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스루트] 단양을 지나 대구로

JOHNNY’S ROUTE

단양을 지나 대구로

안녕하세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1월, 쟈니블랙의 투어 루트는 저 멀리 대구로 정했습니다. 먼저 대구로 향하는 첫 번째 경유 지점인 단양 팔경 중 가장 유명한 도담삼봉을 향해 출발합니다.

도담삼봉

답답한 도심을 뚫고 서울 공항을 지날 즈음이 되니 조금은 시원한 주행이 가능합니다. 충주호나 단양으로 방향을 잡는 라이더라면 지금부터 조금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행을 해야 합니다. 보통 라이딩 경력이 오래된 분들에겐 저마다 손에 꼽는 위험을 느끼는 구간들이 존재할 겁니다. 분당에서 이천을 지나 여주까지 이어지는 3번 국도는 경험상 유난히 난폭운전이 많고 화물 차량의 통행이 잦은 곳으로 항상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방어 운전에 신경을 쓰면서 주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충주호 이정표가 보입니다. 평소 같았다면 분명히 충주호의 와인딩 길을 지나 물길을 따라 단양으로 향했겠지만, 오늘 여러 곳을 둘러본 뒤 대구까지 도착해야 하므로 다음으로 미루기로 합니다. 만약 당일치기로 단양을 향하는 분들이라면 물길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충주호에서 단양으로의 코스도 아름다우니 한번 가보시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참을 달려 드디어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인 도담삼봉에 도착했습니다. 단양의 아름다운 명소 단양 8경 중 가장 유명하고, 항상 첫 번째로 언급되는 도담삼봉은 북한강 줄기 위에 우뚝 솟은 세 봉우리를 말합니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장군봉, 우측이 부인봉, 좌측을 첩봉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정선의 삼봉산이 홍수 때 떠 내려와 이곳 단양에 자리한 뒤 정선군에서 “우리 삼봉산을 단양이 무단으로 사용 중이니 세금을 내라”고 했는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의 건국에 앞장을 섰던 정도전이 기지를 발휘해 “우리는 원한 적이 없는데 정선의 삼봉산이 이곳으로 떠내려와 무단으로 물길을 점거하고 있으니, 세금을 내야 할 곳은 오히려 너희 정선군이다”라는 기지를 발휘한 곳이라고 합니다. 또한, 정도전은 호인 ‘삼봉’ 역시 이 도담삼봉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도담삼봉 아래로 흐르는 남한강을 카약이나 패들보드로 여행한 적이 있는데, 물 위에서 올려다보는 도담삼봉의 경치 또한 매우 아름다우니 따뜻한 계절에 이곳을 찾는 독자 여러분이 있다면 꼭 한번 배를 타고 도담삼봉 유역을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제 단양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만천하 스카이 워크를 향해 출발해 보겠습니다.

만천하 스카이워크

만천하 스카이워크

단양군에서 심혈을 기울여 관광단지로 조성한 곳 중 가장 대표적인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우고 셔틀버스나 모노레일을 이용해 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조금은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으나 단양을 여행하는 라이더 분들이라면 시간을 투자해 만천하 스카이 워크를 올라보시길 추천합니다. 보통 전망대는 한쪽 방향만 볼 수 있는 것에 비해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이름에 걸맞게 나선형의 구조물을 걸으며 정상을 향하는 동안 단양 시내와 단양을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의 모습을 두루 구경하며 오를 수 있습니다.

단양의 풍경

또 정상에 도착하면 바닥이 투명하게 보이는 망루를 걸으며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답니다. 정상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단양의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말발굽을 닮은 듯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병풍과도 같은 산맥 고도가 높아지며 더욱더 청명해 보이는 푸른 하늘까지 더해지니 여긴 정말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두세 번 듭니다. 

이끼 터널

단양 여행의 장점 중 한가지는 볼거리들이 대부분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많은 라이더들의 인스타그램이나 사진을 보다 보면 짙은 초록색이 신비롭게 보이는 이끼 터널에서 바이크와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이끼 터널과 단양의 명소 잔도길 두 곳 모두 만천하 스카이워크 앞의 도로를 따라 이어집니다. 원래 이 도로는 오래된 철도를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작은 터널에는 각종 조명을 이용한 화려한 네온사인을, 기차가 지나던 좁은 길은 이끼터널이라는 이름으로 인생 사진에 등장하는 명소가 되었답니다. 한겨울에 방문한 이끼 터널은 푸르른 본연의 매력은 없었지만 이곳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는 것도 아니니 그리 밑지는 장사는 아닌 셈입니다. 그렇게 단양을 천천히 여행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보니 조금씩 허기가 지기 시작합니다.

대구 서구 북비산로74길 49

인동촌 아나고 거리

대구에서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맛집도 소개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아무리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고 하더라도 어중간한 음식으로 허기를 채워선 안 됩니다. 이끼 터널 이후 저는 적산대교를 지나 문경과 예천을 관통하며 두 시간을 조금 더 달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대구에 도착했습니다. 허기를 참고 견딘 보상과도 같은 오늘의 저녁 메뉴인 인동촌 시장의 아나고와 꼼장어 골목에 도착했지요. 대구 인동촌 시장에는 50m 정도 되는 아나고 골목이 있는데, 제가 오늘 찾아갈 곳은 그중에서도 가장 원조 격인 서울 아나고입니다.

국내에서 아나고와 곰장어로 유명한 몇몇 장소를 꼽으라면 여수와 거제의 하모샤브샤브와 부산 기장과 자갈치 시장의 곰장어 구이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동안 전국을 누비며 먹어본 모든 아나고와 꼼장어를 통틀어 단 한곳을 추천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이곳 인동촌 골목의 서울 아나고 일 정도로 이곳의 아나고 구이와 산 곰장어의 맛은 탁월합니다. 게다가 유명 관광지가 아닌 덕분에 월등한 가성비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서비스로 주시는 번데기를 하나하나 집어먹다 보면 어느새 주인아주머니가 은박지로 꽁꽁 둘러싼 곰장어를 숯불 위에 올려줍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은박지가 요동을 치기 시작하면 어느덧 고소한 곰장어 익어가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곰장어를 먹을 때에는 처음은 꼭 소금 기름장에 찍어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씨알이 굵고 유난히 힘이 좋은 이곳의 곰장어는 그 굵기만큼이나 입안에서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식감이 예술입니다. 또한 한입 깨물면 퍼지는 고소한 육즙과 풍미는 처음 곰장어를 드시는 여성분들도 바로 매니아로 바꿔버리는 마법과도 같은 맛을 자랑합니다. 이곳에서 산 아나고를 주문할 때에는 양념 없는 소금구이를 추천합니다.

살만 잘 발려진 아나고의 두툼한 몸통과 함께 서빙되는 조금은 징그러운 아나고 머리는 ‘아나고 대가리’ 라는 단일 메뉴가 있을 만큼 색다른 씹는 맛으로 술꾼들에겐 더없이 훌륭한 안주거리입니다.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진 아나고 몸통은 소금 기름장 보다는 함께 나오는 특제 고추 양념장에 찍어 먹어야 하는데, 이 양념장 맛이 기가 막힙니다. 보통 양념장은 우러나는 깊은 맛에 중점을 맞추는 반면, 이곳의 고추 양념은 젓가락으로 조금만 찍어 먹어봐도 그 신선함과 시원하고 톡 쏘는 재료의 감칠맛이 아나고 숯불구이를 한없이 입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맛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즐거움 중 아주 큰, 아니 어쩌면 여행의 즐거움에 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분이 전국 각지에 숨어있는 지역색이 찐~한 맛집을 찾아가는 것인데, 그동안 대구에 별다른 맛집이 없다고 느꼈던 분이라면 제 말을 믿고 방문해 보셔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대구 북구 고성북로 10길 41

야경이 멋진 카페

오늘 하루 좋은 경치와 맛있는 특식을 먹었는데 후식인 커피라고 아무 곳이나 알려드릴 수는 없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앞서 제가 대구를 향해 투어 루트를 설정한 이유 중 ‘야경이 멋진’ 이라는 말을 기억하시나요? 커피와 디저트는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 독특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초대형카페 빌리 웍스(billy work)를 추천합니다. 빌리 웍스는 버려진 철강 공장과 폐 교회를 젊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꾸며낸 공간인데 몇 년 전 SNS에서 이곳의 사진을 본 뒤 일부러 찾아서 방문했던 곳입니다. 방금 식사를 마친 인동촌 시장 아나고 골목과도 가깝습니다. 이곳은 3개 층으로 구성된 매우 넓은 개방형의 카페입니다.

1층에는 커피를 주문하고 픽업하는 공간과 반대편으로는 서로 다른 소파를 널찍하게 배치한 탁 트인 공간이 있으며, 구멍이 숭숭 뚫린 천장을 통해 하늘과 연결된 작은 마당이 있습니다. 이층으로 올라가면 희색으로 꾸며진 세련되고 깔끔한 좌석과 인테리어로 꾸며진 공간을 지나 오래된 주택의 장독대와 옥상이 연상되는 재미난 구조의 외부와 연결되는 계단이 나오는데 이곳의 하이라이트와 같은 공간인 3층 루프탑으로 연결이 됩니다.

멀리 찻길 건너편으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를 제외하면 바로 주변에는 높은 건물이 전혀 없는 이곳 카페만의 지리적 조건 덕분에 이곳 루프탑의 개방감은 그야말로 압권이죠. 거기에 성인의 허리높이 정도로 좌석마다 칸막이 같은 나지막한 담들이 미로처럼 뒤섞인 공간은 이곳 방문자의 SNS피드를 풍성하게 채워주기에 충분할 겁니다.

수성못의 야경

김광석 거리와 수성못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바로 김광석 거리입니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김광석 다시 그리 길’인데, 고인이 된 우리 시대의 위대한 아티스트 고 김광석 씨가 실제 살았던 대봉동 방천 시장 인근의 골목길을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조성한 벽화거리입니다. 대구를 대표하는 재래시장 중 한 곳인 방천 시장과 운치 있는 포장마차들이 밀집해 있어 아기자기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곳입니다.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면~~” 이라는 노래가 절로 떠오르는 한밤의 김광석 거리의 풍경은 확실히 낮보다 더욱 아름답고 운치가 넘치더군요. 거리의 한 편을 가득 채우고 있는 김광석의 웃는 모습과 그림들, 그리고 그의 가사와 멜로디를 들으면서 그 길을 걷고 있으니 저 역시 처음 그의 음악을 즐겨 듣던 어릴 적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참고로 대구 지역의 젊은 음악가들이 가끔 이곳에서 거리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이 이 길을 걷다가 미래의 김광석을 보게 된다면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네요.

수성못의 산책로

그럼 이제 대구 야경의 명소 수성못 유원지를 향해 출발합니다. 김광석 거리에서 수성못 까지는 바이크로 5~10분 안에 갈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있답니다. 수성못의 변하는 과정을 쭉 지켜봤는데, 20~30여 년 전 수성못은 겨울이 되면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했으며,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조금은 유치해 보이는 오색등과 현수막이 붙어있던 곳에서 최근 몇년 사이 세련되고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탈바꿈을 했습니다. 특히, 알록달록한 색상이 들어간 조명을 일관된 하나의 조명으로 바꾸고 수성못 주변을 깔끔한 데크로 채워 놓아 걷기 좋은 산책로가 되었습니다.

이제 슬슬 잠을 자러 숙소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굳이 만류하는 저를 데리고 막창을 먹으러 가야한다네요. 여러분, 혹시 그거 아시나요? 대구 토박이들에게 막창이란 막창 본연의 맛보다는 장맛으로 선호도가 나뉜다는 사실을! 저도 막창이라는 음식을 한두 번 먹을 때까지는 잘 몰랐는데, 만나는 대구 현지인들마다 선호하는 가게가 한 번도 겹치지 않더라고요. 결국 연탄을 이용해 구워주는 노포 스타일의 막창을 야식으로 흡입한 뒤 숙소에 들었답니다.

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 마을

서울까지 돌아오는 길에도 기가 막힌 투어코스 한 곳은 들려줬지요. 바로 무섬 마을입니다. 사실 무섬 마을은 여러 차례 지난 적이 있으나 항상 저와는 인연이 닿지 않아서 인지 제가 이곳을 찾으면 극심한 정체와 북적이는 관광객들로 아쉬움을 가지고 발길을 돌리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겨울이기도 하고 평일이어서 인지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향했던 것이죠. 그리고 다행히 저의 예상은 적중했답니다. 저 밖에 없었거든요. (웃음) 

무섬 마을은 영주와 안동을 이어주는 내성천의 가운데 위치한 아담하고 조용한 한옥 마을로 많은 한옥 마을이 실제 거주하는 주민 없이 오로지 관광지로 변한 것과는 다르게 아직도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작지만 살아있는 한옥 마을입니다. 또한 안동의 하회 마을과 일부 유명한 한옥 마을 혹은 고택의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는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상업적인 간판과 업장이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지금처럼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시기에 방문하시면 한적하고 아름다운 한옥 마을의 모습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또한 바로 옆에 위치한 외나무다리는 석양과 어우러져 고즈넉하면서도 서정적인 경치를 보여주더군요. 찬바람이 부는 한겨울에 외나무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그야말로 남자의 고독에 감성이 한 스푼 더한 듯한 맛이었습니다. 40여 가구의 한옥이 서로 지붕을 맞대고 오손도손 이루어진 무섬 마을에서 수백 년의 역사와 전통을 생각보다 더 따뜻한 느낌을 받으실 것입니다. 무심마을을 끝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럼 독자 여러분, 더 좋은 경치와 라이딩 코스 그리고 맛집과 함께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쟈니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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