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을수록 더 빛나는 가치, 트라이엄프 본네빌 T120 블랙

    어떠한 물건을 구매할 때 그 물건의 가치는 품질, 성능, 디자인, 그리고 가격 등 논리적인 요소들이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바이크를 구매 할 때는 이러한 논리적인 요소보다는 감정 감각 등 논리를 뛰어넘는 것들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트라이엄프 T120은 확실히 논리적이기 보다는 감성적인 잣대가 더 어울리는 모델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59년 T120은 당시의 최첨단 스포츠바이크였다. 이름부터가 시속 120마일을 돌파한 것을 기념해 붙인 것이니까, 하지만 시간은 물건에 스토리와 추억, 그리고 감성을 불어넣는다. 오랜만에 그 감성을 진하게 느껴보고 싶어 T120에 다시 올랐다.

    변치 않기 위한 노력

    6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2024년의 T120은 고전적이다 못해 시간을 멈춘 것 같은 스타일이다. 전통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내부는 최신 기술로 채우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인젝션 방식에 수랭엔진이지만 모양만큼은 냉각핀과 카뷰레터가 달린 공랭엔진처럼 꾸며놓았다, 이 바이크를 분해해보면 상상치도 못한 곳에서 요즘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부품들이 튀어나오는 것에 놀라게 된 것이다. 그만큼 모든 노력을 새롭지 않게, 원형을 그대로를 지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더 큰 배기량의 엔진에 각종 전자장비 모듈, 수랭시스템,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한 촉매와 배기라인들까지, 이 엄청난 부피의 것들을 수십 년 동안 유지해온 익숙한 사이즈에 채워넣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수랭엔진의 T120이 처음 선 보인 것이 2016년인데 당시에는 클래식 바이크 치고 꽤 진보적인 구성이었다. 하지만 공랭엔진의 시대가 거의 저물어가고 있는 요즘은 T120의 변화가 꽤 옳은 방향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시대에 순응한 얄팍한 거짓말처럼 느껴지던 카뷰레터 장식도 이제는 T120만의 근사한 특징으로 느껴진다. 어쨌든 이 클래스의 클래식 바이크 중에는 가장 오리지널의 형태를 잘 간직한 모델이니까.

    그리고 8년째 큰 변화 없이 차체의 완성도만 높이고 환경규제에만 대응하면서 라인업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누가 불만이나 가질까? 변함이 없을수록 더 환영받는 모델이 T120이라는 것은 트리이엄프도, 그리고 본네빌의 팬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블랙

    T120의 여러 가지치기 모델 중에서도 블랙은 특별하다. 무광의 블랙컬러를 차체 전반에 둘러 반짝이는 클래식과는 다른 차분하고 시크한 매력을 보여준다, 무광 블랙은 그 깊은 블랙 컬러만큼이나 쉽게 오염되기에 조금만 방심해도 출고한지 며칠 안 된 바이크가 마치 수십 년은 됨직한 빈티지 바이크처럼 보이는 것은 감수해야하지만, 블랙만의 시크한 멋은 포기하기 힘들다. 2024년 모델에는 세로 라인이 들어간 투톤 탱크가 적용되며 더 근사해졌다.

    엔진의 회전은 적당한 고동감과 매끄러움 사이에 있다. 회전 감각이 밋밋하지 않다. 차체의 무게가 아래로 깔리는 요즘 바이크들과는 달리 무게중심이 제법 높아 더 묵직한 느낌이 든다. T120을 초심자에게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무게에 있다. 80마력에 105Nm의 토크, 성능 면에서 처지는 엔진은 아니다. 체감 성능은 잣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클래식 바이크 범주에서는 상당히 괜찮은데 요즘, 그러니까 2024년의 1200cc바이크에 기대하는 출력에는 조금 못 미치는 느낌이다. 하지만 괜찮다. 대신 시원한 가속감과 두툼한 토크가 주는 여유로움이 주행감각 전체의 질을 높여준다.

    트라이엄프가 2016년에 새로운 본네빌 시리즈를 발표하며 기존의 등간격 연소방식 대신 부등간격 연소로 V트윈 필링을 가진 270도 위상차 크랭크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엔진 특성과 배기음으로 달라질 캐릭터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브랜드가 병렬트윈 엔진에 270도 위상차 크랭크를 사용하며 가장 흔한 엔진 형식이 되어버리긴 했다. 어쨌든 이 엔진은 풍만함과 고동감이 돋보이는 사운드를 만들어준다.

    그래도 요즘 바이크

    주행 성능은 이 바이크가 요즘 바이크구나 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부분이다. 조금 높은 무게중심이 차량을 훌쩍 쓰러트리는 느낌은 고전적인 바이크의 느낌을 주지만 기울임과 동시에 셀프스티어가 자연스레 라인을 잡고 돌아가는 느낌은 완전히 요즘 바이크다. 기본적으로는 느긋하게 달릴 때 더 매력적인 바이크지만 막상 라이더가 빠르게 달리려고 마음먹으면 의외로 잘 따라온다. 라이더의 실력만 받쳐준다면 결코 얕볼 수 없는 성능을 갖춘, 그래서 더 어른스러운 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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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IUMPH BONNEVILLE T120 BLACK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대를 관통하는 타임리스 디자인
    풍부한 토크와 부드러운 주행감각
    복잡한 내부구조로 자기정비가 어려움
    쉽게 오염되는 무광블랙의 차체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7.6 × 80(mm)
    배기량 1,200cc
    압축비 10 : 1
    최고출력 80hp / 6,550rpm
    최대토크 105Nm / 3,500rpm
    시동방식 셀프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4.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1mm 정립 (R)트윈쇽 프리로드 조절
    타이어 사이즈 (F)100/90 18 (R)150/70 17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5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 베이스 1,450mm
    시트높이 790mm
    차량중량 236kg
    판매 가격 2,099만 원부터


     양현용
    사진 MB 편집부
    취재협조 트라이엄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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