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대한 선물, BMW 모토라드 R 1300 GS 어드벤처

    미디어 테스트 공간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곳에 있는 모든 인원이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새로운 R 1300 GS 어드벤처의 테스트를 마치고 복귀한 그들에게서 완벽한 믿음이 느껴졌다. 물론,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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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꿈꾸는 여정

    2004년, 이완 맥그리거와 찰리 부어만이 BMW의 R 1150 GS를 타고 롱 웨이 라운드라는 TV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GS의 월드투어러 이미지가 강력하게 각인됐다. 당시, 실제로 모터사이클 광이었던 두 배우는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벨기에,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캐나다 그리고 미국까지 약 30,396km를 달렸다. 그로 인해 생긴 다양한 이벤트를 영상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현시점에서 바라봐도 참 용감한 기획과 대단한 결과물이다. 어쨌든,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GS에 대한 위상이 더욱 높아졌고 세계일주나 대륙횡단 같은 도전은 GS와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까지 생겼다. 이후, 2007년에는 스코틀랜드의 존오그로츠부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까지 달리는 롱 웨이 다운을 진행했고, 마지막 시리즈인 롱 웨이 업은 2020년,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부터 13개국을 거쳐 LA까지 달렸다. 롱 웨이 업은 탄소를 줄이자는 의미를 담아 전기 모터사이클과 전기 트럭을 타고 달렸지만, 앞선 두 시리즈에서는 GS를 타고 달리며 전 세계 라이더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그때 꿈꿨던 월드투어와 대륙횡단. 이제 R 1300 GS ADV와 도전할 차례다.

    실물이 예뻐

    2024년 독일에서 진행된 모토라드 데이에서 R 1300 GS ADV(이하 GS AD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당시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의 라이더들이 함께 확인했는데 공개와 동시에 댓글 창에 악플이 가득했다. 디자이너를 해고해라, 마인크래프트 같다, 디자인에 자신이 없어서 타이어로 가렸냐? 등처럼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모습이었다. 사실, 어드벤처 장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나조차도 당황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GS ADV의 실물은 미소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게 한다. 그저 둔탁하고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였던 이미지와 달리 터프한 라인과 거대한 풍채가 시선을 압도한다. 이제는 눈에 익은 X 디자인의 헤드라이트를 시작으로 과감하게 튀어나온 사이드 패널과 연료 탱크, 알루미늄 소재를 그대로 드러낸 서브 프레임과 두툼한 시트까지. 누가 봐도 장거리 투어를 거뜬히 달릴 수 있는 존재감을 갖췄다. 특히, 트리콜로의 트로피 에디션과 고품질 파츠가 더해진 옵션 719 모델은 대비되는 컬러로 더 강한 인상을 내기도 한다.

    정점에 오른 기술력

    GS ADV에는 클러치 레버가 없었다. 국내 출시 모델에는 BMW가 개발한 자동 변속 보조장치(ASA)를 모두 탑재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클러치 레버의 부재가 어색하지만, 기어를 넣고 스로틀을 당기는 순간 500m도 달리지 않아 감탄사가 터진다.

    주행 모드에 따라서 스로틀 반응과 변속 시점이 다른데 일반 로드모드로 달리면 엔진에게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라이더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 적정선으로 변속, 가속한다. 변속이 워낙 부드럽기 때문에 배기음을 배제하고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다면 변속 시점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다. 변속을 잊고 스로틀에만 집중하다 보니 붉게 물든 단풍과 굽이진 와인딩 로드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타이트한 와인딩 로드에서는 라이더의 의도와 다른 변속 타이밍이 움찔하기도 한다. 바로 그때가 다이내믹 모드를 설정할 타이밍이다. 스로틀 반응이 빨라지고 변속 타이밍이 현저히 늦춰진다. 따라서 더 높은 rpm까지 사용하면서 경쾌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이전에 R 1300 GS를 시승할 때, 낮은 속도에서 기어를 끝까지 올리려는 시도를 해본 적이 있는데 계기반에 작은 경고 문구와 함께 시프트 업을 제어했다. 모터사이클이 시동이 꺼질 수도 있고, 엔진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퀵시프트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에는 ‘BMW 라이더를 엄청난 초보자라고 생각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었는데 ASA가 적용된 GS ADV에서 이해가 된다. 이미 앞선 기능으로 많은 테스트와 안정화를 거쳤을 것으로 기대된다.

    명불허전 GS

    GS ADV이 가진 이미지에는 ‘편안함, 장거리,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담겼다. 첫번째로 편안한 영역은 클러치 레버의 부재만으로 대폭 향상됐다. 잦은 신호를 만나 가고 서기를 반복하거나, 길게 뻗은 도로를 스로틀만 열고 가속하다 보면 ‘모터사이클이 이렇게 쉽고 편안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정차 시 ADH(어댑티브 라이드 하이트)가 작동하며 리어 쇽이 30mm 내려가 발착지성을 높여준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로우 시트까지 더하면 최대 800mm까지 낮출 수 있다. GS ADV은 일반 모델보다 커다란 윈드 스크린과 두툼한 시트가 장착됐다. 전동 윈드 실드로 라이더에게 들이치는 바람을 조절하면 4륜 오픈카에서 느껴지는 오픈 에어링 수준까지 줄어든다. 또한, 몇 시간을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시트 덕분에 어떤 노면과 환경에서도 유유히 순항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은 전후 레이더 센서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지금까지 다른 모델에서도 ACC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라이더가 일정 속도에 맞춰 변속을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아니, 반대로 얘기하면 변속만 해주면 편안하게 크루징이 가능했는데 이젠, ASA로 변속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출발과 동시에 원하는 속도로 설정하면 주행모드에 어울리는 변속 타이밍과 가속력으로 설정 속도에 도달한다. 그 사이 전방에 차량이 있다고 감지하면 설정해 둔 거리를 유지하며 대기한다. 또한, 선두 차량의 속도가 낮아지면 이에 맞게 감속과 다운시프트까지 자연스럽게 해내고 일정 수준을 넘어선 제동에는 계기반에 경고를 띄우며 급감속한다. 레이더를 이용해 차선 변경 경고, 전방 차량 충돌 경고, 후측방 차량 경고 등을 지원한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라이더 중 최신 ACC를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굳이? 내가 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물론, 숙련된 라이더라면 원하는 가속감과 리듬감을 자연스럽게 하겠지만, 장시간 주행 중 스로틀을 일정 이상 감고 유지하는 액션마저 피곤할 때가 있다. 바로 그때, GS ADV에게 키를 맡기고 여유로운 투어를 만끽하란 뜻이다. 이러다 졸음운전을 하진 않겠지?

    마법 같은 움직임

    기함급 GS 시리즈는 늘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마법처럼 가벼웠고 어느 세대를 불문하고 단 한 번도 불안하게 만든 적이 없다. 가벼운 데 불안하지 않다는 건, 내 마음대로 쉽게 이끌고 주행의 재미를 느끼기 좋다는 의미다. 기어 시프트를 매뉴얼로 바꾸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면서 주행의 즐거움이 풍성해진다. 사실 달리기 시작하면 기존의 R 1300 GS의 퀵시프트와 작동 방식이 동일한데 조금 더 무거운 차체가 만드는 안정감이 큰 차이를 만든다. 무거운 SUV에 고급스러운 서스펜션이 물리고 토크풀한 엔진이 탑재된 것과 비슷하다. 높은 시야와 편안한 포지션인데 무게 중심은 낮고 움직임이 날렵하다. 안 되는 영역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닌 늘 해오던 것처럼 완성도가 좋다. 또한 클러치가 없음에도 스로틀만 가볍게 당기면 엄청난 질량의 프런트가 사뿐히 떠오른다. 시프트캠 기술이 적용된 1,300cc 박서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49Nm를 발휘한다.

    다음 세대의 시작

    새로운 GS ADV는 모터사이클의 다음 세대를 제시했다. 분명히 기존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클러치가 사라지고 훨씬 다루기 쉬워진 특성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특히 클러치워크를 많이 연습한 사람일수록 허탈감도 있다. 하지만, 269kg의 거대한 어드벤처 바이크를 더 많은 라이더가 부담 없이 도전하고 전도에 대한 우려도 대폭 줄어들 것이라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ACC에 대한 많은 의심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확신과 믿음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새로운 GS ADV가 의심스럽다면 직접 경험하고 믿음을 갖길 바란다. 그 후엔 편안함, 안전성, 자유로움이라는 달콤한 선물이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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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MOTORRAD R 1300 GS ADVENTURE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아쉬운 점이 있다면
    클러치 부담 없는 최고급 어드벤처
    독보적인 승차감
    다소 부담스러운 차량 무게
    전자장비가 너무 많아서 공부가 필요함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수평 2기통
    보어×스트로크 106.5 × 73(mm)
    배기량 1,300cc
    압축비 13.3 : 1
    최고출력 145hp / 7,750rpm
    최대토크 149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30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레버 중앙 스프링 (R)파라레버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R19 (R)170/60 R17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8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80×1,012×1,588mm
    휠베이스 1,534mm
    시트높이 870-890mm
    차량중량 269kg
    판매가격 3,910만 원부터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BMW모토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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