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램, 예상을 뛰어넘다
ROYAL ENFIELD SCRAM 411
로얄엔필드가 자사의 어드벤처 모델인 히말라얀을 베이스로 스크램 411을 출시했다. 비슷한 실루엣 때문에 대부분 큰 성능 차이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주행한 뒤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만만한 클래식스크램블러를 찾는다면 여기 해답이 있다.
처음에는 의심부터 들었다. 로얄엔필드의 어드벤처인 히말라얀을 베이스로 스크램블러를 출시했다는데 디자인이나 구성이 히말라얀과 별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후 휠사이즈가 변경된 점을 제외하면 스크램블러장르에 맞게 추가된 스타일 요소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승 전에 제원표를 확인하고 기대감이 커졌다. 히말라얀의 411cc 공랭 엔진이 그대로 적용되어 최고출력, 최대토크를 동일하게 발휘하지만, 차량 중량은 각각 199kg, 185kg으로 스크램 411이 14kg가량 가볍기 때문이다.
SCRAMBLER STYLE
기본적인 실루엣은 히말라얀의 색이 짙다. 정면의 원형 헤드라이트와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이 조합된 핸드 가드가 그 줄기를 나타내는데 사라진 윈드 스크린과 업 펜더로 인해 경쾌한 느낌이 강조됐다. 연료 탱크와 센터 타워를 지켜주던 철제 가드가 사라지고 포인트 컬러가 강조된 패널이 연료 탱크 측면에 부착됐다.
화이트 플레임, 실버 스피릿, 블레이징 블랙, 스카이라인 블루, 그라파이트 레드, 그라파이트 블루, 그라파이트 옐로까지 총 8가지 컬러의 모델이 있는데 각기 다른 연료 탱크 그래픽 디자인과 로얄엔필드 로고가 삽입된 사이드 패널로 특색을 갖췄다. 히말라얀에 장착되었던 평평한 디자인의 투 피스 시트와 달리 일체형 시트가 적용됐고 가로줄 엠보싱으로 클래식 무드를 더했다. 이어 프레임 사이를 덮은 커버에는 히말라얀 스크램 411 로고가 적용되어 그 베이스 모델과 지향점을 알려주고 있다.
다른 콘셉트
히말라얀은 전방에 21인치 휠을 적용해 오프로드 주행 능력에 치중했지만, 스크램 411은 전후 19인치, 17인치 휠을 적용해 온로드 주행의 비중을 높였다. 또한, 전방 서스펜션의 트래블을 10mm 줄여 무게 중심을 낮추고 불필요한 상하 운동을 억제했다. 시트고는 5mm 낮아져 795mm이며, 최저지상고는 20mm낮은 200mm로 설계됐다. 시동을 걸면 익숙한 진동과 배기음이 올라온다. 로얄엔필드 단기통 특유의 툴툴거리는 배기음과 손끝을 툭툭 치는 진동이 재미있다.
특히, 요즘 새롭게 출시하는 바이크의 경우 진동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스크램 411은 특유의 엔진 진동과 소리를 라이더에게 솔직하게 전달한다. 확실히 스크램 411의 기반이 된 히말라얀의 감각과 흡사하다. 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클러치를 붙이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경쾌함을 체감할 수 있다. 411cc 공랭 엔진의 최고출력은 24마력으로 동급 대비 다소 아쉬운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베이스가 된 히말라얀보다 14kg이 가벼운 만큼, 솔직히 ‘14kg의 차이가 이렇게 큰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색다른 가속력을 선보인다.
경량화의 묘미
스로틀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변속하면 계기반의 바늘이 꽤 빠르게 넘어간다. 5단 미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어비가 널널한 편이며, 3단 기어에서 거의 100km/h까지 가속할 수 있을 정도다. 스크램 411은 전면부에 히말라얀과 달리 스크린이 없는 라이더가 주행풍을 고스란히 느끼며 달리기 때문에 가속감과 속도감이 더 크다. 또한,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프런트 휠이 장착된 만큼 핸들링이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전반적으로 꽉 조여진 감각이 아니지만, 라이더의 의도대로 방향을 틀고 선회하는 동작이 자연스럽다. 순정으로 적용된 CEAT 듀얼 타이어는 도로주행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블록 패턴임에도 소음이나 진동이 적은 편이다. 일반 도로에서의 그립도 불만이 없다. 트랙션컨트롤이 탑재되어 있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깔린 차량 무게와 부드러운 토크 특성 때문에 리어 휠이 미끄러지는 상황이 거의 연출되지 않는다.
오프로드 장난감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묵직한 차량 무게와 부드러운 토크 특성이 더욱 빛을 발휘한다. 스로틀을 과감하게 열며 출발해도 차량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리어 휠이 미끄러지더라도 스로틀을 살짝 풀면 이내 그립을 찾아낸다. 즐거운 점은 히말라얀에 비해 가벼워진 덕분인지 출발과 함께 풀 스로틀을 하면 꽤 오랫동안 땅을 파내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히말라얀은 인위적으로 리어 휠을 스핀 시키려고 해도 묵직한 무게와 연한 토크 때문에 금방 그립이 잡혀버렸다. 즉, 스크램 411은 무게가 가벼워진 만큼 순간적으로 출력을 더 효과적으로 꺼내 쓸수 있다. 이는 더 다양한 스킬을 구사하거나 더 높은 난이도의 코스를 주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방에 높게 올라온 스크린이 없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더욱 역동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스크램 411은 전방에 21인치 휠과 트래블이 10mm 더 긴 포크를 장착한 히말라얀에 비해 프런트에 실리는 하중이 증가하여 방향 전환에 유리하다. 19인치 휠을 탑재해 노면 추종성이 떨어지는 것을 커버해 이상적인 세팅이다. 핸들조향각이 좌우로 넓기 때문에 저속 주행이나 드리프트 컨트롤에 유리했다. 선회 도중 안쪽 패그에 무게를 실은 뒤 스로틀을 조금 더 빠르게 전개하면 리어 휠이 자연스럽게 미끄러진다. 확실히 차량 자체의 무게가 줄어들어 미끄러지는 상황, 다시 그립을 찾는 상황 모두 부담이 적다.
브레이크는 히말라얀과 동일한 스펙으로 적용되었고 강력한 제동 성능이 아니라서 오히려 오프로드에서 조작성이 좋다. 전후 모두 점진적으로 제동력이 걸리다가 휠이 잠기는 상황이 오면 즉시 ABS를 개입시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ABS 리어 해제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급격한 경사로를 내려오거나 리어 휠을 슬라이드 시켜 구사할 수 있는 스킬을 연습하기 어렵다. 히말라얀 역시 초기 모델은 ABS 해제가 불가했지만 이후 새롭게 리어 ABS 해제 버튼을 추가한 만큼 스크램 411도 향후 지원될 것으로 기대된다.
편안함
차량이 많은 도심, 좁은 골목길, 요철이 많은 공사 도로 등 우리가 쉽게 마주하게 되는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도 스트레스가 적다. 먼저 도로의 흐름을 완벽하게 앞서 달릴 순없지만, 일반적인 도심의 차량 중 우위에 서서 달리는 건충분하다. 또한, 상체가 편안하게 서는 업 포지션이 취해지는데 시트의 착좌감이 우수하고 핸들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아 폭넓은 신장의 라이더를 커버한다.
신장 179cm의 라이더는 팔꿈치를 올리거나 내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양발이 쉽게 바닥에 닿기 때문에 전도에 대한 부담도 적다. 자세가 편안한 만큼 시야가 트이고 바이크와 동기화되어 도로의 흐름에 녹아들 수 있다. 다시 한 번 야야기하지만, 히말라얀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가속이 더욱 경쾌하다. 확실히 투어링보다 어반, 조금 더 젊은 감각이 느껴진다.
맛있는 양념
로얄엔필드가 히말라얀을 출시했을 당시 가성비 어드벤처 시장을 모두 잡아먹었다. 어디 하나가 뛰어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달릴 수 있다는 강점을 살렸다. 하지만, 무엇인가 ‘짠!’하게 느껴지는 양념 같은 요소가 부족했다. 딱 그 가려움을 스크램 411이 경량화와 스타일링으로 해결했다. 물론, 오프로드 비중이 높은 장거리 투어라면 히말라얀이 유리하겠지만, 그 외에 일상 라이딩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 스크램 411이 확실히 맛있다.
/
ROYAL ENFIELD SCRAM 411
엔진형식 4스트로크 단기통 보어×스트로크 78 × 86(mm) 배기량 411cc 압축비 9.5 : 1 최고출력 24.3hp / 6,500rpm 최대토크 32Nm / 4,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 용량 15ℓ 변속기 5단 리턴 서스펜션 (F)41mm텔레스코픽 정립 (R)싱글쇽 링크 타이어사이즈 (F)100/90 19 (R)120/90 17 브레이크 (F)300mm싱글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60×840×1,165 휠베이스 1,455mm 시트높이 795mm 차량중량 185kg(연료제외) 판매가격 635~644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로얄엔필드코리아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