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역동적인 투어를 위해, KTM 890 SMT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산 하나가 경기장으로 변신했다 . 입구부터 정상까지 차량을 통제하고 참가자를 한 명씩 출발선 앞에 세웠다. ‘힐 클라임 레이스’라고 쓰여진 아치 아래서 행사 스태프가 한 손에 랩 타이머를 들고 외친다. 3, 2, 1. GO!

    KTM 890 SMT

    더 역동적인 투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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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 진입마다 수없이 많은 스키드마크를 확인할 수 있었다

    KTM은 2009년, 990cc V-트윈 엔진을 탑재한 990 SMT를 선보였다. 당시 114마력의 강력한 엔진과 더불어 슈퍼모토와 투어링이 더해진 독특한 콘셉트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높은 윈드 스크린과 푹신한 시트, 느긋한 페어링 디자인 등으로 투어러답게 생겼지만 실제 주행 성능은 슈퍼모토 머신에 가까울 정도로 강력한 모델이었다. 특히 초기 모델의 경우 트랙션 컨트롤은 물론이고, ABS 조차 없었기 때문에 라이더의 수준 높은 주행 능력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고 KTM은 과거 SMT가 가졌던 강력한 매력은 그대로 살리고 누구나 더 쉽게 다룰 수 있는 새로운 890 SMT를 개발해냈다. 더 짜릿하고, 재미있고, 빠르고, 가볍고, 편안하다. 그리고 쉽다.

    프런트에 호따후안의 4피스톤 레디얼 캘리퍼가 장착되어 강력한 제동 성능을 발휘한다

    어드벤처 R 기반

    새로운 890 SMT는 890 어드벤처 R의 설계를 기반으로 완성됐다. 먼저, 엔진과 차대를 공유하여 불필요한 원가 상승을 억제하고 오랜 테스트를 통한 제품답게 보장된 내구성을 갖췄다. 889cc 병렬 트윈 엔진은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00Nm를 발휘하며 초반부터 토크풀한 엔진 특성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미 아는 내용일 수 있지만, KTM은 790 트윈 엔진에서 890으로 배기량을 키울 때 엔진 내부 회전 질량을 20% 증가시켰다. 즉, 더 높은 최고출력에 집중한 것이 아닌 부드럽고 토크풀한, 조작성이 우수한 엔진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외에도 320mm더블디스크와 4피스톤 호따후안 레디얼 캘리퍼가 그대로 적용됐다. 개인적으로 890 시리즈를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브레이크 성능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데 과연 어떤 성능을 발휘할지 걱정과 기대를 가졌다.

    옵션으로 구매할 수 있는 일자 시트는 시트고가 소폭 상승하는데 착좌감이 우수하다. 890 SMT 모델 전용으로 개발됐다

    SMT 전용 설계

    서스펜션, 휠, 연료 탱크, 시트, 윈드 스크린 등이 SMT 스타일에 맞춰 새롭게 개발됐다. 서스펜션은 WP APEX 43mm 포크와 모노 쇽이 장착되었는데 전후 180mm 트래블과 SMT 스타일에 맞는 댐핑 설정으로 완성됐다. 포크는 좌우 압축과 신장을 별도로 조절할 수 있고 리어는 프리로드와 리바운드를 조절할 수 있다. 휠은 890 듀크와 동일한 전후 17인치 알루미늄 휠이 장착됐고 미쉐린의 듀얼 콤파운드 스포츠 타이어인 파워 GP가 맞물렸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연료 탱크다. 슈퍼모토의 콘셉트에 맞춰 연료 탱크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어드벤처에 비해 상단부가 높게 올라왔고 하단부는 짧게 마무리하여 무게 중심이 높아졌다. 총 15.8ℓ의 용량으로 어드벤처에 비해 4.2ℓ 작고 그만큼 전체 무게 자체도 줄어들었다. 따라서 연료 탱크와 연결된 배터리 커버와 시트도 전용 제품으로 장착됐다. 시트는 일체형으로 디자인되어 다양한 자세를 구사할 수 있고 시트고는 860mm다. 어드벤처에 비해 작은 휠과 비교적 짧은 트래블의 서스펜션이 탑재됐음에도 절대 낮지 않다. 지금까지 어드벤처는 무게 중심을 낮추는 것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SMT는 무게 중심을 높이는 것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이건 슈퍼 모토니까.

    5인치 TFT 디스플레이에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고 시인성이 뛰어나다

    친절한 전자장비

    TFT 5인치 풀컬러 디스플레이는 화질과 그래픽의 성능이 좋기 때문에 시인성이 뛰어나고 꼭 필요한 정보들 그 이상을 표시한다. 아이폰 13 미니의 화면 사이즈가 5.4인치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작은 사이즈다. 그러나 주행 속도, 기어 포지션, RPM, 트랙션 컨트롤 개입 정도 등처럼 주행 중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정보는 더욱 크게 표시하고 스로틀 반응, ABS 설정, 총 주행거리, 날짜 등은 비교적 작게 표시했다. 따라서 5인치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꼭 필요한 정보는 언제나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스위치 뭉치.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 적용됐다

    890 SMT에는 코너링 ABS가 포함된 최신 보쉬 9.3MP 모듈이 적용됐고 리어 ABS를 해제하는 슈퍼모토 ABS도 기본 탑재됐다. 스포츠, 스트리트, 레인 총 3가지 주행 모드가 있고 옵션으로 트랙 모드를 추가할 수 있다. 트랙 모드 안에서는 주행 중 9단계의 트랙션 컨트롤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옵션으로 양방향 퀵시프터를 탑재할 수 있다. 새로운 ‘데모 모드’를 통해 신차 출고 후 1,500km까지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직접 사용해 보고 개개인에게 필요한 옵션만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과장이 없는 깔끔한 디자인

    블랙과 화이트를 반전 컬러로 사용하고 브랜드 컬러인 오렌지로 포인트를 줬다. 아슬아슬하게 계기반까지만 가려내는 짧은 스모크 윈드 스크린이 강력한 이미지를 견인하고 화이트 컬러의 프런트 펜더와 리어 서브 프레임 페어링이 경쾌한 분위기를 낸다. 차체 측면에는 KTM 로고를 메인으로 890 SMT 로고를 함께 더했다. 과거 990 SMT와 동일한 위치에 SMT 로고가 적용된 점이 재미있다. 연료 탱크 하단부 형상이 바뀌면서 하단부는 플라스틱 커버로 덮었고 엔진 하부와 배기 라인은 그대로 드러냈다. 어드벤처와 동일한 실루엣임에도 한층 더 높은 최저지상고와 경쾌한 분위기를 내는 이유다. 오프로드 타입 풋패그에 고무 패드가 덧대졌고 필요에 따라 제거할 수 있다. 이 밖에 스윙암과 머플러, 후미등, 리어 랙 등은 어드벤처 R과 공유한다.

    890 SMT는 첫 번째 코너부터 마지막 코너까지, 길게 늘어진 롱 코너와 짧게 꺾인 블라인드 코너까지 내 의도를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EASY WEIGHT, EASY GO

    전 세계에서 많은 미디어가 모인 만큼 그룹을 나눠 순차적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앞선 그룹의 한 미디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출발과 동시에 윌리로 달려 나간다. 이때, 이미 SMT의 성능을 예상할 수 있었다. 출발과 동시에 ‘이 바이크 다루기 쉽다.’라는 생각부터 든다. 아주 낮은 회전수부터 두툼한 토크를 발휘하며 라이더를 가볍게 이끈다. 분명히 860mm의 시트고는 수치상으로 꽤 부담스러운 수준인데 가벼운 무게와 경쾌한 엔진 덕분에 저속 컨트롤이 수월하다. 변속은 간결하고 빠르게 이어지고 어떤 rpm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한다. 낮은 rpm을 유지하며 탑 기어까지 올려도 헐떡임 없이 부드럽게 가속된다. 890 어드벤처 R을 기반으로 설계된 만큼 편안한 업 포지션이 취해지는데 선회 동작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핸들을 조작하는 순간 바이크는 기울어지고 빠르게 회전 방향으로 머리를 틀어버린다. 라이더가 할 일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기울이고 스로틀을 여는 것뿐이다. 무게 중심이 낮게 깔린 어드벤처와 달리 무게 중심이 높은 만큼 제동과 가속으로 인한 피칭모션이 더 명확하다. 그리고 좌우로 선회를 이어갈 때의 경쾌함은 경량 슈퍼 모토의 감각과 흡사하다. 제원상 차량 중량은 194kg인데 체감상으론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여기에 890 SMT만의 강점은 안정감과 편안함이 늘 공존한다는 것이다.

    HILL CLIME RACE

    890 SMT는 첫 번째 코너부터 마지막 코너까지, 길게 늘어진 롱 코너와 짧게 꺾인 블라인드 코너까지 내 의도를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라이더가 원하는 속도까지 감속하고 코너의 진입부터 탈출까지 매끄럽게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상체가 선 업 포지션이라서 시야가 넓고 프런트에 꾸준히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선회 도중에 라인을 수정하는 것도 수월하다. 점심 식사 후 10분쯤 달렸을까? ‘KTM 890 SMT 힐 클라임 레이스’라고 적힌 아치가 나타났다.

    KTM은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산 하나를 두고 입구부터 정상까지 도로를 통제한 뒤, 890 SMT의 공식 영상처럼 한 명씩 출발시켰다. 분명히 도로는 통제되었지만, 산속에서 양이나 소, 개와 같은 짐승이 내려올 수 있었고 몇몇 코너는 가드레일도 없이 낭떠러지인 경우도 많았다. ‘이게 지금 제정신인가’라는 생각을 반복하다가 내 차례가 왔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타야지 하며 마음먹는데 옆에서 랩타이머를 들고 아주 큰 목소리로 숫자를 셌다. 그래서 파익스 피크의 선수가 된 듯 최선을 다해 달렸다. 앞서 로드테스트 중 프런트와 리어의 댐핑을 더 강하게 조정했고 리어 프리로드도 한참 올려놨더니 움직임이 사뭇 다르다. 여전히 피칭이 크게 일어나지만, 확실히 든든하게 버티며 더 높은 속도로 진입하고 탈출할 수 있도록 만든다. 순정 서스펜션치고 댐핑 조절의 폭이 넓은 편이다. 강력한 감속에 리어가 살랑살랑 떠오르고, 시프트 다운과 함께 리어 브레이크를 슬쩍 물면 자연스럽게 진입 드리프트가 일어난다. 도로에서 이래도 되나 싶지만, 이미 앞선 그룹의 라이더들이 코너마다 스키드마크를 잔뜩 그려놔서 윤 화백마냥 몇 줄 그어줬다. 정신없이 연속되는 코너를 돌다가 3분 남짓의 코스를 통과했다. 출발선에서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는데 피니시를 통과한 뒤에는 기가 막혔던 890 SMT 움직임에 대해 감탄하기 바빴다.

    KTM의 맛

    890 SMT는 참 어울리지 않는 두 카테고리가 합쳐졌다. 슈퍼모토와 투어러. 짧은 숏 코너와 점프가 난무하는 슈퍼모토 장르에 완전히 상반되는 편안한 이미지, 투어러를 더했다. KTM은 브랜드 자체의 레이스 정신, 레이스 이미지를 도심에서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모델을 고민했고 그 해답으로 890 SMT를 선보였다. 단순하게 보면 과격한 레이스에 진심인 선수와 편안하게 도심과 외곽을 달리고 싶은 일반 라이더의 요구가 하나에 녹아든 것이다. 과거의 KTM은 꽤나 마니악하고 일반인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브랜드였다. 하지만, 현재에는 KTM의 강점인 경쾌함과 재미있는 운동 성능은 그대로 이어가되, 누구나 다루기 쉬운 친절함을 더했다. 차체 세팅이나 출력, 전자장비 설정까지 꽤 똑똑하고 꽤 치밀하다. 지금까지 KTM을 떠올렸을 때,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지만, 걱정이 앞서는 브랜드였다면 890 SMT를 통해 그 맛을 경험하길 바란다. KTM이 어떤 브랜드인지에 대해 가장 친절하면서도 재미있게 소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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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M 890 SMT 2023

    엔진형식 수랭 DOHC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0.7 × 68.8(mm)   배기량 889cc   압축비 13.5 : 1   최고출력 105hp / 9,000rpm   최대토크 100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5.8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6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502mm   시트높이 860mm   차량중량 194kg   판매가격 가격미정


     윤연수
    사진 KTM
    취재협조 KTM코리아 kt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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