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아서,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400 X

    혼잡한 도심, 굽어진 와인딩 로드, 먼지가 날리는 오프로드까지. 스크램블러 400X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담겨있다.


    최근, 여러 브랜드가 다양한 쿼터 클래스 모델을 선보이면서 국내 쿼터 클래스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오프로드 성향이 더해진 어드벤처와 스크램블러 시리즈가 눈에 띄는데, 이는 바이크의 절대적 출력이나 성능보다도 만만한 사이즈, 부담 없는 가격 등이 강점으로 꼽히는 장르 특성 때문이다. 트라이엄프는 지난해 가을, 새로운 400 시리즈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안에서도 오프로드 성능이 더해진 스크램블러 400 X는 수요층의 요구와 목적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오프로드 콘셉트

    스크램블러 400 X는 기본적인 구성을 형제 모델인 스피드 400과 공유한다. 엔진을 시작으로 헤드라이트, 테일램프, 계기반, 연료 탱크, 브레이크 캘리퍼 등. 한눈에 봐도 형제 모델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 볼수록 그 특장점이 드러난다. 스크램블러 400 X는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전방에 19인치 휠을 탑재하고 320mm디스크와 내구성이 높은 브레이크 패드가 적용됐다. 전후 휠베이스를 늘리기 위해 스티어링 헤드를 전방으로 20mm 늘리고, 리어 액슬 위치도 후방으로 20mm 옮겼다. 전후 서스펜션의 트래블도 150mm로 각각 10mm, 20mm가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휠베이스는 40mm가량 늘어난 1,418mm다.

    즐거움시트고는 835mm, 차량 중량은 179kg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라이더에게 더 가깝게 올라온 핸들 바가 스피드 400보다 큰 바이크에 올랐다는 느낌을 주는데 실제 움직임도 그렇다. 스피드 400이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면 스크램블러 400 X는앞뒤로 살이 더 붙은 것처럼 움직인다. 핸들링에 의한 반응, 무게감, 제동 감각 등이 모두 느긋하다. 자칫하면 운동 성능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는데 막상 그 특성에 적응하면 꽤 경쾌한 주행도 가능하다. 398cc 단기통 수랭 엔진은 최고출력 40마력, 최대토크 37.5Nm를 발휘하는데 도심의 교통 흐름을 앞서기에 충분하다. 6,000rpm 부근까지는 미세한 진동이 이어지다가 후반에는 진동이 다소 커지는 경향이 있는데 단기통의 특성을 고려하면 준수한 수준이다. 트라이엄프 특유의 정확한 미션 체결감과 듀얼 팁 배기 머플러의 배기음이 주행의 재미를 더한다.

    잘하는 것

    신호에 걸려 대기할 때마다 눈앞에 보이는 연료 탱크, 핸들 바, 계기반의 조화에 감동했다. 그만큼 기존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시리즈의 스타일을 잘 이어가면서도 저렴한 모델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외에도 시트, 사이드 커버, 프런트 펜더, 리어 랙 등의 마감이 우수하다. 놀라운 사실은 의외로 철제가 아닌 플라스틱 파츠가 많다는 점이다. 트라이엄프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금속과 플라스틱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고급감’으로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이를테면, 블랙 톤의 사이드 커버에 금속 배지로 보이는 디테일도 사실은 플라스틱이다. 한정된 예산안에서 최상의 디자인, 마감을 이끌어낸 느낌이다.

    즐길 수 있는 스크램블러

    사실 스크램블러 400 X로 오프로드 테스트를 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 ‘과연 이 모델로 몇 명이나 오프로드를 달릴까?’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오프로드 광인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오프로드 모드를 설정하면 ABS가 해제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계기반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버튼 하나로 직관적으로 설정할 수 있어 좋다.

    우선, 기본적인 주행 안정성이 우수하다. 온로드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지던 프런트 움직임은 오프로드에서는 오히려 여유로운 감각을 만든다. 핸들 조향에 따라 쉽게 불안정해지지 않고 스스로 중심을 잘 유지한다. 특히, 살짝 밀리는 감이 있던 프런트 제동력은 오프로드에서 더 원활한 조작성으로 입장이 변했다. 오프로드에서는 강력한 순간 제동력보다 초반부터 미세한 컨트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리어 휠이 미끄러지더라도 라이더가 반응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빠른 페이스에서도 라이더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처음 흙길을 밟을 때까지만 해도 펜더나 엔진 하부에 튀는 흙과 먼지를 신경 썼는데 결국, 내 등에 흙이 잔뜩 튈 때까지 신나게 달렸다. 콤팩트한 차체, 만만한 출력, 편안한 포지션을 포함해 가장 중요한 합리적인 가격표가 이 바이크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자유로움의 가치

    스크램블러 400 X는 첫눈에 모든 매력을 이해하기 어렵다. 초반에는 이것저것이 불만처럼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도가 이해되고 이 모델이 가진 매력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자유로운 재미. 어쩌면 꽤 상반되는 이미지가 스크램블러 400 X에 잘 녹아있다. 엔진의 시동을 걸면서 ‘오늘은 어디로 떠나볼까?’라는 기분 좋은 고민만으로도 679만 원의 가치를 훌쩍 넘는다.

    TRIUMPH SCRAMBLER 400 X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보어×스트로크 89 × 64(mm)
    배기량 398cc
    압축비 12 : 1
    최고출력 40hp / 8,000rpm
    최대토크 37.5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 19 (R)140/80 17
    브레이크 (F)320mm디스크 (R)230mm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901×1,169
    휠베이스 1,418mm
    시트높이 835mm
    건조중량 179kg
    판매가격 679만 원(26년식 699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트라이엄프코리아 triumph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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