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를 위한 캐주얼 크루저
HONDA REBEL 500
혼다 레블 500을 타면서 크루저란 장르의 가능성을 다시 보게 됐다. 크루저의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 캐주얼한 주행 감각이 만나는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혼다는 레블 500을 입문형 크루저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실제론 가장 저렴한 등급이어서가 아니라, 가장 캐주얼한 등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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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레블 500은 크루저 장르에 속한다. 보자마자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 내가 알던 크루저와 미묘하게 달랐다. 스타일? 기능성? 성능? 모든 요소가 크루저란 범위에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은 달랐다. 잠깐, 그럼 우리가 아는 크루저란 정확히 무엇인가? 모터사이클을 라이프 스타일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스타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타일은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사전적인 의미에선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나 구성의 특질’이다. 여기서 모든 모터사이클의 개성과 형식이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사용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목적에 맞는 제품들을 묶은 것이 ‘장르’다. 클래식, 네이키드, 레플리카, 크루저 같은 모터사이클의 장르를 통해서 사용자는 원하는 기능이나 디자인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혼다 레블 500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타일이 명확했다. 그런데도 여느 크루저와 성질이 다르다. 흥미롭다. 그 미묘한 차이를 찾는 것이 이번 시승의 목적이다.
SIMPLE & RAW
‘전통적인 크루저 요소와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터치를 결합한 현대적인 커스텀 모터사이클.’ 어지러울 만큼 설명적이지만, 이것이 레블의 실제 제작 컨셉이다. 혼다는 젊은 라이더들이 개성이 표현하면서도 편하고 효율적인 라이딩이 가능한 크루저를 원했다. 레블 500은 디자인에서부터 이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한눈에도 덩어리감이 좋다. 앞 휠부터 뒤 휠까지 모든 파츠가 마치 하나로 만들어진 것처럼 조화를 이룬다. 특히 시승차는 연료 탱크와 휠 하우스, 머플러를 무광 검정으로 통일해서 더 그렇게 보였다. 애초 느긋한 크루저 장르에 속하지만, 지루해 보이진 않는다. 컴팩트한 2기통 엔진 위로 작은 연료 탱크가 공격적인 각도로 자리하면서 꽤나 다이내믹한 디자인이다. 뒤로 약간 물러서서 보면 군더더기 없이 아주 괜찮은 디자인 비율이다.
직경 175mm의 풀 LED 헤드램프를 달았다. 원형의 램프 디자인은 설명이 필요 없는 클래식 요소다. 반면 그 안쪽으로 렌즈 4개를 독립적으로 디자인해서 미래적인 느낌을 살렸다. 두꺼운 프런트 포크와 편평비가 높은 앞뒤 타이어 등을 선택해서 단단한 느낌이다. 정면에서 본 레블은 크루저가 아니라 현대적인 스크램블러에 가깝다. 동그란 LED 방향 지시등과 동그란 사이드 미러가 디자인에 일체감을 더한다.
프레임부터 휠과 머플러, 시트가 같은 맥락에 있다. 작은 볼트 하나까지도 분명 대량 생산에 기반을 둔 디자인이다. 모든 것이 각자의 생김새로 기능성에 충실하다. 그런데도 여러 부품이 조화를 이루게 만든 기술이 놀랍다. 블랙이라는 디자인 테마 안에서 각기 다른 소재가 비슷한 느낌을 내도록 고심한 흔적이다. 이런 노력 때문에 실제로 어느 한 부분이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부분이 단순하기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한국형 모델은 리어 휠 하우스 위에 달린 텐덤 시트가 기본이다. 원한다면 앞뒤 시트를 브라운 컬러 가죽으로 바꿀 수도 있다. 윈드 실드, 사이드 및 리어 백 마운트 등 30여 개에 달하는 액세서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저기 애프터마켓 용품 숍을 돌아다니지 않고도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멋지게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입문형 그 이상의 가능성
주행을 시작하면 레블 500의 존재 이유가 훨씬 명확해진다. 시동을 걸면 병렬 2기통 471cc 엔진이 묵직하게 회전한다. 엔진 소리와 진동, 스로틀을 열었을 때 반응까지, 예상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감각이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크루저와 결이 확실히 다르다. 강하게 투덜거리는 게 아니라 세련되게 요동친다. 기어를 중립 상태로 두고 스로틀을 살짝 비틀면 엉덩이 전체를 간지럽히는 특유의 고동감이 있다. 1단부터 시작해 저회전 구간에서 연속적으로 변속하며 치고 나가는 맛이 있다. 기술 자료에 따르면 혼다의 독자적인 전자제어 연료 분사 방식(PGM-FI)과 밸브 점화 타이밍을 개선해서 저속 회전 구간의 토크를 강화했다고 한다. 이는 실제 주행 특성과 잘 어울린다. 고회전으로 짜내며 고속으로 달릴 때보다 저속에서 느긋하게 주행할 때 훨씬 즐겁다.
LCD 디스플레이 방식의 미터기를 달았다. 속도, 기어 포지션, 트립 컴퓨터와 연료 게이지를 단순한 형태로 시인성 있게 전달한다. 반면 엔진 회전수는 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어의 변속 시점은 엔진의 반응에 따라 육감적으로 해결한다. 느낌적으론 최대 회전수의 절반 정도에서 변속하면 토크감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이보다 좀 더 회전수를 높이면 토크보다는 확실히 마력으로 전환되는 느낌이다. 일반 도로가 아닌 통제된 장소에서 테스트한 결과 3단 레드존 부근에서 약 100km, 4단에서 135km 정도가 나온다. 이후 최고 속도까지 밀어붙이면 상황에 따라 150~154km를 오간다. 브레이크 반응에선 크루저 특유의 감각이 살아 있다. 리어 브레이크는 초반부터 강하게 작동하는 반면, 프런트 브레이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좀 느긋하다. 라이딩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캐주얼하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유지했다고 풀이된다.
시트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690mm 떨어진 수준이다. 덩치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그래서 키 165~180cm 사이 라이더에게 편안한 시트 포지션을 제공한다. 실제로 테스트해보니 키 165cm 여성이 앉았을 때 양쪽 두 발이 편하게 바닥에 닿았다. 낮은 차체 디자인 때문에 라이더의 두 발이 엉덩이 선상이 아니라 연료 탱크 쪽으로 살짝 이동해서 위치한다. 반면 풋 패그가 엔진 앞 쪽까지 뻗어 나온 미국형 정통 크루저와 다르다. 엔진 커버 주변에서 적당한 힐 그립이 발생하기 때문에 코너에서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정교하다. 코너링 감각이 그만큼 역동적이다. 타이트한 저속 코너나 완만한 고속 코너 모두에서 라이더가 안정된 하체를 유지할 수 있다. 상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서 린 인이나 린 아웃 상태에서 무게 중심에 변화를 주기에 용이하다. 물론 주행 성능의 한계까지 계속 밀어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제품의 본질이 무엇인지 확인시켜 주는 순간이 있다. 리어 서스펜션의 경우 트래블 범위가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에 목적에 따른 주행 한계가 명확하다. 요철이나 작은 장애물을 빠르게 넘을 때 앞뒤 서스펜션에 전해지는 스트레스가 그만큼 크다. 과도한 뱅킹이나 윌리 등 목적을 벗어난 주행도 분명하게 어울리지 않는다.
이 세련된 도심형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크루저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크루저를 선호하지 않는다. 느긋하다는 표현이 자칫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어서다. 하지만 레블 500은 달랐다. 이 세련된 도심형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나는 크루저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크루저 장르의 모터사이클이 모두 지루하다는 건 내 편견일 뿐이었다. 혼다는 레블 500을 입문형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레블 500의 완성도는 입문형의 그것과 달랐다. 저렴해서 입문형으로 포지션 한 게 아니라 가장 캐주얼하기에 입문형이라고 풀이한 것이 맞다. 라이딩 복장이나 주행 환경에 제한을 두지 않는 자유로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캐주얼 크루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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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REBEL 500
엔진형식 수랭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67×66.8(mm) 배기량 471cc 압축비 10:7 최고출력 46마력/8,500rpm 최대토크 43.1Nm/6,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11.2ℓ 변속방식 6단 리턴 서스펜션 (F) 텔레스코픽 정립식 (R) 더블 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 130/90-16M/C 67H (R) 150/80-16M/C 71H 브레이크 (F) 싱글 디스크, ABS (R) 싱글 디스크, ABS 휠베이스 1,665mm 시트높이 690mm 차량중량 190kg 판매가격 831만 원
글 김태영(모터 저널리스트)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www.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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