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앤에이 모터스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전기스쿠터 이씨티를 철저하게 분석해보았다.
DNA MOTORS eCITI
국산 전기스쿠터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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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티는 디엔에이 모터스의 독자모델이며 국내 기술로 만들어지고 국내 생산되는 진짜 국산 전기스쿠터다. 디엔에이 모터스와 현대케피코의 협력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름 속의 CITI는 디엔에이의 전신이 되는 대림의 대표모델인 씨티 시리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기존의 씨티 시리즈가 언더본의 형식으로 상용시장에서 최강자의 자리를 누린 만큼 새로운 이씨티가 그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디자인은 좋다. 아주 세련된 디자인은 아니지만 직선 위주로 큰 기교 없이 깔끔한 것이 오히려 질리지 않는 느낌이다. 상용시장을 전제로 만들어졌지만 승용 감각도 충분히 느껴진다. 예전 모터쇼에서 미리 만났던 프로토타입에 비하면 확실히 퀄리티가 높아졌다. 디자인에 있어 독특함은 부족하지만 호불호가 덜 갈리고 자꾸 볼수록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예전 대림자동차 시절의 Q2도 연상된다.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 방향지시등까지 LED를 사용하고 헤드라이트는 면발광 장식까지 더해졌다. 측면으로 보면 차체가 전후로 꽤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차체 뒤쪽을 살짝 사선으로 올려 마무리한 덕분에 둔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덕분에 포지션은 편하다. 시트가 앞뒤 좌우로 넓어서 운전자 체형에 따라 편안한 위치를 찾기 쉽다. 뒷자리 역시 넓어서 탠덤도 편하다. 상용으로 사용 시 뒷자리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화물을 싣기 때문이다. 성인 남성 둘이 적당한 공간을 두고 앉을 수 있고 연인끼리 착 붙어서 타기에도 좋다. 배터리는 시트 아래가 아닌 센터플로어 위치의 돔 안에 탑재되며 두툼한 센터플로어 때문에 발 부분 공간은 좁아졌다. 재밌는 점은 발 안쪽과 센터플로어 사이의 닿는 부분을 사격형으로 요철 처리해 힐그립이 딱 잡힌다. 처음에는 단지 장식적 요소인줄 알았지만 신발과 맞닿으며 쉽게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하고 실제 주행 시 꽤 안정감을 주는 실용적인 디자인이다.
이씨티의 장점은 동력성능에 있다. 기존의 전기스쿠터들과는 확실히 차별화 되는 동력성능을 갖추었다. 초반 응답은 모터답게 쿼터급 스쿠터 수준으로 빠르고 50km/h이상에서의 가속은 125cc스쿠터 정도다. 모드별로는 에코 모드는 부드럽게 출발해 40km/h 정도까지 가속되며 이후는 천천히 속도를 붙인다. 스탠다드 모드는 기존의 경형스쿠터 모델들과 비슷한 성능이다. 여유롭지만 답답하지 않은 가속성능에 60km/h까지 부드럽게 가속한다. 스포츠 모드는 배터리와 모터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경쾌한 가속에 시속 90km/h이상 가속한다. 각 모드는 모터의 출력차이를 두고 있는 것일 뿐 속도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가속하거나 내리막길에서는 앞서 말한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최고속도는 110km/h 언저리로 확인된다.
지금까지 BMW CE-04와 같이 초호화 사양의 고가의 전기스쿠터를 제외하고는 이씨티가 동력성능에서 만족감이 느껴진 첫 전기스쿠터다. 기존의 전기스쿠터들은 ‘전기스쿠터 치고는’이라는 말이 앞에 붙어있는 조건부 만족이었다면 이번엔 그 자체로 만족스럽다. 특히 언덕 등판능력 테스트는 놀라웠다. 가파른 언덕길에서 전기스쿠터는 무용지물이 되거나 되려 끌고 올라가야 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이씨티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월간 모터바이크에서 등판능력 테스트를 진행하는 42%경사도(23°)의 가파른 경사로에서도 정차 후 출발이 가능했다. 심지어 혼자 주행할 때 뿐 아니라 탠덤을 한 상태에서, 성인 두 명에 해당하는 160kg이상을 태우고도 아무렇지 않게 올라가서 놀랐다. 참고로 42% 경사도는 엔진 스쿠터도 정차 후 출발이 어려운 경사도다.
사실 일반적인 도로환경에서는 만나기 힘든 경사도이며 일부 골목이나 진입로 등 가파른 지형에서 나오는 각도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기스쿠터를 좌절시킨 난코스였는데 이씨티는 너무 가볍게 올라가 버린다. 다만 이는 스포츠 모드에서만 주행이 가능했다. 스탠다드 모드는 진입 전 탄력을 받아 올라가도 언덕 중간에 서버렸고 재출발도 불가능했다. 디엔에이가 밝히고 있는 스펙 상 최대 등판 가능 각도는 35.2°로 70.8% 오르막에 해당한다. 이 정도는 실제 도로 주행에서 마주할 일은 거의 없는 경사다. 참고로 일반도로를 설계할 때 최대경사도는 13% 이하로 만든다. 가파른 길로 유명한 강원도 고갯길들도 10%를 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도로’로 기네스북에 오른 뉴질랜드의 볼드윈 스트리트의 경사가 19° 경사도 37.45%에 불과하다.
언덕에서 재출발할 때의 안정감도 이씨티만의 장점이다. 일반 전기 스쿠터들은 브레이크를 잡게 되면 스로틀을 열어도 동력이 차단된다. 모터나 배터리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 이게 전기스쿠터의 가장 큰 이질적인 부분이었다. 특히 언덕에서 브레이크를 떼면서 스로틀을 열어도 뒤로 밀릴 때는 아찔하다. 하지만 이씨티는 브레이크를 잡아도 동력이 차단되지 않는다. 덕분에 아무런 이질감 없이 주행할 수 있었고 언덕출발도 쉽다. 뿐만 아니라 좁은 골목길 등에서 저속에서 방향을 바꿀 때 리어 브레이크를 살짝 걸어 차체를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스로틀을 열며 방향을 바꾸는 일반적인 주행 테크닉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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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같은 주행감각
전체적인 주행감각은 스쿠터와 모터사이클의 중간정도의 느낌이다. 제동력은 괜찮은 편이지만 일반적인 스쿠터들에 비해 뒷바퀴가 제동 시 락이 잘 걸린다. 이는 ABS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구조적 차이에서 오는 특성이다. 종래의 엔진 스쿠터들은 뒷바퀴와 엔진이 붙어있는 유닛 스윙암을 사용해 무게중심이 뒤쪽에 쏠려있다. 뒷바퀴를 눌러주는 엔진의 무게가 더해진 만큼 뒷바퀴의 접지력이 좋기 때문에 제동 시에도 리어휠의 잠김이 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씨티는 일반적인 모터사이클처럼 스윙암에는 뒷바퀴만 붙어있고 구동력을 체인으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뒷바퀴에 무게가 실리지 않으면 제동 시 쉽게 잠긴다. 기존의 스쿠터에만 익숙한 라이더라면 다소 불안하게 느낄 수 있다. 물론 이게 꼭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무게 배분이 좋은 만큼 제동력과 제동안정성 자체는 훨씬 좋기 때문이다. 또한 스쿠터의 형식인 만큼 리어브레이크를 오른발 대신 왼손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섬세한 컨트롤이 가능해서 적응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구조적인 특성과 무게 배분 덕분에 핸들링은 상당히 좋다. 가볍게 기울어지고 경쾌하게 방향을 바꾼다. 특히 리어 휠의 접지감이 확실히 안정적이다. 빠른 코너링을 즐기다보니 메인스탠드, 특히 우측이 일찍 노면에 닿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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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스테이션으로 더 멀리
배터리 시스템은 48볼트 30Ah 배터리 2개를 직렬로 연결해 사용한다. 스펙에 표시된 1회 충전 시 갈 수 있는 최대거리는 115km지만 이는 30km/h 정속 주행 시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없는 수치다. 일상적인 환경에서 실제 주행거리는 그 절반인 50~60km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씨티는 성능을 높인 만큼 주행환경에 따라 배터리를 더 빠르게 방전시킬 수 있었다. 스포츠 모드에서 빠르게 가속하고 제동하고를 반복하니 30km 주행으로 배터리를 80%까지 소진시킬 수 있었다. 이것만 들으면 짧은 주행거리로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적어도 서울과 수원지역 라이더라면 걱정을 덜어줄 디엔에이만의 비장의 카드가 있다. 배터리 교환 충전 시스템인 D스테이션으로 배터리를 빠르게 교체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현재 기준 서울시에만 151기의 D스테이션이 설치되어 있고 경기도 수원에 추가된 25기를 비롯해 전국에 D스테이션을 200여기까지 확대했다. 디스테이션은 오래된 공중전화부스를 활용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속적으로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물론 직접 가정용 충전기를 이용해 충전하며 사용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주변 환경에 따라 배터리 충전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디엔에이 모터스 전기스쿠터들의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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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전체적으로 보면 이제야 제대로 된 스쿠터가 나왔다! 라는 느낌이다. 중국 제조나 상표부착 제품이 아닌 국내제조에다가 디엔에이만의 독자모델이라 더 기대가 컸는데 주행성능은 기대를 확실하게 채워줬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아쉬운 부분도 생겨난다. 예를 들자면 이씨티에는 저속 주행 시 보행자가 스쿠터를 인식할 수 있도록 스피커로 사운드를 발생시키는 음향경고시스템이 적용되어있다. 마치 우주선이 날아가듯 오묘한 사운드가 주변을 환기시켜준다. 사운드 종류도 몇 가지 마련되어 있고 소리가 속도에 맞춰 조금씩 변화되는 점도 좋다. 다만 이 소리가 정차 시에는 꺼지게 되는데 이 때 사운드 재생이 툭 끊긴다. 그리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소리가 켜졌다 꺼지는 게 마치 고장난 스피커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소리가 차량이 동작하며 만들어지는 소리가 아니구나 하고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행 음이 꺼질 때 서서히 페이드아웃 된다면 훨씬 완성도가 높게 느껴질 것이다.
또 한 가지, 배터리 커버가 열림 경고가 계기반에 표시가 되면 좋겠다. 배터리 수납함의 뚜껑이 열려 있으면 안전을 위해 시동이 안 걸리도록 설계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에 대한 표시가 어디에도 없으니 시동이 안 걸리는 원인을 찾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또한 차량의 시동을 거는 스타트버튼이 작게 ‘S’자 하나만 새겨져있어서 직관적으로 알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이면 훨씬 인상적인 사용자 경험이 된다. 이러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출시가 되었지만 추후 업데이트를 기대해 본다. 차량 컬러는 블루와 화이트, 블랙 세 가지 컬러로 선보이며 가격은 590만 원, 보조금 지원 시(2023년 보조금 기준) 390만 원으로 다소 높은 가격이 되었다. 배터리 충전기가 포함되지 않고 D스테이션 배터리만 사용하는 BSS 전용 요금제로 구매시 380만 원, 보조금 지원 시 265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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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MOTORS eCITI
모터 7,2 kw 최고속도 90.2km/h 1회충전 주행거리 115.4km(30km/h정속주행시) 브레이크 (F)싱글디스크 (R)싱글디스크 타이어 (F) 120/70-13 (R) 130/60-13 배터리 충전시간 3시간30분 충전방식 D스테션/개별충전/직접충전 차량중량 1,950 x 690 x 1,150mm 차량가격 590만 원 보조금 지원 시 398만 원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 손호준
취재협조 디앤에이모터스 dnamoto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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