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ZUKI
KATANA
모두가 스즈키 카타나를 전설이라고 부른다. 카타나의 이름은 단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문화와 이야기, 매력을 갖고 있다. 과연 돌아온 카타나는 오리지널의 이름을 부여받을 자격이 있을까
스즈키 카타나에는 항상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오리지널 모델인 GSX1100S 카타나가 시장에 등장한 것은 1981년이고 2000년 파이널 에디션을 끝으로 단종 됐었다. 엄밀히 따져보면 특히 우리나라에선 이전 세대 카타나를 도로에서 봤거나 직접 경험해본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라이더들은 구전으로 전해진 이야기, 만화 등을 통해 카타나를 접했고 경험할 수 없는 바이크이기 때문에 더 전설적인 이미지로 남았다.
전설의 탄생
카타나는 1980년 인터모트 쇼에서 세상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브랜드 이미지 재고를 꾀하던 스즈키는 BMW의 디자이너로 유명했던 한스 무트를 영입한다. 한스 무트는 GSX1100E를 베이스 모델로 일본도, 카타나(かたな)를 모티브로 한 GSX1100S 카타나를 탄생시킨다. 오리지널 카타나는 네모난 헤드라이트와 각진 프런트 페어링, 풍동 실험을 거쳐 탄생한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보디워크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시 세계 슈퍼바이크 레이스에서 활약하고 있던 4기통 1100cc 엔진을 사용됐으며 계기반에는 최고속이 240km/h까지 표기되어 있었다. 디자인과 성능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낸 카타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형 바이크라는 별명을 얻었고 750cc와 400cc, 250cc로 배기량을 확장했다. 이후 90년 대 <기린>이라는 만화책에 등장하며 많은 인기를 누렸으나 2000년 파이널 에디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카타나를 만나 볼 수 없는 듯했다.
다시 돌아오다
2017년 밀라노 모터쇼 스즈키 부스에 베일에 덮인 한 대의 바이크가 시선을 끈다. 바로 GSX-S1000F를 기반으로 제작된 카타나 콘셉트 모델이었다. 이탈리아의 모터바이크 디자이너 로돌프 프라스콜리Rodolfo Frascoli가 디자인한 것으로 오리지널 카타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스즈키가 카타나를 부활시킬 것이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즈키는 로돌프 프라스콜리의 디자인 제안을 발 빠르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38년 전 카타나가 공개됐던 인터모트쇼에서 새로운 카타나를 발표한다.
유산과 발전
새로운 카타나는 오리지널 카타나의 중요한 키포인트를 모두 살려두었다. 콘셉트 모델과 달리 네모난 스퀘어 헤드라이트가 적용되었다. 카타나의 계보를 잇는 가장 상징적인 요소를 살린 것이다. 옵션 사항인 스모그 실드를 장착하면 그 모습은 더 비슷해진다. 프런트 페어링 아래 칼날을 표현한 두 개의 장식도 살렸다. 여기엔 LED 포지션 램프를 더해 스타일과 기능을 더했다.
또 실버와 블랙, 투톤 프런트 펜더, 가장 굵직한 캐릭터 라인, 연료 탱크의 실루엣도 닮아 있으며 사이드 페어링에 3개의 음각 라인까지 살려두었다. 머플러 라인은 커버류를 이용해 영리하게 느낌을 살려뒀다. 번호판 브래킷을 머드 가드 형태로 만들어 리어 라인이 간결하면서도 뭉툭한 디자인으로 오리지널의 이미지를 남겨뒀다.
신형 카타나를 보며 오리지널 모델보다 인상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오리지널 카타나의 첫인상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카타나의 헤드라이트가 모서리가 뭉툭한 프런트 페어링으로 둘러싸여 더 네모지게 보이긴 한다. 하지만 두 바이크를 비교해 살펴보면 신형 카타나가 더 날카로운 라인으로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유산 위에 예리한 일본도가 지나간 듯 경쾌한 직선으로 현대적인 스포츠 네이키드 바이크의 매력을 더했다. 실버 컬러가 클래식한 이미지를 담당한다면 블랙 컬러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멋으로 카타나에 대한 향수나 동경이 없는 이들마저 매료시킨다.
GSX-S1000S 카타나
신형 카타나의 모델명은 GSX-S1000S다. GSX-S1000을 베이스 모델로 엔진과 프레임, 스윙암을 공유한다. 오리지널 카타나 역시 기존의 양산 바이크를 기반으로 유럽의 디자인을 적용한 결과물이었으니 이 마저도 오마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신형 카타나에는 눈에 띄는 옵션이 적용되지 않았다. 케이블 방식의 스로틀과 클러치를 사용했으며 전자장비는 3단계 트랙션 컨트롤과 ABS 정도다. 여기에 클러치 조작 시 RPM을 보정해 주는 로우 RPM 어시스트와 원터치 시동 시스템이 추가된다. 계기반 역시 카타나의 로고가 추가되긴 했지만 신선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새로운 카타나는 세퍼레이트 핸들바가 아닌 테이퍼드 바 핸들이 장착되었다. 라이딩 포지션은 전경자세가 아닌 상체가 슬쩍 서는 업라이트 포지션이다. 하지만 연료탱크가 앞, 뒤로 길고 시트는 앞으로 살짝 기울어졌으며 스텝의 위치가 높게 설정되었다. 그래서 엉덩이를 뒤로 빼고 상체를 숙이면 꽤 공격적인 자세를 연출할 수 있다.
롱 스트로크 엔진
그렇다면 신형 카타나의 매력은 무엇일까 되묻게 된다. 단순히 오리지널의 요소를 담은 디자인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GSX-S1000에서 껍데기만 바꾼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바탕이 된 모델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그 위에 카타나 만의 색을 새로 칠할 수 있었다.
카타나의 K5 엔진은 과거 GSX-R1000에 사용되었던 것을 네이키드 바이크의 특징에 맞춰 디튠 한 것이다. K5 엔진은 많은 팬을 보유한 엔진이다. 긴 스트로크가 만들어내는 긴 호흡의 토크는 낮은 rpm에서도 꾸준함이 느껴진다. 스로틀을 쥐어짜며 엔진 회전수를 높이지 않아도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토크 곡선도 다른 직렬 4기통과 달리 완만한 곡선으로 상승하며 다루기 쉽다.
케이블 방식의 스로틀은 직관적인 피드백을 준다. 핸들 바를 쥔 오른손이 직접 엔진의 스로틀을 여닫는 느낌이 엔진 진동과 반응, 배기음으로 생생히 전해진다. 속도의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 리터급 엔진을 품은 기계를 최소한의 전자 장비의 도움을 받으며 직접 다루는 느낌과 생생한 반응은 라이딩과 즐거움 그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와인딩을 찾아
카타나의 매력은 와인딩에 방점을 찍는다. 프런트 43mm 조절식 서스펜션과 리어 쇽은 기본 세팅으로 뒀을 때 시내 주행에서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스포츠 주행에 특화되어있다. 가속과 고속 주행 시 아스팔트를 꿋꿋이 눌러주며 안정적으로 트랙션을 확보한다. 코너의 진입과 탈출에서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허둥대지 않고 고급스럽다. 서스펜션이 압축될 때 저항이 강한 느낌인데 압축과 신장을 모두 조절할 수 있어 주행 환경이나 취향에 맞출 수 있다.
브레이크 역시 스포츠 주행에 특화되었다. 프런트에 브렘보 모노 블록 캘리퍼와 310mm 더블 디스크의 제동력은 강력하다. 브레이크 레버를 잡는 초반에 답력이 조금 약하게 느껴지며 유격이 있는 느낌인데 오히려 이 세팅 덕분에 브레이크를 단순히 제동이 아닌 달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시트와 핸들바의 거리가 멀어 바이크의 뒤 쪽에 앉아있다고 생각되지만 무게 중심은 연료탱크 아래 엔진 하단에 집중된다. 상체도 은근히 수그려지며 프런트에 체중을 확실히 걸어줄 수 있다. 풀 사이즈의 리터급 네이키드가 두툼하고 부드러운 토크, 달리기 위해 세팅된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로 코너를 막힘없이 주파해간다.
다시 시작된 전설
카타나가 다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카타나가 전설이 되었던 이유는 단순히 뛰어난 성능이 아니라 카타나를 사랑했던 이들의 문화와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카타나는 오리지널 모델의 정체성을 가진 네오 레트로 디자인, 라이딩의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엔진, 달리기에 집중한 서스펜션 등 카타나의 이름이 부여받을 자격이 충분한 올 뉴 카타나다. 이 매력은 카타나의 역사를 직접 보고 느낀 세대뿐 아니라 카타나를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SUZUKI KATANA
엔진 형식 수랭 DOHC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73.4 × 59 (mm) 배기량 999cc 압축비 12.2 : 1 최고출력 150PS / 10,000rpm 최대토크 108Nm / 9,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12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텔레스코픽 포크 (R) 링크 타입 싱글 쇽 타이어사이즈 (F)120/70ZR17M (R)190/50ZR17M 브레이크 (F)310mm 더블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30×835×1,110(mm) 휠베이스 1,460mm 시트높이 825mm 차량중량 215kg 판매가격 1,699만 원(블랙 1,719만 원)
글 조건희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스즈키 코리아 www.suzuk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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