 미션을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은 느낌말이죠. 그래서 이번 E-클러치도 처음에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엔지니어와 질의응답하고, 직접 시승까지 해보니까 이제부터 모든 혼다 모터사이클에 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완성도 있고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자동화 시스템이 있던 바이크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E-클러치는 그 고유의 재미는 유지하면서 뭔가 초보자 혹은 조금 더 편안함을 추가한 느낌으로 완성됐어요. 어딘가 손해를 보며 등가교환 되는 게 아니라 플러스 알파 같은 느낌이죠. 주행에서 불만 사항을 찾을 수 없었네요. 그런데 내구성은 괜찮을지 궁금해요.

    클러치의 내구성은 반클러치를 얼마나 길게 끌어가느냐 혹은 반클러치 상태에서 얼마나 높은 회전수를 돌리느냐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클러치 수명에 굉장히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죠. 우리가 장기간 테스트를 한 건 아니니까 실제 내구성에 대해 확인할 순 없지만, E클러치는 반클러치 구간이 정말 짧고 간결해요. 이렇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내구성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이 시스템 자체의 모터나 다른 파츠의 내구성은 걱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설령 그게 고장나더라도 수동으로 조작하면 주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저는 클러치 레버에 검지를 살짝 올려놓고 주행했는데 이렇게 하면 바이크가 클러치를 조작하는 순간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얼마나 똑똑하게 작동하는지 놀랍더라고요. 1단 기어뿐만 아니라 2단이나 3단 기어에서 출발해도 참 잘 맞추더라고요.

    6단 기어로 출발해도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초보자들이 기어 단수에 대한 이해가 사라지면 어쩌나 싶어요. 예를 들어서 6단 기어로 주행하다가 신호등을 보고 정차했다가 그대로 다시 출발한다면 분명 내구성에 문제가 될 텐데 말이에요.

    우리가 실제 E-클러치 개발진과 QnA 시간을 가졌을 때 3단이나 그 이상 기어에서 출발하면 좀 더 확실하게 경고를 띄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얘기했어요. 초보자는 쉽게 놓칠 수 있는 영역이고 내구성으로 직결될 문제니까요.

    아무튼 저는 제 주행 스타일과 엇박자 나는 건 없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없더라고요. 주행 중 클러치를 한 번 조작하고 나면 그때부터 한동안 매뉴얼 바이크로 바뀐다고 했는데 클러치를 튕기는 액션에는 E-클러치 시스템이 꺼지지 않아요. 또한, 완벽하게 클러치를 잡으면 E-클러치가 꺼지는데 다시 복귀하는 속도도 정말 빨라요. 그리고 클러치 레버가 남아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지금 비슷한 시스템을 구현하는 다른 브랜드들은 클러치 레버 자체를 삭제했어요. ‘우리가 잘 만들었으니 믿고 타~’라고 하는 거죠. 그런데 저한테는 클러치가 바이크를 조금 더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서 그 재미를 빼앗긴 느낌이 들었어요.

    이미 바이크를 타던 사람들이라면 머릿속에 매뉴얼 바이크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이 이미 깔려있어요. 그래서 클러치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이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있었죠. 그래서 반대로 ‘이 바이크는 일반적인 매뉴얼 바이크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테스트했는데 완벽하게 작동하더라고요. 그래서 E-클러치가 도와주는 영역만 서포트를 받으면서 내 입맛대로 탈 수 있는 거죠. 단 MT모델과 한 가지 다른 점을 꼽자면 레버의 작동점이 조금 멀었어요. 물론, 이 부분은 라이더마다 클러치 레버의 위치 세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긴 하지만요.

    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변속이에요. 저는 다운 시프트 상황에서 퀵시프트처럼 오토 블리프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어떻게 작동할까 의심스러웠어요. E-클러치는 대신 변속할 때마다 반클러치 구간을 사이에 넣어서 변속 충격을 줄이고 rpm이 순간적으로 치솟는 걸 억제해요. 이게 퀵시프트보다 오히려 부드럽고 편안했어요.

    저는 텐덤을 자주 하기때문에 예전부터 뒷사람 머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변속하는 걸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레브매칭을 하면서 기어를 변속하고 이때 클러치를 정말 살짝 끊으면 끊김이 없으면서 아주 부드럽게 변속돼요. 나름 연습도 많이 했고 하나의 장기 같은 거였는데 E-클러치가 모든 상황에서 저보다 잘 해내더라고요.

    요즘 포토샵 AI 같네요.

    맞아요. 웬만해서는 이길 수 없죠. (웃음)

    퀵시프트는 애초에 부드럽지 않아요. 변속이 빠르고 스포티한 거고, 클러치 레버를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이 장점이죠. 그런 반면에 E-클러치는 부드러움,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업시프트는 변속 시간도 웬만한 퀵시프트보다 짧은 느낌이었어요. 다운 시프트는 비교적 반응이 느린감이 있는데 여기서 반전은 라이더가 오토블리프 대신 스로틀워크로 회전수를 맞춰주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기능이 단 60만 원 차이에 무게는 3kg도 늘지 않았다는 거죠. 대중들에게 무조건 좋은 선택이에요.

    배기량이나 장르를 떠나서 정말 모든 모델에 적용되면 좋겠어요. 특히 양방향 퀵시프트가 작동하는 모델에 적용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요?

    트랜잘프같은 어드벤처 장르에 추가되면 기가 막히겠네요.

    현재 DCT로 커버하고 있는 모델 중에는 아프리카 트윈이 대표적이겠네요. DCT는 정말 편안하다는 점이 강점인데 오프로드에서 재미있게 컨트롤 하는 영역과는 거리가 있죠. 무게도 상당히 늘어나고요. E-클러치가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 같아요.

    오프로드에서 저속 출발만 서포트하더라도 시스템 가격 몇 배의 가치를 할 거예요.

    E-클러치의 영역이 확장돼서 몽키처럼 작고 귀여운 모델에 추가돼도 좋을 것 같아요.

    안전사고 같은 건 괜찮을까요?

    그게 유일하게 걱정되는 부분이에요. 어쨌든 쉽게 얘기하면 급발진 사고가 생길 수 있는 장치니까요. 실제로 처음 출발할 때 다들 한 번씩 ‘훅’ 튀어나가는 모습을 봤거든요.

    저는 그게 라이더가 얼마나 클러치에 의존도가 높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까지 클러치를 더 끌어서 거친 스로틀워크를 보정하고 있었던 거죠.

    흔히 얘기하는 스로틀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서 열 수 있는 컨트롤이 필요해요. 단, E-클러치는 클러치 레버를 안전장치로 사용할 수 있어요. 변속까지 자동으로 하는 오토미션 모델의 경우, 스로틀 미스로 차가 튀어나가기 시작하면 동력을 끊을 방법이 없잖아요. DCT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건 물리적인 클러치레버만 잡으면 완벽히 동력을 끊을 수 있어요.

    시프트 레버의 조작 감도도 업, 다운을 별도로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요.

    다운 시프트를 할 때는 페달을 가볍게 밟고, 업 시프트를 할 땐 꽉 눌러야 작동되도록 한다거나 주행 스타일에 맞출 수 있겠네요. 총평을 하자면, E-클러치는 패배자 느낌이 없고 스마트한 느낌이에요. 과도기적인 제품으로 치부하기에는 오토와 매뉴얼 그 중간에서 장점만 잘 취한 기술이죠.

    최근 라이더들이 대부분 쿼터 클래스로 입문하잖아요. 그다음으로 넘어가고자 할 때 고민 없이 추천할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오르막 재출발은 오토 홀드 없이 못하고, 유턴은 왕복 6차선이 필요하고, 경사로에선 바이크를 제대로 돌리지도 못하는 라이더가 많아요. 그들에게는 아주 많은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혼다 E클러치를 통해 기술이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적용될 다른 모델이 벌써 기대돼요. 궁금하신 분은 새로운 CB/CBR650R을 바로 구매해서 타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은데 이미 예약이 엄청나게 밀려 있다는 것이 문제네요. (웃음)


    모터바이크 편집부
    사진 혼다코리아/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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