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프라이빗 서킷에서 경험한 래디컬 SR3 XXR의 놀라운 잠재력
영국 프로토타입 레이스카 전문 제조사인 ‘래디컬 모터스포트’의 핵심 레이스카 시리즈인 ‘래디컬 SR3 XXR’을 타고 일본 최고의 프라이빗 트랙(마가리가와 클럽)을 달렸다. 래디컬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론칭 행사와 함께 진행된 이벤트였기 때문에 내가 직접 경주차를 운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 최고의 드라이버 중 한 명인 ‘타나카 테츠야’ 선수의 옆자리에 앉아서 SR3 XXR의 주행 성능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SR3 XXR은 나에게 익숙한 래디컬 경주차와 분명 달랐다. 나는 지난 2년간 ‘래디컬 컵 코리아’에 선수로 참가하면서 SR1 클래스에서 빠르게 적응하며 실력을 쌓았다. 2024년 시즌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고, 올해도 여러 실력 있는 드라이버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포인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나에게 래디컬 SR3 XXR은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퍼포먼스였다. 래디컬에서 입문형 클래스를 담당하는 SR1 XXR은 비교적 낮은 엔진 출력(188마력)을 가졌지만 가벼운 무게(510kg)를 무기로 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3.5초. 커다란 앞 스플리터와 리어윙 등 일반 스포츠카와 비교하기 어려운 공기역학 성능과 가벼운 무게가 조화를 이뤄 트랙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대략 500~600마력대 슈퍼카와 비슷한 기록이다.


SR1 XXR은 ABS나 TCS 같은 전자제어 장비를 모두 덜어내고, 모든 것을 드라이버에게 맡기는 순수한 주행 감각을 앞세운다. 반면 SR3 XXR은 무게가 약간 더 추가되지만 높은 한계의 타이어 접지력, 더 강력한 공기역학 특성을 가진다. 이번에 내가 경험한 2025년형 SR3 XXR은 5세대 RPE 1500cc 엔진을 바탕으로 최고출력 232마력을 발휘한다. 르망 프로토타입 레이스카에서 영감을 받은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와 광폭 슬릭 타이어와 공압식 스퀀셜 6단 변속기, 완전 조절 가능한 서스펜션을 갖췄다. 무게는 620kg이다.

SR3 XXR은 계기반 디스플레이가 스티어링 휠 가운데 달려 있다. 그래서 이번 주행에서는 각 구간마다 속도를 정확히 보지 못했다. 어쨌든, 대략 5단 시속 200km 이상으로 긴 직선을 달리다가 고속 코너 입구에서 약간의 제동으로 빠르게 속도를 줄였다. 코너 진입이 약간 빠르다고 생각한 순간, 드라이버는 깊은 코너의 중심으로 차 앞머리를 밀어붙였다. 내 눈의 동공이 확장됐다.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이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고속 코너를 돌 때 온몸으로 전해지는 횡가속 감각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SR1과 분명히 다른 강력한 다운포스로 고속 코너링이 무척이나 안정적이었다.


반면 저속 코너에서 고속 코너로 구간이 복합적으로 연결될 때 감각은 훨씬 짜릿했다. 속도를 줄인 헤어핀 구간에서는 슬릭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고 강하게 버텼다. 제동력은 목이 아플 정도로 강력했지만, 동시에 브레이크 시스템과 슬릭 타이어는 높은 한계 성능으로 한결 차분해 보였다. SR3 XXR은 적절한 엔진 출력과 무게, 다운포스의 뛰어난 균형감이 매력이었다. 넘치지 않는 엔진 출력을 속도로 연결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더 길게 밟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차의 무게를 이용해 슬릭타이어 접지력을 섬세하게 찾아야 했다. 운전의 재미? 말할 것도 없다. SR3 XXR은 코너에서 짜릿한 스릴로 가득한 경주차였다. 고저차가 심한 서킷을 달리며 왜 래디컬 전체 경주차 중에서 ‘핵심 라인업’이라고 설명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래디컬 코리아와 래디컬 재팬, 교류를 꿈꾼다
아시아를 중심 시장으로 활동하는 레이싱 전문팀인 ‘크래프트 밤부 레이싱’이 일본의 래디컬 공식 수입원, ‘래디컬 재팬’으로 프로토타입 레이스카 시장 공략에 나선다. 래디컬은 1997년에 설립된 영국의 레이싱카 전문 제작사로 다양한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를 제작해왔다. 르망 프로토타입 레이스카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된 경주차는 지금까지 약 3,000대 이상. 세계 25개국에 딜러 네트워크, 4대륙에서 14개의 원메이크 레이스 시리즈가 개최 중이다. 이중 레이컬 컵 재팬은 2026년부터 개최될 예정인 일본 프로토타입 시리즈로 SR3 XXR 경주차가 주력 클래스가 된다.
동일한 레이스 카로 순수하게 운전 실력을 겨루는 무대임과 동시에 참가자끼리 교류하고 레이스를 즐기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같은 이유에서 래디컬 코리아는 래디컬 재팬과 함께 앞으로 드라이버 교류, 혹은 친선 레이스 등을 주최할 예정이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지만 한국 래디컬 드라이버들의 실력을 더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무대를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래디컬 코리아의 목표이다.

래디컬 SR3 XXR을 비롯한 모든 래디컬 경주차는 현재 한국에서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이 차는 프로 드라이버를 위한 경주차가 아니다. 래디컬 코리아를 통해 경주차를 구입하면 정기적으로 열리는 트랙 데이를 통해 차를 꾸준히 경험할 수 있다. 이 과정에 포함된 기본적인 코칭과 연습만으로도 운전 실력을 짧은 시간 빠르게 향상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운전 실력이 갖춰진 드라이버는 다른 경쟁자와 실력을 겨루는 레이싱 경기에도 참가할 수도 있다. 슈퍼레이스, 인제-마스터즈, 전남 GT 등 국내 최대 규모의 공인 자동차 경주 대회에 속한 ‘래디컬 컵 코리아’는 1년에 6번 경기가 열린다. 래디컬 SR3 XXR의 기본 판매 가격은 2억 원 초반.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레이스 트랙에서 즐기는 주행 경험과 랩 타임이라는 결과, 유지 보수 측면에서 고려할 때 이런 가격표는 절대적으로 합리적이다.

글 김태영 (모터저널리스트)
사진 래디컬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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