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ltimate Ducati Riding Experience
여러분이 꿈꾸는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스포츠 바이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하루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방금 두카티 V4 S에서 내렸다. 시판 중인 스포츠 바이크 가운데 손꼽히는 모델이다. 터무니없을 만큼 빠르고, 그 능력은 내 실력을 한참 넘어선다. 온몸이 땀에 젖은 채 정신없이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피트 개러지에 있는 한 남자와 라이딩 기술에 관해 수다를 떨고 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어느 트랙데이의 어느 피트레인에서든 있을 법한 장면이다. 다만 이곳은 이탈리아의 뜨거운 아드리아해 연안에 자리한 미사노 월드 서킷이다. 그리고 나와 수다를 떨고 있는 남자는 모토GP 월드 챔피언을 두 차례 차지한 케이시 스토너다. 그러니 그리 평범한 상황은 아니다. 케이시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재능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모터사이클 라이더 중 한 명이고,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고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그랑프리 서킷이다. 이것만으로 심박수가 올라갈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곳에서 케이시와 어울리는 것조차 조금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개러지 건너편에 있던 두카티 코르세 팀원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채드, 월드 슈퍼바이크 V4 R을 탈 시간이에요.” 시간이 느려지고, 맥박이 다시 치솟는다. 케이시에게 미안하다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마치 함께 트랙데이에 온 친구를 대하듯이. 그리고 앞으로 20분 동안 월드 슈퍼바이크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머신이 오롯이 내 것이 된다는 사실에 집중하려 애쓴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니콜로 불레가’가 23승, 이케르 레쿠오나가 1승을 거두며 이번 시즌 24번의 레이스에서 24번 모두 우승한 바로 그 바이크다.

보통의 꿈이었다면 아마 이쯤에서 잠이 깼을 것이다. 하지만 V4 R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에도, Aruba.it 레이싱 크루가 레이스 주말과 똑같이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바이크 주변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것조차 오늘의 절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불레가가 역사를 써 내려가는 이 머신을 타고 나면, 곧바로 마크 마르케스의 GP26에 올라탈 예정이다. 기묘하게도 팩토리 슈퍼바이크가 그저 전희에 불과한 셈이다.
이 꿈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마크의 300bhp, 160kg짜리 팩토리 머신에 올라탈 기회를 얻은 기자는 전 세계에서 나 하나일지 모르지만, 두카티는 몇몇 특별한 고객을 초청해 모토GP와 월드SBK 양쪽에서 세계를 이끄는 바이크를 경험할 기회를 마련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쉽지는 않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건강검진, 시뮬레이터 세션, 기술 브리핑, 적성검사로 구성된 전체 준비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통과해야 한다. 이 바이크들을 타기위해 엄격한 신체 조건도 모두 충족해야 했다. 신장과 체중에 상한이 있고, 체질량지수인 BMI에도 상한선이 있다. 심박수, 혈압, 전반적인 체력 모두 두카티가 정한 범위 안에 들어야 한다. 두카티 엔지니어와 의료진이 완전히 만족한 뒤에야 허가가 내려진다.

주행 전날인 일요일에는 두카티 코르세 엔지니어들과 몇시간에 걸쳐 상세한 기술 설명을 듣고, 마지막에 적성검사를 치렀다. 그리고 주행 전 교육을 받았다. 니콜로 불레가의 슈퍼바이크와 마크 마르케스의 모토GP 머신에 달린 각 버튼의 기능. 바이크가 그래블에 들어갔을 때 해야 할 일. 트랙션 컨트롤과 엔진 브레이크 제어 설정을 조정하는 방법. 눌러야 하는 버튼,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절대로 누르면 안 되는 버튼. 계기판에 나타날 수 있는 경고 메시지와 그에 대한 대응 방법. 목록은 끝이 없었다. 주행 직전 서킷에서 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 다음은 레이스 시뮬레이터였다. 레이스 시프트를 연습하고 미사노의 제동 기준점, 턴인 지점, 코너 탈출 지점을 익혀야 했다.
적성검사, FIM 건강검진, 현장 건강검진, 시뮬레이터 테스트를 모두 통과하고 두카티 코르세 기술진이 내 주행 페이스에 만족한 뒤에야 라이딩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잠깐 지구를 떠날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평생을 훈련한 우주비행사가 된 기분이었다. 거의 누구도 경험하지 못할, 잊을 수 없는 몇 순간을 위한 끝없는 준비였다.

일요일 점심 무렵,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다. 건강검진도 끝났고 적성 평가도 마쳤다. 나는 오늘의 마지막 라이더로 예정돼 있어 아직 레이싱 슈트도 입지 않았다. 긴장을 가라앉히려고 미사노가 처음인 벤의 시뮬레이터 연습을 도와준다. 그다음에는 내 차례다. DRE 아카데미 인스트럭터와 앉아 서킷을 살펴보고, 변속을 복습하고, 시뮬레이터에서 시간을 더 보내며 레이스 시프트 패턴과 이 머신들을 탈 때 필요한 모든 것을 확실히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두 레이스 바이크 모두 1단과 2단 사이에 중립이 없다는 설명을 다시 듣는다. 대신 아래로 눌러 1단을 넣고, 최고 단수까지 계속 아래로 눌러 올린다. 그리고 먼저 도로용 파니갈레 V4 S를 타고 20분을 달린다.
이 세션은 자신감을 쌓고 DRE 인스트럭터가 내 주행 라인, 제동 지점, 자세, 전반적인 기술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후 주행을 되짚고 최종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조정하면, 월드 슈퍼바이크 Aruba.it 팩토리 V4 R을 탈 준비를 마치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된다면 궁극의 단계로 향한다. 오후 6시 서킷이 닫히기 전에 궁극의 양산기반 바이크에서 곧바로 모토GP GP26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행운을 빌어본다. 실수할 여지는 전혀 없다. 이 두 바이크 가운데 어느 하나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개러지에서기다리는 예비 머신은 없다. 두 번째 V4 R도 없고, 대기 중인 여분의 GP26도 없다. 이 기대감과 숨이 막힐 듯 압도적인 긴장감을 말로 전하기는 어렵다.

우리 중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도 인생의 상당 부분을 오직 바이크를 타고 레이스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이제는 너무 심하게 긴장해 횡설수설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도록 애쓰며, 이 순간의 엄청난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이미 충분히 부담스러운 상황에 케이시 스토너가 떠오르는 모토아메리카 슈퍼스포츠 스타 케일라 야코브와 함께 걸어 들어온다. 케일라는 미국 챔피언십에서 폴 포지션과 포디엄을 차지하며 인상적인 시즌을 보낸 뒤 두카티의 초청을 받았다. 두카티 VIP 고객 대부분은 이미 오늘 일정을 마쳤다. 이제 남은 사람은 우리 둘뿐이다.
풀 레이스 배기 시스템과 피렐리 레이싱 슬릭 타이어를 장착한 파니갈레 V4 S를 타고 트랙에 나간다. 미사노에서 달리는 것은 언제나 특별하다. 빠르고, 흐름이 매끄러우며, V4 S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트랙 뒤쪽의 길게 휘어지는 구간에서는 막 5단이 들어가고, 출발·결승선을 지나 직선을 달릴 때는 4단으로 거세게 가속하다가 다시 제동할 때가 오기 전에 때때로 5단에 도달한다.
230마력에 가까운 출력에 중량은 불과 181.4kg. 서킷에서 놀라운 모터사이클이다. 맹렬하게 빠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이며, 끝없이 만족감을 준다.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날 트랙에서 탈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 바이크 중 하나다. 하지만 땀을 비 오듯 쏟으며 피트레인에 들어설 때,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것이 고작 에피타이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WSBK를 지배하는 V4 R을 타다
그림자가 길어질 무렵, 불레가의 V4 R을 건네받는다. 나는 전 모토GP 라이더 ‘카렐 아브라함’을 따라 주행했다. 그는 정말 빠르다. 그의 주행 라인 근처만 따라갈 수 있어도 잘하는 셈이다. 계획은 단순하다. 신호가 오면 헬멧과 장갑을 착용하고, 바이크에 올라타 아브라함을 따라 곧장 서킷으로 나간다. 나는 전날 밤 브리핑에 온전히 집중했고 시험도 통과했다. 그런데 바이크에 다가가 다리를 넘기는 순간, 왼쪽 핸들바에 레버가 두 개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클러치 레버는 특이할 정도로 높고 거의 수직으로 서 있다. 그리고 보통 클러치가 있을 자리에 리어 브레이크 레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좋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걸 클러치라고 생각하고 잡지는 말자.

계기판은 익숙해서 안심이 된다. 분명 파니갈레 V4 S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거나, 반대로 V4 S가 이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다만 이것은 라이더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도록 군더더기를 덜어낸 순수한 레이싱 디스플레이다. 이윽고 998cc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V4가 깨어난다. 레이스 장비를 갖춘 V4 S보다 소리가 날카롭고 거칠다. 마지막으로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되짚는다. 레이스 시프트. 1단은 아래로. 2단도 아래로. 3단, 4단, 5단, 6단도 모두 아래로. 기어를 내릴 때는 한 번씩 위로 올린다. 1단에 들어간 뒤에는 시프트 레버를 들어 올리고 별도의 중립 레버를 눌러야 한다.
크루 치프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래로 눌러 1단을 넣고, 거의 수직인 클러치 레버를 당겼다가 부드럽게 놓으며 회전수를 조금 올리자 바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차분하게 서킷으로 진입한다. 바이크는 익숙하게 느껴진다. 탱크 형상, 시트, 핸들바, 심지어 계기판까지 모두 파니갈레의 DNA를 품고 있다. V4 S나 V4 R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변모한 바이크다.
핸들바는 예상보다 훨씬 넓다. 시트도 넓지만 편안하고 몸을 아주 단단히 잡아준다. 바이크는 든든하고 노면에 붙어 있으며 안심이 된다. 하지만 속도는…. 속도는 차원이 다르다. 2단. 3단. 랩 초반의 좁은 연속 코너를 위해 다시 2단으로 내린 뒤, 뒤쪽 직선 구간으로 나간다. 앞서가는 아브라함은 봐줄 생각이 없다. 왼쪽 연석을 아주 크게 밟고, 바이크를 세우고, 탈출 지점에서 스로틀을 거세게 연다. 코스를 살펴보는 랩이 아니다.

한편 몇 미터 뒤의 나는 2단에서 시프트 램프를 켜지 못했다. 3단에서도 마찬가지다. 4단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감히 5단을 넣지 못한다. 가속은 이미 압도적이다. 이제껏 만들어진 것 중 가장 완벽한 퀵시프터를 거쳐 다시 2단으로 내린 뒤 다음 왼쪽 코너로 기울인다. 짧게 가속하며 2단, 3단, 그리고 10번 코너의 헤어핀을 위해 다시 2단. 이 코너를 1단으로 도는 라이더도 있지만 나는 2단을 유지하기로 한다. 바이크에 부담이 덜 가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한결 편하다.
미사노의 고속 구간에 도착한다. V4 S로는 11번 코너를 지나 12번 코너 전에 이미 5단에 도달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불레가의 바이크는 잔혹할 정도로 빠르다. 2단에서 시프트 램프. 3단에서 시프트 램프. 4단에서 시프트 램프. 아마 5단을 넣어야겠지만, 모든 것이 그저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 아직은 용기가 충분하지 않다. 뒷바퀴에서 235bhp 이상을 내고, 168kg의 차체는 125/250cc 바이크 수준의 무게이니까. 5단으로 돌아야 할 오른쪽 코너에 4단으로 진입해 기울이고, 연석을 충분히 사용한 뒤 다시 스로틀을 열어 코너를 빠져나간다. 여전히 5단은 쓰지 않는다. 여전히 용기가 부족하다. 세상에, 정말 빠르다.

그다음 3단, 다시 2단으로 내리고 출발·결승 직선을 지난다. 이제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케이시 스토너가 저기 있다. 불레가와 두카티 팀이 피트월에 몸을 내밀고 지켜보고 있다. 변명할 수 없다.
이번에는 2단에서 시프트 램프까지. 3단에서 시프트 램프까지. 4단에서 시프트 램프까지. 눈 깜빡임이 멎고, 아마 숨도 멎었을 것이다. 강하게 제동한다. 4단. 3단. 2단. 첫 번째 오른쪽 코너로 들어가며 뒤쪽이 조금 움직인다. 진전이 있다. 월드 슈퍼바이크 규정 때문에 엔진의 회전수는 실제로 도로용 바이크보다 크게 높지 않다. 마법은 회전 영역의 꼭대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출력을 전달하는 방식, 확보하는 접지력, 코너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에 있다.
아브라함은 매 랩 페이스를 높인다. 내가 여전히 따라오는지 확인하려고 어깨너머로 돌아보는 모습이 계속 눈에 들어오고,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더는 매달려 기도만 하고 있지 않다. 바이크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정말 즐겁다. V4 R이 점점 파니갈레처럼 느껴진다. 속을 비워내고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파니갈레지만 말이다. 구성도 익숙하고, 바이크에 앉는 자세와 조작계의 위치 관계도 익숙하다. 랩이 빠르게 지나간다. 제동을 조금씩 늦추고, 코너 속도를 높이며, 나 자신과 바이크를 믿기 시작한다. 2단, 3단, 4단으로 이어지는 가속은 중독적이다. 에너지 낭비나 차체의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코너를 박차고 나오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킷 뒤쪽의 전속력으로 통과하는 11번 코너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아직 5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한 번 시도했지만 너무 멀리 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속도가 너무 빠르게 붙어 머릿속 목소리가 신중하라고 말한다. 이 바이크를 넘어뜨릴 수는 없다.
여섯 번의 빠른 랩을 마치고 피트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V4 R을 온전히 가져왔다는 안도감이 든다. 월드SBK 선수들이 어떻게 30랩 동안 레이스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엔진을 끄고 중립 해제 장치를 누르자 두카티 기술진 사이에서 박수가 번지고, DRE 인스트럭터들이 다가와 나를 힘껏 안아준다. 그들은 내가 방금 무엇을 경험했는지 안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얼마나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지도 안다.

꿈의 실현. GP26을 타다
V4 R에 몸이 실컷 두들겨 맞은 뒤라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간절하다. 하지만 벌써 6시 20분 전이고 트랙은 6시에 닫힐 예정이다. 급히 물을 마시고 팀과 주행을 되짚을 시간 밖에 없다. 그러고는 곧장 모토GP 머신에 올라야 한다. 이전에도 긴장에 압도된 경험은 있다. 노스웨스트 200 로드 레이스의 출발선에도 서봤고, 맨섬 TT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차원의 감정이다. 로드 레이스에 나갈 때는 무엇을 예상해야 할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수년에 걸쳐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GP26이 어떨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팩토리 V4 R은 240마력을 내는데, 이제 300마력으로 올라간다. 14,000~15,000rpm이던 레브리미트도 18,000~20,000rpm까지 올라가게 된다.
나는 여전히 평소처럼 숨을 쉬고 미소를 지으며 차분해 보이려고 애썼다. 두카티가 값을 매길 수 없는 마르케스의 모토GP 바이크를 내 손에 맡기려 한다는 사실보다, 내가 만들어야 할 사진과 영상에 집중하며 프로답게 행동하려 한다. 세팅은 팩토리 라이더들이 사용하는 것과 거의 같다. 작은 차이가 두 가지 있을 뿐이다. 회전 제한을 조금 낮게 설정했고, 카본 디스크 대신 스틸 브레이크 디스크를 사용한다.

이번에는 두카티 코르세 테스트 라이더이자 모토GP에 꾸준히 와일드카드로 출전하는 미켈레 피로가 내 기준이 될 선도 라이더를 맡는다. 그는 V4 R을 탄다. 하지만 도로용 기반의 바이크로도 월드 슈퍼바이크 페이스에서 불과 몇 초 차이로 랩을 돌 수 있는 사람이니, 느긋하게 달려줄 가능성은 없다.
이제는 레노버 팀 관계자들까지 조금 긴장한 표정이다. 바이크가 시동을 걸며 공기 중으로 분노를 토해낸다. 카본 에어로 파츠를 발로 건드리지 않도록 올라탄 뒤, 왼쪽 핸들 바에 있는 간격 조절 장치를 이용해 브레이크 레버를 조금 더 가깝게 신속히 조정한다. 마르케즈가 개의치 않기를 바란다. 다행히 일반적인 클러치가 있고, 팀은 엄지로 조작하는 리어 브레이크와 차고 조절 장치 레버를 떼어냈다. 따라서 클러치를 놓고, 평소처럼 제동하고, 레이스 시프트 패턴을 기억하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1단과 2단 사이에 중립은 없다…. 심리스 기어박스도 처음 경험한다. 시동만 꺼뜨리지 말자.
피트레인을 나서며 희미하게 두카티 특유의 익숙함이 느껴진다. 계기판은 불레가의 일반적인 V4 R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너머로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르다. 핸들바에는 더 많은 버튼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훨씬 더 많은 시스템이 작동한다. 지금까지 타본 어떤 두카티와도 다르다. 아니 지금까지 타본 어떤 모터사이클과도 다르다. 이 바이크는 두 바퀴 세계의 포뮬러 원이다. 모든 부품, 모든 설정, 모든 설계상의 구현이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 타협도 없고, 평범한 라이더가 살아남도록 도와줄 편리한 장치도 없다. 그리고 그것을 즉시 느낄 수 있다.

핸들바는 레이스 바이크치고 높고 넓다. 시트도 의외로 널찍하고 몸을 아주 단단히 잡아준다. 연료탱크 형상은 몸을 거의 고정한다. 제동력이 몸을 앞으로 내던지려 할 때 안전하게 붙잡아주도록 설계한 놀이기구처럼 다리 주변을 감싼다. 시트 뒤쪽의 솟은 부분은 가속할 때 몸이 뒤로 밀리는 것도 막아준다. 거의 편안하다고 할 만하다.
내 페이스대로 바이크를 익힐 시간은 없다. 피로는 이미 처음부터 빠른 리듬을 잡으며 몰아붙이고 있다. 타이어 온도를 유지하고 엔진을 작동 범위 안에 두어야 한다. 스스로를 다그쳐 곧바로 제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300마력을 풀어놓을 첫 번째 기회는 6번 코너를 탈출해 긴 뒤쪽 직선에 들어서면서 찾아온다. 완만하게 꺾이는 7번 코너를 지나 8번 코너를 향해 제동하는 구간이다. 분명 데스모세디치의 회전수를 높게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바이크가 속도를 높이는 느낌은 평소와 다르다. 뒤가 주저앉거나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한 번의 끊임없는 밀어붙임으로 가속한다. 심리스 기어박스가 끝없이 이어지는 구동력의 감각을 더한다.
이렇게 달리는데도 아직 시프트 램프를 보지 못했다. V4의 회전수를 충분히 높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약 18, 000rpm에서 불이 들어와야 하는데, 엔진 소리는 완전히 미쳐 날뛰는 듯해도 아마 15,000rpm 정도까지만 쓰고 있는 것 같다. 서킷에서 가장 빠른 구간을 앞둔 10번 코너 헤어핀에 들어가며, 저 빌어먹을 램프를 꼭 켜고야 말겠다고 다짐한다. 회전수도 끝까지 써보지 못한 채 피트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2단으로 코너를 빠져나간 뒤 GP26을 거의 똑바로 세우고 스로틀을 끝까지 연다…. 시프트 램프다! 3단. 또 시프트 램프다! 4단, 그리고 빠르게 꺾이는 구간으로 들어간다.

이런 젠장. 불과 30분 전까지 내 세계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빠른 모터사이클이었던 팩토리 V4 R과도 차원이 다르다. 이제 기어 사이에 틈이 없다. 가속이 끊기지 않는다. 대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과 접지력의 거대한 파도가 나를 미래로 밀어 넣는다. 지금껏 타본 다른 모든 바이크가 조금은 맥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코너를 공략하고 있지 않다. 제동이나 선회에서 내 한계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그저 내 능력 안에서 달리며 타이어와 브레이크의 온도를 유지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신경 쓴다.
V4 R을 탄 미켈레 피로가 앞에 있고, 나는 빠르게 거리를 좁힌다. 직선에서 속도가 워낙 높아 트랙 어느 쪽으로든 그를 추월할 수 있을 것 같다. GP26이 V4 R과 미켈레를 통째로 집어삼키기 직전, 그가 더 늦게 제동한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모토GP 라이더이고, 나는 명백히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히 드러났다.
심리스 변속 덕분에 요란한 반응도, 접지력이 끊기는 순간도 없다. 기어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계기판에서 빠르게 바뀌는 숫자뿐이다. 4단에서의 가속이 1단에서처럼 사납게 느껴진다. 효율도, 힘과 토크와 접지력도 너무나 넘쳐나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 브레이크 역시 새로운 발견이다. 카본 대신 스틸 디스크를 쓰는데도 그렇다. 레버는 놀랄 만큼 가볍다. 손가락 하나로 작동하며 감각은 지극히 세밀하다.
300마력에 중량이 160kg도 안 되는 바이크라면 간신히 통제할 수 있는 야수처럼 달릴 법하다. 하지만 GP26은 신경질적이거나 난폭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강하게 제동할 때도 포크가 급격히 가라앉거나 뒷바퀴가 들리며 불안정해지지 않는다.

대신 끊임없는 추진력이 밀려온다. 직선이 반으로 잘린 것처럼 느껴지며 거리에 대한 감각을 무너뜨린다. 불레가의 V4 R은 속도로 나를 겁먹게 했지만, 직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머릿속에서 처리할 시간이 있었다. 모토GP 바이크에는 그 시간이 없다. 2단, 3단, 4단, 직선 끝, 제동. 그만큼 순식간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내 페이스에서는 꽤 무리 없이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거의 나를 도와주는 듯하다. 모토GP 라이더라면 아마 1단을 쓸 몇몇 코너를 나는 2단으로 돌 수 있다. 스로틀을 열기 시작하면 트랙션 컨트롤이 작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뒷타이어를 헛돌리거나 바이크를 미끄러뜨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처음 출력을 걸 때 약간 머뭇거리는 반응이 있다. 분명 어떤 전자제어 개입이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 그러고 나면 바이크가 일어서며 18,000rpm의 시프트 램프까지 모든 힘을 쏟아낸다.
차체는 노면에 단단히 붙어 있고 안정적이며 관대하다. 타이어가 무엇을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설계된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도 모터사이클은 나와 소통한다.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뻣뻣하고 타협 없는 레이스 머신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감각이 있다. 움직임이 있다. 피드백과 자신감을 준다.
물론 나는 차체를 비틀거나 스윙암을 휘게 할 만큼 달리고 있지 않다. 모토GP 라이더가 이 머신으로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에서도 바이크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그 덕분에 자신감이 쌓이기 시작한다. 이해할 수 있다. 조금씩 더 밀어붙일 수 있다. 매랩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GP26 자신은 어쩌다 체중이 약간 과하고 속도는 한참 느린 승객을 태운 채 미사노 서킷을 돌게 됐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모터사이클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 바이크는 분명 나를 비웃고 있을 것이다. 시즌 내내 마르케스가 타며, 세계 최고의 라이더에게 극한까지 몰아 붙여졌다. 이제는 요크셔 출신 기자가 올라앉아 자신이 뭘 하는지 아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며, 그럴듯한 랩 하나를 만들어보려 하고 있다.
처음 서너 랩은 공포와 집중이 뒤섞인 생존의 시간이었다. 이제야 드디어 주위를 둘러보고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다섯 랩,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오후 6시다. 다시 출발·결승선을 넘어 여섯 번째 랩을 시작한다. 두카티 코르세도 데이터와 랩타임에서 확인한 내용에 만족하는 모양이다. 나는 허락해 주는 만큼 얼마든지 더 달리고 싶다. 이제 과정은 명확하다. 코너를 통과하고, 브레이크의 열을 유지하고, 타이어가 계속 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유서 깊은 트랙에 무릎을 스치고, 바이크를 세운 뒤 300 마력을 도로 위에 풀어놓는다.
피트로 돌아오니 감정이 북받친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였기에 안도감도 크다. 할 일을 마쳤다. 바이크도 무사하다. 안도감 너머에는 또 다른 감정이 있다. 모토GP 라이더를 향한 압도적인 존경심이다. GP26을 타며 이런 머신을 통제하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아주 조금 엿봤다. 출력, 차체의 피드백, 정밀함, 바이크를 통해 전해지는 정보의 양은 지금껏 경험한 무엇과도 다르다.
섭씨 40도의 더위 속에서 무젤로나 헤레스를 20~30랩 동안 돌며, 그 속도와 강도로 바퀴를 맞대고 싸우는 이들의 일을 나는 거의 이해할 수조차 없다. 신체적 기량도 비범하지만, 정신적으로 감당하는 작업량도 그만큼 놀랍다. 모토GP 바이크와 라이더들은 정말로 그들만의 세계에 존재한다. 미사노에서 보낸 꿈같은 나의 하루처럼, 그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런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에 엄청난 특권을 누렸다고 느낀다. 지원을 아끼지 않고 이토록 특별한 머신을 내게 믿고 맡겨준 두카티 코르세, 두카티 레노버와 DRE 팀, 그리고 두카티의 모든 분께 깊이 감사인사를 전한다.
글 애덤 차일드 ‘채드’
사진 Alex Photo/두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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