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이크를 질렀다. 해외 시승과 국내 시승을 통해 그 성능은 익히 알고 있었으니, 이것저것 튜닝하며 내 입맛에 맞게 꾸몄다. 역시 바이크는 내 것일 때 비로소 완벽한 장난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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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바람인지, 추운 겨울을 지내면서 소유하고 있던 여러 바이크 중 연식이 꽤 지난 모델을 처분했다. 비교적 러프한 인증 규제 속에서 만들어진 빅 싱글 단기통 네이키드, 2016년식 KTM 690 듀크 R은 스스로 평생 소장할 줄 알았는데 한 번 마음을 먹으니 미련없이 팔게 되었다. 때마침, 주위에서 입맛을 다시던 사람이 많았기에 판매 글을 올리고 일주일도 안 돼서 내 손을 떠났다. 그렇게 생긴 자금으로 KTM의 390 듀크를 구매했다.
다운 그레이드?
대략 74마력의 690 듀크 R에서 45마력의 390 듀크로 기변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왜 다운 그레이드를 하느냐고 물었다. 과연 그럴까? 엔진은 대략 30마력이 낮아지지만, 양방향 퀵시프트, 멋진 LED 헤드라이트, 깔쌈한 오렌지 시트, 코너링 ABS, 런치 컨트롤 등이 생겼다. 분명히 스로틀을 열었을 때의 경쾌함이나 박력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바이크가 주는 만족감은 비교가 불가한 수준이다.
FACTORY M CARBON PARTS
390 듀크를 구매하고 가장 먼저 국내 카본 전문 브랜드인 팩토리엠을 찾았다. 모터사이클 찐팬들의 집합 체인 그곳에서 390 듀크를 위한 밸리팬을 만들기 위해서다. ‘레디 투 레이스’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는 KTM인 만큼! 언젠가 서킷을 달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순정 배기 라인에 맞춰 절묘하게 떨어지는 경량 카본 밸리팬은 언제 봐도 웅장하다. 만약 카본에 진심이라면 팩토리엠을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 지금껏 팩토리엠 제품을 후회한 적이 없다. 새로운 카본 번호판 플레이트는 진짜 더 말해 뭐해.
KTM POWER PARTS
그 외에는 KTM의 순정 옵션 파츠를 적극 사용했다. 전방 카본 실드는 390 듀크를 마치 1390 슈퍼 듀크 R처럼 느끼게 만든다. 실제로 호환이 되는 파츠라서 꽤 비싸다. 하지만 멋지다. 오렌지 컬러로 아노다이징된 좌우 접이식 레버를 장착하고 배틀 가드를 달았다. 마치, 나는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넘어져도 다시 달릴 것이라는 열정을 담고 있다. 여기에 모토 크로스 머신에 사용하는 그립 도넛 디테일까지. 이외에는 뒤에 아무도 태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리어 캐노피를 장착했고 스탠드 볼트와 포크 슬라이더로 트랙 라이딩을 고려했다.
클래스 이상
390 듀크는 콤팩트한 사이즈와 가벼운 무게, 820mm로 낮아진 시트고로 누구나 다루기 쉬운 설정으로 완성됐다. KTM의 듀크 시리즈는 마치 윌리를 하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은 꽤 친절한 모델이다. 스트리트, 레인, 트랙 총 3가지 주행 모드가 있고 각 모드마다 스로틀 반응과 전자 장비 개입 정도가 조절된다.
물론, 트랙 모드 말고 다른 주행 모드는 사용해 보지 않았다. 초반 스로틀 반응은 약간 굼뜬가 싶다가 단기통 특유의 두툼한 토크로 경쾌하게 나아간다. 유로 5 플러스 환경 규제를 대응하면서 약간의 출력 너프를 맞았나 싶다가도 399cc로 커진 엔진(과거 373cc)의 존재감이 확실히 있다. 7,000rpm부터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데 배기음도 사뭇 앙칼지게 변하면서 더 잘게 쪼개진 박자로 빠르게 밀어준다.
잘 달리는 것만큼 중요한 제동이다. 320mm디스크와 바이브레 4피스톤 레디얼 캘리퍼가 조합됐는데 보쉬의 9.3 2채널 ABS 모듈과 함께 안정적인 제동력을 발휘한다. 특히 리어 ABS를 해제하는 슈퍼모토 ABS를 설정하면 프런트 ABS의 개입 시기도 늦춰져 더 역동적인 라이딩이 가능하다. 전후 WP APEX 서스펜션은 모두 조절식이며, 포크는 좌우 압축과 신장을 별도로 조절할 수 있다. 오직 5클 리크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세팅에 어려움을 겪는 일반인도 쉽게 변경하며 그 차이를 느껴보기 좋다. 여기에 공식 연비는 리터당 29.4km로 주행의 재미에 비해 아주 준수한 경제성까지 갖췄다. 매일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선택 요소가 됐다.
트랙을 향하여
390 듀크의 트랙 모드를 설정하면 5인치 계기반의 UI가 변경되어 주행 속도와 기어 포지션 등을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ABS, TCS의 설정값 등이 더 크게 표시되고 빠른 스타트를 돕는 런치 컨트롤과 랩타이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정도 패키징이면 트랙을 안 가는 게 유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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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M 390 DUKE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보어×스트로크 89 × 64(mm)
배기량 398.7cc
압축비 미발표
최고출력 45hp / 8,500rpm
최대토크 39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 (R)싱글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10/70 R17 (R)150/60 R17
브레이크 (F)320mm싱글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357mm
시트높이 820mm
차량중량 165kg(연료제외)
판매가격 890만 원(프로모션 가격 820만 원)
글 윤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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