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노하우를 통한 완성, 스즈키 V-STROM 800DE

    첫 시작은 조금 아쉬웠다. 조금만 더 단단했으면, 조금만 더 셌으면, 조금만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테스트를 진행할수록 고개가 끄덕여졌고 만족도는 급상승했다.





    몇 년 전부터 미들급 어드벤처 시장에는 피바람이 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당 카테고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상품성 높은 모델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프로드 성능을 극대화한 모델이 선두에 위치하면서 대부분의 브랜드가 타 브랜드보다 더 강력하고,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새로운 브이스트롬 800DE(이하 800DE)는 제원상 타 브랜드를 압도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초반에는 차량의 곳곳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느껴지는데 이는 직접 주행하고 경험할수록 스즈키가 어떤 브랜드고 얼마나 높은 완성도를 갖췄는지 깨닫게 된다.



    HERITAGE


    새로운 800DE는 프런트 비크부터 사이드, 리어 페어링까지 날렵함이 강조된 디자인으로 완성됐고 과거 랠리 머신인 DR-Z의 인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DR-Z의 카멜 버전이 떠오르는 컬러조합은 브랜드 컬러인 옐로와 블루의 이미지도 가져오고 있다. 상위 모델인 브이스트롬 1050과도 흡사하지만, 800 시리즈에 적용된 세로형 듀얼 LED 헤드라이트로 자기만의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20ℓ 연료 탱크가 탑재되었는데 무릎이 닿는 부위를 과장하지 않았고 스크래치와 충격을 고려한 디자인 센스가 돋보인다. 날 선 디자인의 핸드 가드도 기본으로 적용되었고 과격한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짧은 투명 윈드 스크린이 탑재됐다. 볼트 온 방식으로 15mm씩 최대 30mm까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디자인 요소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건 투박하고 큰 머플러다. 높아지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느라 어쩔 수 없었겠지만 디자인을 조금만 더 신경 써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10mm더블 웨이브 디스크에 2 피스톤 액시얼 캘리퍼가 장착됐다.

    이유 있는 21/17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800DE는 전후 21인치와 17인치 와이어 스포크 휠이 탑재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리어 휠 사이즈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 만약 18인치를 적용했다면 더 강력한 오 프로드 주행 성능과 색다른 핸들링이 더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 DR-Z 랠리 머신에 적용된 21/17 조합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과거 모델의 유산을 지킨다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으며, 덕분에 시트고도 855mm로 낮출 수 있었다. 전후 스포크 휠은 튜브 타입이다. 오프로드 주행 시에는 더 낮은 공기압으로 설정할 수 있고 타이어 이탈이나 펑크에 대해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새로운 776cc 병렬트윈 엔진은 가볍고 콤팩트하게 설계되었으며 오프로드 부츠와 마찰될 수 있는 곳에는 별도의 가드가 장착되어 있다.

    NEW ENGINE

    새로운 776cc 병렬 트윈 엔진은 8,500rpm에서 최고출력 83마력, 6,800rpm에서 최대토크 78Nm를 발휘한다. 제원에서 알 수 있듯이 초중반 영역 위주로 세팅된 엔진이며 270도 크랭크를 적용해 기함 모델인 브이스트롬 1050DE의 V-트윈 엔진과 동일한 점화 타이밍을 갖췄다. 덕분에 흡사한 필링과 감성을 느낄 수 있고 크랭크축에 90도로 배치된 두 개의 밸런서로 진동을 줄인다.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가 적용되어 더욱 쉽게 클러치 레버를 조작할 수 있고 킥 다운으로 인해 리어 휠이 잠겨 미끄러지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가뿐한 마음

    800DE는 기본 설정에서 가벼운 프리로드와 댐핑 덕분에 바이크를 세우기만 해도 꽤나 가라앉고 일체형 시트는 라이더 착석 위치를 다듬어 발착지성을 높였다. 실제 수치보다 훨씬 낮게 느껴지기 때문에 차량에 대한 무게 부담이 적고 넓은 핸들 바가 상위 모델에 앉은 느낌을 준다. 이전의 브이스트롬 시리즈는 좁은 핸들바가 특징이었는데 과장된 것 같은 넓은 핸들 바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만큼 바이크를 가볍게 다룰 수 있고 기울어진 상태에서 다시 안정적인 자세를 잡기 쉽다는 게 강점이다.




    스위치 뭉치나 계기반은 이전 브이스트롬 1050DE와 동일한 구성으로 익숙하고 직관적인 UI로 조작하기 쉽다. 트랙션 컨트롤, 주행 모드, ABS까지 총 3가지 전자장치를 라이더의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고 여기에 로우 RPM 어시스트와 슬리퍼 클러치 등이 조작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주행모드는 A, B, C 중에서 가장 완만한 스로틀 반응을 제공하는 C 모드로 몸을 풀었다. 초반 스로틀 반응이 비교적 무딘 만큼 만만하게 스로틀을 조작할 수 있고 풀 스로틀 상태에서는 최고출력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라이더의 기량과 주행 환경에 맞게 수시로바꿔가며 달리기 좋다. 기본 탑재된 양방향 퀵시프터는 작동감과 체결감이 우수하여 편안하고 부드럽게 가속할 수 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가볍게 반응하며 노면의 자잘한 요철을 바쁘게 삼켜낸다. 긴 트래블과 커다란 프런트 휠의 조합으로 두려울 것 없이 스로틀을 열어댈 수 있다. 출력 곡선이 초반부터 매끄럽게 올라가고 무게 중심이 낮게 깔려 있기 때문에 웬만해선 불안정해지지 않는다. 트랙션 컨트롤을 G(그래블)모드로 설정하니 일정 이상의 슬라이드를 허용하면서도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적정선을 지켜 개입한다. 순정 타이어가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재밌게 달릴 수 있는 이유다. 넓은 핸들 바는 바이크를 더욱 미세하게 조작하기 좋고 약한 힘으로도 가볍게 다룰 수 있다. 물론, 동작이 더 커지는 단점도 있다.


    잠재력

    한참을 시승한 뒤, 프런트 포크와 리어 쇽의 댐핑을 조였다. 일반적인 양산형 모터사이클의 경우, 조절식 서스펜션이라도 댐핑이 큰 폭으로 바뀌는 걸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프런트 포크의 압축과 신장을 모두 조이고 리어 프리로드를 일정 이상 조이니 훨씬 본격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순정 타이어의 오프로드 성능이 부족함에도 차량의 안정적인 무게 밸런스와 탄탄한 서스펜션의 조화가 상당하다. 몸을 앞뒤 양옆으로 바쁘게 움직이며 달리면 꽤 험한 요철이나 장애물도 터프하게 넘어간다. 작은 요철을 이용해 윌리를 하거나 잭나이프를 구사 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량 무게는 230kg으로 가볍지 않은 수준인데 그 무게를 잠시 잊게 만들 정도다. 스로틀 반응은 가장 강력한 A 모드로 설정하고 트랙션 컨트롤과 ABS는 모두 해제시켰다. 바이크가 주행 중에도 각 모드를 변경할 수 있고 ABS 모드는 스로틀을 완전히 닫은 상태라면 주행중에도 변경할 수 있다.




    풋 패그 상단에 장착된 고무 패드는 기본 공구로 쉽게 탈거할 수 있고, 더 역동적인 주행에도 바이크를 효과적으로 홀딩할 수 있다. 제원을 보고 걱정했던 액시얼 타입의 캘리퍼도 310mm 웨이브 듀얼 디스크와 맞물려 완성도 높은 조작성을 제공한다. 아주 작은 제동력부터 강한 제동력까지 선형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제어가 쉽고 혹여나 미끄러지더라도 ABS가 빠르게 개입해 라이더의 안전을 지켜준다. 앞서 말했듯이 라이더의 다리 공간을 날렵하게 디자인했기 때문에 스탠딩 포지션도 어색하지 않고 짧은 윈드 스크린 덕분에 공격적인 라이딩 포지션도 문제없다. 타이어만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난 제품으로 교체한다면 훨씬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다.



    영역 확장을 위한 선택

    주변 곳곳에서 오프로드, 어드벤처 라이딩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온로드와 완전히 다른 주행 방법부터 차량 선택, 소모품 관리, 파손에 대한 부담 등으로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브이스트롬 800 DE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21인치 프런트 휠과 기다란 서스펜션, 세련된 디자인과 최신 전자장비까지. 뛰어난 기본기에 부족함 없는 상품성까지 더해졌다. 뛰어난 완성도로 넓은 폭의 라이더를 대응하며 가격까지 합리적이다. 지금껏 달려왔던 아스팔트와 더불어 다양한 변수와 재미가 기다리는 오프로드를 함께 달려볼 차례다.




    SUZUKI V-STROM 800DE

    엔진형식 수랭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84 × 70(mm) 배기량 776cc 압축비 12.8 : 1 최고출력 83hp / 8,500rpm 최대토크 78Nm / 6,8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링크 싱글쇽 타이어사이즈 (F)90/90 21 (R)150/70 17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6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345×975×1,310 휠베이스 1,570mm 시트높이 855mm 차량중량 230kg 판매가격 1,439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스즈키코리아 suzuk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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