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바이크 편집부가 혼다의 새로운 기술이 탑재된 두 모델을 시승하고 경험해 본 E-클러치에 대한 이야기.
/
양현용(이하 양) 2025년은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자동화’라는 키워드가 가장 핫한 주제인 것 같아요. 지난달 모터바이크 기사로 다뤘지만, 혼다, 야마하, KTM, BMW 등에서 선보이는 뉴 모델들이 자동화 클러치 혹은 자동화 미션을 대거 출시했죠. 지금까지의 이륜차 시장에는 자동화 매뉴얼 바이크 아니면 스쿠터, 두 가지로 양분돼 있었는데 매뉴얼 기반의 오토메틱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윤연수(이하 윤) 개인적으로 이런 자동화 변속 시스템을 왜 갑자기 잔뜩 출시하는 거지? 저게 꼭 필요한 기능인가? 그런 저항감이 있었는데 실제로 테스트를 하면서 점점 긍정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어요.
양 기존에 오토매틱 미션 모터사이클이라는 게 없던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면 아프릴리아에서 출시했던 마나 850이라든지, DN-01 같은 다양한 콘셉트의 모델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당시 모델들을 탄다는 것은 패배자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수동 미션을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은 느낌말이죠. 그래서 이번 E-클러치도 처음에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엔지니어와 질의응답하고, 직접 시승까지 해보니까 이제부터 모든 혼다 모터사이클에 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완성도 있고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윤 우리가 자동화 시스템이 있던 바이크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E-클러치는 그 고유의 재미는 유지하면서 뭔가 초보자 혹은 조금 더 편안함을 추가한 느낌으로 완성됐어요. 어딘가 손해를 보며 등가교환 되는 게 아니라 플러스 알파 같은 느낌이죠. 주행에서 불만 사항을 찾을 수 없었네요. 그런데 내구성은 괜찮을지 궁금해요.
양 클러치의 내구성은 반클러치를 얼마나 길게 끌어가느냐 혹은 반클러치 상태에서 얼마나 높은 회전수를 돌리느냐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클러치 수명에 굉장히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죠. 우리가 장기간 테스트를 한 건 아니니까 실제 내구성에 대해 확인할 순 없지만, E클러치는 반클러치 구간이 정말 짧고 간결해요. 이렇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내구성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이 시스템 자체의 모터나 다른 파츠의 내구성은 걱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설령 그게 고장나더라도 수동으로 조작하면 주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윤 저는 클러치 레버에 검지를 살짝 올려놓고 주행했는데 이렇게 하면 바이크가 클러치를 조작하는 순간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얼마나 똑똑하게 작동하는지 놀랍더라고요. 1단 기어뿐만 아니라 2단이나 3단 기어에서 출발해도 참 잘 맞추더라고요.
양 6단 기어로 출발해도 되더라고요.
윤 그런데 이렇게 초보자들이 기어 단수에 대한 이해가 사라지면 어쩌나 싶어요. 예를 들어서 6단 기어로 주행하다가 신호등을 보고 정차했다가 그대로 다시 출발한다면 분명 내구성에 문제가 될 텐데 말이에요.
양 우리가 실제 E-클러치 개발진과 QnA 시간을 가졌을 때 3단이나 그 이상 기어에서 출발하면 좀 더 확실하게 경고를 띄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얘기했어요. 초보자는 쉽게 놓칠 수 있는 영역이고 내구성으로 직결될 문제니까요.

윤 아무튼 저는 제 주행 스타일과 엇박자 나는 건 없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없더라고요. 주행 중 클러치를 한 번 조작하고 나면 그때부터 한동안 매뉴얼 바이크로 바뀐다고 했는데 클러치를 튕기는 액션에는 E-클러치 시스템이 꺼지지 않아요. 또한, 완벽하게 클러치를 잡으면 E-클러치가 꺼지는데 다시 복귀하는 속도도 정말 빨라요. 그리고 클러치 레버가 남아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지금 비슷한 시스템을 구현하는 다른 브랜드들은 클러치 레버 자체를 삭제했어요. ‘우리가 잘 만들었으니 믿고 타~’라고 하는 거죠. 그런데 저한테는 클러치가 바이크를 조금 더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서 그 재미를 빼앗긴 느낌이 들었어요.
양 이미 바이크를 타던 사람들이라면 머릿속에 매뉴얼 바이크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이 이미 깔려있어요. 그래서 클러치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이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있었죠. 그래서 반대로 ‘이 바이크는 일반적인 매뉴얼 바이크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테스트했는데 완벽하게 작동하더라고요. 그래서 E-클러치가 도와주는 영역만 서포트를 받으면서 내 입맛대로 탈 수 있는 거죠. 단 MT모델과 한 가지 다른 점을 꼽자면 레버의 작동점이 조금 멀었어요. 물론, 이 부분은 라이더마다 클러치 레버의 위치 세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긴 하지만요.
윤 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변속이에요. 저는 다운 시프트 상황에서 퀵시프트처럼 오토 블리프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어떻게 작동할까 의심스러웠어요. E-클러치는 대신 변속할 때마다 반클러치 구간을 사이에 넣어서 변속 충격을 줄이고 rpm이 순간적으로 치솟는 걸 억제해요. 이게 퀵시프트보다 오히려 부드럽고 편안했어요.
양 저는 텐덤을 자주 하기때문에 예전부터 뒷사람 머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변속하는 걸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레브매칭을 하면서 기어를 변속하고 이때 클러치를 정말 살짝 끊으면 끊김이 없으면서 아주 부드럽게 변속돼요. 나름 연습도 많이 했고 하나의 장기 같은 거였는데 E-클러치가 모든 상황에서 저보다 잘 해내더라고요.
윤 요즘 포토샵 AI 같네요.
양 맞아요. 웬만해서는 이길 수 없죠. (웃음)

윤 퀵시프트는 애초에 부드럽지 않아요. 변속이 빠르고 스포티한 거고, 클러치 레버를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이 장점이죠. 그런 반면에 E-클러치는 부드러움,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양 업시프트는 변속 시간도 웬만한 퀵시프트보다 짧은 느낌이었어요. 다운 시프트는 비교적 반응이 느린감이 있는데 여기서 반전은 라이더가 오토블리프 대신 스로틀워크로 회전수를 맞춰주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는 거예요.
윤 그리고 이 기능이 단 60만 원 차이에 무게는 3kg도 늘지 않았다는 거죠. 대중들에게 무조건 좋은 선택이에요.
양 배기량이나 장르를 떠나서 정말 모든 모델에 적용되면 좋겠어요. 특히 양방향 퀵시프트가 작동하는 모델에 적용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요?
윤 트랜잘프같은 어드벤처 장르에 추가되면 기가 막히겠네요.
양 현재 DCT로 커버하고 있는 모델 중에는 아프리카 트윈이 대표적이겠네요. DCT는 정말 편안하다는 점이 강점인데 오프로드에서 재미있게 컨트롤 하는 영역과는 거리가 있죠. 무게도 상당히 늘어나고요. E-클러치가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 같아요.
윤 오프로드에서 저속 출발만 서포트하더라도 시스템 가격 몇 배의 가치를 할 거예요.
양 E-클러치의 영역이 확장돼서 몽키처럼 작고 귀여운 모델에 추가돼도 좋을 것 같아요.
윤 안전사고 같은 건 괜찮을까요?
양 그게 유일하게 걱정되는 부분이에요. 어쨌든 쉽게 얘기하면 급발진 사고가 생길 수 있는 장치니까요. 실제로 처음 출발할 때 다들 한 번씩 ‘훅’ 튀어나가는 모습을 봤거든요.
윤 저는 그게 라이더가 얼마나 클러치에 의존도가 높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까지 클러치를 더 끌어서 거친 스로틀워크를 보정하고 있었던 거죠.
양 흔히 얘기하는 스로틀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서 열 수 있는 컨트롤이 필요해요. 단, E-클러치는 클러치 레버를 안전장치로 사용할 수 있어요. 변속까지 자동으로 하는 오토미션 모델의 경우, 스로틀 미스로 차가 튀어나가기 시작하면 동력을 끊을 방법이 없잖아요. DCT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건 물리적인 클러치레버만 잡으면 완벽히 동력을 끊을 수 있어요.
윤 시프트 레버의 조작 감도도 업, 다운을 별도로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요.
양 다운 시프트를 할 때는 페달을 가볍게 밟고, 업 시프트를 할 땐 꽉 눌러야 작동되도록 한다거나 주행 스타일에 맞출 수 있겠네요. 총평을 하자면, E-클러치는 패배자 느낌이 없고 스마트한 느낌이에요. 과도기적인 제품으로 치부하기에는 오토와 매뉴얼 그 중간에서 장점만 잘 취한 기술이죠.
윤 최근 라이더들이 대부분 쿼터 클래스로 입문하잖아요. 그다음으로 넘어가고자 할 때 고민 없이 추천할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오르막 재출발은 오토 홀드 없이 못하고, 유턴은 왕복 6차선이 필요하고, 경사로에선 바이크를 제대로 돌리지도 못하는 라이더가 많아요. 그들에게는 아주 많은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양 혼다 E클러치를 통해 기술이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적용될 다른 모델이 벌써 기대돼요. 궁금하신 분은 새로운 CB/CBR650R을 바로 구매해서 타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은데 이미 예약이 엄청나게 밀려 있다는 것이 문제네요. (웃음)
글 모터바이크 편집부
사진 혼다코리아/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본 기사 및 사진을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여 업로드하는 것을 금합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저작권은 월간 모터바이크(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