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된 진화

Lamborghini
Huracan Tecnica

스페인 발렌시아 트랙에서 새로운 우라칸 테크니카와 춤을 췄다.

우라칸의 새로운 모델 테크니카를 출시했다. 거두절미하고 우리가 이 차에서 궁금한 것은 세가지다. 첫째, 람보르기니 우라칸 테크니카에 놀라운 변화가 있는가? 람보르기니 우라칸은 곧 출시 10년을 맞이하는 제품이다. 다시 말해 현행 모델의 거의 마지막 버전이자, 동시에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제한을 받는다. 다음 세대 모델에 쓰일 차원이 다른 신기술을 보여줄 수 없는 제품이다.

둘째, 테크니카란 이름에 배경은 무엇인가? 테크니카란 이름은 전작인 가야르도에서도 있었지만 잠깐 반짝했던 에디션 모델이었다. 주행 성능을 강화한 퍼포만테나 경량 컨셉의 슈퍼레제라의 장점을 취한 모델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새로울 것이 없었다. 테크니카는 이탈리아어로 ‘기술’, 의미상 ‘전문 분야에서 일련의 처리방식’ 같은 뜻으로 쓰인다. 그러니까 ‘기술’적으로 특화된 모델을 의미한다. 따라서 곰곰이 생각하면 테크니카는 결국 더 빠르게 달리고 민첩해지기 위한 기술이 목표다. 그렇다면 본격 트랙데이 스포츠인 퍼포만테(현행 모델 단종)나 하드코어 트랙 버전 STO(Super Trofeo Omologato)와 차별화가 중요하다.

마지막 궁금증은 제품 포지션이다.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 현재 라인업에 겹치지 않는 명확한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 기본 모델인 우라칸 에보와 하드코어 STO 사이에서 어떤 차별화를 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 저널리스트 중 가장 먼저 우라칸 테크니카를 테스트해봤다. 스페인 발렌시아 서킷에서 약 70km, 일반도로 300km에 달하는 여정이었다.

새로운 디자인과 균형 잡힌 주행 성능

테크니카의 외형 디자인은 하나의 덩어리에 가깝다. 앞 범퍼에서 날카롭게 시작된 보디라인이 윈드 실드와 지붕을 지나 꽁무니로 날카롭게 연결된다. 2도어 쿠페의 이상적인 라인이다. 흔히 자동차 디자인은 황금 비율이라는 기준이 있다. 여기서 테크니카는 길이, 너비, 높이뿐 아니라 창문의 면적과 휠 하우스 크기까지, 모든 부분이 뛰어난 디자인 연결성을 갖춘다. 모든 외형 디자인은 퍼포만테나 STO처럼 주행 성능의 향상까지 꾀한다. 앞 범퍼는 기본보다 약 6cm 더 길다. 

고속 주행 특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범퍼 시작 부분이 좀 더 바닥을 향한다. 앞 범퍼 좌우에 Y형 디자인은 기능적으로는 양쪽 휠 사이로 공기를 내보내는 오픈 슬래트 구조를 만족시킨다. 그래서 차체 앞쪽 다운포스가 향상되고, 동시에 브레이크 냉각 성능도 유리하다. 람보르기니에 따르면 테크니카는 총 여덟 가지 표준 외장 색상 외에도 200개 이상의 맞춤형 색상을 제공한다. 브레이크 캘리퍼 색상도 원한다면 자유롭게 주문할 수 있다.

실내 디자인에서 주목할 점은 에보 모델보다 상위 옵션을 일부 기본으로 갖춘다는 점이다. 대시보드, 스포츠 시트와 스티어링 휠이 모두 알칸타라 소재가 기본이다. 광범위한 수준의 맞춤형 옵션을 통해 에보와 STO의 특징적 요소를 조합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경량화 패키지 옵션에선 도어 트림 전체를 원피스 탄소섬유로 바꾸고 도어 레버를 끈 타입으로 바뀐다. 운전석 뒤에 달린 롤케이지(옵션)는 안전성과 비틀림 강성을 강화뿐 아니라 6점식 하네스(안전벨트) 설치가 용이 하도록 돕는다. 

트랙에서 기록 향상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커넥티드 텔레메트리’도 준비된다. 국제 트랙 같이 특정한 코스에서 즉시 활성화되는 기능으로 GPS를 통한 위치, 주행 속도뿐 아니라 엔진 회전수, 기어 단수, 횡 G, 가/감속 같은 모든 주행 기록을 데이터 로거로 수집한다. 자동차에서 취합된 정보는 클라우드로 전송되어 전용 스마트폰 앱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운전석 실내와 룸미러 뒤에 달린 두 개의 광각 카메라가 주행 영상을 자동으로 녹화한 후 모든 데이터와 합쳐서 하나로 보여주는 편리함도 발휘한다.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보관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전 랩과 현재 랩을 비교할 수 있고, 자신의 기록을 타인에게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테크니카를 타고 시내를 달렸다. 일단 다른 건 몰라도, 이 차는 람보르기니 자동차 중 가장 좋은 시트 포지션을 가졌다. 차에 앉아 운전대를 잡으면 곧바로 테크니카와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넓고 와이드 한 전방 시야가 만족스럽다.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가 달렸지만, 룸미러를 통해 후방 상황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운전이란 행위가 그만큼 편하다. 스페인의 노면 상태는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런데도 주행 모드 스트라다에서 데일리 스포츠카로 활용해도 될 만큼 세련되고 매끈했다. 기본형 에보에 비교하면 살짝 묵직한 주행 감각. 서스펜션은 예상만큼 딱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규칙한 노면에서 서스펜션이 열심히 움직이며 승차감을 확보하기 위해 힘썼다. 노면을 따라 리듬을 타는 타이어와 섀시의 단단한 느낌은 슈퍼카였지만, 실내에선 고급 GT를 타는 듯 편했다. 테크니카에 달린 7단 듀얼 클러치도 신경질적인 반응과 거리가 있었다. 다운 시프트는 동력 연결 시점을 꼬집기 어려울 정도로 유연하다. 정밀한 변속 로직과 지능형 연료 컷 같은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고속 주행에서 눈에 띄게 좋은 안정감을 발휘했다. 엔진 회전수가 4500을 넘어가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테크니카는 STO와 엔진이 동일하다. 5204cc, V10 자연흡기 유닛으로 최고 출력은 640마력, 최대 토크 57.6kg·m를 발휘한다. 최대 8000rpm까지 여유 있게 회전하는 엔진은 V형 90도. 보어보다 스트로크가 긴 타입이다. 펌프로 오일을 강제 공급하는 드라이 섬프 방식으로 무게 중심을 줄이면서도 강한 횡 G에 엔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고속 주행을 막 시작하고 감동받은 부분은 개선된 공기역학 부분이다. 자료에 따르면 테크니카의 새로운 공기역학적 디자인은 우라칸 에보 대비 공기 저항력을 20% 감소, 동시에 35% 가량 개선된 후방 다운포스를 실현한다. 실제로 시속 110~130km 수준의 주행 영역에서는 외부 풍절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그보다 훨씬 높은 속도로 올라가면 불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체가 더 안정적인 느낌으로 변한다. 너무 편하고 안정적이어서 과속을 쉽게 생각하게 만들 정도다. 

굽이치는 산길에서 스포트 모드 전환. 갑자기 차가 한결 생기가 돈다. 엔진 회전수가 4000rpm을 넘어서며 가변 배기 시스템이 작동하며 포효를 시작한다. 스포트 모드는 전자제어 장비가 운전자의 반응을 보고 위험 요소가 감지될 때 신속하게 끼어든다. 기본 세팅은 앞바퀴가 미끄러지는 언더 스티어나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오버 스티어 같은 한계 특성이 아니라 접지력의 한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뒷바퀴 동력은 좌우에 토크 백터링 기술로 접지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테크니카에 새롭게 달리는 브리지스톤 스포트 타이어는 성능 면에서 주목할 만했다. 앞 245, 뒤 305mm 사이즈. 운전자와 꾸준히 대화가 가능한 세팅으로 부드럽고 점진적으로 반응했다. 한계 영역이 명확했고, 미끄러지는 순간에도 대응할 여지를 남겨줬다.

위화감을 주지 않고 대화할 줄 아는 슈퍼카

리카르도 토르모 트랙에서 코르사 모드에 넣고 차를 최대한 밀어붙였다. 가장 긴 직선 구간에서 시속 260km를 가볍게 넘겼다. 1번 코너에서 트랙의 가장 외각 라인에서 코너 중심을 향해 파고들었다. 길에 유지되는 코너에서 횡 G가 심하게 걸릴 때 테크니카의 엄청난 코너링 능력을 볼 수 있었다. 이 차의 한계 접지력은 일반도로, 특히 산길에서 완전히 다 느끼기 어려울 만큼 높은 영역을 가지고 있다. 엔진이 8000rpm까지 회전하며 모든 출력을 뒷바퀴로 쏟아냈다. 자연흡기 엔진은 트랙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포효했다. 고회전으로 날카롭게 코너를 공략하는 감각. 단번에 입가에 미소가 오른다.

테크니카의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3.2초다. 여기서 핵심은 과급 엔진처럼 토크가 한 번에 분출되는 것은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꾸준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코너에서 유리하다. 가속 페달을 미세하게 밟으면서 차의 순간적인 움직임과 일정하게 반응하는 출력을 즉시 코너링 속도로 연결할 수 있다. 엔진 특성뿐 아니라 섀시의 무게 배분과 세팅 특성도 이해가 쉬웠다. 급한 코너에서 엔진 출력과 타이어 접지력, 무게 배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슈퍼카는 흔하지 않다. 운전자 뒤에 달린 엔진의 무게가 코너 바깥쪽으로 쏠린 타이어를 꾹 누르며 아주 중립적인 감각으로 코너를 돌아갔다. 뒷바퀴 조향 시스템과 토크 벡터링(LDVI)이 차의 상태를 꾸준히 매니지먼트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LDVI는 능동적으로 주행 상태를 예측하고 동시에 느껴질 듯 말듯하게 세련되게 개입하면서 이질감마저 최소화한다. 

트랙 테스트에서는 옵션으로 제공되는 브리지스톤 레이스 타이어를 장착했다. 그루브 면적이 줄어든 트레드 패턴은 도로용인 스포트에 비해 젖은 노면 안정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반면 마른 노면 주행 성능은 월등히 좋다. 최대 접지력은 미쉐린 컵이나 피렐리 피제로보다 낮은 듯하다. 반면 한계 영역에서 한 번에 미끄러지는 타입이 아니라 움직임이 점진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느끼기 좋다. 테스트 차에 달린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와 타이어의 궁합도 좋았다. 둘 다 어느 한 부분에서 도드라지지 않고 저속과 고속, 짧은 제동과 긴 제동 모두에 일정한 성능으로 균형을 가졌다. 테크니카는 앞서 말한 세 가지 궁금증에 답을 명쾌하게 해냈다.

첫째, 테크니카는 기술적으로 우라칸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을 가진 차다. 단지 트랙에서 랩타임을 단축시키는 결과뿐만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가 접하는 일반 도로의 주행 특성, 특히 제품 안팎으로 향상된 완성도까지. 기술적인 발전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둘째, 테크니카는 변화 그 자체이다. 람보르기니는 이 차가 우라칸의 또 한 번의 진화 버전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8년간 LP, 퍼포만테, 에보, STO뿐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 달리지 못하는 슈퍼 트로페오, GT2, GT3 같은 컵 카 시리즈에서도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다. 그런 관점에서 8년은 대단히 짧은 제품 업그레이드 주기이고, 그만큼 첫 데뷔 이후 지금까지 변화의 폭도 크다. 따라서 테크니카는 우라칸 초기형과 시리즈만 같을 뿐, 진화에 진화를 거친 모델로 비교가 불가능한 기술, 즉 테크니카를 가지고 있다.

셋째, 이 차의 포지션은 고객이 망설일 필요가 없을 만큼 명확하다. 일반형 에보에서 옵션을 효과적으로 넣고 싶은 고객이 타깃. 동시에 STO처럼 트랙 주행에 중점을 두지 않으면서, 일상의 안락함과 트랙의 스포츠 성능을 최대로 원하는 고객에게 어울린다. 한마디로 최고의 가성비를 가진, 가장 뛰어난 균형을 가진 우라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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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borghini Huracan Tecnica

레이아웃 미드십 엔진, RWD, 2인승 쿠페  엔진형식 V10 5.2L, 640마력, 57.6kg·m  변속기 7단 듀얼클러치  휠베이스 2,620mm  길이×너비×높이 4,567×1,933×1,165mm  무게 1,379kg  기본 가격 3억4,000만 원부터


글 김태영(모터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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