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비켜, 닥스가 간다. 혼다 ST125 닥스

    2022년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ST125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귀여워서 갖고 싶었던 첫 번째이자 마지막 모터사이클이다. 마냥 귀여워서 갖고 싶었는데 직접 달려보니 성능까지 마음에 든다. 이거 이제 누가 말려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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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125는 레트로 디자인과 현대적 디테일이 더해진 혼다의 아이코닉 시리즈 모델이다. 허리가 긴 견종의 ‘닥스훈트’를 연상시키는 T자형 프레스 프레임과 탱크 리스 디자인으로 독보적인 귀여움을 자아낸다.

    과거 1969년, ST50으로 시작한 닥스 시리즈는 1967년에 데뷔한 몽키에 비해 긴 차체를 적용해 신장이 큰 라이더도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꾸준한 인기와 함께 50cc와 70cc로 출시했고 1972년, 로터리 방식의 4단 미션과 90cc 엔진을 탑재한 ST90, 오프로드 분위기의 CY50 노티 닥스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잊을 수 없는 감각

    개인적으로 혼다의 에이프100을 소유했던 적이 있다. 작은 사이즈와 가벼운 무게, 경쾌한 엔진과 핸들링 덕분에 완벽한 출퇴근 머신으로 활약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큰 모터사이클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에이프100을 판매하게 됐다. 한동안 아무런 미련이 없이 잘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작고 만만한 모터사이클이 주는 기쁨과 만족, 그 특유의 감각을 다시 갈구하게 됐다. 그리고 때마침, 2022 밀라노 EICMA 모터사이클 쇼에서 ST125를 만났다. 당시, 전 세계 여러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굵직한 신모델을 선보였는데 내 마음속 1순위는 바로 ST 125가 완벽하게 꿰찼다.

    다른 매력

    새로운 ST125는 고유의 닥스 시리즈 스타일을 잘 이어오면서도 현대적인 터치가 적절하게 적용됐다. 원형 LED 헤드라이트를 비롯해 모든 등화류에 LED를 탑재했고 모두 크롬 커버를 씌워 고급스럽다. 원형 LCD 계기반은 몽키125와 동일한 파츠로, 키온을 하면 라이더를 맞아주는 윙크 모션이 눈에 띈다. 중앙에 주행 속도를 가장 크게 표시하고 연료 잔량과 총 주행 거리, 트립 등은 상단과 하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깔끔한 UI와 주요 경고등 램프 구성은 마음에 들지만, 기어 포지션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아쉽다.

    124cc 공랭 엔진은 최고출력 9.4마력을 발휘하며 110kg의 바이크와 90kg의 라이더를 답답하지 않게 이끈다. 다른 아이코닉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rpm 게이지가 없기 때문에 손끝과 엉덩이로 전해지는 진동을 느끼며 변속해야 하는데, 클러치 레버 조작 없이 작동하는 원심 클러치 덕분에 키125에 비해 피로도가 적다. 몽키125와 5kg의 차량중량 차이가 나지만 도심 규정 속도까지의 가속감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ST125의 총장이 50mm 더 긴 만큼 확실한 직진 안정성과 부드러운 핸들링을 제공한다. 여전히 콤팩트한 차체 덕분에 제대로 기울이기도 전에 코너가 끝나기 마련이지만, 그 찰나의 과정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또한, 집 앞 슈퍼에서 장을 보고 손목에 봉투를 매달고 달릴 때도 마찬가지다.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과속 방지턱이나 포트홀처럼 작은 요철을 지날 때도 충격을 처리하는 과정이 훨씬 매끄럽다. 3축 IMU 기반의 1채널 ABS와 넉넉한 사이즈의 브레이크 시스템도 마음에 든다. 라이더를 포함한 약 200kg의 바이크를 안전하고 여유롭게 멈춰 세울 수 있다.

    2인 승차

    ST125의 또 다른 장점은 2인 승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자 형태의 긴 시트가 적용된 만큼 동승자를 태울 수 있기 때문에 몽키125보다 실용적이다. 작고 귀여운 ST125에 성인 두 명이 탑승할 일이 얼마나 자주 있을까 싶지만, 원래 할 수 없는 것과 하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다. 교통이 혼잡한 도심에서 젊은 커플이 함께 타고 달리거나, 어린 자녀와 함께 달린다고 상상하면 그 자체만으로 너무 귀엽다.

    친절한 닥스훈트

    만약 누군가 모터사이클을 타보겠다고 한다면 큰 고민 없이 ST125를 추천하겠다. 호불호가 적은 귀여운 디자인에 쉬운 조작법이 그 이유다. 초보자에겐 크게 두 가지 벽이 있다. 클러치와 발착지성. ST125는 원심식 4단 기어를 탑재했기 때문에 1단부터 4단까지 변속만 신경 쓰면 된다. 110kg의 가벼운 무게와 778mm의 낮은 시트고로 체구가 작은 여성 라이더도 부담이 없다. 여기에 리터당 63.7km의 연비는 웬만한 대중교통보다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이보다 더 완벽한 입문용 모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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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DA ST125 DAX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단기통
    보어×스트로크 50 × 63.1(mm)
    배기량 124cc
    압축비 10 : 1
    최고출력 9.4hp / 7,000rpm
    최대토크 10.8Nm / 5,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3.8ℓ
    변속기 4단 자동원심식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트윈 쇽 링크
    타이어사이즈 (F)120/70 12 (R)130/70 12
    브레이크 (F)220mm디스크 (R)190mm디스크
    전장×전폭×전고 1,760×760×1,020mm
    휠베이스 1,200mm
    시트높이 778mm
    차량중량 110kg
    판매가격 478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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