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스트롬이 이렇게나 포스 넘치는 모델이었나? 전방에 21인치 휠과 긴 스트로크의 서스펜션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낸다. 이 변화는 오직 존재감만을 위함이 아니다. 브이스트롬 1050 DE는 험준한 오프로드까지 달릴 준비를 끝냈다.

SUZUKI V-STROM 1050 DE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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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스트롬은 2002년에 데뷔한 이후, 상품 개선과 세대교체를 통해 현재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초기에는 온로드 투어링 콘셉트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 오프로드 머신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거나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설계가 더해지며 어드벤처 콘셉트의 색이 짙어졌다. 2020년에는 유로 5를 대응하는 엔진을 탑재한 브이스트롬 1050XT를 선보였고, 과거 1988년에 활약했던 DR-빅 모델의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호평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EICMA에서 21인치 프런트 휠, 더 긴 트래블의 전후 서스펜션, 각종 전자장비 등이 추가된 브이스트롬 1050 DE를 선보였다.

육중한 무게로 위에서 누르고 전후 긴 트래블의 서스펜션이 요철에 맞게 열심히 대응한다

완전히 다른 포스

내 기억 속 브이스트롬은 디자인이나 성능이 모두 좋은 모델이지만, 존재감이 그리 넘치는 모델은 아니었다. 어디 하나 꼬투리 잡을 게 없는 만큼 자극적인 부분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브이스트롬 1050 DE는 처음 보자마자 “우와!” 하고 감탄이 나왔다. 길게 뻗은 프런트 포크와 21인치 커다란 와이어 스포크 휠이 어떤 요철이든 뛰어넘을 것 같은 느낌이다. 프런트 휠과 비크 사이의 공간이 넓어진 만큼 과거 DR-빅의 분위기도 더욱 짙게 느껴진다. 프런트가 높아진 만큼 윈드 스크린은 80mm 짧고 좌우 폭이 다듬어진 형태로 장착됐다. 클리어가 아닌 스모크 실드를 적용한 디테일도 눈에 띈다. 알루미늄 엔진 가드와 넓게 하단부를 커버한 스키드 플레이트도 기본으로 탑재됐다. 자, 마음의 준비만 됐다면 오프로드를 들어가면 된다.

과거 오프로드 랠리를 압도했던 DR-Z의 디자인이 그대로 녹아있다

오프로드에서의 만만함

브이스트롬은 다른 유럽 브랜드의 V-트윈 엔진보다 훨씬 부드럽게 깨어난다. 시동을 걸면 중후한 배기음과 잔잔한 진동이 라이더를 자극한다. 라이더 시트는 과격한 포지션 변화에 대응하도록 볼트 온 방식이며 시트고는 880mm이다. 만약 시트고가 부담스럽다면 순정 옵션 파츠로 준비된 850mm 시트고의 로우 시트로 커버할 수 있다. 90kg의 라이더가 탑승하면 전후 서스펜션이 큰 폭으로 가라앉아 발착지성도 조금은 커버된다.

인치 TFT 디스플레이에 rpm, 속도, 전자장비 개입 정도, 기어 포지션 등이 표시된다

주행 모드는 이전과 동일하게 A, B, C 3가지로 마련됐고 당연하게도 가장 강력한 A모드로 출발했다. 클러치만 서서히 붙여줘도 로우 rpm 어시스트로 인해 가볍게 움직인다. 예상보다 프런트가 붕 뜨고 프런트 휠이 멀리 있는 느낌이다. 따라서 본능적으로 시트 앞쪽에 당겨 앉아 핸들을 조작하게 된다. 스로틀 반응은 즉각적이고 1단과 6단 기어비가 길게 변경되어 부드럽게 가속할 수 있다. 프런트 휠의 노면 추종성이 좋기 때문에 핸들 방향이 가리키는 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차량 자체 무게가 꽤 있는 만큼 일부러 스로틀을 과도하게 조작하지 않는다면 안정적인 접지력을 느낄 수 있다. 순정 던롭 어드벤처 타이어는 온로드 투어링에 가까운 패턴인데 젖은 노면이나 진흙이 아니라면 전반적인 오프로드에서 준수한 성능을 낸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속도를 높여도 차체는 안정적으로 충격을 흡수해낸다. 육중한 무게로 위에서 누르고 전후 긴 트래블의 서스펜션이 요철에 맞게 열심히 대응하는 감각이다.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을 완전히 해제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분명히 타이어의 그립이 준수하다고 생각했는데 여태껏 전자장비가 날 지켜주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나마 서스펜션이 무르기 때문에 타이어 그립의 한계가 낮아도 쉽게 불안해지지 않는다. 스로틀 조작이 서툴러도 서스펜션이 한번 걸러내고 바닥에 출력이 전달된다. 슬쩍 뒤쪽에 앉아서 스로틀만 말아 쥐면 프런트 휠은 웬만한 요철을 모두 삭제시키며 주파한다.

오프로드 바이크 스타일의 풋 패그에 고무 패드가 덧대진 형태. 고무 패드를 제거할 수 있다

ABS는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OFF로 설정하면 리어 ABS가 해제된다. 타브랜드의 어드벤처 모델 중에는 프런트 ABS의 개입 시기도 함께 늦추는 경우가 있는데 브이스트롬은 오로지 리어 ABS만 해제되고 프런트 ABS는 작동된다. 따라서 타이어의 그립 한계를 닿을 듯 말 듯하는 제동은 불가하다. 장착된 타이어의 그립 한계에 따라 주행 퍼포먼스가 명확하게 정해진다. 빅 듀얼 바이크는 프런트가 잠기는 경우 거의 필연적으로 슬립이나 사고로 이어진다. 엄청난 무게가 프런트에 쏠리고 다시 그립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즈키는 바이크 성능의 한계를 높이는 것보다 라이더의 안전을 선택했다.

더 우수해진 완성도

다른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오프로드에서 리어 휠이 과도하게 스핀하는 상태에서는 퀵시프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하게 가속하는 상황에서는 퀵시프터가 기가 막히게 작동한다. 과거 브이스트롬 1050XT 해외 시승에서 본사 담당자에게 왜 퀵시프터를 기본으로 탑재하지 않았냐고 질문했는데, 투어링 바이크로 고속 주행을 하거나 기록 단축을 위해 달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었다. 당시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띄워지며 ‘빨리 달리는 게 아니더라도 주행의 만족도나 재미는 그 이상일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퀵시프터는 브이스트롬 1050 DE가 이전 모델과 출력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훨씬 경쾌하게 느껴지고 빠르게 가속할 수 있는 이유다.

20ℓ의 연료 탱크는 무릎 공간을 날렵하게 디자인해 다양한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속도를 높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탠딩 자세를 취하게 된다. 계기반의 속도는 이미 80km/h를 가볍게 넘나들고, 그만큼 큰 충격이 잦은 횟수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브이스트롬은 스탠딩 시 무릎으로 차체를 홀딩할 수 있도록 연료 탱크를 날렵하게 디자인했다. 물론, 이전 브이스트롬 1050XT부터 동일한 디자인인데 더욱 높은 운동 성능을 가진 DE 모델에서 빛을 발휘한다. 스탠딩 상태에서 기어 레버나 리어 브레이크 레버를 조작하기 어려울 때, 풋 패그에 있는 고무 패드를 제거하면 효과적이다. 풋 패그 위치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레버 조작이 수월하고 오프로드 스타일의 풋 패그로 더욱 안정적인 하체 홀딩이 가능하다.

전방에 프런트 포크는 프리로드부터 압축과 신장 모두를 조절할 수 있다

스윙암은 1050 DE 모델 전용으로 디자인되어 20mm 가량 길어졌고 비틀림 강성은 10% 더 증가했다. 거친 노면에서의 원활한 충격 흡수와 더불어 안정적인 선회, 슬라이드까지 고려한 것이다. 그만큼 선회 중 리어 슬라이드를 일으키는 것에 부담이 적다. 물론, 순정 타이어가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그립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슬라이드는 위험할 수 있지만, 스로틀 전개와 리어 슬라이드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즉, 다루기 쉽다.

여유롭고 똑똑한 투어러

오프로드에서 신나게 놀다가 도로 위에 올라서면 마냥 여유롭다. 비교적 넓은 핸들바가 장착되어 당당한 상체 포지션이 취해지고 심적으로 편안하다. 핸들을 부드럽게 밀면 거대한 고래가 수면 위에 올라 배를 뒤집듯 차분하게 기울어져 코너를 진입한다. 리어 쇽이 비교적 많이 눌리면서 프런트가 들린 느낌이 들지만, 전후 타이어 모두 접지력이 기대 이상이다. IMU 기반의 코너링 ABS가 적용됐기 때문에 선회 중 제동도 부담 없다. 솔직히 풀 브레이킹을 시도해 보진 않았지만, 웬만한 라인 수정은 매끄럽게 해낸다. 이 밖에 항속 주행을 돕는 크루즈 컨트롤, 오르막 출발을 돕는 힐홀드 컨트롤, 탑승자 무게에 따라 자동으로 브레이크 압력이 조절되는 로드 디펜던트 컨트롤, 내리막에서 기울기를 감지하고 노즈 다이브를 억제하는 슬로프 디펜던트 컨트롤 등이 탑재되어 있다. 모든 전자장비가 이질감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내가 잘 다루는 것인지 바이크가 스스로 안정적인 자세를 잡는 것인지 알아채기 어렵다. 잠시만, 그래서 오프로드 주행이 그렇게 쉬웠나?

새로운 감각

브이스트롬 1050 DE의 DE는 듀얼 익스플로러Dual Explorer. 이름에서 오프로드 주행에 조금 더 진심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브이스트롬은 온로드에서 더욱 강렬한 와인딩 머신에 가까웠다. 낮은 무게 중심, 쫀쫀한 타이어, 안정적인 차체, 만만하면서도 즐거운 엔진 특성 등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DE는 긴 서스펜션, 커다란 프런트 휠, 짧은 스모크 실드 등으로 오프로드 분위기, 그에 어울리는 성능을 갖췄다. 새로운 브이스트롬 1050 DE는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아스팔트를 넘어 흙길에 대한 열망이 있는 라이더에게 새로운 감각을 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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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UKI V-STROM 1050 DE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보어×스트로크 100 × 66(mm)   배기량 1,037cc   압축비 11.5 : 1   최고출력 107hp / 8,500rpm   최대토크 100Nm / 6,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링크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 21 (R)150/70 17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6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390×960×1,505   휠베이스 1,595mm   시트높이 880mm   차량중량 255kg   판매가격 1,980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스즈키코리아 suzuk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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