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의 미학 : 공구계의 에르메스 스냅언으로 만나보는 정비 이야기

공구계의 에르메스 Snap-On과 함께하는 바이크 정비 공구에 대한 좀 더 깊은 이야기

툴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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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On 드라이브 툴

래칫이 작동될 때 들리는 클릭음 때문에 일명 ‘깔깔이’라고도 불리는 드라이브 툴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 크기로 구분된다. 소켓을 끼우는 헤드의 크기로 나뉘는 것인데, 1/4인치, 3/8인치, 1/2인치가 있다. 헤드의 크기가 작을수록 작은 소켓, 클수록 큰 소켓이 구성된다. 그리고 헤드의 크기가 커질수록 렌치 길이도 길어진다. 드라이브 툴 하나에 소켓 사이즈만 다르게 나오면 되는데,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원인은 모두 체결 토크로 귀결된다. 체결 토크 값이 클수록 더 큰 볼트, 너트를 사용해야 한다. 면적을 넓혀 힘을 분산시켜 파손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 체결 토크가 클수록, 긴 공구를 사용해야 힘이 적게 들어간다. 반대로 작은 볼트를 체결하는데 크고 긴 공구를 사용한다면 미세한 토크를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이유로 스패너, 육각키를 세트로 구매하면 미리 수가 커질수록 공구의 길이도 길어진다. 미리 수에 맞는 체결 토크의 범위가 정해져 있으니, 공구의 길이를 조절해 적당한 토크로 볼트를 조이기 위함이다. 드라이브 툴을 사용하는데 주의할 점이라면 래칫이 어느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고정이 되어 있으면 부재와 볼트 모두를 파손시킬 수 있다.

가운데에 있는 조약돌처럼 생긴 것도 스냅언의 드라이브 툴이다. PALM RAT이라는 귀엽게 생긴 툴은 그립이 좋고, 인체공학적으로 더 큰 힘으로 돌릴 수 있게 설계되어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공구다. 

토크

토크는 물체를 회전시키는 원인이 되는 물리량으로 비틀림 모멘트, 돌림힘, 회전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쪽이 고정된 무게가 없는 막대 끝을 누르면 고정축을 중심으로 막대가 회전하려고 하는데, 이때 회전하려는 성질을 나타낸 물리량이 바로 토크다. 거리와 힘의 곱이기 때문에 단위는 Nm 혹은 Kgfm가 된다. 축 길이가 길어질수록, 누르는 힘이 세질수록 토크는 커진다. 토크는 바이크의 제원에도 표기되며, 바이크 정비를 위한 매뉴얼에 볼트, 너트의 체결 토크로도 등장한다.

T(토크) = 중심 축과의 거리 × 축과 수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 = r × Fsin(θ) Nm

Snap-On 토크렌치

바이크 서비스 매뉴얼을 보면 볼트마다 토크 값이 기재되어 있다. 이 토크 값은 어떻게 나온 값이며, 왜 그 토크 값으로 조여야 할까. 볼트는 부재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고정하기 위해서는 볼트가 들어가는 방향으로 압착력이 생겨야 한다. 이를 위해 볼트에는 나사산이 있고, 부재에는 나사산 모양으로 홈이 파여있다.

볼트를 돌리다 보면 쉽게 돌아가다가 점차 힘이 들어간다. 바로 이 순간부터 볼트의 나사산과 홈 사이에 인장력(Tensile Force), 즉 위아래로 늘리는 힘이 작용하고, 반작용으로 부재 사이에는 위아래로 눌러주는 압착력이 생겨 부재가 고정된다. 문제는 볼트 나사산과 부재의 홈이 그 힘을 버틸 수 있는가다. 대체로 부재가 볼트보다 비싸서 부재의 경도를 볼트보다 높게 설계한다. 필요 이상의 토크로 볼트를 조이면 나사산이 망가져 버리는 이유다. 나사산이 망가진 볼트는 풀기도 힘들고, 때에 따라 부재에 크랙이 생기게 한다. 이런 이유로 부품마다 사용하는 볼트의 재료, 굵기, 피치(나사산 간의 거리), 길이 등이 다르다.

정확한 조임 토크로 조여야 하는 이유를 알았으니, 정확하게 조이는 일만 남았다. 이때 필요한 도구가 바로 토크 렌치이다. 토크렌치는 스프링의 탄성을 이용해 토크를 측정한다. 시간이 흐르면 스프링 장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캘리브레이션(실제 장력과 표기된 장력을 맞추는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같은 이유로 토크렌치를 보관할 때 내장된 스프링에 장력에 걸려있지 않도록 풀어놓은 상태에서 보관해야 한다.

토크렌치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아날로그 토크렌치의 경우, 원하는 토크까지 손잡이를 돌려 세팅하고 볼트를 조이다 보면 목표한 토크 도달과 함께 ‘딸깍’ 소리가 나며 렌치가 헛돈다. 주의할 점은 너무 빠르게 조이면 관성 때문에 목표 토크보다 더 세게 조일 수 있으니, 토크에 대한 감각이 없다면 천천히 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은 좀 더 쉽다. 버튼을 눌러 토크를 설정한 후 볼트를 조이면, 자동차 주차경보음처럼 목표 토크에 다가갈수록 경고음 주기가 짧아지고 소리가 커진다. 적정 토크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어 오버 토크로 조이게 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MUST HAVE
유지보수를 위한 간단한 정비에도 꼭 필요한 공구

Snap-On 콤비네이션 렌치 세트

너트를 조이거나 풀 때 사용하는 공구로 볼트를 조이는 육각키와 더불어 정비에 필수적인 공구다. 사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엔드 부분이 휘거나 구부러져 있다. 좋은 렌치의 조건은 너트를 최대한 덜 손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도가 너무 강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합금으로 공구를 만들어야 한다. 개구부에 울퉁불퉁한 아치 디자인은 너트와 렌치에 가해지는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설계되었다. 정비사들 사이에선 10mm 렌치를 몇 개나 잃어버렸는지가 경력을 대변하기도 한다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모터바이크 정비에 10mm 렌치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10mm 렌치 정도는 조금 비싸더라도 래칫 기능이 있는 렌치를, 그리고 여러개 준비해놓는 것을 추천한다.

Snap-On 플라이어

의학 드라마를 보면 수술방에 다양한 집게가 놓여있는 걸 볼 수 있다. 바이크 정비도 마찬가지다. 왜 저 많은 플라이어가 있는지 궁금할 테지만, 막상 필요한 순간이 닥치면 정비를 진행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플라이어는 범용성이 있어서 전용 공구나 특수 공구가 없을 때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Snap-On 스크루 드라이버 콤보

십자 볼트에 안 좋은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십자 볼트는 유난히 홈이 잘 망가진다. 한번 뭉개진 십자 볼트는 이렇지도 저렇지도 못해 결국 센터에 가서 조치를 받아야 한다. 십자드라이버는 다양한 규격이 있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Phillips, JIS(Japanese Industrial Standard), Pozidriv 헤드가 있다. 자주 볼 수 없는 포지드라이브 헤드는 제외하고, 필립 헤드가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JIS인데, 필립 헤드보다 깊이가 낮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드라이버로 JIS 볼트를 풀 때 홈이 망가져 버렸던 것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일본 제품에 많이 적용된다. JIS 규격의 드라이버 하나쯤은 꼭 갖춰 놓는 것을 추천한다.

Snap-On T 핸들 헥스 렌치 세트

일부 제조사를 제외하고, 모터바이크에 사용되는 볼트는 대부분 육각 볼트다. 일반적으로는 ㄱ자형 육각키가 일반적이고, 어디서든 구매하기 편하다. 그런데 T자형 육각키를 써보면 다르다는 것을 한 번에 체감할 수 있다. 크고 그립감이 좋은 인체공학적 그립은 세로 방향으로도 꽤 강한 토크로 체결된 볼트를 풀 수 있다. 무게감이 있어, 아랫부분을 돌리면 T 핸들처럼 빠르게 볼트를 풀거나 체결할 수 있다.

유용한 꿀템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

Snap-On 미니 픽 세트

그냥 꼬챙이가 무슨 꿀템이냐고 물어볼 것이다. 바이크 정비를 하다 보면 정말 ‘그냥 꼬챙이’가 필요한 순간이 생긴다. 고무 실링을 제거하거나, 특히 중통이나 머플러앤드에 사용되는 스프링을 탈, 장착할 때 유용하다. 물론 플라이어로도 스프링을 집어서 할 수 있지만, 내 바이크는 스프링마저 소중하니까.

Blue-Point 터보 T 스피드 드라이버

전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구. 어차피 볼트에는 체결 토크가 있어, 최종적으로 토크렌치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까진 그냥 살짝 조여놓기만 하면 된다. 묵직한 T 핸들에 필요한 소켓을 끼워 휘리릭 돌리면 순식간에 볼트가 조여진다. 물론 풀 때도 마찬가지다. 부드럽게 핸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무소음, 무진동 전동툴 같다.

Snap-On 16OZ 플라스틱 팁 해머

용도에 따라 양쪽 소재가 다르다. 유지보수 위주의 가벼운 정비에선 쇠망치 같이 강도가 높은 소재의 망치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잘 안 빠지는 액슬이나, 머플러 엔드, 중통 등을 제거할 때 부드러운 망치로 통통 때려주면 발생하는 진동으로 인해 순조롭게 빠지는 경우가 있다.

KIRKLAND 극세사 타월

정비를 전문으로 하는 센터에서는 기름을 제거하는 전용 수입포를 사용하지만, 일반인들에겐 과한 느낌이 있다.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가격도 저렴한 이 노란색 극세사 타월은 정비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Snap-On LED 라이트

밝은 불빛 아래서 작업한다고 하더라도 탱크, 핸들바, 타이어 등, 여러 파츠 때문에 그림자가 생겨 정작 필요한 부분이 안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이렇게 자석이 달린 밝은 LED 라이트 하나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Blue-Point 플렉스 마그네틱 픽업 툴

끝에 자석이 달려있고, 대를 원하는 모양으로 구부릴 수 있다. 바이크 내부 어딘가에 떨어진 부품을 건져 올리기 위한 공구다. 볼트야 다시 사면 되지만, 볼트가 바이크 어딘가에서 굴러다니다 체인이나, 소기어에 끼거나 뒤에 오는 차에 날아가기라도 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빅사이즈 공구

간혹 모터사이클 정비에서도 클러치 크라운이나 휠 엑슬 너트 같은 곳에 큰 사이즈의 공구가 필요할 때가 있다.

Snap-on(스냅언)

Snap-on은 1920년 라이더에겐 할리데이비슨의 본고장으로도 알려진 미국 위스콘신 주의 밀워키에서 시작되었다. 타협하지 않는 품질과 정교함으로 숙련된 미케닉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공구 전문 브랜드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터사이클을 비롯해 자동차, 항공, 우주, 건설, 전기, 중장비, 제조, 의학, 금속, 밀리터리, 채굴, 석유, 발전기, 철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Snap-on 한국 지사인 한국스냅언툴즈(주)는 할리데이비슨, 두카티, KTM 등 모터사이클 브랜드에도 맞춤형 제품 및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Snap-on 공구의 가격대가 높아 고민하는 라이더들에게는 Blue-Point 제품을 추천한다. Snap-on의 2,000여가지 특허기술을 그대로 이어받은 오토모티브 전용 브랜드다.


 손호준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한국스냅언툴즈(주) nsap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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