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 깨나 모터사이클밖에 모르는 당신을 위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바이크 콘텐츠들을 모아봤다.
따듯했던 12월 초까지와는 다르게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는 이상 기온을 보이는 이번 겨울이다. 비교적 따듯한 남쪽으로 떠나는 바이크 투어도 좋지만, 편안히 소파에 누워 바이크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거나, 집 근처 바이크 용품 전문점에서 쇼핑하거나 쇼룸에서 바이크를 구경하는 것도 오프시즌을 다채롭게 즐기는 방법이다. 비시즌에 바이크 레이서가 짐에서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기르고 라이딩에 필요한 반사신경이나 근육을 단련하듯 일반 라이더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다음 시즌 투어에 대한 영감을 얻거나 지식을 쌓으면서 다가오는 봄 시즌 더 풍부한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즐길 준비를 해야 한다.
[ MOVIE ]
추위 따위는 상관없이 당장 바이크의 시동을 걸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들
바이크를 타는 사람 중 꽤 많은 사람이 영화 속 모터사이클 장면에 감명받아 입문하게 될 만큼, 라이더의 로망을 자극하는 영화가 많다. 모터사이클을 주제로 다루는 영화도 좋지만, 그저 주인공이 바이크를 타는 멋진 장면 몇 장면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영화가 스타일리시한 배우와 멋진 연출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면, 다큐멘터리는 담담하게 모터사이클 문화를 집중 조명하며 깊이 있는 설명과 영상자료로 라이더를 매료시킨다.
TT 클로저 투 더 엣지 (TT Closer to the Edge)
배트맨 세계관의 새로운 조커역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자레드 레토는 모터사이클을 열정적으로 타는 할리우드 스타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내레이션을 맡은 이 다큐멘터리는 매년 맨섬에서 열리는 TT레이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TT레이스는 맨섬의 공공 도로를 따라 진행되는 특별한 레이스다. 서킷이 아닌 만큼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레이스 중 하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 때문에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TT 레이스의 전설 가이 마틴(Guy Martin), 존 맥기네스(John McGuinness) 외 여러 선수가 등장한다. 첫 TT레이스 이후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주지만 그 명맥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 왔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2010 Isle of Man TT 경기 중 사망한 폴 돕스(Paul Dobbs)의 아내와 가족의 인터뷰를 담아 레이스의 숭고함과 숙연함을 담아냈다.
이지 라이더 (Easy Rider)
1969년 작품이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보면 되돌이킬 수 없이 당신의 뇌리에 아메리칸 차퍼에 대한 로망이 새겨질 것이다. 두 명의 라이더가 미국 서부에서 출발해 동부로 향하는 긴 여정을 담은 영화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 없이 즉흥적으로 연기하고 촬영한 영화다. 영화 속 등장하는 히피족들도 현지에서 즉석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오프닝 OST로 흘러나오는 스테판 울프의 ‘본 투비 와일드’는 이 영화를 통해 라이더가 사랑하는 음악으로 재탄생되었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성조기 디자인을 입은 영화 속 와이어트의 모터사이클인 ‘캡틴 아메리카’는 초퍼의 상징과도 같은 모델이 되었다. 캡틴 아메리카에 적용된 과도하게 연장된 프런트 포크와 물방울 모양의 작은 탱크, 리지드 바디 프레임, 에이프 핸들바, 킹&퀸 시트, 시시바는 아직도 많은 커스텀 바이크의 영감이 되고 있다.
아키라 (AKIRA)
아키라는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SF 장르로 ‘만화계의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당시 새로운 연출법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도쿄가 핵폭탄에 의해 붕괴하고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네오 동경에 폭주족 소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일본 내뿐만 아니라 서양권 국가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이 만화영화 이후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사이버펑크 장르의 영화에 큰 영감이 되었다. 특히 만화 커버에 주인공인 쇼타로 카네다가 자신의 바이크로 걸어가는 모습을 부감으로 연출한 장면은 여러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에서 오마주되었다.
롱 웨이 라운드 (Long Way Round)
<롱 웨이 라운드>는 지난호 셀레바이크 이완 맥그리거편에 소개되었던 TV 시리즈로, 이완 맥그리거와 그의 친구이자 배우, 작가인 찰리 부어만이 BMW 모토라드의 R 1150 GS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프랑스, 벨기에, 독일,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몽골, 러시아, 캐나다를 거쳐 미국 뉴욕을 도착으로 여정을 마무리 짓는다. 어드벤처 라이더라면 가슴 한편에 있을 세계 일주에 대한 열망을 제대로 자극한다. 라이더들의 여행 본능을 깨워주는 이 TV 시리즈를 통해 R 1150 GS는 큰 홍보 효과를 얻었고 덕분에 BMW GS 시리즈는 세계 일주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바이크가 되었다. 롱 웨이 라운드의 인기에 힘입어 후속작인 <롱 웨이 다운>, <롱 웨이 업>이 제작되었다.
대탈주 (The Great Escape)
스티브 맥퀸하면 트라이엄프가, 트라이엄프하면 스티브 맥퀸이 떠오르는 건 바로 이 영화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시대 배경으로 하며 독일 포로수용소에 갇힌 연합군 포로들의 탈출기를 담은 영화다. 주인공인 스티브 맥퀸도 갇힌 연합군 포로 중 한 명으로, 여기에 갇힌 포로들은 이미 탈출을 여러 번 시도한 적 있는 전적이 화려한 포로들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포로수용소를 탈출하는 과정은 관객에게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영화 속에서 스티브 맥퀸이 입고 나왔던 모든 의류는 현재까지도 빈티지 아메리칸 스타일을 추구하는 여러 브랜드에서 복각해 출시되고 있다. 영화를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도 알고 있을 만큼 주인공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담장을 넘는 장면은 클래식 트라이엄프 모터사이클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가 되었다.
원 위크 (One Week)
영화의 주인공 벤은 결혼을 앞둔 따분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학교 선생님이다. 그는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병원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한 노인을 만나 그 노인에게 1973년형 노튼 코만도를 산 후 모터사이클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가족에게도 시한부 선고를 숨긴 채 약혼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여행을 떠난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벤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주인공의 심경변화와 영화의 주제를 담은 사운드 트랙이 이 영화의 주요 감상 포인트가 된다. 뛰어난 사운드 트랙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상영되기도 한 작품이다. 비 오는 날 혹은 차분한 분위기의 모터사이클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추천하는 영화.
히팅 디 에이펙스 (Hitting the Apex)
모터사이클 역사상 가장 빠른 선수 6명, 호르헤 로렌조, 마크 마르케즈, 다니 페드로사, 발렌티노 롯시, 마르코 시몬첼리, 케이시 스토너를 중심으로 그들의 어린 시절부터의 성장 과정과 GP 선수가 된 후 시즌 중 겪는 부담감,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며 승리하는 여정을 기록해 레이스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특히 동시대에 활약하던 호르헤 로렌조, 대니 페드로사, 케이시 스토너 사이의 치열한 경쟁과 살아있는 레전드 발렌티노 롯시와 마르코 시몬첼리 사이의 돈독한 우정,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개봉할 당시인 2015년에 떠오르는 스타 마크 마르케즈에 대한 조명이 이 다큐멘터리의 주 콘텐츠다. 할리우드에서 모터사이클 라이더로 유명한 브래드 피트가 내레이션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레이스 투 다카르 (Race to Dakar)
<롱 웨이 라운드>에서 영화배우 이완 맥그리거와 동행한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찰리 부어만은 열정적인 모터사이클 라이더다. <레이스 투 다카르>는 찰리 부어만이 그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다카르 랠리에 참가하기 위한 준비과정과 다카르 랠리에 참여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찰리 부어만은 BMW 모토라드의 랠리 머신 F 650 RR을 지원받아 참전해 주목을 받았다. 그가 탔던 머신은 영국 최대 규모의 교통 박물관인 코번트리 교통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The World’s Fastest Indian)
튜닝된 1920년식 인디언 스카우트를 타고 세계 최고속을 여러 번 갱신한 버드 먼로(Burt Munro)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본네빌 소금 사막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터사이클이나 차량의 최고속을 테스트하는데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다. 트라이엄프의 T100, T120 본네빌 시리즈의 본네빌이 바로 이 소금 사막에서 따온 이름이다. 바이크를 개조하고 본네빌에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우여곡절이 많다. 여정 중 만난 낯선 사람들의 도움으로 결국 주인공 버트 먼로는 본네빌에서 세계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꿈과 목표를 갖고 있다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제목에서 이미 그 결말을 이야기하지만, 결말을 알고 봐도 감동이 있다.
먹보와 털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기획, 연출하고 연예인보다도 더 유명한 프로듀서 김태호 PD가 제작한 넷플릭스 프로그램. 재치 발랄한 코미디언 노홍철과 원조 월드 스타 비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콘셉트다. 회차마다 새로운 모터사이클 위에 올라 맛집을 탐방하며 가벼운 이야기부터 속에 있는 깊은 이야기까지 꺼내어 먹보와 털보는 브로맨스를 쌓아간다. 언젠간 나도 시간을 내어 절친한 친구와 함께 모터사이클로 전국을 여행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모터사이클 여행 버라이어티다. 국내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친숙한 느낌이다. 덕분에 모터사이클을 타지 못할 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타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이다. 투어를 계획할 때 참고할만한 정보도 많이 담고 있다.
번 아웃(Burn Out) , 켄타우로스(Centauro)
프로 데뷔 심사를 앞에 둔 재능있는 아마추어 선수 토니.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마약 판매 조직의 운반책이 된다. 몇 건의 마약 운송만 해결하고 손을 씻으려 하지만 조직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영화 번 아웃은 시놉시스를 떠나서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 라이더라면 볼만한 영화다. 2017년 개봉작으로 현대적인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이 대거 등장한다. 두카티 1299 파니갈레, 959 파니갈레, 하이퍼모타드 821, 몬스터 900, 야마하 YZF-R1, BMW S 1000 RR, KTM EXC 300이 영화에 등장한다. <켄타우로스>는 <번 아웃>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2022년 개봉한 영화다.
글 손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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