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메리칸 클래식 투어러를 상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묵직하며 낮고 긴 차체와 화려한 크롬 파츠 그리고 고전적인 디테일. 거기에 V트윈 엔진의 존재감이 더해진다. 이런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서 바이크를 완성해보자. 아마 이것에 가장 근접한 모델은 로드 킹일 것이다
클래식 투어러의 정수
할리데이비슨 로드킹
아메리칸 클래식 투어러
로드 킹의 역사는 1978년 74 큐빅인치 쇼블헤드 엔진을 얹은 일렉트라 글라이드 스포츠(FLHS)로부터 시작된다. 로드 킹의 특징적인 큼직한 크롬 나셀 헤드라이트는 이미 이 시절부터 그랬다. 크롬 파츠로 멋을 낸 것이나 고전적인 디자인의 프런트 펜더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1987년에는 80 큐빅인치 에볼루션 엔진을 얹은 모델이 출시된다. 1987년 FLHS는 윈드스크린, 헤드램프, 사이드 케이스 등 전반적인 모습에서 지금의 로드 킹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닮아있다. 1993년을 끝으로 일렉트라 글라이드 스포츠에서 1994년 로드 킹(FLHR)으로 모델 체인지가 된다. 1999년에 트윈캠 엔진이 개발되며 로드 킹은 트윈캠 엔진 시대를 맞이했다. 1999년 트윈캠 88, 2007년 트윈캠 96, 2012년 트윈캠 103 등 시대에 따라 엔진과 프레임 등을 변경하거나 걸맞은 요소들을 가감하면서 지금까지 로드 킹의 고유한 헤리티지를 이어왔다.
로드 킹의 첫인상은
클래식 투어러 그 자체였다.
362kg라는 무게가 무색할 정도로 가뿐한 움직임이다
새롭게 뛰는 심장
2017년 투어링 패밀리 업데이트의 핵심은 밀워키에이트Milwaukee-Eight 엔진이다. 밀워키에이트 엔진은 할리데이비슨의 상징적인 V트윈 엔진의 조형미와 존재감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다양한 개선사항을 반영한 최신 엔진이다.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의 115년의 역사를 함께 해온 도시 밀워키와 플랫헤드를 시작으로 8세대의 엔진을 의미하는 작명으로 이름에서 짙은 사명감이 느껴진다. 이 새로운 엔진은 다양한 개선 사양을 반영했다.
단순히 엔지니어적인 접근으로 개선사항을 수집한 것이 아니라 마치 프로젝트 러시모어를 통해 신형 모델을 구상했던 것처럼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의 의견을 적극적 으로 수렴해 개발했다고 한다. 더욱 과감한 파워와 민첩한 동력 전달, 동시에 부드러운 필링과 안정적인 주행. 과감하고 터프한 것은 좋지만 그럼에도 불편한 것은 부담스러운, 어쩌면 이율배반적인 요구였지만 이에 대해 할리데이비슨은 신형 밀워키에이트 엔진으로 답했다.
밀워키에이트 107
로드킹은 공랭 밀워키에이트 107 엔진을 적용했다. 투어링 패밀리의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페셜, 로드 글라이드, 로드 글라이드 스페셜 등과 공유한다. 트윈캠 103 엔진과 비교해 배기량이 1745cc로 소폭 상승했다. 압축비를 높이고 흡배기 효율이 향상된 4밸브 실린더 헤드로 토크가 10%가량 향상했다. 엔진의 내구성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밸브 트레인과 캠 샤프트 등의 구조를 개선했다. 냉각 성능 확보를 위해 배기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실린더 헤드에 유랭 시스템을 적용했다.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경량 밸브 적용, 싱글 캠 적용, 에어필터 커버 변경 등 메커니즘적인 부분에서도 개선사항이 적용됐다. 발전 용량도 커져 추가적인 열선 장비나 휴대기기 충전에도 든든하다.
고전적인 디자인을 이어가다
로드 킹의 첫인상은 클래식 투어러 그 자체였다. 볼륨 있는 차체가 낮고 길게 뻗어 있어 듬직한 인상을 강조하고 고전적인 디자인 요소는 프런트 마스크부터 리어 엔드까지 적절히 연출되었다. 크롬으로 화려함을 강조한 프런트는 싱글 타입 나셀 헤드램프와 양옆에 추가된 2구의 램프로 복고풍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간단한 조작으로 쉽게 탈거할 수 있는 고전적인 윈드 스크린도 전체적인 레이아웃에 딱 맞아떨어진다.
부피감이 적절히 느껴지는 연료탱크는 눈물 모양의 라인이 잘 빠졌다. 상단에는 가운데로 계기반 유닛이 있고 양옆으로 연료 게이지와 연료 주입구가 있다. 동승자석이 일체형으로 되어있는 시트는 라인이 잘 잡혀있고 두께가 두툼하고 폭신해 착좌감이 만족스럽다. 사이드 케이스는 약 70리터의 용량으로 웬만한 장거리 여행의 채비도 충분히 수납이 가능하며 원터치로 여닫을 수 있어 편리하다.
역시나 존재감은 1745cc의 빅트윈 엔진에서 터져 나온다. 반짝이는 크롬이 화려함을 더하는 엔진은 절삭 면을 드러낸 냉각핀이 촘촘히 박혀있고 실린더 헤드는 벌크업 된 근육을 연상케 해 마초적인 이미지를 더한다. 뒤쪽 실린더 배기가 재배치되고 에어필터 커버가 원형에서 좌우로 날렵해진 덕에 충분한 래그룸이 생겨 발 착지성이 높아진 것도 이번 업데이트에서 변화된 부분이다. 여기에 핸들바 높이도 소폭 상승하여 포지션이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워졌다.
최신의 클래식 투어러
시동을 터트리면 엔진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이들링 필링이 부드럽다. 한쪽 실린더에 약 900cc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진동은 억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트윈의 맥동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두툼한 배기 사운드는 점잖으면서도 낮고 박력 있게 퍼져나간다. 강화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라이더의 편의를 위해 변경된 부분들 때문에, V 트윈 특유의 필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할리데이비슨은 그들의 헤리티지를 잘 이해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생각이 든다.
주행을 시작하고자 기어를 1단에 넣는다. 클러치를 연결하자마자 민첩하게 노면을 치고 나간다. 362kg라는 무게가 무색할 정도로 가뿐한 움직임이다. 핸들바가 주먹 하나만큼 높아졌는데 전년 모델에 비해 핸들링이 부드럽다. 기어를 툭툭 바꿔주며 본격적인 가속을 시작한다.
저속에서부터 묵직한 토크가 큼직한 차체를 매끄럽게 고속 영역으로 밀어준다. 엔진 회전으로부터 리어의 트랙션까지 동력 전달의 과정이 선명하게 느껴지고 전반적인 회전 질감도 매끄럽다. 점잖게 정제된 두툼한 배기음이 툭툭 터져 나오는 것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다. 클러치 레버는 특유의 묵직함은 여전하지만 조작이 한결 수월하다. 새로운 어시스트앤슬리퍼(Asist&Slipper) 클러치의 적용은 클러치 조작을 돕고, 슬리퍼 클러치 기능의 추가로 급격한 시프트다운 시 역 토크를 원활히 흘려버린다.
업데이트된 전후 서스펜션은 부드럽게 노면의 굴곡을 처리하면서도 직관적인 움직임으로 노면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라이더에게 전달하며 큰 충격에도 차체의 움직임을 적절히 받쳐준다. 특히 프런트 쇽의 리바운드와 컴프레션 동작의 감도가 기민하고 충격 처리가 부드러워 방지턱에서도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프런트 서스펜션은 할리데이비슨 FL 계열에서 사용하는 듀얼 벤딩 밸브 프런트 포크를 적용했고, 리어는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는 에멀전 리어 듀얼 쇽을 채용한다. 전후 연동 ABS가 적용된 브레이크 시스템은 과감한 브레이크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운 제동력으로 언제라도 마음 놓고 스로틀을 개방할 수 있는 믿음을 준다. 프런트 브레이크는 듀얼 디스크 로터와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가 조합되며 초반부터 응답성이 느껴지는 타입으로 슬쩍 터치하는 정도로도 피드백을 느낄 수 있고 포크가 꾹 눌릴 정도의 풀 브레이크에서도 직관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풋 브레이크의 응답성도 초반부터 피드백이 느껴지는 타입으로 체급에 적절한 제동력을 보여주며 ABS의 개입도 적절하다. 전반적인 상황에서는 리어 브레이크면 충분히 제동이 가능하며, 연동 브레이크는 한쪽에 더 큰 힘이 작용할 때 다른 한쪽이 보조적으로 작동하는데 이질감 없는 수준에서 작동된다.
기어를 툭툭 바꿔주며 본격적인 가속을 시작한다. 저속에서부터 묵직한 토크가 큼직한 차체를 매끄럽게 고속 영역으로 밀어준다
자 이제 온전히 투어링을 즐길 차례
바이크의 움직임에 집중하던 오감을 잠시 접어두고 저 먼 곳을 바라본다. 투어링 바이크는 역시 일상에서 잠시 떠나 끝없이 펼쳐진 길과 바이크 그리고 나만이 있는 이 시간을 즐기는 맛이지 않겠는가. 클래식한 윈드스크린 너머로 산과 들의 향기가 불어온다. 빅트윈 엔진의 고동감이 잔잔하게 온몸을 감싸고 두툼한 배기음이 기분 좋게 꽁무니를 따라온다. 언젠가 봤던 서부 고전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양 턱을 위로 들어본다.
HARLEY-DAVIDSON ROAD KING™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OHV 4밸브 보어×스트로크 100 × 111.1 (mm) 배기량 1,745cc 압축비 10.0:0 최고출력 미발표 최대토크 150Nm/3,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식 퓨얼인젝션(ESPFI) 연료탱크용량 22.7ℓ 변속방식 6단 수동 리턴 최종구동 체인구동 서스펜션 (F)도립식 듀얼쇽 (R)더블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30/80B17 65H (R)180/65B16 81H 브레이크 (F)320mm 듀얼, ABS 기본사양 32mm 4피스톤 캘리퍼 (R)미발표 휠베이스 1,625mm 시트높이 705mm 차량중량 379kg 판매가격 3,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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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민우 수석기자 ㅣ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www.harley-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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