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을 위한 클래식, 트라이엄프 스피드 트윈 1200 RS

    클래식한 디자인에 완전히 상반되는 운동 성능. 새로운 스피드 트윈 1200 RS는 겉만 보면 여느 클래식 모델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직접 달리는 순간부터 놀라움이 연속된다.


    나는 트라이엄프의 다양한 모델을 경험하면서 가장 매력적인 모델로 스피드 트윈 1200을 꼽아왔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바이크는 느리다.’라는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깨부순, 내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은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식 변경을 거칠 때마다 높아지는 환경 규제와 원가 절감된 파츠들이 장착되면서 조금의 아쉬움이 생겼다. 그런데 새로운 스피드 트윈 1200 시리즈는 노말 모델과 RS 모델로 나뉘며 다시 ‘훌리건’의 영역으로 돌아왔다.

    정지 상태에서의 엔진음과 배기음은 높은 환경 규제를 대응하면서도 크게 아쉽지 않은 수준이다. 적당한 고동감과 진동이 라이더를 은은하게 설레게 만든다. 핸들 바는 좌우로 과장되지 않았다. 동급의 타브랜드에 비하면 훨씬 콤팩트한 모델에 오른 느낌을 준다. 최근에는 너도나도 넓은 핸들 바와 과장된 카울 디자인으로 동급보다 크게 느껴지게 만드는 추세인데 스피드 트윈은 원래 특징을 고수했다. 핸들 바 끝에는 바 엔드 미러가 기본 장착되는데 거의 연료 탱크에 상체가 닿을 정도로 숙여야만 후방이 보이도록 각도가 설정되어 있었다. 이전에 이 모델을 시승한 라이더도 달리기에 꽤나 진심이었구나 싶은 생각에 얕은 웃음이 터졌다. 시트고는 810mm이며 푹신한 듯 엉덩이를 잘 지지하는 시트가 장착됐다. 본네빌 시리즈의 시트와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라이더 좌석에 마찰력이 우수한 소재를 사용하고 더 납작한 스타일로 제작된 덕분이다.

    HP 엔진

    새로운 스피드 트윈 1200 RS는 본네빌 1200 HP(High Power) 엔진이 탑재되어 최대토크 112Nm, 최고출력 105마력을 발휘한다. 고성능 피스톤과 관성 모먼트가 낮은 크랭크 샤프트가 적용되었는데 주목할 점은 최대토크는 4,250rpm에서 최고출력은 7,750rpm에서 발휘된다는 것이다. 아주 낮은 회전수부터 두툼한 토크가 이어지는 특성 덕분에 초반 가속력은 여느 스포츠 바이크에 견주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1, 2단 기어에서 스로틀을 왈칵 열어보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프런트 휠을 트랙션 컨트롤이 급급하게 낚아채야 할 정도다.

    더욱 완벽한 주행감각

    특히 새롭게 적용된 양방향 퀵시프터는 스포츠 라이딩의 재미를 대폭 향상시킨다. 약간은 아쉽게 느껴지던 낮은 한계회전수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순간이다. 토크풀한 엔진이 회전수를 빠르게 올렸을 때 스로틀을 풀 전개한 상태로 발목만 까딱이면 된다. 변속 충격이 꽤 있는 편인데 높아진 출력을 더욱 크게 느끼게 만든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신호등과 신호등 사이를 달릴 때나 쭉 뻗은 외곽도로에서 시원하게 가속할 때 모두 작동 완성도가 좋았다. 브레이크는 RS 모델답게 브렘보 스티레마 4피스톤 캘리퍼와 320mm더블디스크가 조합되었는데 스포츠 바이크에서 주로 사용하는 브렘보 MCS 레디얼 마스터 실린더가 장착됐다. 이는 트라이엄프의 최상위 미들급 네이키드인 스피드 트리플 1200 RS와 동일한 구성이다. 브레이크 레버의 위치는 물론이고 답력을 3단계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주행 스타일에 맞춰서 설정하기 좋다. 브레이크 레버는 검지 하나로 조작해도 충분할 정도로 제동 성능이 뛰어나다. 차량 중량은 216kg으로 예상보다 가벼운 수준이 아니지만, 낮게 깔린 무게 중심, 탄탄한 조절식 43mm 마르조끼 포크, 높은 그립을 발휘하는 메첼러 레이스텍 RR이 어우러진 결과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코너링 성능, 특히 리어의 올린즈 트윈 쇽이다. 바이크을 꽤 빠른 속도로 코너 깊숙이 집어넣고, 에이펙스에서 스로틀을 전개하는 모든 시점에서 안정적으로 노면을 붙잡는다. 일반적인 와인딩 로드에서는 어디 하나 꼬집을 게 없을 정도로 라이더에게 상세하게 피드백을 준다. 짧은 휠베이스에도 불구하고 코너링 중요철 처리도 기대 이상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시트에 앉은 상태로 리어 쇽 상단의 다이얼을 돌려 댐핑을 조절할 수 있는 점이다. 아주 많은 일반인은 조절식 서스펜션을 갖췄더라도 순정 상태 그대로 유지하거나 댐핑을 변경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생각은 내려두고 단순하게 ‘오늘 기분이 좋다. 컨디션이 좋다!’라면 단단하게 조이고, ‘오늘은 피곤하고 여유롭게 달리고 싶다.’라면 풀어주면 된다. 한번 조절할 때 3~5클리크씩 조절하면 달리진 댐핑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의 디테일

    한참을 신나게 달리고 나서야 디자인을 살펴봤다. 그래도 나름 클래식 바이크인데 달리기가 재밌다고 디자인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으니까. 사파이어 블랙 컬러 연료 탱크는 늘 그렇듯이 우수한 도장 퀄리티가 더해졌고 측면에 RS 로고와 엔진 냉각핀을 형상화한 직선 디테일로 특별함을 더했다. 연료 탱크 상단에는 과거 1950년대부터 1970년대 레이스 머신에 주로 사용하던 몬자 퓨얼 캡 스타일을 고수했다. 물론, 빠르게 급유를 하기 위한 디자인이었던 과거 의도와 달리 실제로는 캡을 열고 내부에 마련된 진짜 뚜껑을 열쇠로 여닫아야 한다. 사실 수랭 엔진이 되면서 엔진의 냉각핀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지만, 클래식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는 필수적인 만큼 엔진 헤드에 그대로 남아있다. 병렬 엔진에서 각각 별개로 빠져나온 배기관은 엔진 형상을 따라 자연스럽게 후방으로 뻗었다. 사실 엔진 하부를 보면 각각의 배기관이 하나의 커다란 중통에서 합쳐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직관이 아니지만, 시각적인 감성을 위한 트라이엄프의 노력이 마음에 든다. 핸들을 포함한 레버, 미러, 스위치 뭉치 등은 모두 블랙으로 처리해 깔끔하고 원형 디지털 계기반이 적용됐다. 실제로는 반달 모양의 상단 패널과 네모 모양의 하단 패널 두 가지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각종 주요 경고등은 옆에 따로 위치시켰다. 계기반 좌측에 라이더 편의성을 위해 마련한 USB타입 C 포트도 눈에 띈다. 골드 컬러 아노다이징 포크, 리어의 올린즈 피기백, 새로운 경량 알루미늄 7스포크 휠은 고성능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건 전자장비다. 스포트, 로드, 레인 총 3가지 주행모드를 갖추고 라이더 개인의 취향에 맞게 커스텀도 가능하다. 완성도 높은 코너링 ABS와 MTC, 퀵시프터는 부드러운 외관과 강력한 주행감각의 외유내강 콘셉트를 확실하게 뒷받침한다. ABS는 개입 정도를 조절할 수 있고 MTC와 퀵시프터는 원한다면 해제시킬 수 있다.

    영역 확장

    트라이엄프는 스피드 트윈 1200 RS 전용으로 다양한 커스텀 파츠를 제공한다. 클립 온 핸들 바, 카페레이서 스타일 시트, 캐노피, 클래식 미러 등으로 카페레이서 스타일도 연출할 수 있다. 사실 여기에는 단종된 스럭스턴을 커버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있다. 트라이엄프를 대표하던 영역이었던 만큼 새로운 스피드 트윈 1200 RS는 스타일과 운동 성능을 더욱 공을 들여 완성했다. 평소에는 깔끔한 슈트 차림으로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열정이 넘쳐흘러 웃통을 벗고, 욕을 하고, 상대 팀 팬에게 주먹을 내지르는 훌리건의 문화가 그대로 담겨있다. 스피드 트윈 1200 RS를 두고 디자인 평가를 하기 전에 먼저 테스트 주행을 해보길 바란다. 어디가 불만이었는지 기억하기 힘들 테니까.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
    달리기 성능에 몰빵한 모던 클래식

    TRIUMPH SPEED TWIN 1200 RS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7.6 × 80(mm)
    배기량 1,200cc
    압축비 12.1 : 1
    최고출력 105hp / 7,750rpm
    최대토크 112Nm / 4,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4.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식 (R)트윈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R17 (R)160/60 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2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792×1,127(사이드 미러 미포함)
    휠베이스 1,414mm
    시트높이 810mm
    차량중량 216kg
    판매가격 2,585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윤연수
    취재협조 트라이엄프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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