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Unique, BYD 씰

    한국 고객에게 정식 인도를 앞둔 BYD 씰을 타고 비 내리는 트랙을 질주해 봤다.

    중국 BYD 브랜드가 한국 자동차 업계에서 연이어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대부분은 추측과 소문에 대한 것으로 아직 완전히 정해지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의혹이다. 3분기 한국 소비자에게 인도를 앞둔 씰(Seal)도 그런 모델 중 하나다. 어쩌면 이런 다양한 소문들은 그만큼 BYD 자동차가 대중에 관심을 끌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씰이 어떤 차인 지는 경험하기 전에는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그러던 7월의 어느 날,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씰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씰의 디자인은 ‘바다의 미학 컨셉’을 자동차 전체에 담고 있다. 전면 디자인은 ‘오션 X 페이스’라는 언어로 역동적인 인상이다. 더블 U형 플로팅 LED 헤드라이트와 물결형 리틀 램프가 마치 상어를 연상시킨다. 차의 전체 길이는 4,800mm, 휠베이스는 2,920mm이다. 상대적으로 차의 높이가 낮은 편(1,460mm)이라 유선형 차체가 강조된 모습이다. 휠 아치는 차 높이와 1:2 비율로 큰 편이고, 보닛 라인을 따라 날렵하게 이어진 A필러 등으로 스포츠 세단의 정석을 보여준다. 실제로 공기 저항계수(Cd)는 0.219로 가속력과 에너지 효율성 모두에 도움을 준다.

    실내 디자인은 독창적이다. 3스포크 D컷 스티어링 휠은 고래의 꼬리지느러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대시보드는 마치 파도가 치는 것처럼 곡선으로 겹겹을 이룬다. 세련된 느낌의 정도나 디자인 완성도를 떠나서, 씰에 타고 있으면 비교적 편안함이 먼저 느껴진다. 대시보드 중앙에 달린 12.8인치 회전식 터치 디스플레이는 자체 인터페이스로 구현된다.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공조 장치 제어 같은 기본 기능 외에도 공기정화 같은 특이한 기능이 특징이다. 스티어링휠 뒤에 달린 10.25인치 계기반은 풀 TFT LCD 구성이다. 동시에 커다란 헤드업디스플레이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준다.

    물방울 모양에서 영감을 받은 크리스탈 기어 레버를 비롯해 곳곳에서 은은한 들어오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세련된 느낌을 전달한다. 시트는 천연 나파 가죽과 인조 가죽이 조합된 구성. 유럽 세단처럼 단단한 느낌이 아닌 부드럽고 안락한 느낌을 우선으로 했다. 커다란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2열까지 뛰어난 개방감을 선사한다. 더불어 윈드실드와 앞좌석 윈도우에 2중 접합 유리를 사용해 외부 소음 억제 능력도 강화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이 400L이다. 여기에 보닛 아래 추가로 53L 수납 공간도 제공한다.

    씰은 순수 전기 자동차다. 이번에 경험한 모델은 앞뒤 듀얼 모터를 달고 네 바퀴 굴림을 사용하는 ‘다이내믹 AWD’ 모델이었다. 특이한 것은 트렁크 뒤쪽에는 ‘3.9S’라는 모델명이다. 보통 이런 모델명은 내연 기관 자동차에 어울린다. 하지만 씰의 것은 3.9세컨드, 즉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3.9초 이하가 소요된다는 의미다. 이것이 중국 방식의 위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엔터테이닝 적인 요소와 다르게 이 차의 파워트레인은 대단히 진지한 면을 가졌다. 씰은 BYD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e-플랫폼 3.0을 쓴다. e-플랫폼 3.0은 ‘8-in-1 파워트레인’, ‘고효율 히트펌프’, 그리고 ‘블레이드 배터리’ 등 크게 3개의 구성으로 이뤄진다.

    결국 시스템의 간소화 및 경량화. 냉각 성능을 강화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성은 유지한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82.56kWh 용량의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복합 주행거리 407km를 기록한다. 150kW 고속 충전에서는 배터리 20%~80% 에너지 충전 시 약 30분이면 된다. 또한 배터리가 차체의 일부 역할을 하는 셀투바디(CTB) 디자인을 통해 비틀림 강성도 4만500 N·m/degree 수준으로 확보했다고 한다. 다이내믹 AWD 모델의 지능형 토크 적응 제어 시스템(iTAC)은 전 후방 모터의 출력 전환을 비롯해 차의 자세제어를 정밀하게 제어한다. 앞뒤 차축에 달린 2개의 모터는 각각 160, 230kW 동력으로 최대 출력 530마력(390kW)을 발휘한다. 앞뒤 50:50 무게 배분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또한 주파수에 따라 반응이 변하는 가변 댐핑 서스펜션(FSD)으로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최적의 타이어 접지력을 구현한다.

    트랙에 올라 워밍업 주행을 끝나고 긴 직선 구간에 들어섰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모든 출력을 이용해 급가속을 시도했다. 노면이 미끄러워서 가속력을 모두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모터 출력을 제어하는 섬세함이었다. 운전자가 출력이 비정상적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고 부드럽게 출력을 제어했다. 가상의 전동화 사운드가 스피커를 통해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첫 번째 코너의 입구를 전속력으로 들어가면서 강하게 제동을 했다. 이때 이미 예상을 뛰어넘는 주행 능력을 직감했다. 미끄러운 노면으로 살짝 차를 내던졌고 씰은 경쾌하게 타이어 접지력을 찾아가며 반응했다. 무게 중심을 밑으로 깐 상태는 대단히 안정적이었다.

    고성능 트랙 타이어가 아니었음에도 타이어가 진득하게 노면을 잡았다. 그리고 전속력으로 원하는 라인으로 파고들며 앞머리 방향을 유지했다. 그 느낌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일부 헤어핀 구간에서 앞바퀴가 미끄러지며 언더스티어가 날 만큼 차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동력을 순식간에 앞에서 뒤로 보내서 차의 회전력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출력을 약간 후방에 주면서 의도적으로 역동적인 핸들링을 이끌었다. 앞뒤 혹은 좌우 바퀴에 즉각적으로 동력을 분배하는 iTAC가 운전자의 스타일에 맞춰 자유롭게 반응했다.

    고속 코너링 감각은 특히 안정적이다. 네 바퀴로 최대한 버텨서 무섭기보다는 운전자의 스로틀 요구에 따라 차가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움직임에 변화가 가능했다. 급제동 시 차 무게가 앞으로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진행 방향 45도로 서스펜션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타이어 접지력을 극대화했다. 예상보다 훨씬 정밀한 하체 지오메트리와 횡방향 차체 강성이 전자제어 장비와 잘 어우러졌다. 완전한 기계식 자동차를 타는 것처럼 이해하기 좋았다. 왜 BYD 관계자들이 다소 평범해 보이는 순수 전기 세단을 트랙에서 타보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제한된 짧은 트랙 테스트로 씰 다이내믹 AWD의 모든 성능과 특징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주행 특성 측면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운전이라는 행위를 통해 운전자에게 분명한 자신감을 줬다. 똑똑하면서도 동시에 정확했다. 씰은 한 마디로 중국 자동차였다. ‘중국차’라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인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기술력과 디자인, 개성이 분명하게 녹아있는 자동차였다. 그런 관점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김태영 (모터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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