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감각의 완전체 크루저,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글라이드

    묵직한 무게의 차체를 세우고 시동을 걸면 웅장한 진동이 엉덩이와 손을 자극한다. 출발과 함께 묵직하던 무게감이 자연스레 사라지고 느긋한 핸들 조작만으로 날카롭게 코너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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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연수(이하 윤) 저는 스트리트 글라이드가 늘 반가워요. 제가 군에서 탔던 일렉트라 글라이드 폴리스가 떠오르고 그때 느꼈던 주행 감각이나 포지션이라 반갑게 느껴지거든요. 신형에서 눈에 띄는 건 전방 프런트 페어링에 추가된 LED 라인입니다. 심플하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서 좋아요.
     
    양현용(이하 양) 평소에도 존재감이 강력한데 방향 지시등을 켜면 내가 어디로 가겠다는 의지를 모든 사람에게 다 알 수 있게 표시하죠. 피시인성이라고 하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영역에서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만큼 도로 위의 주목도가 상당해요.

     개인적으로 방향지시등을 정말 열심히 켰던 모델이기도 했어요.(웃음) 제가 군에서 탔던 일렉트라 글라이드는 무전기와 마이크, 아날로그 버튼들이 있었던 것과 달리 12.3인치 대형 TFT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어서 신기했어요. 제 자가용 차량보다 계기반이 크다니. 그리고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스위치 뭉치가 변경되었는데 처음 사용할 때부터 쉽게 조작할 수 있었고 조작감도 상당히 개선됐어요.
     
     예전부터 스트리트 글라이드보다는 로드 글라이드가 확실히 제 취향인 바이크에요. 그런데 이번 세대는 스트리트 글라이드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던 부분들이 사라지면서 좋게 느꼈어요. 조금 과장하면 이렇게까지 민첩했나 싶을 정도로 스포츠 바이크를 타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이 모델로 레이스 트랙도 달려봤는데 움직임이 상당히 뉴트럴해요. 라이더가 입력하는 만큼 정확하게 출력된다고 할까요?
     
     저 역시 로드 글라이드에 비해서 더 직관적인 핸들링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조향하는 대로 앞바퀴가 방향을 틀고 그 앞바퀴를 따라서 바이크가 회전하는 감각이 로드 글라이드보다 더 좋더라고요. 로드 글라이드는 특유의 자세가 주는 재미, 약간 느슨하고 좀 거만한 주행 스타일이 매력이라면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조금 더 정돈된 모습으로 되게 계산적이고 정확하게 탈 수 있는 재미가 있어요. 이는 서스펜션, 타이어, 휠 등과의 조화도 우수하다는 증거고요.
     
     신형 두 모델 다 경량화가 됐는데 특히 스트리트 클라이드가 많은 폭으로 경량화 되었어요. 대부분 차체의 위쪽에서 무게가 덜어진 것이라 라이더에게 오는 경쾌함이나 주행 성능 변화가 더 극적인 것 같아요.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368kg, 로드 글라이드가 380kg. 두 모델끼리 비교해도 12kg 정도가 가볍네요.
     
     368kg 수치로만 보면 어마어마하지만, 타보면 의외로 다루기 쉬워요.
     
     바이크가 달리기 시작하면 무거운 공이 구르고 있는 것을 상상하면 돼요. 무게 자체에서 오는 안정성 때문에 쉽게 노선이 바뀌지 않아요. 밀어주는 힘도 상당하니까 내 의도대로 움직이는 거죠.
     
    양 가벼운 비치볼이라면 조그만 구슬 하나 부딪혀도 구르는 방향이 바뀌겠지만 볼링공은 핀들을 다 튕겨내면서도 자신의 라인을 그리는 것 같이요.
     
     마찬가지로 아까 로드 글라이드에서 브레이크 성능이 좋다고 얘기했는데 저는 스트리트 글라이드의 운동 성능을 따질 때 제동 성능에 대한 만족감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로드 글라이드보다도 스트리트 글라이드의 페이스가 더 빨랐음에도 말이죠. 그런데 배거 이야기하면서 자꾸만 성능 이야기로 흘러가는 게 재밌네요.
     
    양 앞서 이야기했듯 배거의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게 바로 이럴 때 느껴져요. 이제는 감성적인 부분이 아닌 이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봐도 더 매력적인 모델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외부 스피커로 송출되는 음악을 들은 경험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모델을 타면 꼭 음악을 들어보는데 제게는 충분한 느낌이었어요. 그러니까 도심에서 달릴 때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내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그 적정선, 어쩌면 외부 사람도 조금 들릴 정도까지 출력이 나온다고 생각이 들어서 저는 만족합니다.
     
    양 요즘에는 헬멧 블루투스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오디오가 큰 의미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달릴 때 백그라운드로 깔리는 음악은 확실히 다른 감성이에요. 그러고 보니 자동차에서 혼자 음악을 들을 때랑은 조금 다른 선곡을 하게 돼요. 왜냐하면 그 음악이 외부로 송출되니 주변 사람도 듣게되니까 음악조차도 내가 타는 바이크의 이미지가 되니까요.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 어떤 음악을 틀어 놓을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죠.퇴근길에 아내가 좋아하는 재즈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렸는데 환상적이었어요. 손에 꼽힐 정도로 근사한 추억이 되었죠.
     
    윤 아무튼, 그래서 저는 스트리트 글라이드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전 주행 감각이 되게 중요한 사람인데 스트리트 글라이드가 가진 주행 성능이 더 안정적으로 와 닿아요.
     
    양 어쩌면 군 생활 동안 새겨진, 뼛속까지 새겨진 그 인이 박혀서 그렇게 느낀 게 아닐까?
     
     지금도 군번이랑 총번은 외우고 있긴 해요.(웃음) 당시 일렉트라 글라이드는 제원도 거의 외우고 있긴 한데 그때는 1,340c였네요. 지금은 1,923cc니까, 와거의 600cc 정도가 커졌네요. 아무튼 저는 담백한 매력이라고 할까요? 만세핸들보다도 좀 더 평범한 핸들 포지션이 편안하고 좋았어요. 정말 로드 글라이드와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취향에 따라서 완벽하게 갈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양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두 모델이 모두 존재하고, 서로에게 최고의 라이벌이 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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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는 주행모드

    새로운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프런트 페어링에 또렷한 LED 라인이 추가되면서 한눈에도 신형 모델임을 알 수 있다. 그 변화는 늦은 밤은 물론이고 대낮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주며 한층 더 젊어진 분위기를 낸다. 푹신한 시트와 편안하게 팔이 얹어지는 핸들 바 포지션은 라이더에게 안정감을 주고 12.3인치 대형 TFT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선과 유선 모두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유선 케이블을 사용해 더 깨끗한 음질의 음악을 즐겼다. 전방 2개 스피커가 풀페이스 헬멧 안쪽까지 음악을 전달하는데 저음보다 고음 영역을 또렷하게 표현한다. 신호 대기 중 엔진의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도 즐거운 음악에 매료되니 이마저도 라이딩의 재미 중 하나가 된다.

    거친 재미

    새로운 밀워키에이트 117 엔진은 시작부터 엄청난 토크를 쏟아내며 강력하게 나아간다. 368kg의 중량에 강력한 엔진 출력이 더해져 클러치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타이어가 슬쩍 미끄러지며 출발할 정도로 정확하게 받아낸다.

    3,250rpm에서 176N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데 아이들링 상태부터 힘이 빠지는 영역 없이 토크가 분출되기 때문에 트랙션 컨트롤이 탑재되어 있음에 감사하다. 기어를 바꿀 때 ‘철컥’ 소리와 함께 등을 훅! 밀어주는 감각이 재밌다. 클러치를 부드럽게 조작하면서 변속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오히려 터프한 매력이 재미 요소로 다가온다. 거친 변속 충격에 비해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말랑한 시트가 이를 상쇄시켜주는 덕분이다.

    똑똑한 크루저

    시그니처인 배트윙에 연결된 핸들 바는 로드 글라이드와 확연히 다른 핸들링, 정직한 감각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무게 중심을 곧게 유지하다가 핸들을 슬쩍 밀면 전달된 힘에 맞게 정확한 각도로 기울어진다. 이때 셀프 스티어가 부드럽게 이어지며 라이더가 타이어와 노면의 컨디션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좌우 뱅킹 한계는 각각 29°와 31°인데 웬만큼 과감한 주행이 아니라면 쉽사리 한계를 보이지 않는다. 주행 모드는 레인, 스탠다드, 스포츠, 인디비주얼 총 4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모드마다 스로틀 반응부터 엔진 브레이크, MSR 등의 전자장비 개입 정도가 변경된다. 특히 레인 모드를 설정하면 크루저에 잘 어울리는 스로틀 반응으로 변한다. 솔직히 말하면 초반 스로틀 반응이 매우 둔감해지고 부드럽게 보정되는데 오히려 스트레스 없이 느긋하게 바이크를 다루기에 최적이라는 뜻이다. 스포츠 모드는 스로틀을 열고 닫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초반 반응이 아주 날카롭고 순식간에 rpm을 높여 빠르게 가속한다. 인디비주얼 모드는 내 입맛에 맞게 엔진 출력부터 각종 전자장비를 모두 컨트롤할 수 있다.

    완전체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어딘가 과장된 부분이 없이 담백하다. 스타일이 조금 더 현대적으로 변했을 뿐 기존의 실루엣과 특성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직접 주행해 보면 ‘정말 많이 좋아졌구나.’라는 생각이 단번에 들 정도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분명 이전 모델을 두고도 이는 ‘완성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위가 존재함을 또 한 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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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RLEY-DAVIDSON STREET GLIDE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트윈 OHV 4밸브 밀워키에이트 117
    보어×스트로크 103.5 × 117.5(mm)
    배기량 1,923cc
    압축비 10.3 : 1
    최대토크 176Nm /3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2.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더블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30/60B19 M/C 61H (R)180/55B18 M/C 80H
    브레이크 (F)더블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 2,410mm
    휠베이스 1,625mm
    시트높이 720mm
    차량중량 368kg
    차량가격 4,940만 원부터


     윤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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