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왔다. 바이크를 탈 수 없어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더니 아프고, 울적하고, 무기력했다. 도대체 봄은 언제 오는 것인가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우연히 라이커를 시승했다. 시즌 오프가 뭐냐며 신나게 달리는 라이커와 함께 무기력증이 사라졌다.

CAN-AM RYKER SPORT & RYKER RALLY

사라진 시즌 오프, 캔암 라이커 스포츠 & 랠리

캔암 라이커 시리즈는 2019년, 일반 라이커와 라이커 랠리 두 가지 라인업으로 출시했다. 일반 모델은 600cc 혹은 900cc 로탁스 엔진과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고 4.5인치 계기반, 차량 안정성 시스템, 7리터의 글러브 박스 등을 갖췄다. 라이커 랠리는 일반 모델의 모든 기능 갖추고, 다른 스타일의 휠과 랠리 타이어, KYB 서스펜션, 3가지 주행 모드로 차별화했다. 캔암의 원조 삼륜 트라이크, 스파이더의 관심 고객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고 더 많은 관심과 선택을 받기 위한 모델이었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젊은 감각의 디자인 덕분에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왔다. 이후 2022년에는 온로드 주행 성능에 치중된 라이커 스포츠와 랠리머신의 디테일을 더욱 강화한 라이커 랠리를 출시했다.

베이비 스파이더

라이커는 캔암의 원조 트라이크, 스파이더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완성됐다. 다만, 2인 승차가 가능한 스파이더에 비해 1인 승차 모델인 라이커는 편안함보단 경쾌함이 더 강조된 구성이다. 전체적으로 사이즈가 작을 뿐 실루엣은 똑같다고 느껴질 정도다. 우선, 정면에서 바라보면 떡 벌어진 어깨처럼 두 개의 휠이 좌우로 벌어져 있고, 정중앙에 라디에이터를 마련해 냉각 효율을 극대화했다. 스파이더가 육중한 몸매에 단단한 다리가 달린 느낌이라면 라이커는 체격은 다소 작지만, 다부진 몸매에 긴 다리가 달린 느낌이다.

핸들과 시트, 풋 패그만 보면 일반 크루저 바이크와 흡사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라이커는 각 라이더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핸들바와 풋 패그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핸들고정 클립을 해제하면 전후로 꽤 많은 거리가 움직인다. 발판 역시 원터치 방식으로 전후 큰 폭을 조절이 가능하다. 바이크를 기준으로 네이키드 스타일의 미드컨트롤과 크루저의 포워드컨트롤을 오가는 포지션 조절인 것이다. 참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별도의 공구 없이 자신에게 딱 맞는 포지션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주행의 완성도를 좌지우지한다.

리어 구성은 꽤 단순하다. 긴 스윙암이 뒤로 길게 뻗어있고 그 안에 있는 드라이브 샤프트로 리어 휠을 구동한다. 그 굵기와 두께가 상당하다. 방향지시등은 전후 모두 LED가 적용됐고 전방은 휠을 덮은 펜더 위에, 리어는 리어 펜더에 장착되어 있다. 확실히 2007년부터 스파이더를 만들어오며 이런 트라이크에 어떤 기능을 적용하고 어디에 어떤 것을 배치하는 것이 좋은지 알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차량 대부분이 자세히 보면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멀다. ATV나 UTV, 제트스키 등의 레포츠 장비를 제작하는 브랜드답게 스크래치나 파손에 강한 소재로 완성했다.


아스팔트 모빌   

RYKER SPORT

겨울이라 노면이 미끄러워 더 즐거웠다면 선을 넘은 걸까? 하지만 사실이었다

스파이더 시리즈로 접한 캔암 트라이크는 참 독특했다. 존재감까지 거대한 사이즈에 역삼륜 형태의 특이한 외형은 눈길을 잡아 끈다. 도심에서 타고 다니면 뜨거운 시선에 풀페이스 헬멧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라이커 역시 크기는 작지만 존재감은 못지않다. 영화 배트맨에서 배트모빌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우락부락한 디자인에 넓게 퍼진 차체는 어딜 가나 헤드터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스파이더의 첫인상은 바퀴 셋 달린 모터사이클이었다. 실제로 내부에는 모터사이클 엔진과 미션을 사용했다. 하지만 라이커의 첫인상부터 바퀴 달린 스노모빌 같았다. 아니 실제로 스노모빌이 라이커의 기반이 되고 있다. 스노모빌에 사용하는 CVT까지 그대로 적용되어 완전한 오토매틱으로 작동한다. 차체 전반에서 스키두의 흔적은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지만,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점은 스노모빌용 키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건 발뺌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다.(웃음)

쉬운 조작성

CVT 덕분에 작동은 너무나 간단하다. 스로틀 그립을 비틀면 달리고 풋브레이크를 밟으면 선다. 자동차처럼 전후 브레이크가 풋브레이크 하나로 컨트롤 된다. 그리고 방향 전환은 핸들바를 가고 싶은 방향으로 돌리면 된다. 내가 지금까지 도로 위에서 타본 탈 것 중 운전 난이도가 가장 낮다고 느꼈다. 자동차는 나름 공간 지각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앞바퀴 두 개가 온전히 시야에 들어오는 라이커는 그마저도 필요 없다. 보이는 대로 가면 되고 앞바퀴만 지나가면 뒷바퀴는 자연스레 빠져나온다. 아무리 스쿠터처럼 탈 수 있다고 해도 900cc 3기통 엔진의 출력은 82마력으로 상당한 가속력을 선사한다. 특히 넘어지지 않는다는 안심감은 가속을 더 과감하게 만들어 준다.

게다가 라이커는 뒷바퀴가 흐르는 것은 재미 요소로 남기고 있다. 스로틀을 열어 리어가 미끄러져도 바로 개입하지 않는다. 적당히 리어를 흘려주고 나서야 가볍게 개입해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욱 개입 시기가 늦어져서 리어 타이어에서 연기를 내면서 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길이 미끄러워 조금만 성급하게 스로틀을 열면 리어에서 타이어 비명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영 어색하더니 어느새 파워 슬라이드를 즐기고 있다. 뒷바퀴가 하나라서 디퍼렌셜 자체가 없으니 드리프트에는 훨씬 유리한 구조다. 겨울이라 노면이 미끄러워 더 즐거웠다면 선을 넘은 걸까? 하지만 사실이었다.

시원시원한 직선 가속에 비해 코너링은 조금 느리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 속도는 전혀 느리지 않았다. 겨울철 노면 상태를 고려하면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간다. 특이한 점은 윤기자가 타는 걸 볼 때는 무서울 만큼 빠르게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직접 달려보니 비슷한 페이스로 달려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그만큼 타고 있는 라이더의 안정감이 크기 때문이다. 라이커 랠리가 다소 낭창이는 서스펜션 때문에 오히려 움직임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라이커 스포트는 탄탄한 서스펜션 덕분에 안정감은 더 커 컸다. 게다가 드리프트가 정말 쉬웠다. 자동차로 드리프트를 하려면 후륜구동이라고 해도 차동제한 장치 LSD가 없다면 쉽지 않은데 라이커는 애초에 바퀴가 하나인데다가 그립과 슬립, 그리고 하프 그립 상태가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미끄러짐에도 차량을 제어하기 쉽고 드리프트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라이커 스포트는 내게 새로운 발견이었다. 생각보다 재밌었고 자꾸만 타고 싶게 만든다. 도로 위에서 스노모빌을 탄다면 딱 이런 느낌이겠구나. 눈이 아닌 아스팔트 위를 달리니 아스팔트 모빌이라고 불러야 할까? 어쨌든 인상적인 주행성능과 예상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CAN-AM RYKER SPORT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DOHC 3기통   보어×스트로크 74 × 69.7(mm)   배기량 900cc   압축비 13 : 1   최고출력 82hp / 8,000rpm     최대토크 79.1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  변속기 CVT+R    서스펜션 (F)KYB 더블 위시본 (R)멀티 링크 모노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45/60 R16 (R)205/45 R15   브레이크 (F)270mm더블디스크 (R)22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352×1,073×1,522(mm)   휠베이스 1,709mm   시트높이 629mm   건조중량 291kg   판매가격 2,250만 원

 양현용


라이더를 위한 감기약

RYKER RALLY

여유롭게 달리면 자동차 같고, 페이스를 올리면 모터사이클처럼 움직인다

시승 차량을 받은 뒤, 간단한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듣고 바로 출발했다. 사실, 딱히 모터사이클과 다를 게 없고 변속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스로틀과 풋 브레이크에만 집중하면 된다. 출발하기 전, 캔암 관계자의 ‘브레이크가 밀릴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속으로 ‘조금 밀리겠지?’라고 예상하며 꾹 밟았는데 시트에서 엉덩이가 떴다가 가라앉는다. 분명히 영하 10도에 가까운 날씨고 노면은 차갑게 얼어있는데 두 개의 휠이 바닥에 촥 붙어 있다. 다시 밟아봐도 이륜차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하고 안정적인 제동력이다. 제동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으니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모터사이클의 맛

스로틀을 조금 빠르게 열었을 뿐인데 ‘끼아아악’하는 타이어 스키드 음과 함께 다음 신호 앞에 도착한다. 주행 모드에 따라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이 달라지는데 랠리 모드에서는 트랙션컨트롤의 개입이 거의 해제된다. 이륜차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가속력과 감속 성능이다. 간만에 느끼는 모터사이클의 맛이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차량이 많은 도로에서 유유자적 그 흐름에 녹아드는 게 어렵지 않다. 여유롭게 달리면 자동차 같고, 페이스를 올리면 모터사이클처럼 움직인다. 엔진 출력은 미들급 맥시 스쿠터와 흡사하다. 다만, 이륜차처럼 기울어지지 않고, 엉덩이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체를 적극적으로 코너 안쪽에 떨궈가며 달려야 한다.

트라이크라고 해서 물리법칙을 벗어날 순 없다. 코너를 진입하기 전에는 충분히 감속하고 핸들을 조작해야 원하는 라인을 그리면서 진입할 수 있다. 흥분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핸들을 빠르게 돌리면 프런트 휠이 미끄러져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나간다. 또, 코너링 도중 스로틀을 미리 전개했을 때도 차체가 불안정해지고 탈출이 늦어진다. 즉, 바퀴가 세 개라는 점과 기울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온전히 바이크를 타는 맛을 즐길 수 있다.

드리프트 꿈나무

라이커 랠리는 실제로 오프로드 주행까지 고려한 차량인 만큼 잔잔한 흙길을 달려볼까 싶었다. 웬걸, 지난밤 눈이 내린 탓에 시승 코스 위에 눈이 얇게 쌓여 있었다. 스로틀을 부드럽게 열면 예상보다 금방 속도를 붙이고 조금만 빠르게 전개하면 리어 휠이 미끄러진다. 이때 안쪽 풋 패그를 밟고 엉덩이로 시트를 밀어주듯 쭉 빼면 자연스러운 드리프트가 연출된다. 스티어링의 회전 한계가 넓어서 적극적으로 카운터를 치며 달리는 맛이 좋다. 다만, 스로틀을 너무 과하게 열면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하는 느낌이 들고 출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초중반 rpm을 유지하며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라이커 랠리는 전후 모두 마련된 다이얼로 댐핑을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꽤 부드러운 세팅인데 타이어 그립만 받쳐준다면 댐핑을 조여 더 공격적인 주행도 가능하다.

라이더를 위한 감기약

일반 사람들이 겨울철마다 감기에 걸리듯, 라이더들은 시즌 오프와 함께 우울해지는 병에 걸린다. 낮아진 기온, 미끄러운 노면 때문에 모터사이클을 탈 수 없기 때문이다. 딱, 그들에게 완벽한 처방전이다. 날씨나 기온을 따질 필요 없이 달려야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하다. 콧노래를 부르며 옷을 갖춰 입고 라이커의 시동을 걸면 더 이상 ‘시즌 오프’라는 단어는 옛날 말이 된다.

CAN-AM RYKER RALLY

엔진형식수랭 4스트로크 DOHC 3기통   보어×스트로크 74 × 69.7(mm)   배기량 900cc   압축비 13 : 1   최고출력 82hp / 8,000rpm   최대토크 79.1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   변속기 CVT+R   서스펜션 (F)조절식 KYB 더블 위시본 (R)조절식 멀티 링크 모노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45/60 R16 (R)205/55 R15   브레이크 (F)270mm더블디스크 (R)22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352×1,090×1,522   휠베이스 1,709mm   시트높이 676mm   건조중량 303kg   판매가격 2,550만 원

 윤연수


 윤연수/양현용
사진 MB편집부
취재협조 BRP코리아 b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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