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2도. 정차된 차들로 꽉 막힌 도로. 아스팔트 복사열과 매연이 뒤섞인다. 갑갑한 마음이 올라온다. 신호등이 바뀐다. 과감하게 스로틀을 열어 차량의 흐름을 앞지른다. 도시의 사물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저 멀리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이 맛이야.
할리데이비슨의 스트리트 시리즈에 스트리트 로드STREET ROD™가 추가되었다. 스트리트 750으로 대표되는 스트리트 시리즈는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클래스로 복잡한 도심 환경에도 부담 없는 콤팩트한 차체에 현실적인 구성의 엔진을 얹고 쿨한 커스텀 스타일을 표현한 세그먼트다.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쉽게 다루며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할리데이비슨. 바로 이 지점이 스트리트 시리즈의 지향점이다. 실제로 타깃 시장이었던 인도, 동남아시아 및 호주 등지에서 큰 호응과 지지를 받으며 판매고를 올렸고, 이에 힘입어 커스텀 시장도 활성화되었다. 이런 흐름이 도화선이 되어 고성능 모델인 스트리트 로드의 출시로 이어지게 된다.
퍼포먼스에 집중하다
스트리트 로드는 2013년에 공개된 스트리트 플랫폼 기반 콘셉트 바이크인 RDX800을 디자인 큐를 잇는다. 블랙아웃 처리된 도립식 프런트 포크와 슬림한 프런트 펜더, 계기반을 감싸며 위로 솟은 비키니 카울과 드랙 스타일 와이드 핸들바가 적용된 프런트 마스크가 그대로 현실화되었다. 슬래시 컷 된 콤팩트한 리어 시트 캐노피와 레드 컬러 스프링의 가스 별체식 리어 쇽 역시 RDX800에서 왔다. 파츠들의 형상과 마감의 완성도와 연출이 상당한 수준이다. 블랙아웃 처리된 부분은 확실하게 시크한 감성을 전달하고, 고성능 퍼포먼스를 고려한 파츠들은 그에 걸맞은 존재감을 표현했다.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스트리트 로드는 퍼포먼스에 집중하여 스포티한 주행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스트리트 로드에 새롭게 적용된 에어필터 박스. 42mm 듀얼 스로틀 바디가 뒤에 숨어있다가스 별채식 리어 쇽은 레드 컬러 스프링으로 고성능 이미지를 풍긴다. 트레블은 117mm이다위로 솟은 형태의 콤팩트한 비키니 카울이 적용된다
스트리트 로드의 시트는 타공 디테일과 스티치 마감이 완성도 높다. 동승자 시트와 분리된 형태이다
리어 휠 크기를 17인치로 키우고 프런트 쇽의 레이크를 32도에서 27도로 줄여 지오메트리가 스포츠 타입에 가깝게 변했다. 리어 휠 크기의 변경으로 트래블이 33% 향상된 117mm의 가스 별체식 리어쇽을 장착했고 스윙암의 길이도 약간 길어졌다. 이에 따라 시트고가 765mm(스트리트 750은 720mm)로 높아지고, 새로운 풋 페그의 적용으로 지상고가 스트리트 750 대비 60mm 높아진 205mm가 되었다. 린앵글은 좌우 28도에서 좌 40.2도 우 37.3도로 변경되었다. 변경된 지오메트리가 전체적인 바이크의 인상을 당당하게 보이게 하며, 언제든 튀어나갈 듯 공격적인 실루엣이 연출된다. 거기에 더해 신설계로 디자인이 변경된 하이 아웃풋 레볼루션 X 엔진의 디테일과 새롭게 다듬어진 에어필터 박스, 블랙아웃 처리된 파츠들이 시크하며 쿨한 감각을 배가한다.
날렵한 프런트 펜더는 마운트의 만듦새가 우수하다
신 설계된 스텝은 미드 컨트롤로 지상고를 높여 좌 40 도 우 37.3도의 뱅킹각을 확보한다프런트 브레이크는 듀얼 300mm 로터와 2 피스톤의 조합이다. ABS는 기본 사양이다커스텀 스타일 바앤드 미러는 드랙 스타일 와이드 핸들바에 잘 어울린다짧게 잘린 리어는 콤팩트하며 커스텀 스타일을 연출했다. 등화류에 바앤쉴드 마크로 디테일을 주었다
와인딩을 공략하는 즐거움으로
달리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도심을 경쾌하게 와인딩을 짜릿하게
시동을 걸자 엔진이 부드럽게 돈다. 배기음은 심심할 정도로 정제되어 있지만, 툭툭 짧게 뱉어주는 V 트윈의 리듬감은 살아있다. 드랙 스타일 와이드 핸들바와 높아진 시트고는 공격적인 포지션인데 예상외로 편안한 조합이다. 풋 페그의 위치가 높아져 무릎을 더 타이트하게 굽히게 되는데 발의 포지션을 잘 잡아줘 차체의 홀딩이 편하다. 이는 자연스럽게 편안한 니그립으로 이어져 와인딩에서 공격적으로 코너를 선회할 때 도움이 되었다. 엔진 출력은 상승폭이 직관적이다. 저회전 영역부터 힘을 붙여가며 속도를 올리는 타입으로 최대토크 발생 구간인 4000~5000rpm 영역에서 기어를 톡톡 바꿔가며 가속을 하는 맛이 좋다. 저속에서부터 힘차게 몰아붙일 수 있는 특성은 도심의 신호등과 신호등 사이를 시원하게 뻗어 나갈 수 있고, 콤팩트한 차체는 복잡한 도심에서도 마음만 먹는다면 도로를 휘저어댈 수 있다.
전면의 번호판은 싱가포르 도로교통법에 따른 것이다
하이 아웃풋 레볼루션 X 엔진은 회전 한계가 1000rpm의 여유가 생겼으며 미드레인지의 토크가 더욱 풍부해졌다. 수치상으로 보면 최대 마력은 18%가 최대토크는 8% 높아진 것이지만 기존의 스트리트 750에서 조금 부족했던 출력의 아쉬움을 달래기엔 충분한 느낌이다. 에어필터 크기를 키우고 42mm 듀얼 스로틀 보디를 적용했으며 실린더 헤드와 캠 샤프트 등을 변경 또는 개선해 흡배기 효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새롭게 적용된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의 퍼포먼스도 스포티한 주행을 뒷받침한다. 프런트 브레이크는 300mm 듀얼 디스크로터와 2피스톤 캘리퍼가 적용되어 시각적으로도 한 단계 윗급의 바이크를 보는 듯하며 성능 역시 스포츠 바이크에 견줄 만큼 향상되었다. 프런트 브레이크의 작동은 초반 응답성이 기민한 편은 아니지만 브레이크 피드백을 느끼는 순간부터는 손동작의 압력에 따라 직관적으로 제동을 걸어주어 라이더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게 설정되어있다. ABS의 개입은 브레이크의 후반부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작동되며 이질감이 없다. 리어 브레이크 역시 직관적인 움직임으로 전후 모두 만족도 높은 브레이크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43mm 도립 포크가 적용된 프런트 서스펜션은 포크가 꾹 눌리는 풀 브레이크 상황에도 여유로운 트래블로 이를 받쳐주었고, 방지턱을 넘을 때도 부드럽게 연결되어 밸런스를 잡아준다.
리어 서스펜션 역시 전반적인 도로의 상황에서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와인딩을 공략할 때에는 지속적으로 리어를 지면에 밀어주어 끊임없이 트랙션을 발생시키며, 방지턱을 넘을 때에는 재빨리 리바운드를 만들어주어 트랙션을 잃지 않게 한다. 27도로 낮아진 레이크는 기민한 스티어링을 만들어주어 깊은 코너를 타이트하게 돌아나갈 때 라인을 잡아주었고, 40도 가까이 확보된 린앵글 덕분에 차체를 깊숙이 눕혀도 뱅킹 센서가 웬만해서는 노면을 긁을 일이 없다. 스포티한 주행을 고려한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와인딩을 공략하는 즐거움으로 달리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 도시를 나의 무대로
스트리트 로드는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췄다. 다크커스텀 스타일의 젊고 쿨한 커스텀 스타일링은 물론 스포티한 주행을 뒷받침하는 퍼포먼스로 스포츠 주행의 짜릿함을 겸비했다. 콤팩트한 차체와 체급에 적절한 배기량은 언제라도 라이더가 마음먹은 대로 도로를 휘저을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더해 할리데이비슨의 브랜드 아우라가 양념으로 첨가된다. 도시라는 무대에서 바이크는 단순히 운송수단의 영역으로만 남아 있지 않는다.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내가 삶을 즐기는 방식 중에 하나가 된다. 이제 이 도시를 즐겁게 즐기는 일만 남았다.
2017 HARLEY-DAVIDSON STREET ROD™ PRESS TEST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과 와인딩을 달리다
2017 스트리트 로드의 미디어 테스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미디어를 대상으로 싱가포르 현지에서 진행되었다. 테스트는 싱가포르 F1 그랑프리 도심 서킷과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인근의 빌딩 밀집 지역 내를 가로지르는 도심 라이딩과 퍼스 저수지 Peice Reservoir가 위치한 자연보호구역 내를 달리는 와인딩 코스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싱가포르 섬을 크게 도는 해안선을 따라 달렸다. 현대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스트리트 로드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코스 구성으로 혼잡한 도심을 탈출하는 쾌감과 와인딩 공략의 짜릿함 그리고 여유롭게 크루징을 즐길 수 있는 싱가포르 현지 테스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