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파이터의 완성, 두카티 스트리트파이터 V4 S 2026

    더 강하고 더 거친 바이크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신형은 미들클래스 네이키드 바이크 만큼이나 편하고 다루기 쉬웠다. 그런데 스로틀을 열면 바로 214마력의 하이퍼 네이키드가 된다. 그 넓은 폭이 이번 스트리트파이터 V4 S의 가장 큰 변화다.


    지난 세대 스트리트파이터 V4 S를 처음 타 보았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엔진의 힘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강력했고 슈퍼바이크에 한없이 가깝지만 훨씬 폭력적인 바이크였다. 파니갈레보다 편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힘을 드러내고 라이더를 몰아세웠다.이미 완성형이라고 생각했던, 최강의 하이퍼 네이키드의 후속모델, 그 기대감이 성능을 향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세대는얼마나 더 폭력적인 바이크가 되었을까? 두근거림을 안고 도로로 나섰다.

    하지만 이번 스트리트파이터를 타고 놀란 것은 의외로 다루기 쉬움이었다. 이거 스트리트파이터 V4 S가 맞나? 싶은 얌전하고 사뿐한 움직임이 첫인상이었다. 무게감도 확연히 덜어졌고 핸들링, 심지어 엔진의 진동까지 214마력의 하이퍼 네이키드를 타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미들급 2기통 네이키드를 타고 있는 만만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몬스터 937에서 바로 갈아탔는데도 오히려 더 편한 느낌이라 놀라웠다. 당연하게도 스트리트파이터 V2보다 편하다. 이게 말이 되나? 하는 고민까지 생길 정도였다.

    이 변화는 시동을 걸고 몇 미터만 움직여도 바로 느껴진다. 차체를 세우고, 핸들을 꺾고, 좁은 길에서 방향을 바꾸는 모든 동작이 예상보다 가볍다. 넓은 핸들바는 차체를 쉽게 움직이게 만들고, 상체가 과하게 앞으로 쏠리지 않는 포지션도 부담을 줄인다. 일반적인 네이키드보다는 살짝 높고 뒤쪽에 달려있는 풋패그가 하체에 가벼운 긴장감을 만들지만 이정도 고성능 바이크를 꽉잡고 달리기에는 딱 좋은 자세다.

    저속, 저부하 상태의 주행에는 4개의 실린더 중 2개만 작동해서 달리기 때문에 2기통 500cc 바이크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도심에서 살짝살짝 스로틀을 열며 달릴 때는 V4 엔진의 부담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출발도 부드럽고, 스로틀을 조금 열었을 때 차체가 예민하게 튀어나가는 느낌도 적다. 이전 세대는 저속에서도 계속 이 바이크의 성능을 의식하게 만들었는데, 신형은 부담감을 완전히 덜어버렸다.

    그럼 이 바이크는 계속 만만하기만 할까? 당연히 아니다. 스로틀을 활짝 열어주면 214마력을 뿜어내는 미친 성능은 여전하다. 낮은 회전에서는 조용히 숨어 있던 힘이 스로틀을 더 여는 순간 바로 살아난다. 중속 이후부터는 폭력적으로 속도가 붙는다. 네이키드 바이크라서 가속감이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페어링이 없으니 바람도 그대로 맞아야 하고, 상체로 버텨야 하는 힘도 크다. 더 순해진 만큼 더 강력해졌다.

    새로운 스윙암과 더 유연해진 섀시는 파니갈레 V4 S의 변화와 같은 방향이지만 그 차이가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 프런트 프레임은 기존 4.42kg에서 3.47kg으로 가벼워졌고, 측면 강성은 39퍼센트나 낮아졌다. 이는 최신 섀시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요즘 스포츠 바이크는 타이어 접지력의 발전으로 기울임 한계가 높아졌다. 하지만 풀뱅킹 상태에서는 서스펜션이 상하 방향으로만 제대로 움직이기 어렵다. 그래서 차대가 적당히 유연하게 움직이며 타이어의 그립을 확보해줘야 한다. 섀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스윙암이다. 기존 싱글사이드 스윙암 대신 새로운 더블사이드 할로우 시메트리컬 스윙암을 사용한다. 두카티는 스윙암과 단조 리어 휠을 포함한 후방 구성에서 2.9kg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들을 몸으로 세세하게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막상 바이크를 타보면 바로 차이가 느껴진다. 막대한 토크를 리어 휠에 쏟아부어도 차체의 움직임이 거슬림 없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감각이 신기할 정도다.

    1,103cc 90도 V4 엔진은 데스모드로믹 밸브 시스템, 역회전 크랭크샤프트, 트윈 펄스 점화 간격을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13,500rpm에서 214마력, 최대토크는 11,250rpm에서 120Nm다. 이전보다 6마력 높아졌고, 유로5 플러스 규제를 만족하면서도 스트리트파이터 V4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되었다. 여기에 스트리트파이터 V4 최초로 가변 길이 인테이크 트럼펫이 적용되었다. 흡기 길이를 짧게는 25mm, 길게는 80mm로 바꾸며 고회전 출력과 중저속의 사용성을 동시에 챙긴다. 저속에서 부드럽고, 스로틀을 더 열면 바로 성능이 살아나는 느낌은 여기서도 설명된다.

    원래 잘 만든 바이크는 저속부터 다르다곤 하지만 이정도로 편안함과 과격함의 폭이 큰 바이크는 처음이다. 오른손의 움직임 하나로 지킬과 하이드 두 얼굴을 오간다. 이 두 가지 성격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자장비도 이 변화에 큰 역할을 한다. 전자장비의 중심에는 Ducati Vehicle Observer, 줄여서 DVO가 있다. 다양한 센서로 받아들인 정보를 통합해 실시간으로 바이크의 상태를 계산해 제어 로직에 반영한다. 트랙션 컨트롤, 윌리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퀵시프터가 전부 들어가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개입이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마치 바이크가 미리 상황을 읽고 정리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퀵시프터 감각의 변화도 크다. 기존의 마이크로 스위치 방식 대신 기어 드럼의 각도 센서를 기준으로 작동한다. 센서 방식의 변화로 이전의 부드럽지만 다소 물컹이는 변속감에서 유격 없고 절도 있는 변속감으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식이 직결감이 좋고 반응이 빨라 훨씬 마음에 들지만 이전 방식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다소 딱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완벽하게 길들여진

    요즘은 전자식 서스펜션이 많이 흔해졌다. 일반적인 서스펜션에 전자식 댐핑 컨트롤을 더하면 고품질, 고성능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흉내낼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NIX-30 포크, TTX 36 같은 고성능 서스펜션에 전자식 댐핑 컨트롤을 더한 올린즈 스마트 EC 3.0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평소에는 생각보다 부드럽다. 노면의 작은 충격을 무조건 딱딱하게 튕겨내지 않고 적당히 받아준다. 그래서 일반 도로에서 타도 피로감이 예상보다 적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거나 코너에서 하중이 걸리면 바로 단단하게 버틴다. 부드러움과 지지력 사이의 전환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세세하게 느낄 필요도 없다. 타이어의 그립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타이어와 노면이 잘 붙어있도록 밀어주는 서스펜션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건 올린즈가 가장 잘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상황을 감지하면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풀어 장거리 이동에서의 피로를 줄인다. 그래서 더 편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속도를 올리고 적극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차체는 바로 단단해진다. 이 변화들 역시 일일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점이 중요하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그냥 바이크가 다양한 상황에도 잘 받아준다는 느낌만 남는다.

    코너에 들어갈 때의 감각도 좋다. 기울임과 동시에 방향을 바꿔가는 초기 선회부터 가볍게 방향을 바꾼다.넓은 핸들바는 저속에서만 장점이 아니다. 와인딩에서도 라인을 고치기 쉽고, 한 번 기울인 바이크를 다시 세우는 동작도 부담이 적다. 여기에 제동 성능 역시 최고다. 브렘보의 최신 모델인 하이퓨어 캘리퍼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일단 레버의 터치감, 레버 움직임에 따른 선형으로 치솟는 제동력, 연속 제동 시에도 일관적인 성능까지 완벽하다. 이게 순정상태에서 세팅이 워낙 완벽하다 보니 튜닝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만큼 뛰어난 성능이다. 손가락 하나로 원하는 위치에 바이크를 꽂아 넣을 수 있다. 서스펜션과 타이어의 서포트도 완벽하다. 출력이 강한 바이크일수록 브레이크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도로 주행에 있어서는 조금의 흠도 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했다.

    쉬움도 성능의 일부다

    예전에 두카티 파니갈레 V4 S와 파니갈레 V2 S를 비교할 때 ‘퍼포먼스는 V4 S가 압도적으로 빠르지만 내가 레이스트랙에서 랩타임을 잰다면 파니갈레 V2 쪽이 더 빠를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바이크의 성능을 100% 가까이 끌어내는 레이서라면 당연히 성능이 더 높은 바이크가 더 빠르겠지만 대부분의 라이더들에게는 성능보다 다루기 쉬움이 더 좋은 기록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신형 스트리트파이터 V4 S를 타보니 이 바이크가 가장 빠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파니갈레 V4 S보다 포지션이 편하고, 파니갈레 V2 S보다 출력의 여유가 훨씬 크다. 여기에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의 완성도, 전자 장비의 자연스러운 개입까지 더해진다. 물론 전문 라이더가 트랙에서 기록을 노리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라이더가 빠르게 달리는 상황이라면 신형 스트리트파이터 V4 S의 조작 편의성이 상당한 장점이 된다. 무서워서 못 쓰는 성능이 아니라, 어느 정도 믿고 꺼내 쓸 수 있는 성능이다. 그래서 타면 탈수록 트랙주행이 어떨지 궁금해지는 바이크였다. 새롭게 추가된 Race eCBS 테스트 역시 트랙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Race eCBS는 두카티가 보쉬와 함께 개발한 코너링에 대응하는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라이더가 프런트 브레이크만 잡아도 상황에 따라 리어 브레이크를 함께 제어한다. 제동 시 차체 자세를 안정시키는 역할은 물론 코너링 중 리어 브레이크를 사용해 회전반경을 줄여주는 마법 같은 기술이다.

    뜨거움은 감내해야 할 것

    두카티 파니갈레와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의 유명한 엔진의 열기는 늘 단점으로 꼽히는 요소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조금 선선했던 날씨에는 ‘탈만한데?’ 라고 생각했지만 본격적인 여름 날씨에 막히는 도심에서 주행하니 확실히 화끈하다. 특히 정체 구간에서 주행풍이 사라지면 허벅지와 시트 주변으로 열이 올라온다. 신형 모델에는 아이들링이나 저부하 주행 시 리어 실린더 2개를 비활성화해서 온도를 낮추는 기능이 있어서 천천히 달리기만 한다면 확실히 덜 뜨겁다. 하지만 성능을 즐기면서 과격하게 달리면 그만큼 화끈한 열기로 돌려준다. 그러니까 재미없게 달린다면 이전보다는 확실히 덜 뜨겁게 달릴 수 있지만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2026 스트리트파이터 V4 S는 훨씬 편해졌고, 훨씬 다루기 쉬워졌다. 그런데 스로틀을 열면 바로 무지막지한 출력을 내는 214마력의 하이퍼 네이키드가 된다. 그 갭이 흥미롭고 재밌는 지점이다. 지난 세대의 스트리트파이터가 강렬함을 보여줬다면, 신형은 그 강렬 함을 훨씬 정교하고 폭넓게 다듬었다. 이게 이 장르의 완성형이다.

    DUCATI STREETFIGHTER V4 S 2026
    엔진형식 수랭 90° V형 4기통 데스모드로믹 4밸브
    보어×스트로크 8 1 × 53.5(mm)
    배기량 1,103cc
    압축비 14.0:1
    최고출력 214hp / 13,500rpm
    최대토크 120Nm / 11,250rp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 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식 포크 올린즈 NIX-30 스마트 EC 3.0 (R)싱글 쇽업소버 스윙암 올린즈 TTX36 스마트 EC 3.0
    타이어 사이즈 (F)120/70 ZR17 (R)200/60 ZR17
    브레이크 (F)330mm 더블디스크 (R)245mm 싱글디스크
    휠베이스 1,488mm
    시트 높이 845mm
    차량 중량 189kg
    판매가격 4,800만 원


    양현용
    사진 양현용, 윤연수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ducat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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