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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한 존재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XE
스크램블러의 인식을 완벽하게 바꿔준 모델이다. 클래식한 디자인을 담고 있지만 실제 성능은 현대의 어드벤처 바이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력한 부분도 있다.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유일한 스크램블러,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E다.
스크램블러 장르는 과거 라이더들이 흙길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 튜닝하며 탄생했다. 20세기, 영국에서 정해진 서킷을 달리는 것이 아닌 단순히 A 지점부터 B 지점까지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리는 레이스를 진행했다. 그 당시 거친 노면을 달리기 위해 더 높은 서스펜션과 펜더를 장착하고 스포크 휠과 블록 패턴 타이어로 개조했다. 또한, 헤드라이트 마운트를 짧게 처리해 잦은 충격을 대비했고 낮게 깔려 있던 일반적인 머플러를 높게 장착해 파손을 방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1960년대 스크램블러는 큰 인기를 끌었고 혼다를 비롯해 여러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양산형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크램블러의 어원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레이스를 중계하던 사람이 선수들의 경합을 보고 “scramble!”이라는 표현을 사용한것이 유래라는 썰도 있다.
뛰어난 디테일
새로운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E는 외형의 변화없이 유로 5를 대응했다. 시승 차량의 경우 몇 가지 옵션 파츠들이 장착되어 스크램블러의 인상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트라이엄프는 다양한 클래식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디테일이 돋보인다. 연료 탱크의 도장 퀄리티와 브러시드 알루미늄 파츠가 고급스럽고 유광과 무광 컬러를 적절하게 사용해 입체감을 살렸다. 파츠 하나하나의 라인이 깔끔하고 제 위치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느낌이다. 모든 파츠들의 조화가 좋다 보니 하다못해 핸드 가드의 플라스틱까지도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전체적인 스크램블러의 그림을 그려놓고 각 부위에 어떤 소재로, 어떤 디자인을 사용해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제작한 느낌이다.
스크램블러 스타일을 완성하는 업 머플러. 기존 촉매 위치를 뒤쪽으로 변경해 체감상 발열이 줄어들었다
전도 시 엔진 파손을 막아주는 알루미늄 가드. 순정 옵션 파츠로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다면 필수 장비다
바람과 장애물로부터 손을 막아주는 핸드 가드. 플라스틱을 감싼 알루미늄이 고급스럽다
DRL이 적용된 LED 원형 헤드라이트가 고급스럽고 순정 옵션 파츠인 알루미늄 가드가 덧대어 있다

겉멋 아닌 ‘진짜’
멋스러운 외형 디자인만큼이나 갖춘 파츠도 본격적이다. 프런트에 21인치 스포크 휠을 장착하고 320mm더블디스크와 브렘보 M50 모노블록 캘리퍼를 갖췄다. 여기에 쇼와의 조절식 47mm 대구경 프런트 포크와 올린즈의 조절식 피기백 타입 쇽이 장착됐다. 전후 250mm 트래블을 보면 오프로드 주행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특히 리어의 올린즈 쇽은 지금까지 살면서 양산형 모델 중에 이렇게 긴 쇽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길다. 풋 패그는 상단의 고무를 쉽게 제거하면 오프로드 스타일로 사용할 수 있고 접이식 체인지 레버와 높이 조절이 가능한 리어 브레이크 페달, 알루미늄 핸드 가드로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모습이다.
풋 패그의 고무를 제거하여 오프로드 스타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브레이크 페달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리어에 조절식 올린즈 피기백 타입 쇽이 장착되어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적응하기 쉬운 편안함
제원상 시트고는 870mm로 정말 높은 편이다. 일반적인 클래식 바이크보다는 어드벤처 바이크에 가까운 수준이 다. 하지만 실제로 앉아보면 서스펜션이 가라앉기 때문 에 예상보다 발 착지성이 좋다. 넓은 핸들 바는 높게 위치하여 당당한 포지션이 취해지는데 생각보다 앞당겨 앉아야 전후 무게 배분을 알맞게 맞출 수 있다. 클러치와 브레이크 레버를 손에 맞춰 조절하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스크램블러 1200 XE은 기존과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는데 최고 출력 90마력을 150rpm 낮은 7,250rpm에서 발휘하고 110Nm의 최대 토크를 4,500rpm에서 낸다. 유로 5를 대응했음에도 제원상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실제 움직임도 여전히 경쾌하다. 특히 낮은 회전수부터 아스팔트에 두툼한 토크를 뿌리는 재미가 상당하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클러치를 붙이는 순간 rpm을 자동으로 슬쩍 올려주어 차량 중량 230kg의 거구가 가볍게 움직인다. 날씨가 추운 탓에 출발과 함께 리어 휠이 슬쩍 미끄러졌는데 곧바로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하여 안정적으로 자세를 고쳐 잡는다. 높은 시트고에 겁을 먹었던 처음과 달리 이내 전자 장치를 믿고 스로틀을 과격하게 열며 달리게 된다. 기존 오른쪽 종아리 부분의 발열은 촉매 위치가 변경되면서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프런트의 거대한 휠과 높은 포지션 때문에 핸들링에 따른 움직임이 재빠르진 않다.
하지만 카운터 스티어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껑충껑충 차선을 바꾼다. 무게 중심이 가운데 잡혀 있기 때문에 기울기가 깊어져도 불안감이 적다. 제동 시 브레이크의 성능이 좋은 만큼 프런트 포크가 깊게 들어간다. 이는 블록 패턴 타이어의 마찰력이 좋다는 반증이기도 하며 포크의 움직임이 적극적인 만큼 프런트의 마찰력을 느끼기 좋다. 약간의 제동으로도 피칭 모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속도가 낮은 영역에서도 다루는 재미가 상당하다. 참고로 브렘보 M50 모노블럭 캘리퍼와 320mm더블디스크 조합은 원래 슈퍼바이크나 하이퍼 네이키드에 장착되는 최고수준의 고사양 브레이크다.
세분화된 주행모드
스크램블러 1200 XE는에 출력과 전자장치 개입을 세분화시킨 6가지 주행모드가 있기 때문에 하나씩 테스트했다. 가장 기본적인 로드 모드에서는 스로틀 개방만으로 프런트가 슬쩍슬쩍 들리며 가속한다. 하지만 일정 이상 떠오르기 전에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하여 라이더가 거부감 없이 부드러운 가속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로드 모드에 비해 프런트가 들리는 느낌이 확실하다. 특히 스로틀을 열면 3-4.000rpm 영역을 지나면서 가볍게 떠오른다. 3,000rpm 이하에서는 고동감과 토크가 매력적이고 4,000rpm을 기점으로 약간의 진동과 함께 고속으로 뻗어나간다. 대략 6,000rpm 정도가 되면 한계 회전수에 도달했다고 느껴지는데 사실 7,000rpm이 넘어서까지 짜릿하게 탄력을 이어간다. 레인 모드에서는 스로틀을 끝까지 전개해도 프런트가 떠오르지 않고 스로틀을 리턴했을 때도 백 토크로 인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비가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테스트했지만 실제로 우천 시라고 가정하고 부드럽게 조작한다면 꽤 똑똑하게 보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프로드 모드는 스로틀 반응이 부드럽고 리어 ABS가 해제됨과 동시에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도 줄어든다. 사실 오프로드 모드는 내 입맛에 맞게 커스텀하여 가장 많이 사용했다. 스로틀 반응을 스포츠 바꾸고 리어 ABS와 트랙션 컨트롤은 해제하고 즐겼다. 오프로드 프로 모드는 전후 ABS가 모두 해제된다. 타브랜드의 경우 대부분 유로 5 모델을 출시하면서 프런트 ABS를 해제할 수 없도록 설정했다. 하지만 트라이엄프는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에는 프런트 ABS가 제동에 방해를 끼친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스크램블러 1200 XE로 본격적으로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 모드는 라이더의 취향이나 주행 조건에 따라 스로틀 반응, ABS, 트랙션 컨트롤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숨길 수 없는 오프로드 성능
사실 스크램블러 1200 XE를 시승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고 매번 오프로드 위주로 테스트했기 때문에 이번엔 흙길을 밟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 007 노타임 투 다이에서 스크램블러 1200 XE의 경쾌한 움직임이 아른거려 오프로드 테스트도 감행했다. 도로 위에서는 ‘너무 낭창거리나?’ 싶었던 서스펜션이 오프로드에 들어서자 잔잔한 요철을 모두 걸러낸다. 고급 승용차를 타듯 묵직한 무게가 중심을 잡고 서스펜션이 바쁘게 움직이며 안정적인 승차감을 주는 느낌이다. 속도를 높여도 생각보다 쉽게 한계를 드러내지 않고 프런트가 가볍기 때문에 요철이 많은 오프로드에서 자유자재로 다루기 좋다. 어설픈 어드벤처 바이크보다 훨씬 움직임이 가볍기 때문에 230kg의 묵직한 차량 중량은 그저 수치에 불가하다는 평가다. 또한, 노면 상황이나 라이더 포지션에 따라 댐핑 조절이 가능한 점도 마음에 든다. 스트로크가 긴 만큼 연속되는 요철에 반응이 늦는 경우도 있는데 댐핑 조절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할 것 같다. 최저지상고가 충분히 확보되어 낙차가 심한 코스도 무리 없이 주파한다. 프런트 ABS를 해제하면 확실히 빠른 제동 성능도 경험할 수 있는데 순정 타이어의 오프로드 성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맛만 봤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위주 듀얼 타이어를 장착하면 어떤 성능을 발휘할지 속으로 침을 질질 흘렸다.
진짜 스크램블러
스크램블러 1200 XE를 시승하기 전에 ‘이번에는 온로드 위주로 테스트해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이번에도 오프로드 성능에 반해버렸다. 확실히 같은 1200시리즈 중 비교적 기본 모델인 스크램블러 1200 XC가 온로드 위주의 일반적인 양산형 스크램블러라는 느낌이다. 스크램블러 1200 XE는 한 단계 위에 있다. 아니 솔직히 일반적인 스크램블러 모델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머지 스크램블러들은 그저 ‘오프로드 룩’이라고 치부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머신이다.
TRIUMPH SCRAMBLER 1200 XE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7.6 × 80(mm)
배기량 1,200cc 압축비 11 : 1
최고출력 90hp / 7,250rpm
최대토크 110Nm / 4,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7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 21 (R)150/70 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5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905×1,250
휠베이스 1,570mm
시트높이 870mm
차량중량 230kg
판매가격 2,425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트라이엄프 코리아 triumphmotorcycl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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