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즐겁게 바이크를 탄 게 얼마만이지?’ 추운 날씨 속에 조심스레 가볍게 테스트하고자 했던 초심은 고작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 속에 단비처럼 남은 공랭 데스모드로믹 엔진, 두카티 스크램블러 아이콘이다.

DARK
두카티 스크램블러 아이콘 다크는 아이콘과 기본적으로 같은 차체와 엔진을 공유하는 동일 모델이다. 하지만, 일반 모델이 총 3가지 기본 색상에 별도 키트로 총 9가지 외장 컬러 파츠를 구비한 것과 달리 다크 모델은 미니멀리즘과 불필요함을 모두 덜어낸 순수한 자유, 주행의 본질을 지향한다. 무광 블랙 단일 컬러로 출시되고 엔진 케이스, 배기 라인 등 거의 모든 파츠를 블랙으로 설정해 시크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낸다. 게다가 소비자 가격도 100만 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커스텀도 고려하기 좋다. 화려한 것보다 묵직하고, 단순한 걸 선호하고, 블랙에서 느껴지는 포스가 취향이라면 완전히 좋은 선택지다. 물론,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컬러 커버 키트만 별도로 구매해서 장착할 수도 있다.


디자인되어 발착지성이 좋다
과거 이야기
10년 전인 2015년, 40년의 공백을 깨고 출시했던 스크램블러 아이콘을 당시 영종도 오프로드 코스에서 테스트했었다. 스타일과 콘셉트는 현재와 비슷하지만, 실제 주행 감각은 꽤 본격적이면서 불친절한 모델이었다. 803cc 공랭 L-트윈 엔진은 초반부터 강력한 토크로 몰아붙이는 성격이었고 케이블 클러치의 조작감은 어색했다. 게다가 리어 휠의 과도한 회전을 막는 트랙션 컨트롤이 탑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로틀 웍과 클러치 웍이 미숙한 초보자라면 조작 실수가 잦을 만한 세팅이다. 초심자를 아우르기 위한 모델이란 걸 감안하면 지나치게 매니아적이었다. 이후 세대를 거듭하며 업데이트를 통해 스로틀 반응도 부드럽게 다듬어지고 클러치도 유압으로 바꿔 깔끔한 작동성능을 갖추었다.

브렘보 M4.32 모노블록 캘리퍼가 조합됐다

추운 날씨
테스트는 꽤 추운 겨울 날씨에 진행됐다. 노면이 차갑게 얼었고 두툼한 겨울 장비들을 걸친 탓에 약간은 둔해진 움직임이 신경 쓰였다. ‘그래, 이번 테스트는 조심하자.’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새기며 출발했다.

앞서 말했듯, 아이콘은 정확히 10년 만의 시승이다. 그것도 완벽한 초기형 모델에서 페이스리프트와 풀체인지를 거친 2세대 모델로 단숨에 넘어온 꼴이다. 단번에 느껴지는 건 친절함이다. 초기형과 마찬가지로 803cc 공랭 L-트윈 엔진을 탑재하고 있지만, 스로틀 초기 반응부터 토크 곡선까지 한없이 부드럽게 설정됐다. 전자식 스로틀과 주행 모드가 추가되면서 라이더가 원하는 출력과 성격으로 단숨에 조절할 수 있다. 유압 클러치와 브레이크의 조작감은 가볍고 미세 컨트롤이 쉽다. 혼잡한 도심에서 출발과 정차를 반복해도 손에 대한 피로도가 적다. 두카티 공랭 엔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배기열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배기 파이프가 오른쪽 허벅지 아래를 지나가기 때문에 정차 시나 서행 시에 오른쪽 다리에 상당한 열기가 전달된다는 평가가 많은데 겨울에는 포근함으로 느껴질 정도로 오히려 좋다.

나타내는 X자 디테일이 더해졌다

무광 컬러 파츠로 완성됐다. 취향에 따라 순정 옵션인 컬러 파츠로 교체할 수 있다
놀라운 완성도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빠져나오면 확실히 아스팔트 바닥이 더 차갑고 미끄럽다. 전후 서스펜션 모두 초기 댐핑이 부드럽게 설정되어 쉽게 미끄러지지 않지만, 순간적인 슬립에도 트랙션 컨트롤이 빠르게 개입하며 자세를 고쳐잡는다. 초반에는 의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는데 트랙션 컨트롤의 빠른 개입을 체감할수록 믿음이 쌓인다. 추운 날씨에 살살 달리자는 마음은 어디 가고 스로틀을 비틀기 시작했다. 공랭 L-트윈 엔진 특유의 고동감과 토크감이 라이더를 들뜨게 만든다. 넓고 높게 올라온 핸들 바와 푹신한 시트 탓에 느슨한 자세가 연출되는데 달리는 페이스는 절대 느긋하지 않다. 순정으로 장착된 피렐리 MT60 RS 타이어는 세미 블록 패턴 타이어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스포츠 타이어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한다. 오프로드 주행까지 고려해 콤파운드 자체가 부드럽기 때문에 특히 차가운 노면에서는 예상을 넘는 퍼포먼스도 보여준다. 73마력의 최고 출력은 단순히 수치에 불과할 뿐 토크가 좋기 때문에 실제 체감은 약 1.5배의 출력처럼 느껴진다. 마치 어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처럼 가벼운 조작감이 일품이다.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면 스로틀워크 만으로도 앞바퀴가 떠오른다. 오버리터 모델처럼 출력이 왈칵 쏟아지진 않지만 초반부터 두툼하고 끈기 있게 밀어주는 덕분이다. 차체, 엔진, 배터리 등에서 대대적인 감량을 통해 이전 세대 대비 약 4kg을 감량했다. 시트고는 795mm로 발착지성이 좋고 시트 앞부분을 좁게 디자인해서 키가 작은 라이더나 여성 라이더도 접근성이 좋겠다.

전자장비
새로운 4.3인치 TFT 디스플레이는 라이더의 상체 포지션을 어떤 각도로 해도 시인성이 좋다. 주행 속도, 기어 포지션, rpm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rpm 게이지 바늘의 움직임이 매끄럽고 또렷해서 변속 포인트를 잡기 좋다. 시승 차량에는 순정 추가 옵션으로 양방향 퀵시프터가 탑재됐는데 이건 고민하지 말고 외우는 게 좋다. ‘이제 퀵시프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속 상황에서 각 기어 단수가 낼 수 있는 탄력을 그대로 이어붙인다. 낮은 무게 중심과 경쾌한 토크 특성 덕분에 도심 속 나만의 시그널 스타트에서 져본 적이 없다. 물론, 자신과의 싸움이다. 새롭게 적용된 코너링 ABS는 선회 중 프런트 브레이크 레버를 당기기에 부담을 줄여준다. 미끄러운 노면 탓에 적극적으로 테스트할 순 없었지만 리어 브레이크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거나 코너 진입 속도 제어에 서툰 라이더라면 굉장히 고마운 기능이다.
재평가가 시급한 모델
한때 두카티는 트렐리스 프레임에 공랭 데스모드로믹 엔진이 진짜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만큼 아이콘 다크가 갖춘 차체와 엔진은 온전히 두카티에서 전해졌다. 그리고 그 맛과 풍미는 기대 이상으로 좋다. 오히려 팝한 스타일을 강조하는 두카티 스크램블러 슬로건 때문에 뛰어난 주행 성능이 묻힌 느낌이랄까? 현시점에서는 매력적인 가격 프로모션까지 더해져 일제 브랜드와 비교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이콘 다크는 가장 저렴하게, 가장 순수하게 두카티의 L-트윈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세련된 선택지다.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
유일하게 남은 두카티 공랭 엔진
누구나 부담 없는 접근성과 우수한 완성도

SCRAMBLER DUCATI ICON DARK
엔진형식 4스트로크 공랭 L-트윈 데스모드로믹
보어×스트로크 88 × 66(mm)
배기량 803cc
압축비 11 : 1
최고출력 73hp / 8,250rpm
최대토크 65.2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쇽업소버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10/80 R18 (R)180/55 R17
브레이크 (F)330mm 싱글디스크 (R)245mm 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49mm
시트높이 795mm
차량중량 185kg
판매가격 1,490만 원
(25년 12월 기준 프로모션 1,267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ducati-korea.com
본 기사 및 사진을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여 업로드하는 것을 금합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저작권은 월간 모터바이크(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