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더 매력적인 순수 전기차, 볼보 EX30

    평범하면서도 개성적이고, 안락하면서도 살짝 흥분되는 새로운 볼보 브랜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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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30은 볼보의 차세대 순수 전기 SUV다.

    2030년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을 향한 비전을 충실히 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비전이란 ‘사람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즐겁게 만든다’는 브랜드 철학에 기반한다. 동시에 플래그십 수준의 깊이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도 녹아있다. 볼보의 이런 목표는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반면 EX30을 실제로 경험해 보니 기본 가치에 충실하면서도 개성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다.

    EX30에는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한다. 익숙함을 대표하는 것은 차의 구조와 파워트레인이다. 중국지리 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SEA)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EX30은 기존의 전기차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차 중심부, 가장 낮은 부분에 배터리를 배치하고 뒷바퀴 구동축에 모터를 단다(싱글 모터 기준). 파워트레인 영역에서 볼보는 혁신적인 특징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순수 전기차로서의 목적인 에너지 최적화에 집중한다. 반면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자동차 실내 디자인은 파격적인 변화를 꾀한다. 변화 없이 지난 수년간 이어진 인터페이스가 EX30에서 한 번에 미래적으로 진화한 느낌이다.

    운전석 시트 아래에 위치한 전동 시트 조절 버튼을 예로 들자. 버튼에 손을 가져갔을 때 모양이 정사각형이라 살짝 놀랐다. 정사각형 버튼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분석하는 데 5초 정도가 소모됐다. 하지만 버튼을 앞뒤, 위와 아래로 밀어서 시트 위치를 움직이고, 회전시켜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자 이전보다 훨씬 간단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이라 생각됐다.

    프레임 리스 사이드 미러는 유리 주변부 면적을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보기에도 새롭다. 사이드 미러를 조절하는 방법이 센터패시아 중앙 모니터 속, 디지털 메뉴에 통합되었다. 이후 디지털에서 기능 메뉴를 선택하고, 다시 스티어링휠 3시 물리 버튼으로 미러 각도를 조절한다. 약간은 불편한 과정이지만 이런 인터페이스는 이미 테슬라를 통해서 많은 순수 전기차 사용자에게는 익숙하다. 중요한 것은 볼보가 이런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가 디지털 인터페이스 통합만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해 보면 EX30은 분산되는 전기 배선을 중앙으로 집중한 심플한 설계로 경량화 및 전력 사용의 최적화를 이뤄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듯이 1열 양쪽 도어에는 스피커 시스템이나 창문 조작 스위치조차 달리지 않는다. 창문 스위치는 센터 콘솔 중앙으로 몰아두었고 스피커는 운전석 대시보드 앞쪽으로 사운드 바 형태로 배치된다. 가정용 오디오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바는 최대출력 1,040W 앰프와 9개가 스피커로 구성된다(울트라 트림만 제공). 도어 트림 안쪽 울림 영역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구조임에도 예상보다 훨씬 풍부하고 깔끔한 사운드를 제공하는 모습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순수 전기차의 특징과 소형 SUV라는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똑똑한 디자인이다.

    친환경과 인간 중심 디자인의 좋은 본보기

    EX30의 외관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복잡하다. 공기역학에 중점을 두며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차체를 실현한다. 반면 세부적으로는 볼보 브랜드의 개성을 강조한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시그니처 헤드램프를 비롯해서 모던한 감각의 휠(18~19인치)과 입체적인 LED 테일램프로 포인트를 준다. 실내 디자인도 이런 분위기가 연결된다. 덩어리는 단순하면서도 분위기에 깊이가 있다. 동시에 모든 디테일이 살아 숨 쉰다.

    브랜드 친환경 전략에 따라서 EX30은 가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소재는 재활용 또는 재생 가능한 소재다. 재활용 데님 또는 플라스틱과 합성 섬유, 70% 이상 재생 폴리에스터를 포함한 울 혼방 소재,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생산된 소나무 오일과 재활용 PET가 대표적이다. 실내는 트림에 따라 브리즈, 미스트, 인디고 테마 중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스톤 그레인 패널 마감(화강암 패턴 연출), 새로운 에어 벤트 디자인 등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디자인으로 감성을 더한다.

    스칸디나비아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5개 앰비언트 라이트 테마로 실내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다. 화강암처럼 층층이 레이어드 된 대시보드와 직물 시트의 섬세한 마감, 센터 콘솔 트레이 안쪽에 숨어 있는 순록과 북유럽 자연을 형상화한 픽토그램 등 구석구석 멋진 디자인이 가득하다. 글로브 박스는 중앙 센터패시아 하단으로 옮겨 동승석 탑승자의 무릎 공간도 개선했다. 슬라이드 방식의 센터 콘솔은 필요에 따라 컵 홀더 두 개를 확장할 수 있다. 센터 콘솔 아래에는 수납 상자를 마련해 크기가 큰 물건들을 보관한다. 앞 좌석 등받이에 스마트폰을 보관할 수 있는 전용 포켓도 마련된다(인디고 트림 제외).

    최신형 볼보의 특징인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2.0)도 갖췄다. 볼보와 SK텔레콤이 공동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구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가 기반이다. 여기에는 실시간 교통 정보 반영 내비게이션 ‘TMAP’, 인공지능 비서 ‘누구 오토’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반이 한국어로 대응한다. “아리야, 열선 시트를 켜줘”. “아리야, 볼보 매장 가자!” 이렇게 명령하는 것만으로도 음성인식 AI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곧바로 시트 열선을 틀고,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바꾼다.

    EX30의 기어 레버는 스티어링 오른쪽 뒤 쪽 칼럼식으로 자리한다. 변속 칼럼을 두 칸 내려서 출발, 도심 구간을 지나 국도와 고속도로 등 다양한 환경을 주행해봤다. 가벼운 가속 페달에 맞춰 가속력은 힘차고 상쾌했다. 볼보의 자료에 따르면 싱글 모터 거리 연장 모델은 모터 최고 출력은 272마력(35.0kg·m),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5.3초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강력한 토크가 초반부터 쏟아졌다. 전기차 특유의 폭발적인 토크감은 초반에 잠깐이지만, 그 후로 최고 속도에 다다를 때까지 일정하게 출력을 낸다. 이번에 시승한 싱글 모터 모델은 뒤쪽 바퀴로 동력을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뒷바퀴 굴림 자동차 특유의 역동적인 회전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코너링에서는 차의 움직임을 상당히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다. 코너를 빠르게 진입해도 앞바퀴의 접지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돌려도 될 만큼 가벼운 스티어링 휠 감각이지만, 코너링이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극적인 양념보다는 차체와 서스펜션의 기본기가 뛰어나다. 동시에 앞뒤 무게 균형이 좋아서 한계 성능도 높다. 특히 서스펜션 세팅이 놀랍다. 기본 주행 감각은 유럽 해치백을 타는 것처럼 탄탄한데, 갑자기 만난 요철을 넘을 때는 고급 세단처럼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한다. 정숙성도 칭찬받을 수준이다. 시속 90~120km로 달릴 때 도로에서 들려오는 소음이나 윈드실드 주변 바람 소리를 잘 억제한다. 이처럼 EX30은 가속하고 제동 하고, 회전하는 모든 과정이 전자제어의 영역에 있지만 내연기관처럼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전기차의 간지러운 주행 특성을 볼보의 풍요로운 주행 감각으로 꽉 채웠다.

    EX30에 사용된 400V 배터리는 66kWh 용량에 3개 모듈, 107개 셀로 구성된다. 니켈·코발트·망간 등 세 가지 다른 산화물 원소를 음극 처리한 방식으로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면서도 안정성을 추구한다. 이런 배터리 시스템에 도움으로 한 번 충전으로 351km(복합)의 복합 연비를 기록한다. 볼보 코리아 자체적인 테스트에 따르면 실제로는 외부 기온이 영상을 오가는 겨울철에도 약 4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고. 배터리와 충전 시스템은 최대 153kW급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이런 최적의 조건에서는 이론적으로는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단 30분이면 된다.

    이처럼 EX30은 작은 차이를 모아서 큰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 가끔은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특별해 보이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차를 경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인간 중심의 디자인에 깊게 공감할 수 있다. 이것이 미래 이동성의 가치에 대해 고민한 볼보의 흔적이다. 그런 관점에서 EX30은 똑같은 순수 전기차이면서도 동시에 다르다. 미래의 볼보이고, 볼보의 미래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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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LVO EX30

    레이아웃 EV, RWD, 5인승, SUV
    크기 4,235×1,840×1,555mm
    휠베이스 2,650mm
    무게 1,810kg(공차)
    전기 모터 싱글 전동 모터
    최고 출력 272마력
    최대 토크 35.0kg·m
    배터리 니켈·코발트·망간(NCM), 66kWh
    주행 가능 거리 351km(복합)
    기본 가격 4,755만 원(코어) 5,183만 원(울트라)


    김태영 모터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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