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뉴 머신, 2024 KTM EXC RANGE

    다른 머신이다. 이전과 거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오프로드 시장을 선두하고 있는 KTM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다시 한번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왔다.









    이번 2024 엔듀로 라인업은 가장 급진적인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

    지난 5월 말,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3번을 갈아타고 경유 시간까지 25시간 이상을 걸려 남아프리카 공화국, 레소토에 도착했다. 끝없이 광활한 대지 속에는 가파른 바위 산, 푹푹 빠지는 모래, 다양한 수심의 강까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KTM은 레소토가 엔듀로의 천국이라 말하며,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새로운 머신 테스트를 진행해왔고 다양한 환경과 조건을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시승은 KTM 본사로부터 ‘일반 미디어가 아닌 하드 엔듀로가 가능한 오프로드 전문 미디어’를 요구했기 때문에 어떤 코스가 펼쳐질 것인지 긴장하게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새로운 2024 KTM 엔듀로 전체 라인업을 테스트하며 다양한 매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승 끝난 뒤엔 핸들을 쥐기 힘들 정도로 모든 체력을 소진했으며 저녁 식사 시간에는 많은 미디어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웃음)






    FROM THE RACE

    KTM은 30년 이상의 레이스 경험과 함께 126개 이상의 월드 엔듀로 타이틀을 가진 브랜드다. 그만큼 KTM은 엔듀로 GP와 하드 엔듀로 시장에서 꾸준한 기량과 성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더 강력한, 더욱 진보한 양산형 엔듀로 머신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2024 엔듀로 라인업을 통해 가장 급진적인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




    FRAME AND SUSPENSION

    새로운 디자인의 트리플 클램프로 더욱 원활한 서스펜션 움직임을 제공한다.

    완전히 새로운 하이드로-폼, 레이저-컷, 로봇 용접 프레임은 이전과 동일한 크로몰리 강을 사용하며 새로운 형상으로 디자인되어 더 명확한 피드백, 충격 흡수, 직진 안정성, 비틀림 강성 강화 등을 이뤄냈다. 그리고 모든 엔듀로 라인업에 48mm WP XACT 클로즈드 카트리지 포크를 탑재했다. 상하 운동으로 인한 캐비테이션 효과를 억제하고 새로운 미드 밸브로 오일 흐름을 최적화했다. 캐비테이션은 서스펜션 내부의 오일에 피스톤이 상하 운동을 하면서 압력 차이가 생기고 그에 따라 압력이 낮아진 곳에서 기포가 발생하는 걸 말한다. 즉, 오일 속에 공기층이 생기며 원활한 오일 흐름을 방해하고 댐핑 효과를 저하시키게 된다. 클로즈드 카트리지는 카트리지 내부를 가압시켜 동일한 상황에서 캐비테이션 현상을 억제해 내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트리플 클램프로 더 원활한 움직임과 일정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후방에는 KTM에서 계속 사용해 온 WP XPLOR PDS 쇽이 장착됐다. 차체와 서브 프레임을 직결로 연결하여 더 빠른 반응성과 링크 타입 대비 현가하질량 감소 효과를 자랑한다. 특히, 양산형 엔듀로 시장 최초로 별다른 공구 없이 리어 쇽의 댐핑을 조절할 수 있도록 다이얼이 추가됐다. 메인 프레임과 더불어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서브 프레임은 폴리아미드와 알루미늄을 결합하여 완성됐고 더 즉각적인 핸들링과 선명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또한, 레이스 도중 서브 프레임이 파손되더라도 쉽게 분리되지 않도록 장착되어 마지막 까지 레이스를 끝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ELECTRONICS


    또한, 2024 KTM EXC-F에는 기존부터 적용된 트랙션 컨트롤 이외에도 퀵시프터 기능이 최초로 탑재됐다. 이는 2단 기어에서 6단 기어까지 클러치 없이 변속할 수 있고 스로틀을 전개한 상태를 유지하며 변속하는 만큼 더 빠른 가속이 가능하다. 새롭게 설계된 맵 스위치를 통해 두 가지 맵을 선택하거나 트랙션 컨트롤과 퀵시프터를 끄고 켤 수 있다. 오프로드 컨트롤 유닛을 포함한 전자 구성 요소는 서브 프레임 안쪽에 통합시켜 접근성과 보호성을 높였다. 완전히 독립된 전자장치 모니터링 시스템의 적용으로 시트만 제거하면 각 전자장치의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오류는 빨간색, 정상은 녹색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문제 추적 및 수리를 더 쉽게 해낼 수 있다.

    ENGINE


    2024 KTM EXC(2행정)는 새로운 TBI(전자식 스로틀 바디 인젝션) 기술을 적용한 엔진을 탑재했다. ECU가 수온, 기온, 기압, 크랭크케이스 내부 압력, 스로틀 전개량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하여 공기와 연료의 이상적인 혼합비를 제공한다. 따라서 고도에 따라 연료량을 제어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카뷰레터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부드러운 출력을 발휘한다. 또한, 리드 밸브 케이스를 새롭게 설계하여 더 확실하게 밀봉이 가능해졌고 전자식 배기 컨트롤 시스템과 어우러져 연료 효율을 높였다.2024 KTM EXC-F(4행정)의 경우, 모든 엔진의 미션을 하나로 통일하여 불필요한 원가 상승을 억제하고 정비성을 높였다. 내부 부품을 개선하여 낮은 rpm에서의 더 강한 토크와 높은 rpm에서는 폭발적인 출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되었다. 기존 대비 엔진을 2° 뒤로 기울이고 프런트 스프로킷을 3mm 아래에 위치시켜 무게 중심을 더 이상적인 위치로 옮겼다. 또한, 안티 스쿼트 효과를 극대화하여 직진 트랙션은 물론이고 깊은 코너에서도 더 빠르게 탈출할 수 있다.



    4 STROKE


    시승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4스트로크, 2스트로크 전체 라인업을 테스트했다. 시작은 가장 익숙한 350 EXC-F다. 먼저 눈에 띄는 건 달라진 핸들의 스위치뭉치. 이전보다 훨씬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마무리되었다.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도 과장되지 않았고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좋다. 바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2단 기어부터 기대감과 함께 기어 시프트 레버를 올렸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르며 눈동자가 커졌다. 내 예상보다 너무 자연스럽게 변속되고 rpm이 낮은 구간에서 시도해도 정말 매끄럽다. 이제는 온로드 바이크에겐 기본 장비지만, 엔듀로 머신을 클러치 조작 없이 변속할 수 있다니 감격스럽다. 물론, 낮은 기어 포지션으로 높은 rpm을 사용하며 시도하면 때때로 먹통이 되기도 한다. 또한 리어 휠이 과도하게 슬립하고 있는 순간에는 미션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지 않는 느낌이다. 이 점을 고려하고 타이밍을 맞춰 사용한다면 훨씬 매끄럽고 빠른 가속이 가능하다. 이미 모토크로스 머신과 슈퍼모타드 머신에서 많은 테스트를 거친 것이 느껴진다.




    앉아서 핸들링 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순정 타이어가 아닌 메첼러의 소프트 타입 타이어로 교체해 줬기 때문인지 노면 추종성이 우수하다. 몸이 좀 풀릴 때쯤 스탠딩 포지션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풋 패그의 디자인과 장착 위치가 조정되어 리어 휠에 더욱 효과적으로 하중을 실을 수 있다. 또한, 방향 전환을 하거나 스탠딩 상태로 고속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전후 휠의 트랙션을 느끼기 쉽다. 이전보다 바이크가 더 빠르게 반응하고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는다. 이어서 450 EXC-F로 갈아탔다. SOHC의 묵직한 토크 특성 덕분에 퀵시프터의 작동감이 훨씬 자연스럽다. 출력이 넘쳐나기 때문에 어떤 기어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하고 빠르게 가속한다. DOHC 엔진인 350 EXC-F에 비해 엉덩이와 귓가를 간지럽히는 진동이나 배기음은 없지만, 리어 트랙션을 훨씬 느끼기 수월한 게 매력적이다. 4단 기어까지는 가속만으로도 프런트 휠이 훨훨 날아오르고 5단 기어부터 길게 늘어뜨렸다.





    다음은 500 EXC-F. 사실 500 EXC-F를 직접 시승하기 전까지는 450 EXC-F와 굳이 나눠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결론은, 차원이 다르다. 450 EXC-F의 강력한 토크가 가벼운 차체를 단숨에 나르는 느낌이었다면 500 EXC-F는 스로틀을 열면 엔진이 앞서나가고 차체, 라이더 순으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만큼 스로틀을 비틀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동일한 미션을 사용하는 만큼 오로지 엔진 출력이 얼마나 다른가를 느낄 수 있는데 5단, 6단 기어에서도 힘이 빠지는 느낌이 없다. 두 모델의 수치상 최고출력은 57마력, 64마력이다. 마지막으로 250 EXC-F를 시승했다. 드디어 만만한 출력과 가벼운 무게로 새로운 부분들이 명확하게 느껴진다. 트랙션 컨트롤은 끄고 켰을 때 개입량의 차이가 적고 오로지 과도하게 슬립하는 것을 억제하는 감각이다. 온로드 바이크에서의 트랙션 컨트롤을 기대하고 스로틀을 단숨에 열면 바이크가 180° 회전하여 헤드라이트가 나를 바라보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출력이 만만해진 만큼 엔진이 살려달라고 소리 지를 때까지 부여잡을 수 있다. 계기반을 통해 rpm을 확인할 수 없지만, 체감상 12,000rpm 부근까지 가볍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순정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의 성능도 만족스럽다. 적절한 압력 그대로 최대 제동력까지 일정하게 상승한다. DOHC 특유의 고회전을 사용하며 압도하는 즐거움이 좋다면 250 EXC-F와 350 EXC-F를, SOHC의 묵직한 토크와 차고 넘치는 출력을 살살 다뤄가며 즐기고 싶다면 450 EXC-F와 500 EXC-F다.




    2 STROKE

    오후에는 2행정 모델을 테스트했다. 첫 시작은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인 300 EXC TBI를 선택했다. 점심 식사 후 비교적 가장 체력이 넘쳐날 때 본격적으로 다뤄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전 모델과 확실한 차이가 느껴지는 건 낮은 rpm에서의 엔진 안정성이다. 매우 낮은 rpm에서 스로틀을 조작했을 때 곧바로 동력이 전달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볍게 움직인다. 이는 4행정 모델들을 먼저 시승하면서 느낀 것인데 메인 프레임은 단단하고 서스펜션의 댐핑이 절묘하게 세팅됐다. 또한, 새로운 클로즈드 카트리지 WP XACT 포크가 주는 고급스러운 움직임과 또렷함도 일품이다. 시승 중 바닥에 물골이나 요철이 지저분하게 생겨있는 상황에서 프런트 휠의 노면 추종성이 굉장하다. 파워 밴드가 터지는 구간은 여전히 짜릿하다. 450 EXC-F와 500 EXC-F도 수치상으로는 비슷한 최대 토크를 낼지라도 300 EXC TBI는 훨씬 가볍게 리어 휠이 돌아가는 감각이다. 3단 기어 이상을 사용하기 무서울 정도로 빠른 가속과 토크감에 압도된다. 현재 주행 속도와 기어 포지션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클러치만 슬쩍 튕겨주면 프런트 휠은 언제든 올라올 준비가 되어 있다. 즉, 스로틀을 부드럽게 사용하고 출력에 대해 버텨낼 체력이 있다면 300 EXC TBI는 어떤 코스에서도 가장 빠를 수 있을 것 같다.




    이어서 250 EXC TBI를 시승했다. 450 EXC-F와 500 EXC-F의 차이만큼이나 300 EXC TBI와 250 EXC TBI의 차이도 상당하다. 어쩌면 350 EXC-F와 450 EXC-F의 차이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맞겠다. 250 EXC TBI는 비교적 부담 없이 파워 밴드를 터뜨리며 달릴 수 있다. 기어비가 타이트하지 않기 때문에 변속을 크게 걱정할 필요 없고 스로틀을 여는 대로 답답함 없이 나아간다. 300 EXC TBI에 비해 확연한 출력 차이가 대부분의 라이더에겐 부담을 덜어주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물론, 낮은 rpm 영역에서 툴툴거리는 토크를 주로 사용했다면, 하드 엔듀로 코스를 좋아하는 라이더에겐 더 불편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꽤 오랫동안 고속 주행과 싱글길이 반복되었는데 출력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달렸다. 마지막으로는 150 EXC TBI에 올랐다. 앞서 너무 강력한 모델을 시승한 탓인지 배기음도, 출력도 너무 귀엽다. 스로틀을 어떻게 열든 파워 밴드가 터지기 전까지는 힘이 없다. 뽈뽈뽈뽈 거리다가 파워 밴드 구간을 지나면 빼애애앵 소리를 내며 달려나간다. 물론, 상대적인 것이지만, 지금까지 레이스 머신을 테스트하다가 조카의 장난감을 빼앗은 기분이다. 즉, 그만큼 바이크를 못살게 굴며 달리기좋다. 2단 기어에서 파워 밴드를 터뜨리고 탑 기어까지 스로틀을 쥐고 있어도 부담이 없다. 초심자나 숙련자나 과감한 스로틀 웍을 익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놀란 점은 업힐에서의 경쾌한 움직임이다. 지금까지는 출력이 이렇다 저렇다를 따져왔는데 150 EXC TBI의 가벼움이 주는 또 다른 영역이 있다. 피크파워가 상위 모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포지션을 더욱 적극적으로 바꾸게 된다. 반동을 주는 액션으로 트랙션을 더하거나 저항을 줄여주기 위해 순간적으로 무게를 빼기를 반복한다. 똑같은 업힐을 두고 ‘올라가는 것’에 집중한다면 무조건 강한 출력 순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 올라가는 것’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자신의 기량을 키우겠다면 출력이 낮은 모델을 선택하는 게 옳은 선택이 될 것이다.




    자신을 뛰어넘어라


    새로운 2024 KTM 엔듀로 라인업은 완전한 다음 세대로 탄생했다. 직접 시승하고 나서 KTM이 주장하는 ‘95%가 달라졌다!’라는 이야기가 오직 마케팅을 위한 표현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가볍게 얘기하자면 프레임, 서브 프레임, 엔진, 미션, 시트, 페어링, 전자장비, 풋 패그, 트리플 클램프, 서스펜션 정도가 달라졌다. 누가 봐도 약간의 변화나 페이스리프트라고 보긴 어렵다. KTM의 엔듀로 총괄 엔지니어는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바로 그 철학이 이번 새로운 모델들에 진하게 담겨 있다. 흔히 정말 좋은 품질을 경험하고 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그렇다. 내 모든 감각은 새로운 KTM 엔듀로 라인업과 함께 진화했다.







     윤연수
    사진 KTM
    취재협조 KTM 코리아 kt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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