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LIFE MB SPECIAL [스크린 속의 모터사이클] 90년대를 기억하라 – 열화전차 그리고 혼다 NSR 250

    [스크린 속의 모터사이클] 90년대를 기억하라 – 열화전차 그리고 혼다 NS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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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속의 모터사이클] 90년대를 기억하라 – 열화전차 그리고 혼다 NSR 250

    스크린 속의 모터사이클

    <vol.05>

    HONDA NS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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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화전차

    전차? 무슨 전쟁영화에요?

    편집회의에서 열화전차를 아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되물었더니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온다. 라이더들에게 바이크를 주제로 한 유명한 영화라는 것을 검색으로 나중에 알게 되었다

    라이더 사이에서 데칼이 떨어질 정도로 빠르다며 1등으로 인정받는 아화의 꿈은 마카오GP 우승이다. 그의 아버지는 레이싱 팀과 대형 바이크 숍을 운영하고 모터사이클 레이싱 협회 위원이지만 아화를 폭주족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출전권을 주지 않는다. 아화의 여자친구 아이도 바이크 타는 것을 반대하지만 그에게 모터바이크는 유일한 해방 창구다. 어느 날 바이크로 친구가 된 데이비드가 아화의 바이크를 구해주겠다고 나섰고 아화는 경기를 위해 준비한다. 폭주 이력이 있다며 출전권 심사에서 떨어진 아화는 아버지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아버지 팀에 들어간 데이비드의 우정을 의심한다. 결국 데이비드와 한밤중 위험한 경주를 하게 되는데…

    FULL THROTTLE

    열화전차의 영문 이름은 풀 스로틀이다. 청춘들의 우정과 갈등, 레이스에 대한 열정과 바이크 경주 장면 등 스로틀을 끝까지 열었을 때처럼 가슴을 뜨겁게 한다. 국내에선 원작의 한자를 그대로 읽어 열화전차로 개봉했는데 80년 대 홍콩 액션 영화의 감성이 다분히 드러나는 제목이다. 

    바이크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영화로 소개되기 때문에 신선하지 않을 수 있다. 국내에 열화전차가 개봉한 건 1996년으로 당시에 라이더들 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누린 영화다. 국내에는 2015년에 재개봉하며 향수를 더했다. 하지만 현재 20대인 1990년 이후 출생자들에겐 영화 제목뿐 아니라 주인공인 유덕화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열광하게 만들었는지 궁금증이 일어 열화전차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또 없을 바이크 영화

    아라이 헬멧과 다이네즈 재킷, 지금은 보기 힘든 담배 회사 스폰서 로고가 새겨진 슈트가 눈길을 끈다. 킥 스타터로 시동을 건 2 스트로크 바이크 배기음, 다양한 구도에서 경주를 보여주며 긴장감을 높이고 이내 사고가 발생한다. 영화 시작 2분 만에 이미 영화에 빠져들었다. 특히 바이크 주행이나 경주 장면은 요즘의 액션 캠 같은 소형 촬영 장비도 없었을 23년 전에 어떻게 찍었을까 하는 호기심과 놀라움을 자아낸다.

    아화와 지아러, 데이비드의 우정도 주목할 요소다. 인터넷상의 일부 영화 소개에서 데이비드가 악역처럼 묘사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다르다. 아화와 데이비드는 라이벌 의식이 있고 서로 오해가 있었다. 아화의 사고 때 데이비드와 경주를 했고 지아러가 데이비드를 쫓다가 사고가 나 목숨을 잃었지만 데이비드는 애초에 경주를 피하려 했다. 두 사건 모두 옆에서 자존심을 건드린 아시엔과 그 무리가 발단이었다.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다. 이들이 모이는 아지트인 술집 주인은 아화와 그의 아버지를 화해시키려 노력하고 아화의 레이스 출전, 바이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또 술집에 전시된 트로피들로 미루어 보아 잘 나가던 선수였다가 사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중요한 배역임에도 그에 대한 설명은커녕 극중 이름마저 없다. 이 밖에도 지아러의 사고 신, 마지막 레이스에서 아화가 캔을 밟고 넘어지는 연출과 할머니의 대사 등은 당시 홍콩 영화의 감성으로 2019년에 보기에는 손발이 오글거린다.

    Again, 열화전차

    하지만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이만큼 바이크에 주제를 집중하고 요소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신경 쓴 영화가 있을까 싶다. 혼다 NSR250R, 야마하 TZR250, 스즈키 RGV 250, 가와사키 ZXR250 등 당대를 주름 잡았던 일제 2스트로크 2기통 바이크가 대거 등장한다. 아화의 아버지가 아화에게 바이크를 보내며 혼다 쉐도우 VLX 600으로 유추되는 바이크를 타고 등장하기도 한다. 

    바이크가 등장하는 영화는 많지만 모터바이크에 청춘의 갈등과 우정까지 더해진 열화전차는 23년이 지난 지금의 젊은 세대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현재 열화전차는 유튜브를 통해 1,200 원으로 구입 및 시청할 수 있다. 화질은 다소 부족해도 그 또한 옛 영화를 보는 맛이 아닐까 싶다. 퇴근 후 가볍게 맥주 한 캔과 함께 열화전차를 다시, 혹은 처음으로 감상해보자. 열화전차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마카오GP에서 사망한 선수들을 기리며.


    열화전차(烈火戦車)
    Full Throttle. 1995

    장르 액션,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감독 이동승 
    출연 유덕화, 오대유, 양영기, 전가락 등 
    러닝타임 110분 
    개봉일 1996.08.31/ 재개봉 2015.05.28

    NSR250R SE

    HONDA NSR250R

    영화에 많은 바이크가 등장하지만 바이크 중 주연을 꼽으라면 단연 NSR250R일 것이다. 아화와 데이비드의 처음과 마지막 경주 머신이 NSR250R이기 때문이다. NSR250R은 1987년 레이스 머신 NSR250의 양산형 버전으로 출시했다. 영화에 등장한 건 마지막 모델인 MC28 1994년 식인데 그중에서 로스만스 그래픽이 그려진 아화의 바이크는 SP 버전, 사이드 페어링에 모델명을 살펴봤을 때 데이비드의 것은 SE 버전으로 보인다. 

    NSR250R SP

    모두 최고 출력 57마력에 32.4Nm의 최대 토크를 내는 249cc 90˚ V-트윈 2스트로크 엔진을 얹고 있고 모든 스펙이 동일하다. 단 한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SE 버전은 건조 중량이 138kg, SP 버전은 137kg이다. 극 중 마지막 장면에서 아화가 코너에서 PTSD로 인해 속도를 줄이기 전까지 앞서는 걸 보면 체구가 더 작은 아화에겐 1kg이 더 유리하게 작용한 듯하다. 아마 주인공 버프를 받은 게 아닐까?


     조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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