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티 125는 실용을 대표한다. 1997년부터 이어온 전통 속에서 다듬어진 주행 안정성과 합리적인 가격은,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주목할 모델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스쿠터는 다양한 목적에 사용되고 있다. 혼잡한 도심에서의 출퇴근 익스프레스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업무 환경에서 실용적인 파트너로 활약하기도 한다.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뽐내는 표현 도구이자, 경쾌한 주행 성능을 즐기기 위한 레저용 스쿠터까지. 우리는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은 기본이며, 자신의 필요에 맞춰 스쿠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럼 훌륭한 스쿠터의 조건은 무엇일까? 성능, 연비, 스타일? 그리고 안전? 좋은 제품의 기준이 높아진 요즘은 이 모든 걸 다 챙기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지만, 그래도 특출나게 좋은 제품은 존재한다. 리버티 125를 탔을 때 단번에 든 생각은 ‘이거 꽤 훌륭한 스쿠터구나?’였다.

합리적인 스쿠터
리버티 125는 16인치의 큼직한 프런트 휠을 사용하는 유럽식 빅휠 스쿠터의 대표 모델로, 1997년 첫 데뷔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모델이다. 장점은 명확하다. 실용적이지만 감각적인 디자인, 가벼운 무게와 다루기 쉬운 핸들링 특성으로 승용은 물론, 뛰어난 경제성 덕분에 이탈리아 우체부들의 발로 채택될 만큼 상용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특별함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질리지 않는 무난함이 가장 큰 장점인 모델이랄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지금까지 인기가 없었을까? 그것은 유럽식 빅휠 스쿠터가 디자인적으로 언더본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원래 국내에서 언더본이 배달용이라는 인식이 강해 승용 시장에서는 전혀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언더본이 승용 모델로 상당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빅휠 스쿠터가 재도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타이밍인 것이다.
더욱 매력적인 변화
이번에 출시한 리버티는 2025년 유로5 플러스에 대응하며 디자인 변경이 이루어졌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LED 기술을 적용하며 헤드라이트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기존 리버티가 지나치리만큼 평범한 느낌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는데, 이번 디자인 변화가 전반적인 느낌에 생기를 불어넣고 디테일을 더했다.
이번에 테스트한 모델은 리버티 125의 기본형이며, 앞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물량은 리버티 S 125다. 기본적인 사양과 구성은 동일하지만 로고와 좌우 범퍼 디테일, 그리고 휠 컬러가 실버 대신 블랙으로 바뀌고, 블루 컬러의 데칼을 더해 스포티한 감각을 살린 것이 리버티 S 125다.
주행 감각
주행 감각은 의외성이 많았다. 날렵하고 가벼워 보이는 외형과 달리 주행 안정감은 상당히 높다. 우선 출력 자체가 상당히 부드럽게 나온다. 125cc 공랭 i-get 엔진은 11마력의 출력을 내며, 차체를 가속하는 느낌이 상당히 매끄럽다. 속도를 붙이는 기세는 조금 덜하지만 꾸준히 밀어준다. 계기반에서 확인한 최고속은 97km/h였다.
저속과 고속에서 모두 큼직한 전후 휠이 만들어주는 안정감이 돋보인다. 덕분에 천천히 달릴 때에도 차체의 균형을 잡는 게 무척 쉽다. 이런 안정감 속에서도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방향 전환은 빠르고, 핸들 조향각도 커서 좁은 공간에서도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둔하지 않으면서도 다루기 쉬운 느낌이 매력적이다.
서스펜션은 살짝 무르고 충격 흡수에 여유가 있는 세팅이다. 다만 탠덤 주행 시에는 리어가 눌리며 작동 폭이 크게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스쿠터에게 기대하는 성능은 충분히 상회한다. 브레이크 성능 역시 무난하다. 리어는 드럼 브레이크, 프런트는 싱글 디스크에 ABS가 적용되며, ABS는 전륜에만 탑재된다.
초심자에게 좋은 선택
안정적인 저속 주행 성능과 부드러운 스로틀 반응, 간편하고 직관적인 조작성, 그리고 790mm의 낮은 시트고 등 리버티 125의 특징은 초심자에게 특히 반가운 부분이다. 프런트와 리어 카울 좌우에는 별도의 사이드 프로텍터가 장착되어 있어 제자리 전도에 대한 부담도 덜어준다.시트 밑 수납공간은 소형 제트 헬멧 정도만 들어간다. 낮은 시트고를 확보하기 위해 수납공간 일부를 희생한 결과다. 여기에 399만 원의 가격표는 구매를 망설이는 고민을 줄여준다.
피아지오 리버티 125는 화려한 스타일이나 강렬한 개성을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타기에 부담이 없고, 오히려 더 편안하다. 합리적인 가격, 뛰어난 주행 안정성으로 묵묵히 ‘일상의 발’ 역할을 하는 든든한 동반자, 그리고 조금 더 세련된 스쿠터다.
글/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피아지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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