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UMPH

STREET SCRAMBLER

스트리트라는 이름은 잘 포장된 도시의 도로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스트리트 스크램블러에게 길은 아스팔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울퉁불퉁한 흙길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스크램블러가 여기 있다

트라이엄프 바이크 모델명에 스크램블러가 처음 붙은 것은 2006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크램블러 장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트라이엄프를 빼놓을 수 없다. 1950년대 라이더들이 모이면 누구의 바이크가 더 빠른지를 겨뤘다. 카페에 모여 그 문화를 즐긴 것이 카페 레이서라면 그것을 비포장도로에서 즐긴 것이 스크램블러 문화의 탄생이다. 트라이엄프는 당시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카페레이서나 스크램블러로 많이 개조되곤 했다. 

당시에 도시를 벗어나면 포장도로가 많지 않았다. 흙바닥에 돌이 굴러다니는 울퉁불퉁한 길을 편안하게 달리기 위해서 라이더들은 자연스레 이것저것 매만지기 시작했다. 핸들바의 높이를 높이거나 머플러를 높게 설치했고 서스펜션의 작동 범위를 키우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경쟁을 시작했고 오프로드 레이스로 발전했다. 그러자 트라이엄프는 직접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1950년대 바하1000 레이스에서 활약했던 T-120TT와 TR6SC가 바로 그것이다.

본네빌 스크램블러

본네빌 스크램블러는 865cc 공랭 트윈 엔진을 얹은 본네빌 T100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본네빌 T100에 높고 넓은 핸들 바를 적용하고 머플러를 높게 설치했다.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하도록 19인치 프런트 휠을 적용하고 서스펜션 트래블을 늘렸다.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커스텀 스크램블러 룩의 본네빌 스크램블러는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2017년 트라이엄프 모던 클래식 라인업에 수랭 엔진이 도입되며 본네빌 스크램블러는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로 재탄생했고 지난해 성능을 보완한 뉴 스트리트 스크램블러가 발표됐다. 

(좌) 2-2 하이-레벨 머플러는 카랑카랑한 배기음을 들려준다. 동승자를 배려해 머플러에 덮개가 설치되어있다 / (우) 풋 페그의 고무 패드를 뽑아 오프로드 주행에 대응할 수 있다

2 in 2 하이 레벨 머플러가 설치된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는 라이더 마음속 한편의 거친 도전의식을 끄집어낸다. 스트리트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지만 머플러뿐 아니라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설정이 곳곳에 보인다. 하단에 언더 가드를 기본으로 적용하고 높은 핸들바가 설치됐다. 풋 페그는 고무 패드를 쉽게 뺄 수 있고 리어 브레이크 레버와 함께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좌) 클래식하면서도 간결한 엔진 레이아웃을 볼 수 있다 / (우) 벌브형 헤드라이트와 방향지시등이 적용된다
(좌) 스트리트 트윈과 동일한 싱글 계기반이 적용됐다 / (우) 리어 램프 역시 스트리트 트윈과 공유한다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는 본네빌 T100의 수랭 900cc 엔진을 얹고 있으며 스트리트 트윈과 많은 부품을 공유한다. 알루미늄 헤드라이트 브래킷과 소기어 커버, 원형 싱글 계기반과, 리어 램프, 스위치 뭉치, 마스터 실린더를 함께 사용한다.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는 본네빌 T100과 서스펜션 작동 범위가 같다. 하지만 리어 서스펜션의 경우 블랙 파우더 페인팅을 칠해 돌이 튀어 올라 흠집이 나도 눈에 잘 띄지 않게 처리한 디테일이 보인다.

스타일을 뽐내라

최근 몇 년 간 모터바이크 시장의 인기 장르인 클래식 중에서 스크램블러는 자유로운 이미지로 많은 라이더의 선택을 받고 있다. 흙길을 떠오르게 하는 블록 패턴 타이어와 머플러는 도심에서 이질적인 느낌 풍기며 더 눈길을 끈다. 배기음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이 레벨 머플러는 배기구와 라이더의 거리가 가까워 배기음을 더욱 생생히 들려준다. 또 짧은 배기 파이프 덕분에 배기음은 엔진의 폭발을 가감 없이 그대로 들려주는 듯하다. 

790mm의 낮은 시트고와 풍부한 저속 토크는 복잡한 도심에 적합한 세팅이다. 이전 세대보다 3kg을 감량했지만 바이크의 절대 무게는 여전히 가볍지 않다. 하지만 출력이 높아진 덕분에 경쾌함까지 느낄 수 있다. 뉴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는 이전 세대보다 최고 출력을 10마력 높이고 엔진의 회전 한계를 500rpm 높였다. 80Nm의 최대토크가 3,200rpm에서 나오기 때문에 스로틀을 여는 족족 가볍게 가속한다. 

(좌) 미끄럼을 방지하는 직물 시트 / (우) 프런트에 적용된 19인치 휠과 브렘보 브레이크

엔진 성능과 함께 브레이크도 업데이트했다. 프런트는 310mm 싱글 디스크에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를 적용했다. 바이크의 출력을 충분히 커버해주지만 약간의 부족함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오프로드 주행을 어느 정도 고려한 세팅으로 느껴진다. 

리어 서스펜션을 블랙 파우더 페인트로 칠해 흠집을 방지한다

서스펜션의 세팅 역시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두어 부드럽다. 도로의 요철을 부드럽게 걸러주며 일상 주행에 편안함을 준다. 고속 영역에서는 리어 서스펜션이 다소 낭창이지만 장르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행히 와인딩에선 불안함이 없다. 짧은 코너는 물론 긴 고속 코스를 가속하며 빠져나가도 안정적으로 대응한다.

활동 범위를 넓혀라

스크램블러 장르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자유로운 이미지나 스타일 뿐만은 아니다. 실제로 비포장길에 뛰어들 가능성과 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임도 주행에 앞서 풋 페그의 고무 패드를 빼니 모험심 넘치는 겉모습이 완성되었다.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는 오프로드 라이딩 모드까지 갖고 있다. 정차 시 왼쪽 스위치 뭉치의 모드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에 오프로드라는 문구가 표시된다. 그리고 인포메이션 버튼을 누르면 ABS와 트랙션 컨트롤이 해제되며 오프로드 모드가 설정된다. 오프로드 주행 모드까지 설정하니 왠지 본격적인 오프로더가 된 기분이다. 

오프로드 모드에 진입하면 트랙션 컨트롤과 리어 ABS가 해지된다

하지만 순정 상태인 스트리트 스크램블러의 한계는 분명하다. 구덩이를 지나고 돌을 넘기엔 최저 지상고가 낮다. 순정 타이어 역시 블록 패턴을 하고 있지만 험로에 들이대기에는 충분한 그립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바이크 무게도 만만치 않다. 욕심을 버리고 스크램블러가 탄생한 그 옛날의 도로처럼 작은 돌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진 흙길을 지난다. 클러치 레버의 압력이 가벼워 피로감이 적다. 19인치 프런트 휠과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크고 작은 돌이 섞인 길도 쉽게 헤쳐 나간다.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는 900cc 수랭 엔진을 얹은 라인업 중 가장 낮은 영역에서 최대 토크가 나온다. 두툼한 토크가 전달되는 뒷바퀴의 그립을 느끼며 비포장길을 지난다. 엔듀로 선수처럼 스탠딩 자세를 취하고 린 아웃으로 코너를 도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며 지지고 볶는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즐거움은 충분하다. 흙길을 오가다 보니 바이크에 흙먼지가 뽀얗게 앉는다. 스크램블러라는 이름 때문인지 한바탕 재미있게 달린 것 때문인지 그 모습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내가 가는 곳에 즐거움이 있다

클래식한 얼굴에 자유로움을 담은 스크램블러 장르는 매력 있다. 정통 스크램블러 스타일의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는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는 라이더의 각자의 스타일에 맞춰 녹아든다. 일상복부터 가죽 재킷과 왁스 코튼 재킷 등 클래식 라이딩 기어 혹은 화려한 저지도 어울린다. 클래식 장르의 재미는 각자의 취향에 맞게 꾸밀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높게 장착되는 하이-레벨 머드 가드나 머드 가드 익스텐션, 헤드라이트 그릴 등의 순정 옵션이 제공되니 더 본격적인 스크램블러 스타일로 꾸며도 좋다. 익숙한 포장도로를 벗어날 용기는 스크램블러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는 스트리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그 길은 매끄러운 포장도로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유의 경쾌함으로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그 순간을 사로잡는다.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는 완벽한 솔루션은 아니다. 하지만 정답이 아니라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다면 여기 하나의 해답이 기다리고 있다.

TRIUMPH STREET SCRAMBLER

엔진형식 수랭 SOHC 병렬 트윈   보어×스트로크 84.6 × 80mm   배기량 900cc   압축비 11 : 1   최고출력 65PS / 6,100rpm   최대토크 80Nm / 3,2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12ℓ   변속기 5단 리턴   서스펜션 (F)41mm 카트리지 포크 (R) 싱글 쇽   타이어사이즈 (F)100/90-19 (R)150/70 R17   브레이크 (F)310mm 싱글디스크 (R)255mm 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835×1,180mm   휠베이스 1,445mm   시트높이 790mm   건조중량 203kg   판매가격 1,550만 원


글 조건희
사진 이민우
취재협조 트라이엄프 코리아 www.triumphmotorcyc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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