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위한 슈퍼바이크, 혼다 CBR600RR

    부드러운 움직임 속에서 짜릿한 4기통 배기음을 내뱉는다. 그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쭈뼛거린다.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과정에 두려움이 없고 강렬한 즐거움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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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거의 10년 만에 국내 상륙한 CBR600RR을 영암 국제 자동자 경주장(이하 KIC)에서 테스트했다. 모터사이클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미들급 4기통 슈퍼바이크에 대한 이야기, 특히 CBR600RR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짜릿한 4기통 사운드, 끊임없이 올라가는 rpm, 다루기 쉬운 주행 특성 등을 들으며 언젠가 꼭 타보고 싶었다. 그런데 KIC에서 테스트하면서 강렬한 재미만큼이나 의문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이번 도로 시승을 통해 모든 의문이 해소할 수 있었다.

    정확한 표적 설정

    CBR600RR을 KIC에서 테스트하면서 아쉬웠던 점이라면, 너무 본격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꼽자면 아쉬운 타이어 성능, 너무나 느긋한 저회전 토크, 빠른 ABS 개입 시기다. 그런데 이는 모두 주어진 환경에 의한 착각이었다.

    도로 위에서 다시 만난 CBR600RR은 한없이 친절했다. 순정 타이어인 던롭 로드 스포츠 2 타이어는 예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적절한 그립을 만들어낸다. 엔진이 본격적인 출력을 발휘하는 구간에 닿기 전까지는 쿼터급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타이어가 한계에 닿지 않는다. 또한, 콤팩트한 차체 덕에 대부분의 코너는 기울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끝나는 수준이다. 답답하게 느껴지던 저회전 토크도 도심 속에서 흐름을 앞서기엔 충분하다. 스포츠 바이크에서는 핸들바와 시트의 높이 차이가 포지션 난이도를 크게 가르는데, 핸들 바가 꽤 낮은 설정임에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앞으로 바짝 당겨 앉으면 상체를 크게 숙이지 않아도 될 만큼 편안하고 엉덩이를 뒤로 빼면 작은 윈드 스크린에 온몸이 가려진다. 나름 작은 체구가 아님에도 이런 포지션 변경이 가능하다는 건 시트의 전후 공간이 여유롭단 증거다. 서스펜션은 도심 주행에 적절하다. 자잘한 요철부터 크고 작은 과속 방지턱 충격을 자연스럽게 걸러낸다. 전후 서스펜션 모두 완전 조절식일 뿐만이 아니라 트리플 클램프를 넘어 올라온 포크를 보면 높은 잠재력이 예상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별도의 공구가 없다면 댐핑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서스펜션의 클리크 수와 얼마나 넓은 폭의 댐핑을 조절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지 못했다.

    똑똑한 전자장비

    레이스 트랙에서 답답하게 느껴지던 제동 성능도 공도에서는 충분하고 넘친다. 토키코의 4피스톤 레디얼 캘리퍼와 레디얼 마운트 마스터 실린더가 초반부터 최대 제동력까지 일정한 답력을 낸다. 비교적 속도 영역이 낮은 도심 환경에서 주변의 흐름에 맞게 조작하기에 좋다. 트랙에서 코너 진입마다 개입하던 ABS도 쉽게 경험할 수 없다. 테스트를 하면서 딱 두 번 정도? 내리막 도로에서 비상식적인 끼어들기 차량을 보고 제동할 때 프런트 포크가 한계를 치면서 ABS가 개입했다. 물론, 이마저도 ABS의 개입 정도를 더 늦출 수 있다면 불만이 사라지겠지만, 리어 휠이 떠오르는 것에 대비하는 부담도 생길 테니 이해되는 설정이다.

    또한, 새롭게 추가된 주행 모드를 통해 엔진 출력, 트랙션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개인의 취향이나 현재 바이크 세팅, 주행 환경에 따라서 마음대로 커스텀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개인적으로 트랙션 컨트롤을 테스트할 때 저속 상태에서 풀 스로틀을 열어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하게 만들고, 바이크가 안정을 되찾고 얼마나 빠르게 다시 가속을 붙이는지 확인한다. CBR600RR은 지금껏 테스트했던 동급 모델 대비 준수한 성능을 보였다. 물론, 라이더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전자장비가 개입하면서 가능한 한 가장 빠르게 가속하는 것이 좋겠지만, CBR600RR의 설정은 이보다 조금 더 보수적인 느낌이다.

    유일무이 슈퍼바이크

    사실 CBR600RR의 과거 단종 이유는 판매 부진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미들급 4기통 엔진의 슈퍼바이크가 가격 대비 인기를 잃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생산국을 바꾸고 합리적인 가격표로 출시한 CBR600RR은 당시와 비교한다면 훨씬 가성비 넘치는 모델이 됐다. 15,000rpm을 넘기는 슈퍼바이크 필링은 이제 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슈퍼바이크 시장에 유래 없던 판매량으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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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DA CBR600RR 2024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67 × 42.5(mm)
    배기량 599cc
    압축비 12.2 : 1
    최고출력 121hp / 14,250rpm
    최대토크 62.7Nm / 11,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8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1mm 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 쇽 링크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2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030×675×1,140mm
    휠베이스 1,370,mm
    시트높이 820mm
    차량중량 195kg
    판매가격 1,790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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