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아니야 진심이야, 혼다 CT125

    누군가 슈퍼 커브로 캠핑을 떠난다고 할 때마다 ‘그게 가능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그리고 이런저런 캠핑 용품을 잔뜩 싣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조금 불안하지만 가능은 하네?’ 싶었다. 그런데, CT125는 그 영역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꽤 진지한 눈빛으로.

    HONDA CT125

    농담 아니야, 진심이야

    혼다의 CT 시리즈는 1960년대 초반,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커브’라는 카테고리로 탄생했다. 국가마다, 시대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작고 가벼운 차체와 다루기 쉬운 엔진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초기 모델에는 49cc OHV 4행정 엔진을 탑재하고 고속과 저속이 포함된 3단 미션을 조합해 개개인의 주행 환경에 맞게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프로드 주행 중 파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면부와 사이드 페어링을 제거했고 스키드 플레이트와 업스타일 머플러를 적용했다. 요철이 많은 노면을 달리는 만큼 프레임 곳곳을 보강해 충격에 대한 내구성도 고려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엔진의 배기량을 키우고 4단 미션, 텔레스코픽 서스펜션 등을 탑재하는 등 시대에 맞춰 진화했다. 그리고 그 오랜 역사를 기념하듯 과거 모델의 스타일을 적극 반영하고 현대적인 성능을 조합한 CT125가 출시했다.

    오프로드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업스타일 머플러. 동승자의 화상을 보호하기 위한 커버가 부착되어 있다
    오프로드 차량의 스노쿨처럼 느껴지는 에어 덕트

    하필 왜 겨울이야

    처음, 혼다 CT125의 시승 일정을 안내받았을 때 큰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따랐다. 최저기온은 영하 10도를 맴돌고 낮 최고기온도 영상까지 오를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포츠 바이크의 경우 겨울철에 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위험하고 제대로 된 시승도 할 수 없다. 물론, CT125가 고성능 스포츠 바이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기대가 많았던 모델이라 더 제대로 달려보고 그 성능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도로에서 빌빌거릴 바엔 차라리 더 미끄러운 오프로드를 집중적으로 달려보잔 마음으로 시승했다.

    샘솟는 자신감

    직접 앉았을 때 예상보다 시트고가 높다. 당연히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 슈퍼 커브보다 높고 C125와 비슷한 느낌이다. 제원상 시트고는 슈퍼 커브 740mm, C125가 780mm, CT125는 800mm 순이다. 그리고 핸들은 다른 모델들보다 확연히 높게 올라와 라이더에게 가깝게 위치했다. 핸들이 높아진 만큼 상체가 서게 되고 어드벤처 바이크처럼 편안한 포지션과 분위기를 만든다. 앉은 자리에서 전방을 바라보면 시야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개방감이 좋고 고개를 조금 떨구면 귀여운 원형 계기반만 눈에 걸릴 뿐이다.

    기어를 넣고 스로틀을 당기면 동동거리는 배기음과 부드럽게 가속된다. 속도를 크게 높이지 않아도 슈퍼 커브와는 다른 안정감이 느껴진다. 이는 C125를 처음 주행했을 때와 흡사한데 바이크의 몸통, 즉 시트 아래의 무게가 바닥에 잘 실리는 느낌이다. 또한, 와이어 스포크 휠과 블록 패턴 타이어의 조합이 경쾌함보다는 안정성과 편안함에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라이더가 핸들을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프런트에 220mm디스크와 2피스톤 캘리퍼가 장착되었고 1채널 ABS가 적용됐다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 철제 리어 캐리어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충격과 재미

    눈이 쌓인 오프로드는 한눈에 봐도 미끄러워 보인다. 두 다리를 모두 바닥에 내리고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엥?’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박힌다. 전후 17인치의 세미 블록 패턴 타이어가 바닥을 꾹꾹 눌러가며 잘 달려나간다. 타이어의 폭이 좁은 만큼 바닥에 닿는 면적 대비 무게가 크기 때문에 리어 휠의 트랙션과 프런트 휠의 노면 추종성이 좋다. 게다가 일반적인 어드벤처 바이크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가벼운 차량 중량도 한몫을 한다. C125 대비 초중반 rpm 영역의 토크가 보강되었기 때문에 엔진을 고회전으로 돌리지 않아도 툭툭 치는 토크를 이용하는 재미가 있다. 사람마다 CT125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씩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게 되네?’를 반복할 정도로 가파른 경사로나 요철들을 덤덤하게 통과했다.

    수치상의 최저지상고는 170mm인데 전후 휠베이스가 짧다 보니 웬만해서는 스키드 플레이트가 닿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전방의 텔레스코픽 프런트 포크는 C125 대비 스트로크를 10mm 연장하여 110mm를 확보했고 다양한 충격을 무난하게 흡수한다. 전후에 적용된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은 시승 차량의 총 주행 거리가 부족한 탓인지 도로에서는 조금 밀리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오히려 미세 조작에 유리해 좋았다. 또한, 프런트에만 ABS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전도에 대한 부담은 줄이면서 제동 성능은 극대화할 수 있었다. 최신 어드벤처 바이크의 오프로드 ABS 모드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물론, CT125는 애초에 리어 ABS가 없는 것이지만, 그만큼 오프로드에서 재밌게 달리기에 좋은 설정이다.

    그 끝은 내가 정한다

    CT125로 리어 휠을 미끄러뜨리며 놀았더니 오프로드 헬멧 끝에 고드름이 생길 정도로 숨이 거칠어졌다. 동시에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앞서 말했듯, ‘이게 된다고?’를 연속하며 뭔가 또 다른 것을 도전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윌리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커브 시리즈들은 모두 자동 원심클러치 시스템이 적용되어 별도의 클러치 레버가 없기 때문에 윌리가 불가능한 줄 알았다. 하지만, 기어 레버를 밟았다가 떼어내는 동작 속에 클러치가 떨어지고 붙는 동작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이를 잘 이용하면 윌리도 가능하다. 즉, 레버를 밟은 상태로 일정만큼 rpm을 올리고 레버에서 발을 떼면 출력이 한 번에 리어 휠로 전달되면서 프런트 휠이 떠오른다. 첫째로 초중반 rpm에서의 충분한 토크 특성, 둘째로 높게 올라온 핸들 바와 업 포지션, 셋째로 직결감이 좋은 클러치가 어우러진 결과다. 물론,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CT125는 그렇게 혹사시키면서 타는 게 아니야!”라고 하겠지만, 정작 CT125는 큰 불쾌감 없이 덤덤하게 해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 정도면 캠핑이든 투어든 그 이상을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루 종일 CT125를 타고 놀면서 계기반을 본 기억이 없다. 혼다의 몽키 125와 동일한 원형 계기반이 장착되었고 표시되는 건 연료 잔량, 주행 속도, 총 주행 거리, 트립 미터를 포함한 경고등이 전부다. rpm 게이지나 기어 포지션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문제가 없었던 건 주행 속도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T125는 그저 시원한 개방감과 함께 어디로 갈지, 어떤 길을 밟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정확한 rpm은 모르더라도 배기음과 진동을 통해 변속 타이밍을 충분히 알아챌 수 있고 초중반의 넉넉한 토크 덕분에 실수로 기어를 한 단계 높게 사용하더라도 답답하지 않았다.

    명작名作

    CT125는 과거 모델의 콘셉트와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적용하면서도 현대적인 터치를 추가해 더 매력적인 모델로 완성됐다. 비교적 긴 스트로크의 서스펜션, 업스타일 머플러, 높게 올라온 흡기 덕트, 와이어 스포크 휠, 블록 패턴 타이어까지 어드벤처, 오프로드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또, 그 콘셉트가 그저 룩에 그치지 않고 성능까지 충족시키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분명히 1960년대의 초기 CT 시리즈는 당시의 명작이었을 것이다. 어떤 환경 속에도 쉽게 녹아들고, 많은 사람을 만족시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의 CT125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목적의 사람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명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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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DA CT125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단기통   보어×스트로크 미발표   배기량 124cc   압축비 미발표   최고출력 9hp / 6,250rpm   최대토크 10.7Nm / 4,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5.3ℓ   변속기 자동원심식 4단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트윈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80/90 17 (R)80/90 17   브레이크 (F)220mm디스크 (R)190mm디스크   전장×전폭×전고 1,965×790×1,085   휠베이스 미발표   시트높이 800mm   차량중량 120kg   판매가격 489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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