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모타드 V2 SP는 전작 대비 14kg 가벼워졌다. 최고출력은 6마력 높아지며 경량화와 출력 향상을 동시에 해냈다. 특유의 자유로운 핸들링으로 더 즐겁고 강력한, 아드레날린 머신이 됐다.
두카티의 새로운 하이퍼모타드 V2 SP는 2005년 첫 프로토타입 공개 이후 20주년을 기념하여 오리지널 모델의 감성과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기존 937cc 테스타스트레타 11° 트윈 엔진에서 전통적인 스프링 방식의 890cc 트윈 엔진을 탑재했다. 출시 초기에는 두카티의 데스모드로믹 밸브 시스템의 부재가 단점으로 여겨지는 듯했지만, 역대 가장 강력한 최고출력 120마력과 11,000rpm에 가까운 더 높은 한계 회전수는 잡음을 완벽하게 지워낸다.


디자인
새로운 하이퍼모타드 V2 SP는 전통적인 강철 트러스 프레임과 싱글 스윙암 대신 모노코크 구조와 새로운 더블 스윙암을 적용했다. 모노코크 구조는 에어박스 역할을 겸하며 성능과 경량화를 동시에 챙겼고 54.4kg의 역대 두카티의 가장 가벼운 엔진을 얹었다. 스윙암은 신형 파니갈레와 스트리트파이터에 먼저 적용된 스타일로 고성능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여기에 과거 오리지널 모델을 오마주하듯 트렐리스 서브 프레임을 슬쩍 드러내며 극단적으로 콤팩트한 후면부를 완성했다.
카울 디자인은 전작 대비 더욱 콤팩트하고 날렵함이 강조됐다. 간결한 헤드라이트를 중심으로 짧고 뾰족한 프런트 비크가 연결됐고 비크의 측면이 그대로 연료 탱크 측면부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연료 탱크 카울은 좌우가 일체형으로 이어진 V자 형태로 슈퍼바이크의 리어 카울처럼 디자인됐다. 전방에서 시작된 라인은 자연스럽게 일체형 시트로 이어지며, 시트는 상단과 측면을 투톤으로 구분해 앉는 위치를 시각적으로 한층 날렵하게 완성됐다.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도 레드 시트가 한층 더 높게 치솟아 있는 인상을 준다. 트렐리스 서브 프레임을 덮는 작은 사이드 카울에는 20주년을 기념하는 그래픽이 더해졌고 간결하게 후미등을 덮는 리어 패널이 하이퍼모타드 특유의 날렵함을 마무리 짓는다. SP모델은 화이트 컬러의 마르케지니 경량 단조 휠이 적용되어 전체적인 페어링 컬러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890cc 엔진
두카티는 최근 새로운 미들급 라인업을 890cc L-트윈 엔진으로 통일하며 경량화에 집중했다. 그 영향으로 파니갈레와 스트리트파이터는 최고출력이 155마력에서 120마력으로 낮아졌으나, 하이퍼모타드는 오히려 114마력에서 120마력으로 상향됐다. 특히 가변 흡기 밸브 타이밍 시스템으로 전체 회전 영역에 풍부한 출력을 제공한다. 수치상 최대 토크는 2Nm 감소했으나, 4,000rpm 영역부터 최대 토크의 약 80%가 분출되도록 세팅되어 중저속 영역의 펀치력과 스로틀 응답성을 향상시켰다. 가벼운 엔진만큼 차량 전반적인 경량화를 통해 전작 SP 버전 대비 14kg의 무게를 덜어내며 마력 대 무게비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됐다.


디테일의 차이
하이퍼모타드 V2 SP를 온라인으로 처음 보고 실물이 궁금했다. 온라인 디지털 이미지부터 섹시함이 넘치는데 과연 실물로 보면 어떨까 기대했다. 그리고 마주한 실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깔끔한 화이트 컬러의 휠. 디테일에 민감한 사람은 전체적인 그림보다 작은 부분이나 세부적인 요소에 먼저 반응한다. 내가 그렇다. 사람을 볼 때 얼굴보다 신발을 가장 먼저 보는 편인데 무의식적인 관찰 습관으로 디테일에 대한 성향 중 하나다. 하이퍼모타드 V2 SP의 휠은 우아하고 세련됐다. 쉽게 더러워지기 쉬운 곳인데 체인 루브 한 톨도 없이 너무나 깔끔해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두카티 코리아 담당자가 처음 하이퍼모타드 V2 SP를 보고 휠을 깔끔하게 유지해야겠다고 느꼈고 시승 차량의 휠을 시도 때도 없이 닦는다고 알려줬다.
분명 트랙 위에서 슬릭 타이어의 찌꺼기와 체인 루브가 튄 모습도 꽤 과격하고 다른 분위기로 좋겠지만, 순백을 유지할 때 확실히 섹시하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리어 카울에 바짝 붙어 올라간 배기 머플러다. 파니갈레 V2S나 스트리트 파이터 V2S와 비슷한 구조로 보이지만, 마지막으로 꺾인 라인이 더욱 공격적으로 치켜 올라갔다. 이는 하이퍼모타드 1100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포인트다. 디테일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이 두 가지 외에도 여러 포인트에서 감동받을 것이다.

고급스러움
시동을 걸면 꽤 세련된 배기음과 함께 깨어난다. 데스모드로믹 방식을 사용하던 구형 모델에 비해 기계적인 잡음은 억제되고 두카티 V-트윈 고유의 맥동감은 살짝 다른 형태로 잘 유지하고 있다. 과거의 거친 울림과 진동을 기대했다면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감으로 느껴지는 고급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아이들링 상태에서의 부드러움은 바퀴가 구르기 시작해도 이어진다. 엔진은 177kg의 차체를 가볍고 여유롭게 이끌어 나간다. 이때 엔진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한참 전인 5,000rpm 이하에서 변속해도 툴툴거리거나 허둥대지 않는다.
특히 로우 엔드에서 클러치를 붙이기 시작하는 구간의 안정성이 대폭 향상되어 멈추고 출발하기를 반복하는 복잡한 도심에서 시동 꺼짐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새롭게 적용된 퀵시프트 2.0은 회전 각도 센서를 통해 변속하여 보다 명확하고 빠른 조작감을 준다. 특히 구형 모델에 적용됐던 물리 스위치 방식의 물컹거림이 완전히 해소됐고 변속 시 레버를 깊게 누를 필요가 사라져 발목 움직임이 더 간결해졌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로쏘 4 코르사가 탑재되어 스포츠 라이딩부터 트랙 주행까지 고려됐다. 전후륜 모두 듀얼 콤파운드로 직진 주행 시 마모성을 고려하면서도 코너링 시의 뛰어난 그립력을 제공한다.

하이 그립 스포츠 타이어에 비해 워밍업이 수월하고 일반 스포츠 타이어(로쏘 4) 대비 더 높은 코너링 한계를 제공한다. 그 덕에 가벼운 차체를 부담 없이 한계 뱅킹까지 단번에 기울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진 전후 올린즈 서스펜션은 170/160mm의 긴 스트로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도로 위의 다양한 요철을 적절하게 지워낸다. 라이더에게 큰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면서도 노면 정보를 끊임없이 피드백해 핸들링에 대한 자신감을 더해준다. 정말 신기하게도 여느 슈퍼모타드 모델처럼 경쾌하고 토크풀하지만, 경박스럽거나 불안함이 없다.
초월 혹은 극강
하이퍼Hyper는 한글로 초월, 극강을 뜻한다. 두카티가 슈퍼모타드 장르의 슈퍼로는 단순히 하이퍼모타드를 설명할 수 없었기에 슈퍼를 떼어내고 하이퍼를 붙이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맛을 제대로 봐야겠지. 주행모드는 총 4가지로 스포츠, 로드, 웻, 그리고 레이스 모드가 마련됐다. 각 모드에 따라 출력, ABS, DTC, DWC, EBC의 개입 정도가 조절되는데 레이스 모드에서는 최고출력, ABS 2단계, DTC 3단계, DWC와 EBC는 1단계로 설정된다. 스로틀을 열면 묵묵히 바닥에 붙어 있던 프런트 휠이 고삐를 풀 듯 힘차게 떠오른다. 일정 각도 이상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가속을 유지하다가 변속 후 토크가 부족해지면 부드럽게 내려온다. 윌리 컨트롤과 트랙션 컨트롤이 별도로 조절되기 때문에 이어진 코너에서는 꽤 보수적인 트랙션 컨트롤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일반 도로에서 꽤 공격적으로 코너를 탈출해도 DTC 3단계를 개입시키기 어렵다. ABS 2단계는 전후 ABS를 모두 유지하되 코너 진입 슬라이드를 최대 10°~ 12°까지 허용한다. 6축 IMU가 차체의 앙상블 각도(Yaw angle)와 슬립 앵글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작동하는데 허용 각도를 넘어서려 하면 ABS가 개입해 리어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한다. 사실 실제로 작동하는 폭은 꽤나 보수적이지만, 하이사이드와 로우사이드에 대한 부담을 대폭 줄여 슬라이드 감각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때 EBC의 단계를 높이면 엔진 브레이크양이 줄어들어 더 효과적으로 진입 드리프트 연습을 할 수 있다. 끝으로 하이퍼모타드 V2 SP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전자장비를 최소화했다. ABS 1단계, DTC와 DWC 오프, EBC는 3단계로 설정해 엔진 브레이크의 저항을 줄였다.
출발과 동시에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체감된다. 이전에도 프런트 휠이 가볍다고 느꼈는데 전자장비의 보조가 사라지자, 신이 난 맹수 혹은 포식자에 가깝다. 1단 기어로 출발하면서 스로틀을 감으면 6,000rpm을 닿기 전에 프런트휠이 떠오른다. 곧바로 2단, 3단, 4단, 5단 기어를 넣을 때까지 충분한 가속력과 함께 프런트 휠이 내려오지 않는다. 리어 휠에 속도 센서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윌리 상태에서도 현재 속도가 계기반에 표시된다. 엔진 브레이크가 줄어든 만큼 스로틀을 리턴해도 관성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내 오른손과 오른발의 역할이 커지며 전후 브레이크를 통해 속도를 제어하고 차체를 안정화 시킬 수 있다. 조금 과장하면 안정적인 차체의 고성능 2스트로크 머신을 타는 것처럼 재밌다.

변명이 통하지 않는 재미
하이퍼모타드 V2 SP를 타고 점점 흥분하는 자신을 억지로 뜯어말려 진정시켰다. 도심 라이딩에서의 자유도는 일반적인 네이키드가 비벼볼 수조차 없을만큼 좋다. 그래서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도, 걸어가도 될 정도의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도, 꽉 막힌 도심을 뚫어야 할 때도 망설임 없이 하이퍼모타드 V2 SP를 타고 나섰다. 평소라면 걷거나 자동차를 이용할 법한 상황인데 굳이 타고 나설 만큼 매력적이다. 날씨가 더워서, 거리가 짧아서, 도로가 복잡해서 같은 변명은 하이퍼모타드 V2 SP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달에는 트랙 테스트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기대해주시길!

DUCATI HYPERMOTARD V2 SP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L-트윈 2기통
보어×스트로크 96 × 61.5(mm)
배기량 890cc
압축비 13.1 : 1
최고출력 120.4hp / 10,750pm
최대토크 94Nm / 8,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2.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9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514mm
시트높이 880mm
차량중량 177kg(연료 제외)
판매가격 3,400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ducat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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