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쿠터, 스포츠 DNA를 담다
SUZUKI SWISH 125
스포츠 스쿠터의 명가인 스즈키에서 선보인 스위시 125. 작고 날렵한 몸놀림으로 복잡한 도심에서는 슈퍼 스포츠고 네이키드고 다 덤벼도 이기기 힘든 것이 바로 이 스포츠 스쿠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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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는 참 재밌는 브랜드다. 여러 탈것을 만들고 있지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분야가 슈퍼바이크와 경차, 그리고 스쿠터 분야다. 최근에야 그 위세가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스즈키 스쿠터는 언제나 성능과 재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06년 출시된 GSR125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이를 진화시킨 GSR125 NEX로 이어지는 스포츠 스쿠터 라인업은 성능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며 큰 인기를 끌었다.

NEX에서 직계 후손이 바로 오늘 소개할 스위시 125다. 기존의 NEX를 꾸준히 업데이트해서 전 세계로 판매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을 얹은 모델이다. 대만에서는 기존의 NEX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2020년 모델도 여전히 그 이름과 디자인 그대로 판매 중인데 외형만 다를 뿐 엔진과 내부는 스위시와 거의 같다. 한 집안의 경쟁자였던 어드레스가 상용 시장에 최적화된 모델이 되면서 사실상 스포츠 스쿠터의 계보는 스위시가 책임지게 되었다.
“이거 완전 대박인데요?”
스위시를 먼저 타 본 윤연수 기자가 상기된 얼굴로 감탄사를 외쳤다. 지금까지 타본 스쿠터 중에 가장 재밌다고 칭찬을 늘어놓는다. “이걸로 이런 것도 돼요”라는 말과 함께 훌쩍 올라타서 가볍게 윌리를 하더니 내친김에 스토피까지 선보이며 앞뒤 바퀴를 들썩인다. 스위시가 스턴트 라이딩을 위한 모델은 아니지만 충분한 토크와 가벼운 무게 덕분에 가능한 움직임이다. 차량 중량(연료까지 채운 주행 가능상태)이 114kg에 불과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고 나니 차체에 그려진 스즈키 엑스타 레이싱팀의 리버리가 더 근사해 보인다.



사실 강제공랭방식 엔진에 최고출력도 9.4마력에 불과한 평범한 스펙의 스쿠터지만 직접 타보면 그 움직임이 이해가 된다. 스펙이 생각나지 않는 상쾌한 가속과 가벼운 움직임이다. 스로틀을 열어 클러치가 붙는 구간은 3,500rpm으로 그리 높지 않지만 매끄럽게 붙고 가볍게 출발시킨다. 스로틀을 끝까지 열면 최대 토크가 나오는 6,000rpm에서 7,000rpm 사이를 유지하며 꾸준히 속도를 붙인다. 평지라면 시속 80km까지는 금세 도달한다. 최고속의 큰 의미가 있는 모델은 아니지만 계기반의 디지털 미터는 가끔씩 100km/h 이상도 어렵지 않게 표시해 준다.
브레이크 성능도 괜찮다. 리어는 드럼, 프런트에는 2피스톤 캘리퍼의 평범한 조합이지만 무게가 가볍다는 것은 제동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기본 세팅이 마른 노면에서 아슬아슬하게 락이 걸리지 않는 수준으로 강하게 세팅되어 프런트에 제대로 하중을 싣지 못하거나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락이 걸릴 수 있으니 제동 시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 ABS는 적용되지 않았다.



특별할 것 없이 특별한
Swish는 우리말 표현으로 하면 ‘휙’ 혹은 ‘쌩’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Swish’ 하고 돌아나갈 만큼의 민첩한 성능은 1250mm에 불과한 짧은 휠베이스와 10인치 휠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가벼운 휠이 저항을 줄이고 사이즈가 작은 만큼 작은 원도 쉽게 그리는 것이다. 평소 부담스럽게 느꼈던 타이트한 코너나 좁은 골목길에서 진가가 발휘되고 유턴도 1차선 안에서 마칠 수 있을 정도로 회전 반경이 작다. 사이즈가 작다고 불안한 것도 없이 스쿠터를 기울이고 돌아가는 중에도 안정감이 좋다. 탄탄한 세팅의 서스펜션도 한몫을 한다. 기존의 NEX에는 없던 프리로드 조절 기능도 추가되었다. 차체가 가볍지만 차체의 강성이 부족한 느낌이 없다. 콤팩트한 스쿠터임에도 라이더에게 신뢰감을 주는 이유다.

살짝 업 된 기분으로 주행을 하다 보니 이 스쿠터를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덩치가 작은 여성이 타도 부담 없는 콤팩트한 사이즈인데 키 186cm의 덩치가 타도 포지션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차량 사이즈에 비해 시트가 넓고 긴 덕분이다. 여러모로 기특한 스쿠터다. 다만 운전자 좌석은 넉넉하지만 탠덤 좌석 쪽이 좁아서 라이더와 가까이 밀착하게 된다. 뒷사람과 가까운 사이라면, 혹은 가까워지고 싶은 사이라면 오히려 장점이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태우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신호 대기에서 발을 내릴 때 종아리에 뒷사람의 신발이 쉽게 닿는다. 콤팩트한 차체 사이즈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이해되지만 타면서 유일하게 불편했던 점이기에 짚고 넘어간다.
달리기 성능만 좋은 것은 아니었다. 작은 크기에 비해 넉넉한 시트 밑 트렁크 공간은 헬멧과 짐을 여유롭게 실을 수 있고 글러브 박스 크기도 넉넉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우측 핸들바 아래에는 USB 충전포트까지 기본으로 탑재한다. 그야말로 스쿠터의 편의성은 완벽하게 누릴 수 있다. 요 며칠을 너무 편리하고 재밌게 타고 다녀서 진지하게 한 대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스포티한 느낌의 전면과 현대적이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뒤태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매력적인 스쿠터
최근에는 확실히 전기스쿠터가 인기를 끌며 시승차도 전기스쿠터 위주로 타게 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잘 만든 엔진 스쿠터를 타보니 역시나 ‘이걸 전기스쿠터가 어떻게 이기지?’라는 생각이 든다. 스즈키의 SEP(스즈키 에코 퍼포먼스) 엔진은 효율을 극대화해 60km/h로 정속 주행 시 휘발유 1리터로 51km/L(WMTC 실용연비모드 기준 연비)를 간다. 여기에 이렇게 재밌기까지 하다니, 역시 아직은 엔진의 시대가 가기엔 조금 이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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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UKI SWISH 125
엔진형식 공량 4스트로크 단기통 OHC 보어×스트로크 52.5 × 57.4(mm) 배기량 124cc 압축비 10.3:1 최고출력 9.4hp/7,000rpm 최대토크 9.8Nm / 6,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5.5ℓ 변속기 무단변속V벨트 서스펜션 (F) 텔레스코픽 (R) 유닛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10 (R)100/90-10 브레이크 (F)싱글 디스크 (R)드럼 전장×전폭×전고 1,830 × 690 × 1,095mm 휠베이스 1,250mm 시트높이 760mm 건조중량 114kg 판매가격 359만 원
글/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스즈키 코리아 www.suzuk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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