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빛내는 어드벤처, 두카티 데저트 X

    역사를 빛내는 어드벤처

    DUCATI DESERT X

    이미 검증된 엔진과 고성능 파츠로 패키징 된 만큼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확실히 잘만들어졌다. 하지만, 내 예상처럼 완전히 험준한 오프로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폭넓은 영역의 라이더들에게 어드벤처의 재미를 경험시켜줄 수 있는 모델이다.

    21/18. 두카티가 데저트 X의 출시를 예고하면서 등장시킨 키워드다. 이 숫자는 데저트 X의 전후방의 휠 사이즈를 나타내며 이는 경량 엔듀로 바이크부터 어드벤처 바이크까지 오프로드에 목적을 둔 모델들에게 기준과 같은 설정이다. 그래서 스포츠성을 중요시하는 두카티가 완전히 오프로드에 집중한 모델을 출시한다?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인 만큼 두카티가 선보이는 21/18 어드벤처, 즉 데저트 X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

    데저트 X가 1990년대 다카르 랠리에서 두카티 엔진을 장착하고 활약했던 카지바 엘리펀트 모델을 모티브로 개발되었다는 건 이미 들어봤을 것이다. 커다란 전후 휠과 긴 트래블의 서스펜션, 두 개의 원형 헤드라이트와 거대한 연료 탱크까지 대부분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절대 구식이라는 느낌이 없고 현대적인 터치로 고급스럽게 잘 표현해냈다. 특히 DRL이 적용된 두 개의 원형 헤드라이트의 존재감은 과거 모델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좋다. 또한 별도로 추가되지 않고 깔끔하게 이어지는 윈드 스크린은 센터 타워가 적용된 랠리 머신의 분위기를 낸다. 측면으로 돌아서면 높게 올라온 하얀 연료 탱크가 눈에 들어오고, 카지바 엘리펀트의 레드와 블루 스트라이프 패턴이 시선을 빼앗는다. 과하게 티내지 않으면서도 모티브한 모델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잘 녹였다. 시트는 라이더와 동승자를 분리한 투 피스 시트인데 연료 탱크를 살짝 덮고 내려와 후방으로 매끈하게 빠진 디자인이 과거 모델의 실루엣을 닮았다.

    친절한 어드벤처

    시트고는 875mm로 어드벤처 시장 안에서도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다리를 내리는 공간을 날렵하게 디자인한 덕분에 실제 발착지성은 나쁘지 않다. 또한, 기본 프리로드가 부드럽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리어 쇽이 큰 폭으로 가라앉는 덕도 있다. 데저트 X는 다양한 전자장비를 갖추고 있다.

    스포츠, 투어, 어반, 레인, 엔듀로, 랠리 총 6가지의 주행 모드와 코너링 ABS, 트랙션 컨트롤, 윌리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퀵시프터, 크루즈 컨트롤 등을 모두 지녔다. 특히 주행모드를 자기 입맛대로 커스텀할 수 있고 FULL, HIGH, MEDIUM, LOW 총 4가지로 출력을 조절할 수 있다. 미디엄과 로우는 75마력으로 최고출력을 제한하고 스로틀 반응으로 차이를 뒀다. 하이로 설정하면 부드러운 스로틀반응과 함께 95마력을 발휘하고, 풀 모드에서는 110마력을 모두 사용할 뿐만이 아니라 더욱 날렵한 반응성으로 엔진의 잠재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스로틀을 조작하면 전후 서스펜션이 쉽게 눌리며 불편한 움직임을 억제하고 부드럽게 나아간다. 덕분에 금방 바이크에 적응하고 스로틀을 과감하게 조작할 수 있다. 사실 주행 모드가 여러 가지 마련되어 있는데 미들급 어드벤처정도는 풀 파워에 가장 빠른 스로틀 반응으로 설정해도 버겁지 않기 때문에 줄곧 랠리 모드로 주행했다. 또한 시승차량의 경우 순정 타이어가 아닌 모토즈 랄츠 타이어가 장착되어 더욱 과감한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했다.

    오버 스펙

    바이크가 가속해 나가는 감성이 익숙하다. 이전에 시승했던 뉴 몬스터와 동일한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인데 중간 영역의 토크만 조금 더 보강된 느낌이다. 물론, 차량 중량이 35kg가량 무거운 223kg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느껴진다. rpm이 중반 영역을 넘어 한계 rpm까지 올라가는 구간에서 연료 탱크 아래에서 올라오는 흡기음이 가속 본능을 자극한다. 오프로드를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긴 서스펜션과 커다란 휠이 자잘한 요철을 가볍게 걸러낸다. 실제 수치상의 차량 무게는 꽤 무거운 편인데 속도가 높아질수록 무게감은 줄어들고 서스펜션이 바쁘게 움직이며 무게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는다. 그 움직임은 마치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긴 4륜 랠리카가 연상된다.

    핸들 스티어링 각도도 충분하기 때문에 좌우 무게 밸런스를 잡기 쉽고 저속 주행도 용이하다. 서스펜션의 기본 댐핑이 부드러운 만큼 제동 상황에서도 피칭이 크게 일어나며 프런트 그립을 느끼기 쉽다. 전방에 320mm더블디스크와 브렘보 M50 모노블럭 캘리퍼가 장착되었는데 사실상 오버 스펙이다. 최신 리터급 바이크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조합으로 매우 강한 제동 성능을 발휘하는데 결과적으로 제동 성능에 비해 타이어 그립이 뒷받침해 주지 못해 프런트 락이 쉽게 일어나고 ABS가 개입해 제동거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도로주행을 고려하면 너무 좋은 세팅이고 조금 더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따라 제동하면 ABS 개입을 억제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성능이 너무 좋아서 부드러운 조작이 필요하다는 게 재밌다.

    그 이상도 문제없지

    주행 속도를 더 높이면 서스펜션과 박자가 엇갈리기 시작한다. 작은 요철도 주행 속도가 높아지면 큰 충격이 되기 마련이다. 스트로크가 길고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움직임의 폭이 큰 만큼 다양한 충격을 쉽게 흡수해내지만 그만큼 리바운드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속되는 요철에서 허둥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때 전후 서스펜션의 댐핑을 조절해주면 예상보다 댐핑이 크게 변하고 원하는 세팅을 찾아갈 수 있다. 특히 85kg의 체중에 맞춰 리어 쇽의 프리로드를 걸어주니 더 원활한 움직임을 제공했다.

    초기 세팅은 초심자부터 대부분의 라이더를 큰 폭으로 고려했다면 지금은 꽤 공격적인 주행까지 받아낸다. 특히, 드리프트나 윌리를 구사할 때 스로틀 조작에 따라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예상보다 휠베이스가 길게 느껴지기 때문에 불안감이 적고 느긋하다. 1단과 2단 기어가 길게 늘어져 있는 세팅이라 미끄러운 오프로드에서 꾸준하게 가속해가며 달리기 좋다.

    전천후 듀얼퍼퍼스

    다시 돌아와서, 데저트 X를 냉정하게 다시 바라보면 이렇다. 랠리 머신이 떠오르는 디자인, 커다란 휠과 긴 트래블의 서스펜션이 오프로드를 달려야만 할 것처럼 보인다. 우선 맞다. 오프로드를 달려보니 꽤 많은 고민이 녹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은 온로드의 편안한 투어러로써도 강점으로 기대된다. 또한 경쾌한 엔진과 뛰어난 전자장비는 온로드 와인딩에서도 일품일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데저트 X는 엔듀로바이크에 가깝지 않다는 것이다. 분명히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넘나들 수 있는 듀얼퍼퍼스고, 어드벤처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선택의 고민만 늘어났다.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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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ERT X OFF-ROAD TEST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과거 전쟁에서 승리 후 카이사르가 원로원에 보낸 보고서 내용은 단 세 마디였다. 자신감과 자부심!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데저트 X의 출시는 카이사르가 승리 후 개선했을 때 같았다.

    류명걸

    한국에서 드디어 만났다. 이탈리아에서 라이딩 했을 때 그 흥분과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되어 기다리는 동안 너무 신났다. 2018년 모터사이클 쇼에서 콘셉트 모델이 전시되고 22년 양산형이 출시되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데저트 X는 많은 고민과 테스트를 통해 출시되었다는 걸 이탈리아 시승에서 느낄 수 있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Edi Orioli 선수는 1990년과 94년 다카르 랠리에서 우승했다. 영광을 재현하듯 카지바 엘리펀트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은 두카티가 이탈리아 레드가 아니 화이트 컬러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두카티는 역시 디자인과 엔진이다.

    오프로드를 위해 만들어진 21/18

    202kg의 건조중량은 달리기 시작하면 엔듀로 라이딩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가볍게 움직여 준다. 좁고 타이트한 싱글길에서도 핸들 각이 충분하다. 랠리를 연상시키는 스크린의 간섭도 없다. 엔듀로 모드와 랠리모드는 오프로드에서도 엔진을 더욱 세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었다. 21인치 프런트 휠과 18인치 리어 휠의 조합은 거침이 없다.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가야바제 46m 풀 어저스터블 프런트 포크와 리어 쇽은 길이 없다면 만들어서 갈 기세다. 이 바이크는 오프로드 바이크다. 일반적인 어드벤처 바이크가 19/17인치를 선택하는 것은 역시나 도로주행을 고려한 세팅이다. 공도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그에 따른 서스펜션 세팅 또한 온로드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세미 오프로드는 가능하지만, 본격적인 오프로드에서는 최저지상고가 낮아 둔덕을 넘어가거나 물골을 넘어가기도 버겁다. 타이어 선택의 한계도 존재한다. 하지만, 데저트 X의 21인치, 18인치 휠은 오프로드에서 탁월하다. 이미 오프로드에서 검증된 치수이기도 하다.

    오프로드에 걸맞은 프런트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는 모토크로스 트랙에서도 충분히 주행이 가능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두카티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오프로드 바이크 2010년, 최초의 멀티스트라다의 등장 이후 12년 만에 오프로드 모델인 데저트 X가 론칭하게 되었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스릴 넘치는 오프로드 주행은 데저트 X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욕망을 채워줄 것이다. 두카티는 전통, 장인 정신, 스타일과 도전을 상징하며 독특한 이탈리안 디자인과 차별화되는 고유한 스타일, 최고의 실력을 갖춘 테크니션들이 만들어내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모터사이클이다. 그런 두카티의 정신이 느껴지는 데저트 X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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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CATI DESERT

    엔진형식 4스트로크 L형 2기통 보어×스트로크 94 × 67.5(mm) 배기량 937cc 압축비 13.3 : 1 최고출력 110hp / 9,250rpm 최대토크 92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1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6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 21 (R)150/70 18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6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24×845×1,162 휠베이스 1,608mm 시트높이 875mm 건조중량 202kg 판매가격 2,630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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