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LEY-DAVIDSON
SOFTAIL STANDARD
새로운 기준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 그것은 쉽지만 또 어려운 일이다.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 스탠더드다.
소프테일 스탠더드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은 아니다. 이미 우리에게 스트리트밥을 통해 익숙해진 밥커스텀 모델이다. 전체적인 구성이 스트리트밥과 비슷해서 염가버전이라고 해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두 모델의 가격 차이는 200만 원,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차이다. 하지만 단순히 싼 것이 스탠더드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니 이 글은 왜 스트리트밥이 아닌 스탠더드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의 과정이 될 것이다.스탠더드 STANDARD, 표준, 기준이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이 모델은 소프테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들을 갖춘 모델이다. 소프테일 라인업은 첫 에볼루션 엔진을 얹었던 1984년 FXST로 시작되었다. 내부에 서스펜션을 감춰 고전적인 리지드 테일 형상에 부드러운 승차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소프테일 시리즈는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어서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들이 등장했다. 소프테일 패밀리가 크게 확장되던 1998년에는 원조격인 FXST에 소프테일 라인업의 기본임을 강조하기 위해 소프테일 스탠더드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 이름은 2007년까지 이어진다. 그 이후 13년간 라인업에서 빠진 이름이지만 시간이 흘러 2020년 소프테일 스탠더드가 다시 라인업에 오르게 되었다. 모델에 적용된 문법은 그대로지만 오늘 날 가장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밥커스텀 장르로 그 기준이 바뀌었을 뿐이다.
스트리트밥 VS 스탠더드
뒤로 갈수록 낮게 떨어지는 실루엣에 불쑥 솟은 세미 에이프행어 핸들바, 그리고 그 사이에 툭 끼워진 것 같은 싱글시트. 19인치 프런트휠에 16인치 리어휠의 조합까지 스트리트밥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왔다. 초기의 20~21년식 모델은 와이어스포크 휠을 장착했었지만 2022년 모델부터 스트리트밥과 동일한 디자인에 색만 다른 알루미늄 캐스트 휠을 장착한다. 2023년 두 모델의 외형상 가장 큰 차이는 엔진과 배기라인이다. 블랙 데님 컬러로 마감된 스트리트밥과 달리 스탠더드는 반짝이는 크롬으로 마감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탠더드가 심플한 컬러와 레터링만으로 이뤄진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실물은 훨씬 화려해 보인다. 좌우 어디서 보든 커다란 크롬 덩어리로 비춰지는 엔진은 그 존재감이 상당하다. 특히 슬림한 연료탱크와 구성요소를 최소화 한 미니멀 디자인 덕분에 엔진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컬러는 비비드 블랙 한 가지다. 선택의 폭이 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원하는 대로 꾸며나갈 것을 생각하면 그 폭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엔진은 공랭 밀워키에이트 107을 장착하고 있다. 114엔진이 더 강력해진 토크와 여유로운 출력이 매력적이라면 107은 스트로크가 짧은 만큼 매끄럽게 회전수를 끌어올리는 느낌이 좋다. 107이 연비 효율이 더 좋다고 하지만 체감상 큰 차이는 느끼기 힘들었다. 하지만 간결한 차체 구성에 강력한 엔진의 조합으로 가속은 114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마음먹고 풀 가속하면 시트 위에서 버티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가속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바이크의 진짜 매력은 출발하자마자 빠르게 톱기어까지 올리고 두두두두 달리는 매끄러운 크루징에 있다. 물론 속도가 낮은 도심에서는 4, 5단에서 가장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올라온 양 손과 과장되지 않게 앞으로 내딛은 다리. 마치 커다란 풍선을 껴안고 달리는 것 같은 자세가 연출된다. 바람을 막을만한 것은 손바닥 크기만큼도 없고 달리는 방향을 향해 팔다리를 뻗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높일수록 바람을 끌어안고 달리는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몸에 익을수록 달리는 즐거움을 극대화해주는 포지션이다.
좌우로 쭉 뻗은 두 주먹 사이로 도로가 펼쳐지고 눈앞에 이어지는 소실점에 집중하며 달리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두툼한 옷을 뚫고 냉기가 파고드는 쌀쌀한 날씨에도 따사로운 햇살이 눈가를 간질이니 마치 캘리포니아를 달리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기본 배기음의 조율은 환상적이다. 절대적인 볼륨은 나날이 강력해지는 소음규제에 대응해 터무니없이 작아졌지만 소리의 질은 끊임없이 개선되어 저음과 중음의 조화가 상당히 좋다. 시끄러운 바이크들이 눈총 받는 시대이기에 작은 볼륨 안에서 즐기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좋은 핸들링 감각과 풍부한 토크가 기분 좋은 주행을 만든다. 느긋한 포지션이지만 달리려고 마음먹으면 의외로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다른 모델들에 비해 전후 타이어 폭이 좁은 편인데, 이 때문에 방향전환이 상당히 경쾌하고 무게도 가볍게 느껴진다. 전후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탄탄함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하고 있다. 묵직한 무게가 운동성능을 떨어트리는 주범이지만 무게 때문에 생기는 안정감은 대형 크루저만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세미에이프 행어 핸들 바는 멋을 더할 뿐만 아니라 묵직한 바이크를 더 가볍게 다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꾸미는 즐거움
소프테일 스탠더드는 할리데이비슨 전통의 공랭엔진의 엔트리 모델이며 동시에 어떠한 모습으로든 진화할 수 있는 빈 캔버스 같은 모델이다. 스트리트밥은 멋있지만 이미 완성된 디자인이라 손댈 여지가 많지 않게 느껴지는 것과 달리 스탠더드는 바이크를 세워두고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모습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탱크의 색만 바꿔도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될 것이다. 존재감 넘치는 공랭 빅트윈 엔진과 쉽게 자신만의 바이크로 꾸며나갈 수 있는 매력. 지금 소프테일 스탠더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HARLEY-DAVIDSON
SOFTAIL STANDARD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OHV 4밸브 밀워키에이트 107 보어×스트로크 100 × 111(mm) 배기량 1745cc 압축비 10.0:1 최대토크 149Nm /3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2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 19 (R)150/80 B16 브레이크 (F)싱글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 2,320 휠베이스 1,630mm 시트높이 680mm 건조중량 291kg 판매가격 2,960만원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손호준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harley-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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