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M 890 DUKE R & RC390

TEST IN SEPANG INTERNATIONAL CIRCUIT MALAYSIA

KTM의 400cc급 스포츠바이크 RC390과 재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미들클래스 스포츠 네이키드인 890듀크 R, 모터바이크 편집부는 세팡 국제 서킷에서 테스트를 통해 그 재미와 매력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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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팡을 달리다 

글 양현용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은 이전에도 윈터테스트 중 관람을 위해 방문한 적이 있지만 직접 달려보는 것은 처음이다. 모토GP로 워낙 유명한 곳이기에 꼭 한번 달려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에 그 기회가 왔다. 공식적으로 이 행사는 890듀크 R과 RC390의 공식적인 아시아 런칭 행사 이벤트다. 국내에서는 이미 판매하고 있는 모델이라 의아할 수 있지만 동남아 지역은 이번에 처음으로 출시하는 모델이다. 그러니까 개인적으로는 새 모델에 대한 시승이 목적이라기보단 재미가 보증된 두 바이크를 타고 세팡 서킷을 달리는 게 더 큰 목적이었다. 게다가 말레이시아 GP가 개최된 바로 다음 주, 그 뜨거운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열린 테스트라는 점이 기대감을 키운다. 하지만 하필 주행 당일 오전부터 비가 내린다. 다행히 테스트 주행이 시작될때쯤 빗방울은 가늘어졌지만 노면은 여전히 푹 젖어있었고 타이어는 두 모델 모두 스포츠타이어인 메첼러 레이스텍 M9 RR을 장착하고 있었다. 이전 모델인 메첼러 M7 RR로 폭우 속에서 달려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레인타이어가 아쉽긴 했다.

세팡 국제 서킷

말레이시아 세팡에 위치했으며 거대한 관람석 규모나 공항 탑승게이트에서도 서킷이 보일 만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등 완벽하게 모토스포츠에 초점을 맞춘 서킷이다. 1999년 개장 이래로 F1과 모토GP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 경기를 통해 지금은 말레이시아 하면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보다 이곳 세팡을 먼저 떠올리게 될 정도다. 따뜻한 기후덕분에 레이스팀들의 겨울 시즌 테스트가 진행되는 곳이다. 영암 국제 서킷을 설계한 헤르만 틸케가 담당했으며 5.5km의 길이에 15개의 코너를 가지고 있다. 코스는 꽤 재밌었다. 고속의 직선로가 적절히 배치되어 5.5km의 길이에 비해 한 랩이 그리 길지 않았고 다양한 스타일의 코너가 공략하는 재미를 준다. 트랙의 북쪽과 남쪽이 각각 별개의 서킷으로 만들어지고 이 둘을 이어놓은 형태다. 트랙의 폭이 상당히 넓어서 처음 달리기에도, 그리고 레인 컨디션에서 달리기에도덜 불안했다. 물론 이 폭을 다 써가며 제대로 달리려면 속도가 무서울만큼 빨라져야 할 테지만 비를 핑계로 페이스는 확 줄여서 달렸다. 

RC390과 890듀크 R, 두 모델 모두 순정 상태로 트랙을 달린 것이다.하지만 READY TO RAC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는 브랜드답게 트랙주행에서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날의 주행으로는 살짝 감만 잡은 정도였고, 그저 이 상징적인 서킷을 달린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주행이었다. 비가 와서 슬슬 달렸음에도 주행은 너무재밌었다. 여기에는 어떠한 바이크로 달렸느냐도 중요한 차이다. RC390과 890듀크는 레인컨디션에서도 꽤 재밌는 바이크였으니까.

RC390

먼저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RC390이다. 아무래도 출력이 만만하고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완전히 푹 젖은 노면이라 타이어 폭이 좁은 RC390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차체가 기존의 RC390은 물론 일반적인 쿼터 스포츠 모델들보다 좀 더 크게 느껴진다. 큼직한 프런트 페어링 덕분이다. 하지만 차량의 회전은 콤팩트한 차체 크기가 몸으로 체감될 만큼 민첩하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코너에서 젖은 노면 덕분에 기울임을 자제하며 달렸는데도 페이스가 크게 느려지지 않는다. 

차량의 가속이 조금 무뎌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속도는 느끼는 감각보다 빨랐다. 차체의 안정감 확 커지다 보니 생기는 착각이다. 실제로 두 바이크를 순정상태로 비교해 타본다면 신형이 훨씬빠를 것이다. 그중에서도 퀵시프트의 존재는 더 큰 차이를 만든다. 더 빠른 기록을 위해서라면 변속마다 0.1초씩은 벌 수 있으니 퀵시프트의 유리함은 레이스에서는 절대적이다. 변속 시 차체가 더 안정적이기 때문에 비 오는 상황에서도 꽤 유용했다. 직선 구간이 많은 트랙이라 출력이 두 배가 넘는 890듀크 R에 비해 많이 느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달려보니 아주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직선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나지만 코너에서는 오히려 쉽게 따라붙는다. 노면 상태가 최상이 아니기에 오히려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단기통의 다루기 쉬운 트랙션 성능과 가벼운 무게가 빛을 발한다.

890 DUKE R

RC390이 몸에 슬쩍 익어있는 상태에서 890 듀크 R에 올라타니 평소에는 작고 가볍다고생각했던 890듀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890듀크는 의외로 휠베이스가 길다. 1290 슈퍼듀크 R과 비교해서 겨우 10mm 짧은 수준이다. 엔진이 1290보다 훨씬 콤팩트한데도 이처럼 휠베이스가 긴 이유는 스윙암이 길기 때문이다. 동급 네이키드 중에서 휠베이스가 가장 긴 모델이다. 가벼운 무게에도 차량의 안정성이 남다른 이유가 이 긴 휠베이스 덕분이다. 890 듀크 R는 꽤나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때 제대로 된 코너링 성능이 나오는 모델이다. 세팡 T4 우측 코너를 돌아나가는데, 아마도 이전 코너들에서 보여준 그립 덕분에 자신감이 조금 붙었는지 탈출에서 스로틀을 조금 빨리, 그리고 크게 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뒤쪽이 코스바깥쪽으로 스윽 크게 미끄러진다. 빠르게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하며 수습했지만 노면이 너무 미끄럽고 이미 관성이 생긴 탓에 좀 더 미끄러지다가 그립을 되찾는다. 만약 트랙션 컨트롤이 조금만 늦게 개입했거나 없었다면 확실히 슬립으로 이어졌을 상황이다. 심장은 이미 노면 위에 덜컥 떨어져서 데굴데굴 구른 다음 다시 올라붙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식혀준 느낌이다.(웃음)

이후는 코너보다는 직선에서 토크를 즐기는 방향으로 주행했다. 가벼운 무게와 더불어 회전수를 더할수록 짜릿하게 밀어주는 토크가 매력적이다. 시속 200km까지 거침없이 가속하고 이후는 가속이 살짝 무뎌진다. 스트레이트가 많은 세팡의 특성상 젖은 노면이라고 해도 시원시원한 가속을 즐길 수 있었다. 890듀크 R 특유의 상쾌한 가속이 재미를 배가해 준다. 엔진의 반응이 빠른 만큼 퀵시프트도 다른 바이크들에 비해 빠르고 매끈하게 작동한다. 마지막 세션에는 비가 완전히 그치고 노면에 물은 고여 있지 않았다. 그립이 좀 더 명확해지는 덕분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그렇게 ‘딱 한 세션만 더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긴 채 세션이 종료되었다.

FEEL THE THRILL

글 윤연수

올해 유독 서킷을 달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2022시즌의 마지막 서킷 주행이 세팡 서킷이라니. 일단 감격스러움에 가득 찬 상태로 서킷에 도착했다. 내 인생의 첫 해외 서킷 라이딩을 축하하며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이른 새벽부터 줄곧 내린 만큼 노면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속으로 ‘망했다.’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기대감은 여전했다. 장비를 모두 착용한 뒤, 서킷 규정과 주행하게 될 모델에 대한 세팅 등을 교육받았다. 인스트럭터를 따라 달리며 코스를 익힌 뒤, 각자 알아서 프리 주행을 하며 서킷을 즐기면 되는 일정이었다. 단, 이번 행사에는 메첼러 레이스텍 M9 RR 스포츠 타이어가 준비되었기 때문에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지 말라는 지시가 함께했다. KTM의 쿼터급 스포츠바이크인 RC390과 미들급네이키드인 890DUKE R가 준비되었고 포지션이 좀 더 편안한 890듀크 R을 타고 코스에 들어섰다.

890 DUKE R

개인적으로 KTM에서 가장 갖고 싶은 모델을 꼽으라면 고민 없이 꼽고 싶은 모델이다. 건조중량은 166kg으로 매우 가볍고 출력은 121마력으로 절대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차체의 무게 중심은 낮게 깔려 있으면서도 긴 트래블의 서스펜션을 적용해 매력적인 핸들링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촉촉하게 젖은 노면을 달리는 만큼 앞선 인스트럭터를 따라 서서히 바이크를 기울이며 소극적으로 주행했다. 다행히도 인스트럭터가 페이스를 급격하게 올리지 않고 점진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인도했다. 한국에서 미리 세팡 온보드 영상을 보며 레코드 라인과 코너를 대충 외웠기 때문에 금방 적응하고 프리 주행을 즐겼다.

이전에 태백 서킷에서 내구레이스 시합 도중 비가 내려 슬릭 타이어 그대로 주행한 경험이 있었기에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 세팡 서킷의 노면은 매우 고르게 정돈되고 매끈한 상태라서 스로틀을 조금만 오버하면 리어 휠이 슥슥 미끄러졌다. 890듀크 R은 트랙션컨트롤을 1부터 9까지 단계를 조절할 수 있고 KTM 측에서는 5단계를 사용하라고 권장했는데 곧바로 개입이 가장 강한 9단계까지 높였다. 한결 마음이 편해져서 자연스럽게 페이스를 높였다. 바이크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스로틀을 열 때 리어 휠이 미끄러질 수 있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 트랙션 컨트롤이 빠르게 개입하며 지켜줬다. 즉, 내가 인지하기 전에 이미 바이크가 반응하며 온전히 서킷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이어서 노면이 살짝 말라가기에 트랙션 컨트롤 개입 정도를 낮추고 앞선 다른 미디어를 따라 속도를 높였다.

무게를 좀 더 앞으로 쏟고 바깥쪽 패그를 적극적으로 누르며 가속했다. 앞선 라이더도 리어 휠이 슬쩍 미끌미끌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는 만큼 똑같이 뒤에서 따라붙었다. 890듀크 R은 주행할 때 느껴지는 휠 베이스가 길기 때문에 리어 슬라이드를 쉽게 느낄 수 있고 제어하기 쉽다. 물론 레인 컨디션에서 드리프트를 하며 코너를 탈출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의 슬라이드는 예상이 가능하고 대처하기도 쉽다. 마지막 코너에서 오피셜 포토그래퍼가 촬영하는 걸 보곤 스로틀을 인위적으로 더 전개해 리어 슬라이드를 연출하며 즐겼다.

RC390

890듀크 R을 타고 코너의 기울기와 레코드 라인을 익혔기 때문에 더 편안한 마음으로 코스를 들어섰다. 그리고 첫 번째 코너를 돌면서 짧은 휠베이스와 낮은 무게 중심을 바로 체감했다. 차량의 길이가 비교적 짧은 만큼 훨씬 얕은 뱅킹으로도 코너를 공략할 수 있었고 핸들 포지션이 낮지만 프런트를 과하게 누르는 세팅이 아니기 때문에 하중 조절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또한, 지난달 태백에서 열렸던 내구레이스에 RC390을 타고 참전한 경험이 있기에 훨씬 익숙했다. 

엉덩이를 좌우로 바쁘게 넘기며 코너를 공략하고 스트레이트 구간에서는 스크린 아래에 숨어 기어를 높였다. 신형 RC390에는 양방향 퀵시프터가 장착되어 풀 스로틀 상태에서 발목만 까딱하면 최고속까지 도달했다. 클러치를 잡고, 스로틀을 풀고, 기어를 바꾸고, 클러치를 풀며 스로틀을 비트는 동작이 간결해지니 자세도 안정적이고 가속도 더 빠른 느낌이다. 동급에서는 최초인 만큼 그 자체가 감동적이었고 미끄러운 노면에서 기어를 낮출 때 퀵시프터와 슬리퍼 클러치의 조화도 상당했다. 백토크로 인해 리어 휠이 잠기지 않도록 제어해 준 덕에 안정적인 자세로 제동할 수 있었다. 테스트 후반부에는 퀵시프터의 작동감이 다소 불편해지는 듯했는데 퀵시프터 재설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미케닉에게 전달받았다. 

새로운 RC390은 디자인 면에서 호불호가 갈릴 테지만 성능은 동급 이상의 재미를 제공하는 모델이었다. ‘한 세션만 더 타고 싶다.’라는 마음이 간절할 정도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비 덕분에 행사의 슬로건이었던 FEEL THE THRILL(스릴을 느껴라)을 제대로 만끽한 하루였다.


 모터바이크 편집부 
사진 KTM 아시아퍼시픽 
취재협조 KTM 코리아 kt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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