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염해진 빅 싱글 단기통 모타드
KTM 690 SMC R
빅 싱글 단기통 엔진을 얹은 모타드 모델인 690 SMC R이 더욱 무르익어 돌아왔다. 단기통 엔진의 박력과 아무나 넘볼 수 없는 가벼움은 그대로 지켜냈으며 더 타기 쉬운 세팅으로 많은 라이더가 즐길 수 있는 머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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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M은 과거 10년 전만 하더라도 자기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디자인과 강력한 출력을 지닌 바이크를 만드는 매니악한 브랜드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1190어드벤처 시리즈를 출시한 2013년부터 보다 더 대중적인 디자인과 각종 전자장치를 탑재한 모델들을 출시하며 원래 있던 이미지를 벗어내고 있다. 현재 원동기부터 오버리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으며 경쾌한 주행감각과 뛰어난 성능의 전자장비 덕분에 많은 라이더의 선택을 받고 있다.
690 SMC R은 정통 슈퍼 모타드 스타일로 2012년 출시 당시 빅 싱글 단기통 엔진의 강력한 토크와 오프로드 바이크에 준하는 가벼운 건조중량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마치 오프로드 머신에 온로드 타이어만 끼워둔 것 같다는 격한 반응이었는데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극도로 가볍고 토크 위주 세팅의 엔진 필링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20년 새롭게 출시한 690 SMC R은 과거의 매력은 최대한 살리고 현대적인 전자장치와 새로운 설계로 무장하여 폭넓은 라이더가 즐길 수 있는 모델이 되었다.
날렵하고 단정해진 디자인
690 SMC R은 처음 출시한 지 7년 만인 2019년에 새로운 디자인을 갖췄다. 사실 다른 라인업에 비하면 꽤나 늦은 시기인데 슈퍼 모타드 장르의 수요가 과거부터 점점 줄어들고 있는 터라 브랜드 내에서는 슈퍼 모타드 장르 개발을 주저했을 것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훨씬 날렵하게 변경되었다. R모델인만큼 블랙과 화이트를 대비시키고 오렌지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전면과 후면에 블랙을 사용하고 측면 중앙부에 화이트 컬러를 사용하여 날렵함과 공격적인 이미지를 배가시킨다. 전면 비크는 과거보다 깔끔하고 직선적인 느낌을 주며 보다 강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고속 주행에도 흔들리거나 휘는 일이 적다. 사이드 페어링은 최신 오프로드 머신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간결하며 오렌지 컬러로 들어간 ‘R’이 눈에 띈다.
보통 연료탱크가 라이더의 앞쪽에 있어서 측면 페어링이 부풀기 마련인데 690 SMC R의 연료탱크는 라이더의 엉덩이 아래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더욱 날렵하게 느껴진다. 리어로 갈수록 연료탱크 때문에 넓어지긴 하지만 다른 바이크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마른 몸매다. 후미등은 790 시리즈와 같은 LED 램프를 적용하여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전작에서 오렌지 컬러였던 전후 17인치 와이어 스포크 휠은 블랙으로 변경되었고 림에 모델명이 프린트되어 있다. 프레임은 기존과 비슷한 격자형 디자인으로 랠리 머신에 사용하는 기술력을 반영해 강성을 확보하고 경량화를 실현했다. 시트는 몸을 앞뒤로 움직이기 편하도록 평평한 디자인을 사용했고 시트 폭을 좁게 설정하여 발착지성을 높였다.
다리 자세가 편하게 취해져 풋 패그에 힘을 싣거나 자세 이동이 간결해서 좋다
주행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성
690 SMC R의 건조 중량은 147kg이다. KTM 브랜드 내에서 비교한다면 쿼터급인 390 듀크보다 2kg 가볍고 790 듀크와 비교하면 20kg 이상 가볍다. 693cc 단기통 엔진을 탑재했으며 매 순간 빅싱글 엔진의 두터운 토크를 즐길 수 있다. 가벼운 무게와 어우러져 경쾌함은 배가된다. 서스펜션은 WP APEX가 전후로 장착되었는데 포크에 장착된 WP APEX 48은 기함급 어드벤처나 엔듀로, 모토크로스 바이크에 장착되는 포크 사이즈와 동일하다. 또한 압축과 신장을 좌우측으로 나눴으며 30단계로 개별 조정이 가능하다. 리어에는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한 WPAPEX 프로-레버 링크 쇽이 장착되었다.
서스펜션 트래블은 포크가 215mm, 쇽이 240mm로 일반적인 어드벤처 바이크와 비슷한 수준이며 큰 충격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전후 브렘보를 사용했으며 전방에 4피스톤 레디얼 캘리퍼와 320mm디스크, 리어에 싱글 피스톤 플로팅 캘리퍼와 240mm디스크를 적용했다. 전후 17인치 휠을 사용하며 CNC 가공된 허브와 모델 로고가 삽입된 블랙림이 조합되었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S 21 타이어가 기본 장착되며 도로주행은 물론이고 서킷 주행도 가능한 수준의 그립을 제공한다. 690 SMC R에는 연료탱크의 위치를 빼놓을 수 없다. 항상 가벼운 프런트와 연료량에 따른 무게중심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료탱크를 리어에 위치시켰다. 13.5리터 연료탱크는 라이더의 엉덩이 아래 있으며 서브프레임 역할을 겸한다.
우려했던 것보다 만만한 슈퍼모토
바이크에 앉으면 걱정했던 시트고 수치에 비해 부담이 없다. 라이더가 발을 내리는 공간에 걸리는 부분이 전혀 없고 시트의 형상도 오프로드 머신처럼 좁아 발이 잘 닿는다. 또한 차체 중량이 일반적인 쿼터급 모델과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울여도 부담이 적다. 차체가 좁아서 바이크 홀딩이 불안할 줄 알았는데 다리 자세가 편하게 취해져 풋 패그에 힘을 싣거나 자세 이동이 간결해서 좋다. 주행 전 핸들을 잡았을 때 일반적인 오프로드 머신과 비슷한 사이즈로 바이크를 움직이는 동작이 매끄럽고 가볍다. 핸들 바 왼쪽에 추가된 맵스위치를 통해 스트리트와 스포츠 모드로 변경할 수 있으며 스로틀 반응은 물론이고 트랙션 컨트롤과 ABS의 개입도 달라진다. 덕분에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임에도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이전 모델은 맵을 바꾸려면 시트를 제거해야 했는데 버튼하나로 간결하게 변경할 수 있어서 좋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은 강한 제동력을 제공하는데 긴 트래블의 서스펜션과 어우러져 반응이 여유롭다. 또한 이번 690 SMC R에는 2채널 ABS가 기본 탑재되어 초보자도 과감한 제동이 가능하고 선회 중 리어 슬라이드를 막는 트랙션 컨트롤이 적용되었다. 전자식 스로틀로 조작감이 개선되었고 빠르고 쉬운 변속을 돕는 양방향 퀵시프터+가 제공된다. 이쯤이면 모타드는 위험하다고 말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성도와 안전성이 뛰어나다.
가볍고 편안한 움직임
이번 690 SMC R은 과거 모델과 비교했을 때 진동이 확실하게 줄었다. 빅 싱글 단기통이 강하게 툭툭 치는 엔진 필링은 그대로인데 두 개의 밸런서 샤프트를 크랭크샤프트와 실린더 헤드에 적용하여 고회전으로 올라가면서 생기던 자잘한 진동을 잡았다. PASC(파워 어시시트 클러치)가 적용되어 클러치 사용감이 개선되었고 출력을 부드럽게 붙여주기 좋다. 출발 후에는 새롭게 적용된 양방향 퀵 시프터로 빠르게 변속할 수 있고 저속부터 두터운 토크를 분출하기 때문에 탄력을 붙이기 좋다. 회전수에 관계없이 퀵시프터의 작동감이 깔끔하다. 특히 기어를 내릴 때 레브 매칭 능력이 뛰어나고 슬리퍼 클러치도 적용되어 한계 이상으로 저항이 걸릴 때 리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막아준다. 가고서는 것이 편안하니 바이크를 과감하게 움직여볼 수 있다. 엔진을 이전보다 낮게 위치시켜 무게 중심이 낮아졌고 바이크를 빠르게 기울여도 안정감이 상당하다. 직진성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핸들 조작이 미숙해도 경박스럽게 움직이지 않는다. 전자식 스로틀이 적용되어 전개량에 따른 반응이 일정하고 예민한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도심 속 좁은 도로나 우회전 시 부드럽게 나아갈 수 있다. 상체가 서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쉽고 시내 규정 속도 내에서는 공기저항도 부담이 없다. 순정 배기음은 라이더가 엔진 회전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으면서 조용한 편이다. 도심에서 타기에 이보다 즐거운 바이크가 또 있을까?
스포츠 바이크를 타듯 행오프 자세를 취했을 때 바이크가 기울어지는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더 빨라진 슈퍼모타드
국내 KTM 수입원인 SMK가 690 SMC R을 더욱 확실하게 테스트할 수 있도록 파주에 위치한 스피드웨이 서킷시승을 마련했다. 보통 레이싱 카트와 125cc 모터사이클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에 짧은 직선주로와 연속되는 급격한 코너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690 SMC R의 민첩함을 맛보기에 탁월한 장소였다. 레이싱 슈트를 착용하고 통제된 공간 속에서 바이크를 다뤄보니 사뭇 느낌이 달랐다. 맵스위치를 눌러 스포츠 모드를 놓고 계기반 옆의 ABS 버튼과 맵스위치 아래 있는 TC 버튼을 눌러 전자장치를 해제했다. 완전히 날것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690 SMC R은 과거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엔진 출력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차체의 무게중심이 낮아졌고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보다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ABS를 끄고 제동을 할 때도 차체 안정성이 높고 순정으로 장착된 브리지스톤 S21 타이어의 한계가 높아 과감한 브레이킹이 가능했다. 순정 브렘보 캘리퍼의 답력도 일정하여 잦고 깊은 코너를 빠르게 공략할 수 있다. 시트가 평평하고 좁기 때문에 체중 이동이 수월하고 하중을 실어주기 좋다.
스포츠 바이크를 타듯 행오프 자세를 취했을 때 바이크가 기울어지는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서킷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리어 쇽은 꽤나 단단하게 설정되어 탈출 구간을 빠르게 달려 나갈 수 있지만 코너 진입 시의 프런트 포크가 다소 부드럽게 느껴졌다. 프런트 포크는 좌측이 압축, 우측이 신장을 담당하고 상단의 다이얼을 돌려 바로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돌려가며 원하는 감쇠력을 찾아갔다. 기어비는 고속 주행을 고려한 부드러운 세팅인데 바이크의 절대적인 무게가 가볍고 저회전부터 토크가 좋아 가속할 때마다 프런트가 들썩인다. 특히 시트가 평평하여 시트 포지션을 변경하기 쉽고 리어에 하중을 집중시켜 윌리 했을 때 안정감이 뛰어나다. 코너 탈출에서 스로틀을 빠르게 열면 바이크가 완전히 세워지기 전부터 프런트가 올라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현대식 슈퍼모타드의 정석
새로운 690 SMC R은 과거의 빅 싱글 단기통 엔진을 다듬어 사용했기 때문에 단기통이 주는 펀치력이 여전하다. 동시에 엔진 내부 설계와 차체 디자인을 수정하고 각종 전자장치를 탑재해 마냥 경쾌하기만 하다는 평가를 뛰어넘었다. 과거 모델이 그저 잘 뛰어놀고 체력 좋은 어린아이 같았다면 이제는 마른 근육이 고르게 잡힌 우등생에 가깝다. 슈퍼모타드 장르에 어울리는 가벼움과 강력한 토크가 중요하지만 많은 라이더들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 뜻은 무의미하다. 이번에 출시한 690 SMC R은 모터사이클 경험이 적은 라이더부터 숙련된 라이더까지 모두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누군가는 날것의 느낌이 줄었다고 아쉬워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슈퍼모타드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KTM에게 690 SMC R을 더 강하고 가볍게 만드는 일은 어렵지 것이다. 하지만 KTM은 더 강력한 바이크가 아닌 더 많은 라이더가 이해할 수 있도록 690 SMC R을 조율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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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M 690 SMC 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보어×스트로크 105 × 80(mm) 배기량 693cc 압축비 미발표 최고출력 74hp / 미발표 최대토크 73.5Nm / 미발표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WP APEX 48mm도립 (R)WP APEX 싱글쇽 프로-레버 링크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60/60 ZR17 브레이크 (F)320mm싱글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85mm 시트높이 890mm 건조중량 147kg 판매가격 1,600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KTM코리아 www.ktm.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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