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을 사로잡는 합리적인 어드벤처
CFMOTO 800MT
솔직히 놀랐다. 브랜드를 빼고 본다면 과연 이 구성에 이 가격이 말이나 될까? CF모토가 선보인 어드벤처 바이크 800MT의 첫 번째 소감이다. 어드벤처 라이더들이 원하는 성능, 기능, 완성도를 다 갖추고도 매력적인 가격이다.
CF모토는 1989년에 설립되어 전 세계 3000개 이상의 협력사를 갖춘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일반 이륜 모터사이클개발을 비롯해 ATV, UTV, 엔진, 파츠, 각종 액세서리 등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KTM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라이선스 엔진을 사용하고 다양한 유럽 모터사이클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KISKA 디자인을 통해 더 높은 완성도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800MT다. 800MT는 앞서 말했듯 KTM의 미들급 어드벤처 엔진인 799cc 병렬 트윈 엔진을 탑재하고 키스카에 디자인을 의뢰하여 완성된 온로드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다. 그 외에 차체는 독자적으로 제작되었고 각종 최신 기능 파츠들을 두루 갖추고 완성됐다.
새의 부리가 떠오르는 V자 형태의 DRL과 LED 헤드라이트 자사이드 페어링은 유광과 무광을 조합하여 입체감을 살렸고 사이에 알루미늄 가드를 장착해 터프한 느낌을 준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어디 하나 튀지 않으면서 든든한 분위기다. 전방에 간결한 가로줄 DRL 램프와 LED 헤드라이트가 날렵함을 강조하나 싶지만, 커다란 연료 탱크와 기본으로 적용된 알루미늄 가드가 묵직한 어드벤처의 무드로 덮고 있다. 특히 페어링 사이로 지나가는 알루미늄 가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고급스럽다. 여기에 순정으로 장착된 LED 안개등과 무광 소재 핸드 가드, 전후 19인치, 17인치의 스포크 휠, 스키드 플레이트 등이 어드벤처투어링의 이미지를 더해준다.
리어에는 면발광 LED의 후미등과 LED 방향지시등이 장착됐다 CF모토의 순정 사이드 케이스와 탑 케이스
야무진 구성
시트고는 825mm인데 실제로 앉으면 리어 쇽이 주저앉는 덕분에 더 낮게 느껴진다. 투피스 시트는 쿠션감이 좋고 낙차가 커서 라이더가 엉덩이를 고정하기 좋고 동승자를 텐덤해도 편안할 것으로 기대된다. 핸들 바는 높은 브라켓과 함께 고정되어 라이더에게 가깝게 위치하고 좌우로 넓어서 동급 이상의 어드벤처 바이크를 앉은 느낌을 준다. 핸들 좌우에 스위치 뭉치는 BMW의 GS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것 같은 디자인이고 버튼 각각의 용도가 명확하여 이해하고 사용하기 쉽다. 이어서 전방에 7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오는데 소형 테블릿이 떠오를 정도로 마감처리나 화질, 밝기, UI 등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버튼을 통해 바이크의 주행 모드를 변경하거나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기본으로 적용된 열선 시트와 열선 그립을 끄고 켤수 있다. 윈드 스크린은 순정이 아닌 대형 스크린이 장착되었는데 좌우 다이얼을 돌려 고정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계기반 좌우 측에는 USB포트와 시거잭이 각각 마련되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별도로 장착하는 것이 아닌 기본 사양인 만큼 깔끔하게 내장되어 있어 좋다.
부드럽고 편안하다
엔진을 깨우면 꽤나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개인적으로 KTM의 790 어드벤처 R과 890 어드벤처 R을 순차적으로 소유한 적이 있는데 그들과 흡사한 엔진음을 낸다. 살짝 느슨한 것 같지만, 스로틀을 살짝 열어보면 앙칼진 배기음과 자잘한 진동이 라이더를 자극한다. KTM의 어드벤처와 비슷한 건 딱 여기까지다. 바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부드러움이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와 레인 총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레인 모드로 먼저 주행했다. 스로틀 반응이 살짝 둔감한데 rpm은 매끄럽고 빠르게 상승한다. 비교적 약한 출력을 발휘하는 레인 모드임에도 엔진 자체 성격은 꽤나 경쾌하다. 하지만 부드러운 댐핑의 서스펜션과 스포크 휠, 유연한 차체가 충격을 분산시키며 나아가는 감각이다.
19인치 튜브리스 와이어 스포크 휠에는 320mm더블디스크와 호따후안 4피스톤 캘리퍼가 장착됐다 오프로드 주행 중 하부 파손을 방지하는 스키드 플레이트가 있다
긍정적으로 얘기하면 스로틀을 부담 없이 열어도 차량 자체의 특성 덕분에 라이더는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받는다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얘기하면 즉각적인 반응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하는 건 800MT의 콘셉트, 장르다. 바이크에 처음 앉았을 때부터 느꼈듯이 이 바이크는 편안한 장거리 투어를 타겟팅한 모델이다. 그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세팅이라는 평가다. 특히 전후 서스펜션의 프리로드가 느슨한 편이고 초기 댐핑이 부드러워서 요철을 처리하거나 바이크를 기울이는 동작 중에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제동과 가속만으로도 피칭이 크기 때문에 라이더가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조작하면 바이크를 조작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때 전방의 320mm더블디스크와 호따후안의 4피스톤 레디얼 캘리퍼의 제동력도 마음에 든다. 초반 반응이 빠르고 바이크가 정차할 때까지 꾸준한 성능을 발휘한다. 웬만큼 빠른 속도에서 제동해도 불안감이 적고 요철이나 미끄러운 노면으로 인해 휠이 잠기면 ABS가 개입하면서 안정적으로 대응한다. 기본 적용된 맥시스 타이어의 성능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스포츠 투어러
바이크의 움직임에 적응하고 스포츠 모드로 변경했다. 그리고 첫 스로틀 조작과 함께 프런트 휠이 떠오른다. 이전의 레인모드에서는 레인 모드 치고는 꽤 다이내믹하다고 느꼈는데 스포츠 모드는 확실한 이름값을 한다. 그리고 800MT에는 트랙션 컨트롤이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1단 기어비가 꽤길게 설정되어 있는데 엔진 회전수가 6,000rpm 부근에 차있는 상태에서 스로틀을 닫았다가 열면 프런트 휠이 훌쩍 들린다. 시승 차량의 경우 순정 사이드 케이스와 탑 케이스가 장착되어 있는 만큼 리어에 무게가 실린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예상보다 과격하게 앞바퀴가 떠오른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마냥 부드럽고 편안한 투어러는 어디 가고 똘망똘망하게 눈을 뜬 스포츠 투어러가 서 있는 느낌이다.
기어 체인지 레버의 팁 위치를 조정할 수 있고 퀵시프트가 기본 적용됐다 오프로드 주행 시 풋 패그의 고무를 제거할 수 있다
1단 기어비가 꽤 길어서 가속이 늘어지나 싶을 때쯤 2단 기어로 변속하게 되고 그다음부터는 빠른 가속에 맞춰 잘 조율되어 있다. 기본 장착된 퀵시프트로 변속하다 보면 계기반 속 숫자는 ‘오잉?’ 싶을 정도로 상승해 있다. 전방의 대형 스크린과 넓게 벌어진 핸들 바가 주는 편안함 덕분이다. 페이스를 높이자 서스펜션의 무른 댐핑이 아쉬워지는데 전방의 KYB 포크는 상단의 다이얼을 돌려 조정할 수 있다. 일자 드라이버만 있다면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리어는 마련된 다이얼을 손으로 돌려 프리로드를 올려줄 수 있다. 댐핑의 변화 폭이 크기 때문에 바이크의 움직임이 훨씬 진지해지고 공격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더 강하게 몰아가면서 순정 맥시스 타이어의 그립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간단한 오프로드까지
800MT가 그저 편안한 투어러 라고 생각했다가 스포츠 주행이 가능했던 만큼 오프로드 주행도 도전했다. 일단 순정 타이어가 도로주행 성향이 매우 높은 타이어인 만큼 과격한 오프로드를 들어갈 순 없지만 자잘한 돌과 모래, 졸졸 흐르는 물길을 달리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차량 자체가 무게 중심이 낮게 깔려 있고 발착지성이 좋아서 슬금슬금 간을 보며 달릴 수 있다. 전후 서스펜션 트래블이 160mm와 150mm로 확보되어 있어서 다양한 충격을 여유롭게 걸러내고 최저지상고도 190mm로 요철에 배가 닿는 일이 적다. 혹여나 닿더라도 기본으로 적용된 스키드 플레이트가 엔진 하부를 보호하고 엔진 측면부까지 슬쩍 덮은 디자인이라서 안심이 된다. 만약 800MT로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다면 타이어 교체만으로 꽤 본격적인 어드벤처 라이딩이 가능할 것 같다.
MADE IN CHINA
CF모토는 중국 브랜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판매량이 많지 않은 만큼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많은 국내 라이더들이 선뜻 구매하거나 고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모델이라는 점, 그리고 중국 생산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좋지 않은 인식이 앞섰다. 하지만, 실제로 직접 주행해보고 많은 생각이 돌아섰다. 예상을 넘어선 뛰어난 마감 품질, 성능, 편의 기능 등 ‘좋은 모터사이클’이라는 엄격한 잣대로 바라봤을 때 어디 하나 큰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 모델 대비 확연히 저렴한 가격은 그저 브랜드의 파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든다. 더 이상 중국은 낮은 품질의 값싼 제품만 제조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 가격에 이패키징? 이건 중국이니까, CF모토니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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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MOTO 800MT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88 × 65.7(mm) 배기량 799cc 압축비 12.7 : 1 최고출력 90hp / 9,250rpm 최대토크 75Nm / 8,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9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10/80 19 (R)150/70 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6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34×853×1,277mm 휠베이스 1,531mm 시트높이 825mm 차량중량 231kg 판매가격 1,549만 원 (1,729만 원 순정 케이스 포함)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CF모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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