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는 거대한 미대륙을 횡단하기 위해 태어났다. 느긋함이 아닌 더 먼 거리를 빠르고 안전하게 달리기 위한 편안함을 추구한다.
2024년까지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라인업의 정점에는 울트라 리미티드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울트라의 이름은 스트리트 글라이드 뒤에 붙었다.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일렉트라 글라이드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더욱 미니멀하고 스타일리시하게 꾸민 모델이다. 페어링의 일부로 사이드 미러를 옮기면서 실루엣이 더욱 낮고 길게 보인다. 차량 전체적으로 장식을 덜어내서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2인 승차가 가능하긴 했지만 운전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시트를 장착했다. 현재 아메리칸 투어링을 대표하는 장르인 배거의 시작이 이 스트리트 글라이드다. 2023년 할리데이비슨이 투어링 라인업에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일 때 스트리트 글라이드와 로드글라이드를 CVO모델로 먼저 소개하고 2024년에는 일반 모델까지 선보였다. 그리고 울트라 역시 신형 모델이 선보인 것인데 이름 앞에 스트리트 글라이드가 붙은 것에 깜짝 놀랐다.

과감하게 관통하는 LED 주간주행등 라인으로 존재감을 높인다.
주간주행등이 방향지시등 기능도 포함하며
뛰어난 피시인성을 자랑한다.

하는 것이다. 전후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과 함께
코너링ABS까지 지원하며 거대한 차체를 안전하게 세워준다.
기존의 울트라가 가지고 있던 대륙 횡단을 위해 탄생한 편안한 장거리 투어링 콘셉트는 그대로 잇고 있지만 스트리트 글라이드 특유의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하면서 약간은 변주가 되었다. 심플하게만 보자면 높은 윈드실드에 탑케이스, 그리고 탠덤이 편한 투어링 시트와 등받이가 추가된 스트리트 글라이드다. 이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닌 게 할리 데이비슨에서 예전 로드글라이드에 같은 옵션이 추가된 모델을 이미 로드글라이드 울트라라고 해서 선보인 바 있다.

전통을 이어 현재로 다듬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할리데이비슨 고유의 배트윙 페어링의 형상을 바탕으로 라인들이 현대적으로 다듬어졌다. 전면의 긴 LED 라인이 주간 주행등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방향지시등으로도 사용된다. 존재감도 확실하면서 기능적으로도 뛰어난 디자인이다. 디자인의 기본은 스트리트 글라이드와 같지만 윈드 실드의 높이를 높이고 좌우에 스커트를 추가해 방풍성을 키웠다. 여기에 추가된 레그실드가 차량 전면의 디자인을 확실히 더 크게 보이게 만든다.
기존 울트라의 경우는 이 레그실드 안에 라디에이터를 숨겼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상관이 없었지만 40도 이상의 고온의 환경에서는 매니폴드의 열기와 라디에이터 열기가 합쳐지며 오른쪽 발 주변에 뜨거운 열기가 집중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신형은 라디에이터의 위치도 바뀌고 발 앞쪽 공간의 디자인을 개선해 열기 문제를 해결했다. 페어링 하단과 레그실드 안쪽에 위치한 디플렉터로 공기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다. 살면서 40도 이상의 날씨에 주행할 일이 있을까 싶지만 우리나라에선 흔한 날씨는 아니지만 할리데이비슨의 고향인 미국에서는 의외로 흔한 일이다. 미국 투어 중 48도에 울트라 클래식을 탄 적이 있는데 오른발이 뜨거워서 레그실드 위에 얹고 탔던 기억이 있다.

이전보다 훨씬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바람은 막아주면서
하단은 크기를 줄여 날렵한 느낌을 더한다
스트리트 글라이드 울트라의 차량중량은 393kg이다. 19인치 프런트, 18인치 리어 휠에 1,625mm의 휠베이스, 스펙만 늘어놓고 보면, 와인딩을 즐기기보다는 직선도로에 특화된 차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꼬불꼬불한 와인딩로드에 들어서는 순간, 이 거대한 투어러에 대한 선입견이 깨진다. 스트리트 글라이드 울트라는 방향 전환이 놀라울 만큼 가볍다. 사뿐사뿐 방향을 바꿀 뿐 아니라 라이더가 원하는 대로 라인을 그릴 수 있다. 풋보드가 긁힐 때까지 눕혀도 차체는 묵묵하게 라인을 따라 돈다. 비결은 서스펜션과 전체 밸런스다. 뒤에는 쇼와 에멀전 쇼크가 장착되고 프리로드 조절기구가 더해져 있다. 리어 프리로드 설정에 따라 차량의 움직임 차이가 크다. 프론트 포크 설정도 절묘해서 강한 제동과 동시에 코너로 진입해도 노즈 다이브가 과하지 않고, 프론트가 방향을 잡으면 리어가 부드럽게 따라오며 선회를 이어간다.
투어팩을 장착하며 무거워졌지만 신형 스트리트 글라이드보다도 안정감이 더 좋다. 무게 밸런스가 훨씬 좋다고 느껴지는 게 이상할 정도다. 예전에는 스트리트 글라이드가 운전자를 위한 바이크였고 울트라 리미티드는 동승자를 위한 바이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형 스트리트 글라이드 울트라는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가 만족할만한 바이크다. 그러니까 이전의 울트라가 전국투어의 동반자로써는 최고의 선택지였음에도, 홀로 강원도 와인딩 투어를 가기에는 살짝 어색한 모델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테스트 동안 와인딩을 일부러 찾아다닐 정도로 재밌게 탔다.

거대함을 다루다
밀워키에이트 117엔진은 배기량의 증대로 이전보다 더높은 출력과 토크를 낸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를 내는 과정이다. 차량의 무게나 탑승인원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스로틀을 열면 일방적으로 노면을 뒤로 날려버리는 느낌으로 속도를 붙인다. 제로백 수치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가속이다. 묵직한 변속기, 짧은 스트로크의 서스펜션, 강력함보다는 예측 가능성을 우선한 브레이크.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스트리트 글라이드 울트라만의 리듬을 만든다. 뒤꿈치로 쿡쿡 찍어 기어를 올리며 엑셀, 클러치, 시프트 레버를 동작으로 조합해 나가는 과정은 ‘거대한 기계를 가볍게 다룬다’는 기분 좋은 정복감을 준다.

페어링에 부착된 사이드미러는 상하
너비가 넓어지면서 후방과
새들백을 동시에 체크할 수 있어 편했다.

할 수 있는 시소타입의 변속레버.
풋플로어 방식과의 궁합이 좋다.

시트지만 엉덩이를 탄탄히 받쳐
주는 느낌이 좋다. 이전의 느긋한 소파느낌이 아닌 고급 사무용 의자에 앉은 느낌이랄까?
밀워키에이트라는 이름은 기존과 동일하게 쓰고 있지만 엔진의 전반적인 세팅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면서 저회전에서의 노킹이 사라진 점이 마음에 든다. 로드, 스포트, 레인, 그리고 커스텀까지 4가지 주행 모드가 마련되어 있는데 자신의 주행 스타일에 맞춰 스로틀 응답과 출력 특성을 바꿔줄 수 있다. 로드 모드는 가장 기본적인 설정이며 스포트 모드는 이 거대한 바이크를 아메리칸 머슬처럼 으르렁거리고 들썩이게 만든다. 레인 모드는 비올 때 미끄러지지 말라고 추가한 모드인데 탠덤 주행 시 스로틀을 더욱 부드럽게 다듬어서 달리는데도 유용했다. 커스텀 모드는 라이더의 취향에 맞게 조합해 설정하는 모드다. 전자장비의 업데이트도 주요 체크포인트. 할리데이비슨의 주행안정성 전자제어 시스템인 RDRS ‘Reflex™ Defensive Rider Systems’는 차량의 가속과 감속상황에서 라이더를 서포트하며 차체 안정성을 더한다. 큼직한 12.3인치 터치형 디스플레이가 중심이 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라이딩의 즐거움을 더하며 애플카플레이의 완벽한 지원은 투어링의 과정을 더욱 세련되게 바꿔준다.

헬멧 두 개와 여분의 옷가지 정도는 가볍게 수납
할 수 있다. 사이드케이스와 합치면 총 수납공간
이 약 138리터에 달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경차의
트렁크 용량과 비슷하다.

어우러져 신형 투어링의 뒷모습을 완성한다

이전보다 크기가 커지면서 효과가 더 크게 느껴진다
할리데이비슨의 존재가치
최근 몇 년간 할리데이비슨은 팬 아메리카, 스포스터 S, 라이브와이어 같은 모델을 통해 기술력과 변화를 적극적으로 보여줬다. 반면 스트리트 글라이드 울트라는, 그런 변화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동시에 ‘미국식 투어링의 원형’을 고집하고 있다. 경쟁 모델 중 성능이 더 뛰어난 선택지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바이크의 존재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 세그먼트에서 할리 데이비슨이 가진 상징성과, 스트리트 글라이드 울트라가 만들어내는 경험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
아메리칸 투어링의 알파이자 오메가
HARLEY-DAVIDSON STREET GLIDE ULTRA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트윈
OHV 4밸브 밀워키에이트 117
보어×스트로크 103.5 × 114.3(mm)
배기량 1,923cc
압축비 10.3 : 1
최고출력 107HP /5020rpm
최대토크 175Nm /3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2.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더블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30/60B19 M/C 61H (R)180/55B18 M/C 80H
브레이크 (F)더블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 2,590mm
휠베이스 1,625mm
시트높이 725mm
건조중량 377kg
차량가격 5,890만 원부터
글/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harley-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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