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매력의 스포츠 크루저
HARLEY-DAVIDSON SPORTSTER S
스포스터 S는 최근에 출시한 바이크들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모델이었다. 여러 바이크를 타오면서 이제는 웬만한 바이크는 타보기 전에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데 이 녀석은 어떨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주행은 테스트라기보다 상상과 현실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먼저 이 모델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한번 짚고 넘어가자. 스포스터 S는 아이언이나 포티에잇 같은 스포스터 라인업에 있던 특정 모델의 후속이 아니라 스포스터 S라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다. 그러니까 스포스터의 디자인이 이렇게 많이 달라졌다고 보는 것보단 새로운 디자인의 뉴 모델이 출시한 것이다.
디자인은 기존의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시리즈들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요소들을 가져왔다. 플랫트랙 레이스에서 태어난 XR시리즈에게서 연료탱크와 시트 스타일, 그리고 위쪽으로 높게 솟은 트윈 업마운트 배기시스템을 가져왔다. (많은 사람들이 허벅지 안쪽이 뜨거울 것을 걱정 하는데, 미리 이야기하자면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커버가 2중으로 처리되고 실제 배기라인 사이에 공간을 확보해 따뜻한 정도의 열기만 전달된다.) 스포스터S의 박력을 담당하는 두툼한 타이어는 최근의 스포스터 라인업 중 많은 사랑을 받은 포티에잇에서 가져온 요소다. 적당히 허리가 숙여지는 포워드 컨트롤 포지션도 포티에잇을 참고한 것이다.
좌우로 긴 오벌 스타일의 헤드라이트는 LED를 이용해 현대적인 느낌을 더했으며 바엔드 미러를 이용해 낮은 실루엣을 완성했다. 섀시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기존의 프레임은 완전히 사라졌고 엔진이 메인 차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둘레에 앞뒤바퀴와 시트 등이 붙는 모노코크 구조로 바뀌었다. 경량화에 유리하고 쉽게 차대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최신 스포츠 바이크에는 흔히 쓰이는 구조지만 할리데이비슨에서 이 구조를 크루저에 적용해 출시하다니, 지나치게 진보적이라 조금은 어색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덕분에 건조중량이 221kg으로 살짝 무거운 네이키드 바이크 수준이 되었다. 이는 성능 면에서도 다루기 쉬운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 된다.
사실 이 스포스터S 디자인은 2018년에 이미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2018년 ‘More Road to Harley-davidson’ 캠페인과 함께 선보인 ‘커스텀 콘셉트’가 바로 그 시작점이다. 물론 양산화를 거치며 세부를 다듬고 디테일의 완성도를 높이긴 했지만 기본 디자인은 콘셉트를 거의 그대로 살리고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커스텀 콘셉트의 공개 당시 “제발 이 콘셉트 그대로 출시 해 달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할리데이비슨이 그 바람에 제대로 응답한 것이다.
결이 다른 주행성능
스포스터S의 주행성능은 기존의 스포스터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스펙부터 고성능일거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웬걸,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가속력에 아찔하다. 기본적으로 강한 가속, 게다가 포워드 컨트롤 포지션까지 더해지니 가속감이 배가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는 계기반 기준 4초미만이다. 시속100km에 도달하기 위해 2단으로 변속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가속이다. 원래 6,000rpm남짓에서 레브리미트가 작동했던 스포스터들과 달리 9,000rpm까지 돌아간다. 최고속은 200km/h를 가볍게 넘길 수 있으니 더 이상 출력에 대한 의심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새로운 스포스터S는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모델인데도 포워드 컨트롤 포지션을 채택했다. 그에 대한 의문은 바이크를 타보고 해소되었다. 만약 이 바이크가 미드 컨트롤이었다면 크루저의 분위기가 확실히 덜했을 것이다. 미드컨트롤 키트가 옵션으로 준비되어 있으니 바이크를 다루는 재미를 더하고 싶다면 고려해 볼만하다. 하지만 역시 크루저는 슬쩍 건방진 자세가 제맛이기에 포워드 컨트롤을 기본으로 설정한 점은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워드 컨트롤 포지션으로도 연료탱크가 허벅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그립이 잡히기 때문에 바이크를 휘두르는게 어렵지 않다.
엔진을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은 레볼루션 맥스1250T라고 붙여졌다. 할리데이비슨이 2001년 V-ROD시리즈를 위해 포르쉐와 협력해 만든 수랭 60° V트윈 엔진이 첫 레볼루션 엔진이었고 시간이 흘러 2008년에 선보인 새로운 엔트리 모델인 스트리트 750에 쓰인 엔진에 레볼루션X 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팬아메리카와 신형 스포스터에 탑재된 엔진이 바로 레볼루션 맥스다. 역시 수랭 60° V트윈 DOHC 방식을 사용하는 지극히 현대적인 구성의 엔진이다. 팬아메리카와 달리 이름 뒤에 ‘T’가 붙는데 이는 크루저 모델답게 토크를 중시했다는 의미다. 엔진의 압축비는 낮추고 최고출력은 150마력에서 121마력으로 조정하고,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고회전까지 전 영역에서 더욱 풍부한 토크를 내도록 다듬었다. 가변 밸브타이밍도 토크를 전 회전영역으로 넓게 퍼트리는데 사용된다.
엔진이 보어가 크고 스트로크가 짧은 오버스퀘어 엔진이 되며 이전의 에볼루션 엔진의 가지고 있던 롱스트로크 특유의 굵직한 긴호흡의 토크 대신 좀 더 쫀쫀하고 몰아치듯 터트리는 토크감이다. 엔진 역시 전통적인 45도 V트윈의 필링과는 다르지만 나름의 맛은 있다. 할리데이비슨에 기대하는 고동감은 가속할 때 주로 느껴지고 5~6단에서 80~100km/h로 크루징 하게 되면 엔진 필링이 상당히 매끄럽다. 진동을 감쇄시키는 카운터 밸런서가 두 개나 들어있어 효과적으로 진동을 지우는데 그 매끈함 감각이 약간은 감동적이기 까지 했다.
브레이크 성능은 이 활기찬 크루저를 얌전히 길들이기에 충분하다. 프런트 브레이크는 320mm디스크에 브렘보의 래디얼 모노블랙 캘리퍼가 장착되며 초기응답이 좋고 컨트롤성도 훌륭해 크루저에게 기대하는 성능 이상을 보여준다. 안전을 위한 제동 보조 기능도 훌륭해 다소 쌀쌀하고 낙엽이 쌓인 노면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제동성능을 보여줬다.또한 최신의 어시스트& 슬리퍼 클러치를 탑재해 클러치 조작이 가볍고 빠른 시프트 다운에도 리어가 안정적이다. 재밌는 것은 중립에서 1단으로 넣을 때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텅’하는 소리와 함께 기어가 들어간다. 엔진의 반응이 가볍고 변속도 매끄러워 퀵시프트가 적용되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의 코너링
160mm의 거대한 프런트 타이어는 이 바이크가 코너를 잘 돌아갈지 걱정되게 만드는 주범이다. 전에 없던 묵직한 앞 타이어다보니 스티어링의 초기 응답이 다소 뭉툭하게 느껴질 뿐, 바이크가 기우는 느낌이나 돌아가는 느낌은 의외로 가볍다. 스포츠 바이크 타이어 수준의 뾰족한 프로파일 덕분에 일상영역에서는 여느 크루저들보다 둔하다는 느낌이 없다. 기울이는 각도가 깊어질수록, 그러니까 타이어의 가장자리로 접지면이 이동할수록 위화감도, 저항도 늘어난다. 다행인 점은 이 위화감이 불편함으로 바뀌기 전에 이미 뱅킹 센서가 노면을 긁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두툼한 타이어가 필요했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는데 의외로 이 바이크를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는 프런트 타이어 덕분에 멋지다는 의견이 많았다. 게다가 전륜의 무게와 접지면적이 넓기 때문에 고속 코너에서도 프런트의 안정감이 상당하다. 노면이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프런트가 좌우로 올라타는 느낌은 들지만 쉽사리 그립을 잃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승차감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의외로 노면 추종성도 괜찮았는데 스트로크가 짧다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제동 중이나 내리막 등 프런트 포크가 압축된 상태에서 요철을 만나면 어김없이 한계를 치기 때문에 주행할 때 특별히 신경을 써야했다.
새로운 파도 위에서
팬아메리카와 스포스터S는 할리데이비슨에 익숙하지 않은, 아니 다시 말하면 유럽과 일본 브랜드에 익숙한 라이더들을 공략하려는 전략이 확실히 드러나 있다. 방향지시등 조작방식이 기존의 할리방식 대신 범용적인 방식으로 바뀐 것부터 이러한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통을 지켜오던 공랭 에볼루션 엔진의 스포스터가 매력적인 모델이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스포스터S가 대체할 수 없는 상징성과 그만의 영역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새로운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의 방향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에볼루션 엔진의 스포스터가 더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더 이상 스포스터를 찾지않는 라이더가 되어있을 확률이 높다. 해왔던 대로만 계속하는 것은 과거에 기대어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할리데이비슨은 과감히 새로운 파도위에 올라탔고 그 결과는 기대보다 좋았다. 또한 이후에 등장할 파생모델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아이언헤드에서 에볼루션으로, 그리고 레볼루션 맥스로 이어지는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의 뉴챕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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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LEY-DAVIDSON SPORTSTER S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트윈 4밸브 DOHC 보어×스트로크 105 × 72.3(mm) 배기량 1,252cc 압축비 12.0 : 1 최고출력 152hp / 11,000rpm 최대토크 125Nm / 6,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1.8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링크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60/70 TR17 73V (R) 180/70R16 77V 브레이크 (F)320mm싱글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70×미발표×미발표 휠베이스 1,520mm 시트높이 753mm 건조중량 228kg 판매가격 2,490만 원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 /윤연수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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