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매틱 스포츠 투어러
HONDA NT100
스스로를 뉴 투어링으로 정의하는 이 바이크를 기존의 바이크 장르의 틀에 맞춰 해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이 바이크는 지나치게 독보적이다.
2022년, 펜데믹의 구름이 걷히며 라이더들은 그동안 쌓아놓은 여행욕구를 폭발시키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투어링 장르는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혼다 역시 이 바람에 편승한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새로운 투어러 모델인 NT1100을 선보였다. 혼다에서 NT시리즈는 나름 역사를 가진 모델이다. NTV650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NT650V deauville(드빌/도빌, 프랑스 휴양 도시 이름에서 따온 모델명이다) 에서 시작되어 NT700V deauville까지 3세대나 이어진 나름 장수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출시하지 않아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꽤나 인기모델이고 유럽에서 경찰바이크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NT1100은 앞서 소개한 도빌에게서 NT라는 모델명과 전체적인 스타일은 물려받았지만 그 속은 사실 CRF1100L 아프리카 트윈과 많은 것을 공유하는 모델이다. 프레임은 새로운 디자인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만 수정되었고 1084cc엔진은 그대로 사용한다. 구성만 보면 “아프리카 트윈에 17인치 휠을 달고 투어링 카울을 씌운 것” 이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그래서 주행감각도 아프리카 트윈에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DCT의 민첩함
하지만 처음 스로틀을 열었을 때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절로 탄식이 튀어나왔다. 우선 맹렬한 돌진에 당황했다. NT1100에는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가 기본으로 장착되어있다.(원래는 MT와 DCT모델이 모두 존재하지만 국내에는 DCT모델만 출시한다) NT1100의 출발가속감은 말 그대로 놀라운 수준이다. 절대 가속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초반 가속, 특히 클러치가 붙기 시작하는 시점에서의 가속이 화끈하다. 내가 조절하는 것 보다 훨씬 정확하게, 그리고 힘의 손실을 최 소 화 하 며 순 식간 에 클 러치를 붙 인다. CBR1000RR-R의 런치컨트롤을 써서 바이크를 출발시킬 때도 이렇게 놀랍지 않았다. 그 빠른 속도감에 적응되기 전까지는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맹렬한 초반에 탄력까지 받으면 3.5초 만에 시속 100km/h를 달성하고 최고속은 200km/h이상이다. 스포츠 투어러로 분류하기에 충분한 동력성능이다. 전반적인 고속안정성도 탁월하다. 겨우 102마력짜리 엔진에 이 큰덩치를 가지고 이정도로 놀라운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동력의 손실이 거의 없는 듀얼클러치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DCT가 적용 된 모델들 중에 온로드에서 가장 스포티한 감각을 가진 모델이다. 골드윙은 너무 컸고 아프리카트윈은 온로드보다는 오프로드에 치중했으니까.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1세대 DCT모델인 VFR1200F가 있지만 10여 년 전 모델이고 당시에는 DCT가 아닌 MT가 메인이었고 DCT도 1세대 모델이다 보니 지금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느긋한 반응이었다. NT1100이 너무 툭툭 튀어나가는 느낌이 부담스러웠는데 익숙해지면서 좀 더 매끄럽게 조작하니 그만큼 부드럽게 움직인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저속컨트롤 하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주행모드는 투어, 어반, 레인의 3가지 모드와 사용자지정모드 2개가 준비된다. 입맛에 따라 출력과 TC개입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DCT에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기본은 D모드인데 초반의 활기찬 가속에 비하면 출발 후에는 효율이 높은 기어로 고정된다. 그래서 급가속을 위해 스로틀을 열어도 조금은 느긋하게 가속하고 반응한다.(물론 변속을 버튼으로 강제로 해주는 것에는 빠르게 반응한다) 하지만 S모드로 변경하면 확실히 변속 반응도 빨라지고 기본적으로 회전수를 높게 유지하려는 특성이 생긴다. 개인적인 취향은 S모드 쪽이 훨씬 내 마음처럼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런 자동 변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완전 매뉴얼 모드도 지원한다. 왼쪽 그립에 장착된 +- 레버를 이용해 원하는 기어를 바로 선택할 수 있다. 변속 속도와 반응이 상당히 빠르고 레브리미트까지 밀어붙여도 강제변속이 되는 일은 없어 완전히 매뉴얼 바이크 타듯 달릴 수 있다.
주행성능은 와인딩과 쭉 뻗은 도로 모두에서 이 바이크가 혼다라는 것을 증명하듯 완벽하다. 편안한 포지션과 중립적인 핸들링 특성은 구불구불한 길에서도 시선처리만 해주면 원하는 대로 라인을 그리고, 스로틀을 여는 만큼 착착 속도를 붙인다. 이 과정에서 라이더는 손목만 까딱일 뿐인데도 충분히 빠르다. 가속뿐만 아니라 제동성능도 훌륭하다. 전후 연동 브레이크는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속도를 줄여준다. 다만 그동안의 버릇 때문에 달리다보면, 특히 급가속 후, 혹은 제동을 시작할 때 무의식적으로 왼손과 발이 허공에서 허우적댄다. 클러치 레버도 변속레버도 없지만 이미 수동미션에 완벽히 프로그래밍 된 두뇌가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태생이 아프리카트윈인데 주행감각에도 어드벤처 바이크의 느낌이 살짝 남아있다고 느껴진다. 특히 전후 서스펜션 트래블이 150mm로 온로드 바이크 치곤 제법 긴 편인데 이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제법 안정감있게 요철을 처리해준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NT1100에는 관성측정장치IMU가 탑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BS와 트랙션 컨트롤, 그리고 DCT가 더 정밀하게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인데 이게 없으니 전자장비의 개입이 다소 투박하다. 베이스가 되는 아프리카트윈에는 있던 것인데 원가 절감을 위해서인지 NT1100에는 빠진 것이라 더 아쉽게 느껴졌다.
독보적인 스타일
NT1100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외형은 신형 X-ADV 750과도 비슷하게 생겼다. 특히 전면에서 보면 확실히 조금 큰 맥시스쿠터처럼 보이는데 사실 미션이 오토매틱이다보니 본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포지션도 크로스오버다. 어드벤처 바이크와 스포츠 투어러의 장점을 빼왔다. 시트는 편하고 핸들링은 매끄럽다. 라이딩의 스트레스나 피로감이 현저히 적다. 여기에 조절식 윈드쉴드와 열선그립, 크루즈컨트롤 등을 갖추고 있으니 장거리 투어러로써의 덕목은 충분하다.
그리고 윈드쉴드는 수동으로 조절한다. 모양만 보고 자동이라고 오해해서 조절 기능을 찾기 위해 온 메뉴를 다 뒤적이다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수동 조절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껴졌다.(웃음) 게다가 조작에는 꽤나 힘을 줘야 해서 처음에는 당황할 수 있다. 윈드쉴드와 프런트 페어링은 몸으로 오는 바람을 효과적으로 걸러준다. 라이더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은 물론 전면에서 봤을때 독특한 인상을 만든다.
터치까지 지원되는 TFT계기반과 작은 디지털 계기반의 조합은 아프리카 트윈과 동일하다. 하단의 작은 계기반이 꼭 필요한가 싶겠지만 부팅까지 시간이 걸릴 때도 하단 계기반 덕분에 주행을 시작하는데 무리가 없고 혹시 모를 고장에도 필수 계기는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바이크 계기반에는 터치스크린이 흔치 않기에 이는 정말 신의 한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직관적이지 못한 유저 인터페이스는 조금 불편했다.
특히 왼쪽 그립부의 버튼들은 달리면서 조작하기에 개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 이를 조작하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면 재미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확실히 편한 방식은 아니다. 또한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데 유선으로 연결해야하는 점과 계기반과 블루투스 헤드셋을 연결하지 않으면 카플레이가 활성화 되지 않는 점은 불편했다. 음성 안내는 듣지 않더라도 눈만으로도 내비게이션은 쓰고 싶을 때도 있으니 이것도 꼭 개선해줬으면 좋겠다.
독보적인 매력
서두에 밝혔듯 이 바이크는 지나치게 독보적이다. 우선 가성비가 상당히 좋다. 1,940만 원의 가격은 스포츠 투어링을 표방하고 있는 모델 중 배기량과 편의장비를 두루 고려해 비교해보면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사실 사전 가격정보 없이 타고나서 가격을 들었는데 예상보다 많이 저렴해서 놀랐다. 여기에 동일클래스 어떤 모델도 갖추지 못한 완벽한 듀얼클러치 미션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직선주로에서 스로틀을 크게 여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실력과 어지간한 바이크로는 따라가기 힘든 가속성능을 보여준다. 여기에 주행의 피로도도 낮고 빠르니 목적지가 멀수록 격차는 더 커진다.
사실 타보기 전에는 그저 그런 투어러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화끈한 주행성능과 투어러에 딱 어울리는 구성들이 매력적이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이 바이크에 딱 꽂혔다면 더 이상 다른 모델과의 비교가 의미 없을 만큼 확실하고 독보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2022년 국내에 배정된 물량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 바이크에 매력에 끌렸다면 지금 바로 결정해야 올해 안에 타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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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NT100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2 × 81.5(mm) 배기량 1,084cc 압축비 10.1 : 1 최고출력 102hp / 7,500rpm 최대토크 104Nm / 6,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4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식 (R)프로-링크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R17 (R)180/55-R17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56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40×865×1,360(mm) 휠베이스 1,535mm 시트높이 820mm 차량중량 248kg 판매가격 1,940만 원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 윤연수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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