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레이서를 품은 스크램블러

DUCATI SCRAMBLER
CAFE RACER

 

그동안 스크램블러의 키워드는 젊음, 열정, 환희쯤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줄곧 경쾌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라인업을 확장시켰는데 이 녀석은 뭔가 분위기가 자못 진지하다

 

 

 

2015년 두카티는 무르익은 클래식 붐에 화답하듯 과거 1962년의 스크램블러를 계승하는 스크램블러 아이콘을 출시하며 클래식 바이크 팬들을 매료시켰다. 단지 과거의 것을 복각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기술과 디자인 터치를 더해 만든 네오클래식 장르의 스크램블러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기본형인 스크램블러 아이콘을 바탕으로 레트로 무드를 더한 클래식, 엔듀로 분위기를 접목시킨 어반 엔듀로, 시크한 분위기를 강조한 풀스로틀 이상 초기에 발표한 네 가지 모델에 이어 플랫 트랙 레이서를 연출한 플랫 트랙 프로와 엔트리 클래스 스크램블러 식스티투까지 스크램블러를 하나의 기종이 아닌 서브 브랜드 형식으로 엮어냈다. 그리고 2017년도에는 오프로드 주파성에 집중한 스크램블러 데저트 슬래드와 커스텀 카페레이서 분위기를 극대화한 스크램블러 카페레이서까지 다양한 캐릭터의 스크램블러 패밀리를 구축했다. 2018년에는 1079cc의 공랭 데스모두에 엔진을 얹은 스크램블러1100도 출시를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는 어엿한 대가족이다.

 

 

 
카페레이서 스타일

 

이번에 시승한 스크램블러 카페레이서는 클래식 장르에서 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커스텀 카페레이서를 적극적으로 연출했다. 특징적으로 낮은 핸들바와 리어 시트 캐노피가 적용된 시트가 인상적이다. 핸들바는 전용 브래킷으로 포크에 고정되는데 탑브릿지 위로 슬쩍 올라와 과하게 수그리는 자세가 연출된다.

 

(좌) 미니멀한 프런트 카울. 헤드라이트 커버에 가깝다 / (우) LCD 계기반과 마스터실린더가 보인다
(좌) 고급스러운 연출이 돋보이는 시트. 캐노피도 순정 사양이다 / (우) 넘버플레이트 안쪽에 리어쇽이 보인다. 시승차량은 올린즈가 장착되었다

 

 

시트는 패턴을 잘게 나눠 시각적인 리듬감에 굵은 스티치가 포인트가 된다. 동승자 승차가 가능한 2인용으로 뒷자리의 캐노피는 시트하단의 전용 공구로 탈착 할 수 있다. 은은한 광택이 돋보이는 실버 컬러의 넘버 플레이트가 멋지다. 숫자 54는 브루노 스파찌아리(Bruno Spaggiari)의 재킨 넘버로, 그는 1968년에 스크램블러 350 엔진을 얹은 바이크로 레이스에 출전한 전설적인 레이서다.

 

 

바엔드 미러는 전체적인 실루엣을 낮춰준다. 반면 부착된 높이 때문에 승용차의 사이드미러 높이와 비슷해 주의가 필요하다. 마스터 실린더의 리저브 탱크가 별체식으로 변경된 점도 좋다. 스크램블러 특유의 배기 라인은 여전한데 L트윈 레이아웃의 각 실린더에서 역동적으로 감겨 차체 하단으로 이어지며 두 가닥으로 빠진다. 순정이 떼르미뇨니가 달려있으며 블랙 파우더 코팅 처리되어 심플하게 차체와 어울린다. 전반적으로 블랙 위주의 컬러에 포인트가 되는 골드, 넘버 플레이트의 실버가 조합되어 시크하면서도 기계적인 느낌이 좋다. 연출된 파츠의 디자인과 마감 수준 모두 슬쩍 보기에도 완성도가 무척 높다. 사소한 것 하나가 바이크 전체의 인상을 좌우하기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옥에 티를 하나 꼽자면 다른 파츠에 비해 눈에 띄게 못생긴 벌브 타입 방향 지시등 정도랄까.

 

 

 
진짜 레이서

보디워크만 카페레이서를 따라 한다고 해서 진정한 카페레이서가 될 수는 없는 법. 스크램블러 카페레이서는 이 지점을 명확하게 파악했다. 프런트 휠을 17인치로 변경해 스포츠 타입 바이크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후 17인치로 휠 세팅을 변경했다. 휠 크기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스포티한 핸들링과 선회가 마음에 든다. 또한 전후 17인치 사양은 타이어 선택 폭이 넓어 추후에 라이더의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하기 용이한 이점이 있다. 순정 타이어는 피렐리 로쏘Ⅱ 타이어가 장착되는데 과격한 주행에도 쫀쫀한 그립을 만들며 라이더의 의지대로 바이크를 조향하기 좋았다. 노멀 스크램블러의 블록 패턴 듀얼 타이어에 비해 시각적으로도 스포티한 분위가 풍기는 점도 눈길이 간다.

 

 

휠 크기 세팅이 변경되며 레이크가 21.8°, 트레일이 93.9mm로 변경되어 한층 민첩하다. 포지션 변화에서 체감되는 것도 있다. 핸들바가 낮아지고 포지션이 적극적인 전경자세가 되며 자연스럽게 조금 더 과격하게 차체를 몰아붙일 수 있게 되었다. 상체가 서는 노멀 스크램블러에 비해 확실한 주행 피드백이 있고 최고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게된다. 또한 상체가 숙여지며 엔진의 흡기 사운드가 더욱 확실하게 들려 스로틀을 전개할 때마다 헬멧 안에서 미소가 난다.

 

 

떼르미뇨니 머플러의 박력 있는 배기 사운드도 마음에 든다. 순정이기 때문에 너무 요란하지 않고 리드미컬하다. 동일한 803cc 공랭 L트윈 엔진을 사용하지만 포지션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바이크처럼 느껴지는 게 재밌다. 브레이크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사양으로 330mm 세미플로팅 디스크와 브렘보 래디얼마운트 4피스톤 모노블럭 M4 캘리퍼가 조합된다. 레버 조작에 따라 섬세하게 반응하지만 제동력 상승은 직관적이라 이해하기 쉽다.

 

 

FUN N RUN

사실 스크램블러와 카페레이서는 클래식 장르의 대표적인 갈래다. 어디든 가고 싶은 데로 달리기 위해 지상고를 높이고 오프로드 설정을 더한 스크램블러와 도심지에서 누구보다 빠르기 위해 발전한 카페레이서 장르는 출발 지점부터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하지만 두카티 카페레이서는 이 두 장르의 접점의 교묘하게 이어 재미있는 어떤 것을 만들어 냈다. 카페레이서를 품은 스크램블러,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두카티 스크램블러 카페레이서를 한 번 경험해 본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DUCATI SCRAMBLER CAFERACER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L형 2기통 데스모드로믹 4밸브
보어×스트로크 88 × 66(mm)
배기량 803cc
압축비 11 : 1
최고출력 75hp/8,250rpm
최대토크 68Nm/7,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30mm 싱글디스크
(R)245mm 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07×810×1,090(mm)
휠베이스 1,436mm
시트높이 805mm
건조중량 172kg
판매가격 1,700만 원

 

 


 

 

credit

이민우 수석기자 ㅣ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두카티 코리아 www.ducati-korea.com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모토라보에 있습니다.

 

 

 

 

- Advertise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