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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VER 900
10년 전 날렵한 스타일과 뛰어난 성능으로 주목받으며 데뷔했던 쉬버750이 10년의 시간을 넘어 900cc로 배기량 업데이트와 함께 다시 부활했다. 미들급을 넘어 리터급에 가까워진 체급으로 더욱 확장된 스포츠 네이키드의 매력을 어필한다
shiver (명사) 흥분으로 인한 전율, 몸서리
아프릴리아 쉬버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07년으로 벌써 열 살이 넘은 모델이다. 첫 데뷔 때는 한참 앞선 미래를 겨냥하는 것 같은 직선 위주의 날렵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90도 V트윈의 배기음이 매력적이었다. 당시 95마력의 출력과 81Nm의 토크 그리고 가벼운 무게로 동급에서도 돋보이는 성능이었다. 또한 양산 모터사이클 최초로 전자식 스로틀인 라이드 바이 와이어를 채택한 최첨단 모델이기도 했다.
2011년에는 헤드라이트 둘레에 페어링이 덧붙여지고 스텝 둘레가 분리형으로 바뀌는 등의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업데이트되었다. 하지만 아프릴리아가 가진 자원을 레이스에 올인하는 시기 탓에 신제품 개발이 끊어지며 이후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유로4의 시대와 함께 ‘업데이트 아니면 단종’의 시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쉬버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도루소두로 750이 있었기에 함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왕 유로4에 대응하는 김에 배기량도 소폭 올렸다. 디자인은 헤드라이트 둘레의 장식을 떼어버리면서 최초의 쉬버 느낌에 더 가까워졌다. 연료탱크 좌우에 에어 인테이크 장식을 더해 고성능 분위기를 내고 엔진 헤드와 프레임 스프링에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프레임은 트렐리스 구조와 주조 프레임을 결합한 형태로 한눈에도 든든한 강성을 느끼게 한다. 깔끔한 디자인의 알루미늄 스윙암과 가로로 배치된 리어 서스펜션 등 10년째 크게 변한 것은 없음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것을 보면 데뷔 당시에는 얼마나 시대를 앞선 디자인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고전적인 느낌이 교차된다. 요즘 네이키드에 비하면 덩치가 큰 편인데 가늘게 스포크 처리된 경량 휠이 바이크의 경쾌한 느낌을 더한다. 시트 아래 자리 잡은 머플러도 어딘가 모르게 요즘 스타일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과는 잘 어우러지고 있다.
시트 위에 앉자마자 의외로 새로움을 맞이하게 된다. 계기반부터 최신 TFT 컬러로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RSV4와 투오노V4 1100에서 보던 그 화면이다. 트랙션 컨트롤과 ABS 등의 세팅을 손쉽게 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의 계기반이 다소 난해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덕분에 바이크 위에서 느끼는 감성은 최신 모델과 다르지 않았다.
엔진의 시동을 걸자 필링 역시 달라졌다. 잔 진동은 줄었고 굵은 고동과 박진감은 늘었다. 엔진은 느슨함 없이 상당히 타이트하게 조여진 기계가 돌아가는 필링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주행에 있어 큰 기대는 없었다. 새로움을 기대하기엔 10년은 조금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표된 스펙에서부터 김이 샜던 것도 사실이다. 보어는 그대로 두고 스트로크만 11mm 늘려 배기량이 146cc 가량 늘어났지만 출력은 95마력에서 95.2마력으로 사실상 동일하다.(이는 유럽의 A2 면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신 토크는 90Nm로 소폭 올랐다. 전체적으로 스펙을 봐서는 배기량을 높여 출력 희생 없이 유로4를 대응하는 수준의 업데이트로 보였다. 하지만 역시 글자로 표현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재미의 수준이 기존의 쉬버와는 확실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의 업데이트
탄탄한 주행의 기본기는 감탄을 내뱉게 한다. 자연스러운 핸들링 그리고 뒷바퀴가 단단히 그립하고 있다는 느낌이 주행의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향상된 전자식 스로틀인 라이드 바이 와이어Ride-By-Wire시스템은 스포트, 투어링, 레인으로 3가지 주행모드를 가진다. 투어링은 스로틀 반응을 부드럽게 만들고 레인 모드는 70마력으로 출력을 줄인다. 하지만 테스트 내내 가장 선호한 모드는 역시 가장 활기찬 스포트 모드였다.
지나치지 않은, 하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딱 기분 좋은 수준에서 라이더를 채찍질하는 가속감이다. 기본적으로 바이크에 끌려가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일반적인 미들급이 가지는 미묘한 부족함을 잘 채워주고 있다. 그리고 보이는 것보다 가볍게 달리고 눕고 돈다. 무게중심이 딱히 낮지는 않은데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보통의 스포츠 네이키드 치고는 장시간 편하게 타는 목적에는 맞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안락함은 조금 부족하다. 우선 네이키드임을 감안해도 온몸에 바람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 지금은 사라진 이전 세대 쉬버 750을 가분수처럼 보이게 했던 헤드라이트 페어링이 바람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노력의 결과물임을 깨닫는다.
서스펜션의 기본 세팅도 스포티한 세팅에다 시트도 쿠션이 푹신함보다는 리어의 움직임과 트랙션을 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다소 딱딱한 편이다. 전체적인 세팅이 라이더가 느긋해지기보다는 더 적극적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라이딩 포지션도 꽤 스포티한 편이다.
바이크에 오르기 전 2018년에도 쉬버가 라이더들에게 먹힐만한 매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처음에는 가지지 못했던 기대감이 타본 뒤에 생겼다. 요즘 들어 부쩍 많아진 쿼터급 라이더가 한 단계 올라가려 할 때 쉬버900은 무척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오래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는 좋은 바이크다. 국내 가격은 1380만 원으로 쉬버 750보다 오히려 10만 원 저렴해졌다. 지금까지 이 가치를 못 알아봐 준 것이 미안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은 모델이다.
지나치지 않은, 하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딱 기분 좋은 수준에서 라이더를 채찍질하는 가속감이다. 기본적으로 바이크에 끌려가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APRILIA SHIV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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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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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스트로크 DOHC
수랭 2기통 90° V-Twin |
보어×스트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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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x 67.4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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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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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6.1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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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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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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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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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2hp / 8,750 r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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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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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Nm / 6,500 r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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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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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스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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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공급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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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퓨얼 인젝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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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탱크 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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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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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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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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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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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Ø41mm 텔레스코픽 도립
(R) 싱글쇽 스윙암 |
타이어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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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120/70 ZR17
(R) 180/55ZR17 |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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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320mm 듀얼 디스크
(R) 240mm 싱글 디스크 |
전장×전폭×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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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5 x 905 x 1,185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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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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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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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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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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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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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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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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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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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양현용 ㅣ 사진 양현용, 이민우
취재협조 ㈜코르세모터트레이딩, 아프릴리아코리아 www.aprilia-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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