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모든 순간이 스포츠였다
DUCATI SUPERSPORT S
아침 출근길에 지나치는 큰 사거리에서 좌회전, 지난 주말의 강원도 투어에서 만난 와인딩 로드, 두카티 트랙데이에서 달린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의 코너들까지. 체중을 코너 안쪽으로 밀어넣고 탈출구에 집중하며 스로틀을 열던 모든 순간들이 스포츠가 된다.
두카티 슈퍼스포츠 950S는 파니갈레 시리즈로 대표되는 두카티 슈퍼바이크의 재미를 일상으로 가져온 모델로 2017년에 데뷔했다. 차량 설계의 기본은 몬스터 시리즈에서 가져왔고 엔진은 937cc의 테스타스트레타11˚ 엔진을 장착했다. 당시의 1299파니갈레의 디자인에서 모티브를 얻은 공격적인 페어링에 타기 편한 자세, 그리고 경쾌한 주행성능을 갖추었다. 출퇴근에 써도 좋을 데일리 바이크에서부터 장거리 투어와 주말의 트랙데이까지 커버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모델이었다.
슈퍼스포츠 역사
두카티 슈퍼스포츠는 의외로 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모델이다. 시간을 거슬러 1973년 처음 선보인 750SS에서 시작되었다. SS는 예상하듯 슈퍼스포츠의 약자지만 이때는 두카티 최고 성능의 슈퍼바이크를 의미하는 모델이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두카티의 데스모드로믹밸브를 적용한 첫 번째 바이크였다. 현재의 슈퍼스포츠와 유사하게, 그러니까 일상속의 스포츠를 지향하는 포지션으로 등장한 것은 90년대에 들어서다. 두카티가 카지바 그룹산하로 들어가며 851을 선보였으며 슈퍼바이크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일상에서 타기 좋은 900SS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배기량도 350, 400, 750 등의 다양한 배기량으로 라인업을 넓혀 두카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8년에는 슈퍼스포츠의 디자인이 크게 바뀌게 된다. 이때가 바로 디자이너 피에르 테르블랑쉬가 디자인팀을이끌던 시절이다. 슈퍼바이크 999를 비롯해 1세대 멀티스트라다 그리고 ST3 등 두카티 역사에서 가장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디자인이 전부 이 시기에 탄생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슈퍼스포츠의 디자인은 가장 끔찍했다고 평가받는다. 게다가 몬스터 시리즈가 인기를 끌며 존재감까지 희박해졌다. 결국 슈퍼스포츠는 2004년 출시한 듀얼스파크 엔진의 SS1000DS를 마지막으로 2006년 단종, 10년의 공백기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요즘 두카티에게 이 시절은 지우고 싶은 과거인 것 같다. 현재 두카티 박물관에 전시된 차량 중 테르블랑쉬가 디자인한 차량은 트로이베일리스가 우승한 999SBK머신과 도메니칼리(현 두카티CEO)와 함께 만든 슈퍼모노 뿐이다. TMI지만 두카티 마저 슈퍼스포츠의 과거를 조금 얼버무리고 가는 느낌이라 월간모터바이크에서는 한번 짚어주고 가는 것이다. 2004년 1000SS를 보고나면 현재의 슈퍼스포츠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 알게 될 거다.(웃음)
무엇보다 디자인
그럼 다시 2021년 슈퍼스포츠S로 돌아오자. 슈퍼스포츠 2세대 모델은 기존의 슈퍼스포츠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역시 디자인이다. 두카티의 슈퍼바이크가 파니갈레 V4로 진화한 만큼 그를 쏙 빼닮은 디자인으로 변경된 것이다. 기존의 슈퍼스포츠는 파니갈레로부터 온 디자인이지만 헤드라이트 아래쪽에 할로겐램프가 큼직하게 자리 잡아 날렵한 분위기를 확 망쳤었는데 이제는 LED헤드라이트로 변경되며 파니갈레 V4의 분위기가 더욱 진하게 난다. 차체 아래쪽으로 더 길게 내려온 페어링도 슈퍼바이크의 분위기를 더한다.
계기반의 변화도 반갑다. 한 세대 이전 모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단색의 LCD계기반 대신 풀컬러 TFT 계기반이 기본 장착된다. 더욱 복잡해진 전자 장비를 세팅하는 게 훨씬 편해졌음은 당연한 이야기. 이 슈퍼스포츠의 이름값 하는 디자인과 구성들이 가장 큰 변화이자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된다. 이제 디자인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파니갈레에 비해 밋밋한 뒤태정도다.
디자인의 변화는 기능의 변화로 이어진다. 라디에이터의 열기를 바깥쪽으로 보내는 페어링 구조 역시 파니갈레 V4로부터 물려받으며 열관리에 유리해졌다. 슈퍼스포츠가 주행시 뜨겁다는 의견이 많았기에 긍정적인 변화다.
주행 테스트
생김새는 슈퍼바이크의 분위기를 듬뿍 담았지만 시트에 앉으면 전형적인 F차 포지션이 나온다. 아니 그보다는 살짝 조여진 느낌이다. 몬스터의 핸들 너비가 살짝 과장 된느낌이라면 슈퍼스포츠는 딱 적당하고 자연스러운 너비라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엔진은 유로5를 대응하고 있음에도 다행히 큰 성능 저하는 느껴지지 않았다. 두카티 L트윈의 카랑카랑하고 단단한 엔진 필링은 잘 살아있지만 회전에서 잔 진동을 줄였고 더욱 매끄럽게 회전수를 올린다. 여기에 클러치가 유압식으로 변경되며 조작이 매끄럽고 가벼워진 점이 바이크의 첫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꿔준다.
퀵시프터 역시 타이밍이 조정되었는지 이전보다 부드럽고 거슬림 없이 깔끔한 변속을 보여준다. 결국 이런 자잘한 변화들이 모여 완성도의 차이가 되고 주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준다. 주행을 받쳐주는 전자장비들도 그 완성도가 높아져 이제 라이더에 실력에 따라 라이딩의 재미와 안전함 사이에서 원하는 레벨을 설정할 수 있다. 덕분에 초심자부터 베테랑 라이더까지 커버할 수 있다. 가장 유순한 세팅에서는 이게 두카티 맞나 싶을 정도로 순종적이고 세팅을 과감하게 바꿔주면 과연 두카티구나 싶을 만큼의 성능이 나와 준다.
아쉬운 점은 엔진을 공유하는 2021 몬스터는 차체를 크게 경량화 해 주행 성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는데 슈퍼스포츠는 종래와 동일한 구성으로 무게 역시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성능 향상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행 시 몬스터에 비교하면 가속과 방향전환이 조금 굼뜬 느낌이 든다. 하지만 무게에서 오는 안정감은 확실히 높다.
공기를 효과적으로 가르는 페어링 덕분에 고속 영역에서의 안정감은 몬스터에 비해 확실히 우위를 점한다. 특히 높이 조절이 되는 윈드쉴드는 고속에서 무척 유용했다. 그래서 전반적인 퍼포먼스는 몬스터가 좋았지만 슈퍼스포츠가 고속영역에서는 확실히 몬스터를 압도한다. 그리고 무게 덕분에 오히려 타기 쉽게 느껴지는 점도 재밌었다. 어지간해서는 바이크에 끌려 다니는 느낌을 주지 않기때문이다. 전반적인 주행에서 두카티 바이크 중 가장 자극이 적고 편안하게 탈 수 있는 모델이었다.
고사양의 S모델이기 때문에 기본으로 장착 된 올린즈 전후 서스펜션은 라이딩의 경험을 한 단계 높여준다. 타이어의 그립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는 서스펜션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슈퍼스포츠라는 이름에 맞는 날카로운 코너링을 보여준다. 온로드 모델치고는 서스펜션의 작동 폭이 전륜 130mm 후륜 144mm로 여유가 많고 덕분에 승차감도 나쁘지 않다. 핸들링은 무척이나 중립적이다. 바이크를 끌고 당기지 않아도 원하는 만큼 방향을 바꾼다. 고갯길에서 행오프로 적극적으로 당기며 타도 즐겁지만 린위드로 설렁설렁 기울여가며 달려도 충분히 빠르다.
디아블로로쏘3 타이어는 온도에 따른 그립력의 차이가 적고 이중컴파운드로 중앙은 내구성을 고려한 콤파운드를 사용한 탓에 제동그립은 조금 아쉽지만 코너 그립은 트랙주행도 커버할 만큼 훌륭한 타이어다. 덕분에 와인딩 로드를 상당히 재밌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탈 수 있었다.
다재다능하다는 것
서두에 이야기했듯 슈퍼스포츠S의 특징은 출퇴근부터 투어는 물론 서킷까지 아우르는 다재다능함이다. 하지만 다재다능하다는 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모든 면에서 조금씩 모자라다는 의미도 된다. 출퇴근에 쓰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본격적인 투어러들 사이에 껴서 달리기에는 썩 편하지 않고, 트랙에서 랩타임으로 비교하면 역시 파니갈레가 낫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포츠는 매력적이다. 한 대의 바이크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매 순간 순간이 스포츠가 되는 것은 역시 슈퍼스포츠S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그리고 특히 지금, 그 시기가 적당하다. 유행은 돌고 돌아 최근 스포츠투어러 장르의 인기가 급상승 중인데 슈퍼스포츠S는 이 스포츠투어러까지 완벽하게 커버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바이크 경험이 많지 않은 라이더가 예쁘다는 이유로 파니갈레를 덜컥 사고는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확실히 이야기하는데 파니갈레보다 슈퍼스포츠로 시작하는게 훨씬 편하고 더 재밌을 것이다. 국내 시장에는 고사양의 슈퍼스포츠S모델만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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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ATI SUPERSPORT S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L형 2기통 데스모드로믹 4밸브 보어×스트로크 94 × 67.5(mm) 배기량 937cc 압축비 13.3 : 1 최고출력 110hp / 9,000rpm 최대토크 93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ℓ 변속기 6단 리턴 (양방향 퀵시프트) 서스펜션 (F)풀 어저스터블 48mm텔레스코픽 도립 (R)풀 어저스터블 싱글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휠베이스 1,478mm 시트높이 810mm 건조중량 183kg 판매가격 2,430만 원 부터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윤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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