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뜨거운 심장
BMW S 1000 R
슈퍼바이크 S 1000 RR의 심장을 이어받은 로드스터 S 1000 R이 출시했다. 자사의 로드스터 패밀리 룩을 입고 최신의 전자장치를 모두 탑재해 경쟁력을 갖췄다. 더불어 M 카본 휠, M 고성능 체인, M 경량 배터리 등으로 더 강력한 M 패키지 모델도 함께 출시했다.
우리는 흔히 스포츠 바이크에서 페어링을 벗겨낸 모델을 네이키드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외장 페어링을 벗었다는 의미에서 생겨났는데 BMW모토라드는 네이키드 대신 로드스터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로드스터는 과거 페어링이 없었던 시절의 모터바이크 기원을 의미하여 가장 근본적인 라이딩을 추구한다. 로드스터 패밀리의 F 900 R, R 1250 R, G 310 R이 모두 스포츠 바이크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S 1000 R은 다르다. 자사의 슈퍼바이크 S 1000 RR을 기반으로 개발된 슈퍼네이키드라는 점에서 출발점이 다르다.
확실한 최상위 포지션
S 1000 R을 주행하기 전까지는 로드스터 패밀리 안의 F 900 R이 복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F 900 R은 기존보다 더 커진 엔진과 최신의 전자장치를 탑재하고도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웠다. 또한 로드스터 패밀리룩으로 인해 생김새도 비슷하고 단순하게 배기량만 본다면 100cc가량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어리석었다. S 1000 R을 마주해보기만 해도 느껴진다. 로드스터의 최상위 모델인 만큼, 최신 슈퍼바이크인 S 1000 RR을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파츠 구성이나 짜임새의 격이다르다. 주행했을 때는 엔진의 질감부터 60마력 이상의 출력 차이, 서스펜션 움직임, 강력한 제동 성능, 4기통 배기음 등이 라이더를 완전히 매료시킨다.
로드스터의 패밀리 룩이 담긴 LED 헤드라이트. 내부에 R 로고가 삽입되어 있고 어댑티브 코너링 라이트가 적용되었다
후방 LED 방향지시등이 후미등의 역할을 겸하여 깔끔하고 트랙 주행 시 쉽게 탈거할 수 있다
고성능이 녹아든 외형
새로운 S 1000 R은 기존의 짝눈 스타일의 헤드라이트 대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싱글 헤드라이트가 적용되었다. 국내 사양은 헤드라이트 프로 옵션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R 로고가 삽입되어 있고 어댑티브 코너링 라이트 기능을 갖추고 있다. 개인적으로 헤드라이트는 사람의 얼굴과 같이 첫인상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는데 비교적 호불호가 덜 갈릴 것 같은 디자인이라서 반갑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서브 프레임 라인과 지면이 프런트 액슬을 기준으로 만나는 공격적인 형상이며 사이드 페어링 사이로 슬쩍 보이는 엔진부와 배기 라인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특히 직렬 4기통 엔진을 품은 전방이 풍부한 느낌을 주고 후방으로 갈수록 날렵해진다. 과거 모델에 비해 서브 프레임이 더 드러났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경량화된 느낌을 주고 리어 시트 사이로 마련된 에어 덕트가 고성능 머신의 분위기를 낸다. 후미등 대신 LED 방향지시등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담당한다. 평상시에는 빨간색 LED가 점등되고 브레이크를 조작하면 안쪽까지 더 밝게 빛난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평상시 점등되어 있던 곳이 노란색으로 바뀌면서 방향을 표시한다. 덕분에 뒤에서 바라봤을 때 시트 끝이 더욱 깔끔하고 서킷을 달리고 싶을 땐 리어 펜더만 제거하면 준비가 끝나는 장점이 있다.
경량화, 토크, 내구성
S 1000 R에는 999cc 직렬 4기통 엔진이 탑재되어 최고 출력은 165마력, 최대토크는 114Nm를 낸다. 수치만 보면 기존의 S 1000 RR의 엔진에서 힘을 내무 뺐다는 느낌이 든다. 최고출력 기준으로는 40마력 이상 낮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BMW S 1000 R은 경량화, 토크, 내구성에 집중했다. 먼저 엔진 내부 설계만으로 5kg을 감량했으며 연료를 90% 채운 주행 가능 상태의 무게가 199kg이다. 건조중량이 아닌 차량중량이니 꽤나 가벼운 수준이다. 최고출력을 낮춘 만큼 토크 위주의 엔진이 장착되었으며 낮은 rpm에서부터 끈끈한 토크를 분출한다. 3,000rpm부터 80Nm 이상의 힘을 내다가 5,500rpm부터 12,000rpm까지는 한순간도 90Nm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4기통 엔진 특유의 둔한 초반 움직임이 사라지고 전 영역에서 일정한 토크 곡선을 그려 전체적으로 경쾌한 움직임을 제공한다. BMW 시프트캠 기술은 탑재되지 않았다. 시프트캠은 고회전과 저회전에서 각각 최적화된 두 개의 프로파일의 캠을 바꿔가며 사용하는 가변밸브 기술이다. 고회전 영역이 사라진 S 1000 R에게는 필요 없는 기능이다.
다 갖춘 자의 여유
시트고는 830mm로 무난한 수준이다. 무릎 공간이 날렵하게 디자인되어 바이크를 확실하게 홀딩하는 느낌이 든다. 핸들바는 살짝 전방에 위치하여 적당히 긴장된 포지션을 연출한다. 이때 핸들 바에 레이저 각인된 S 1000 R 로고와 X자 형태의 핸들 클램프가 멋스럽다. 더불어 6.5인치 TFT 디스플레이의 시인성이 좋고 BMW의 조그 다이얼을 사용하여 각종 정보 확인 및 전자장치 셋업이 가능하다. 바이크의 핸들과 계기반은 라이딩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바라보고 조작해야 하는 부분인데 S 1000 R의 완성도가 마음에 든다.
바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든 동작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경쾌한 느낌보다는 안정적인 감각이다. 핸들을 조작하면 라이더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곧장 움직인다. 1단 기어에서 스로틀을 과감하게 비틀면 주행 모드에 따라 프런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두 바퀴가 모두 바닥에 붙어 있도록 노력하는 안정적인 설정이다. 엔진은 6,000rpm에서 순간적으로 토크를 쏟아내고 확 커진 배기음을 낸다. 토크 위주로 설정한 엔진이지만 999cc 4기통의 출력은 역시나 차고 넘친다. 도심에서는 굳이 높은 회전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초중반 영역에서 부족함이 없다. 핸들 조향 각도는 33°로 이전 모델에 비해서 6°가 증가했다. 로드스터의 특성상 도심 주행이 잦은데 좁은 길목을 주행하거나 바이크를 옮길 때 훨씬 편했다.
기본으로 장착된 퀵시프트를 통해 변속하면 큰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럽게 가속된다. 퀵시프트는 BMW 특유의 물컹한 느낌이 있지만 기어의 체결감은 스포츠 바이크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좋다. 주행모드는 기본적으로 레인, 로드, 다이내믹 총 3가지가 있고 다이내믹 프로 모드를 추가할 수 있다. 다이내믹 프로 모드에서는 윌리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MSR, 런치 컨트롤, 피트레인 리미터, 힐스타트 컨트롤 프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슈퍼바이크 기반의 로드스터
S 1000 R은 속도와 rpm, 기어 단수 등의 일반적인 정보를 표시하는 계기반 이외에 스포츠 주행을 고려한 계기반 형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 스포츠 스크린에는 속도와 rpm은 물론이고 바이크의 실시간 뱅킹 및 최대 뱅킹이 표시된다. 더불어 좌측에는 라이더가 가속했을 때 DTC가 개입하는 양, 우측에는 제동 시 줄어든 가속도의 양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따라서 라이더가 주행하면서 자신의 주행 데이터를 보고 실력을 확인하거나 개선사항을 찾아낼 수 있다. 핸들 좌측 스위치 뭉치를 통해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고 서스펜션 댐핑을 다이내믹으로 세팅했다. 이제야 1단 기어에서 힘이 얼마나 넘치는지 실감된다.
시승 차량의 경우 8,000rpm에 리미트가 설정되어 있었는데 한계까지 도달하지 않아도 충분히 빨랐다. 특히 서스펜션은 다이내믹 댐핑 컨트롤이 적용되어 스스로 노면을 읽어내고 최적을 댐핑을 제공한다. 라이더의 의도를 잘 파악하여 주행 내내 서스펜션에 대한 불만이 없다. 순정 핸들 댐퍼가 꽤나 단단하게 설정되어 빠른 속도에서의 안정감이 상당하다. 라이더가 급하게 몰아붙여도 위험한 상황까지 끌려가지 않고 담담하게 자기의 능력 안에서 움직이는 느낌이다. 라이더의 자세에 관계없이 선회가 쉽게 진행되는데 특히 공격적인 린인 자세를 취하면 슈퍼바이크에 오른 것처럼 바이크를 확실하게 홀딩할 수 있다.
프런트에 320mm더블디스크 4피스톤 캘리퍼, 리어에 220mm디스크 싱글 피스톤 캘리퍼가 장착되어 강력한 제동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코너 진입 전 제동거리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브레이크는 계기반에 표시되는 수치를 보면서 점진적으로 사용하기 좋다. 다만 스포츠성이 고려된 타이어가 장착되어 젖은 노면에서는 쉽게 미끄러진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소수보단 모두를 위한 선택
S 1000 R은 생각보다 겁 없이 도전해도 되는 바이크다. 현시대에는 조금 더 강하고 더 빠르게 달리는 것에 집중한 모델이 많다. 특히나 요즘 하이퍼 네이키드 시장의 선두주자들은 몇 년 전 슈퍼바이크 모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일반 라이더들이 그 성능을 끝까지 맛볼 수 있을까? S 1000 R은 그들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너무 과하지 않은 출력, 뛰어난 무게 중심으로 많은 라이더들이 컨트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진보적인 전자장치를 보수적으로 세팅해 안정성을 높였다. BMW는 마냥 강력한 슈퍼 네이키드가 아닌 그들의 로드스터를 선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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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으로 더 특별한 로드스터
BMW S 1000 R M package
BMW는 M브랜드가 가진 상징성을 이용해 M패키지를 널리 판매하는, 자동차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성공적으로 써먹고 있는 전략이다. 이걸 그대로 모터사이클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고성능의 S 1000 R을 위해 560만 원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M패키지가 있다. S 1000 R M패키지 모델은 M 카본 휠, M엔듀런스 체인, M 경량 배터리, 그리고 아크라포비치 배기시스템, 등으로 4.8kg을 더 감량하고 있다. 여기에 전용 시트와 리버리로 M패키지임을 어필한다. 그럼 이 M패키지는 제 가치를 하고 있을까?
M퍼포먼스
우선 가격 차이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본 휠은 확실한 가치를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코너를 들어갈 때 초기의 반응과 노면을 훑는 느낌까지 경량 휠이 주는 경쾌함은 일반 모델과 확실히 다르다. 나중에 따로 사려면 더 큰돈이 들 수 있을 만큼 비싼 옵션이다. 더욱이 순정 상태로 이 휠이 장착되는 바이크 중에서는 가장 저렴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아직은 카본 휠의 내구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인데(실제 내구성과는 별개로)이건 순정 휠이니 고객의 과실이 없다면 3년의 워런티 기간 동안은 마음 놓고 탈 수 있다.
M 엔듀런스 체인은 BMW가 REGINA 체인으로부터 독점 공급받고 있는 제품으로 지속적인 윤활유를 도포해주어야 하는 기존의 체인과 달리 내부에 영구윤활제가 채워져 있다. 또한 롤러부분의 코팅은 산업용 다이아몬드라고 부르는 사면체 비정질 탄소(ta-C)를 이용하는 것으로 일반 DLC코팅과 진짜 다이아몬드 사이의 경도로 마찰을 저감시키고 동력손실을 줄인다. 덕분에 체인 유격조절도 필요 없는, BMW 모토라드에 따르면 샤프트 드라이브 수준의 내구성과 메인터넌스의 편리함을 가진 그야말로 꿈의 체인이다. 다만 체인 가격이 일반 체인의 두배 이상의 가격이다.
이 밖에도 가벼운 경량 배터리와 사운드와 디자인에서 만족감을 주는 아크라포비치 머플러, 그리고 그립이 멋이 향상되는 시트까지 포함된다. M 패키지를 단순히 상술로 보기에는 구성이 너무 야무지다. M패키지에 포함된 것 중 하나라도 탐이 난다면 나중에 따로 장착하는 것보다 M패키지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 달 M 1000 RR을 통해 진짜 M을 경험해본 후라 S 1000 R M패키지에 대한 감흥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S 1000 R M패키지는 타면 탈수록 만족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카본 휠 하나만으로도 사야 할 이유가 충분히 된다. 다만 가격이 높아지면 경쟁의 가시권에 들어오는 다른 모델들이 고민을 늘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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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S 1000 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4기통 보어×스트로크 80 × 49.7(mm) 배기량 999cc 압축비 12.5 : 1 최고출력 165hp / 11,000rpm 최대토크 114Nm / 9,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5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더블사이드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 ZR17 (R)190/55 R17(20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2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073×848×미발표 (mm) 휠베이스 1,450mm 시트높이 830mm 차량중량 199kg(194kg) 판매가격 2,310만 원(2,870만 원) ( )는 M 패키지 모델
글 윤연수/ 양현용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BMW모토라드코리아 www.bmw-motorr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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