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욱 선수의 일본 슈퍼바이크 레이스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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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B1000 MOTEGI 1st Round
쉽지 않은 슈퍼바이크, 바뀌어야만 하는 주행 스타일
전 일본 개막전은 일본 모테기 서킷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일정은 4월 6일-공식 연습, 7일-예선&레이스Ⅰ, 8일-레이스Ⅱ가 진행됩니다. WSBK와 같이 한 번의 예선으로 두 번의 결승 경기가 열립니다
김인욱 선수의 차량 점검 및 경기장 이동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위해 김인욱 선수보다 하루 먼저 일본에 도착해 치바에 있는 S-SUPPLY 팀 개러지로 이동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한국에서 준비한 부품들을 장착하고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바이크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미 일본에서 충분한 사전 정비 작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사전 일정을 마무리 짓고 목요일 새벽 모테기 서킷으로 향했습니다. 1인 라이더 체제인 투휠코리아 서플라이 팀 김인욱 선수를 위한 짐은 2.5톤 트럭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부족해서 별도의 승합차량에 짐을 추가로 적재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김인욱 선수를 위해 꼼꼼히 준비한 S-SUPPLY 팀의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식 연습 시작
3월에 있었던 사전 테스트 때 젖은 노면과 마른 노면의 연속, 그리고 노면 온도가 5~7도라는 최악의 상태에서 주행을 했기 때문에, 금요일 공식 연습 때는 이전보다는 좋은 기록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연습기록은 상황이 좋지 못했던 3월의 사전 테스트 기록보다 발전되지 못했습니다. 문제가 뭘까?
연습이 끝나고 텐트로 돌아온 김인욱 선수는 답답한 표정이었습니다. 연습을 거듭하고 감독님과 저는 김인욱 선수가 좀 더 편하게 탈 수 있도록 세팅의 방향성에 대해 바꿔보기도 하고, 라이더 스스로가 여러 차례 주행을 비교하는 주행 데이터를 말해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문제가 해결될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김인욱 선수는 선회 스피드를 올려 탈출 재가속 시 이점을 얻으려는 주행법으로 타고 있었습니다. 미들급까지는 바이크가 선회 스피드를 올려야만 좋은 랩타임이 나오는 주법으로 주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출력이 낮기 때문에 스로틀 전개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슈퍼바이크는 기본 출력이 200마력 언저리이기 때문에 선회 스피드를 올려서 타는 주법보다는 탈출 시 스로틀 전개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짧고 강하게 제동하고 타이트한 선회 후 재 가속 시 탈출 라인이 직선화될 수 있도록 타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본기가 탄탄한 김인욱 선수는 지금까지 타왔던 바이크와 같은 주행 스킬이나 약간의 스타일 변경으로도 좋은 랩타임이 나올 수 있었지만, 새롭게 타는 200마력의 R1000R은 단번에 주법을 캐치하기에는 지금까지 경험한 바이크들과는 너무나 다른 바이크였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날 연습은 아쉬움을 남기며 마무리되었고, 이제는 경기를 대비해서 준비해야 합니다.
전 일본 결승전 포문을 열다
토요일 아침 모테기 서킷으로 가는 길은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김인욱 선수는 비가 오는 서킷에서의 주행을 이미지트레이닝 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레이서들은 우중 경기를 상당히 싫어합니다. 하물며 공도를 타는 라이더들도 비 오는 날은 집에 있는데, 어느 선수가 비 오는 날 경기를 하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모두가 같은 조건 속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분명하며, 무수한 환경적 조건 속에서 본인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김인욱 선수가 이겨내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레인 타이어를 장착하고 김인욱 선수도 레인 슈트를 입고 코스에 진입합니다. 선수들의 스피드가 일으키는 물보라로 인해 엔트리 넘버가 잘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었지만, 앞쪽 미케닉들의 대형 사인보드를 피해서 누구보다 높게 사인 보드를 들어 올려 김인욱 선수에게 사인을 보냅니다. 약 40대의 엔트리 중 30위.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첫 데뷔전에서 예선을 통과한 것은 참으로 다행입니다. 전 일본 탑 라이더 요시무라 스즈키 팀에 츠다 타쿠야 선수도 첫 JSB1000 데뷔전에서 예선 탈락을 했을 정도로 쉽게 허락되는 경기가 아닙니다.
토요일 오후, 레이스Ⅰ- 도전은 끝이 없다!
오후에 있을 레이스Ⅰ 준비를 해야 하지만 아침에 내린 비는 마르지 않고 노면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습니다. 노면이 젖어있는 상황이라 당연히 레인 타이어를 장착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아이치 감독은 드라이 타이어로 가야 한다 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직전 ST600 경기에서도 드라이 타이어가 레인 타이어 보다 결과가 더 좋았고, 지금 서킷 노면이 부분적으로 말라가는 상황에서 레인 타이어를 사용한다면 아마도 중간에 타이어가 무너지면서 주행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라는 논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젖어있는 노면, 200마력의 차량, 드라이 타이어 장착이라는 조건은 김인욱 선수에게 매우 혼란스러운 조합이었습니다. 현장에서의 날씨 상황, 환경조건, 분석을 기반으로 한 설득 끝에 김인욱 선수는 드라이 타이어를 장착하고 레이스Ⅰ를 위한 젖은 노면으로 코스인을 했습니다. 라이더들조차 컨트롤하기 힘든 젖은 노면에 드라이 타이어로 레이스Ⅰ이 시작되었습니다.
경기 중 부분적으로 노면이 말라가면서 선수들의 페이스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김인욱 선수도 페이스를 올렸으나 후미권 선수들과의 경합으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선두권 선수들과 앞서나가는 선수들의 젖은 노면에서 계속되는 전도에도 김인욱 선수는 무사히 37대 중 25위로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레이스Ⅱ- 모테기에도 해는 뜬다
일요일 오후의 날씨는 화창했습니다. 김인욱 선수의 결승 그리드는 어제보다 한 단계 올라간 예선 29위! 스타트 후 초반에 약 5대의 선두 차량을 추월하며 중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초반의 흐름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랩이 거듭될수록 모테기 서킷에서의 레이스 경험이 많은 선수들에게 추월을 당했고, 경기 중반부쯤 제동 중에 앞 타이어 락으로 넘어지며 아쉽게 김인욱 선수의 경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 1000cc 주행법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숙제를 산더미같이 어깨에 짊어지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모테기에서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빠르게 슈퍼바이크에 적응하기를 바랍니다.
다음 레이스는 6월에 수고(SUGO) 서킷에서 열리는 3전에 참가하게 됩니다. 매 경기마다 성장하는 김인욱 선수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credit
글 송대찬 객원기고
사진 김진철
취재협조 투휠 레이싱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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